[연재]환상소설_2  
일병 이석현   2008-12-18 22:33:31, 조회: 250, 추천:0 

제 1장. 인연(因緣)

<서장>
암흑은 빛을 낳고, 빛이 다시 암흑을 부르고 있다, 이러한 무한한 순환 - 누군가 지성을 갖고 있는 존재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필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 진짜 눈부시네’ 하지만 이곳에 다른 지성체가 있을 리가없다
“아 진짜 눈부시네” 
있다. 아무도 없는 듯한 공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구일지는 뻔하지만... 다른의미에서 놀랍군.
“문중... 이곳은 어떻게 찾아온 것이냐”
이곳은 신계(神界). 그분의 의지 없이는 찾지도 보지도 못하는 곳, 접근하기란 더더욱 불가능 한 곳. 게다가 신계에서도 심처(深處)중의 심처인 이 공간은 그분의 숨결이 닿은 자들중에서도 극소수만이 올 수 있는 곳이건만..
“염라(閻羅), 당신이 이곳에 있는 것을 보면 이곳이 바로 모든 혼의 기원이자 최초의 혼이 탄생한 곳, 혼원의 샘이겠군요. 결국 선택한 것인가요”
“문중.. 네가 어찌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혼을 갖고 있는 이상 혼원의 샘에 귀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겠지. 그게 바로 내가 이곳에 온 이유이다.”
“선택을 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그대에 대한 존중은 필요없겠군. 난 적에게는 그렇게 아량이 넓진 않아. 나의 귀속성. 그것으로 날 구속할 셈인가?”
“문중. 동신의 난에서 맺어진 우리의 약속은 이미 오래전에 깨졌다. 네가 오만해진 그 순간부터. 순순히 따랐다면 이런 결과는 없었을 것을 자초한 건 네 자신이다.”
“후. 염라. 현상계의 존재도 아닌 그대가 그런 멍청한 말을 한단 말인가? 네 말대로 난 혼원의 샘에 귀속된 존재다. 그렇기에 그 고유성도 가지고 있지. 너는 인간의 고유성이 무엇인지 잊었단 말이냐. 소멸자의 혼을 갖고있는 인간을.”
“적어도 너는 인간을 뛰어넘었다 여겼지. 그래서 너와 ‘약속’을 한 것이었다. 만약 네가 인간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것을 그때도 알았다면, 난 ‘명령’을 했겠지. 약속이란 대등한 존재끼리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널 인정했기에 넌 나의 믿음에 부응해야 했다. 네가 한낫 소멸자의 본성에 휩싸일 줄이야. 나의 실책이다.”
“하하하 염라. 우스운 소리를 하는구나. 나는 알고 있다. 그대가 인간을 질투한다는 것을. 너는 신의 의지에 유일하게 반한 존재, ‘소멸자’를 두려워하며 부러워하지. 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어진 너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니. 인간을 경시하는 듯 말하지 말아라, 네 스스로도 알고 있지 않은가? 신의 역사에 출현하지 않았던 유일한 존재가 인간이라는 사실을”
“모든것은 그분의 의지일 뿐. 너는 비망록을 저술해선 안됬다. 하지만 문중. 마지막 기회를 주마. 비망록을 파기해라. 나 염라가 인정한 최초의 인간을 내손으로 내치기는 싫구나.”
“너의 뜻이 신의 뜻이라 어찌아는가? 내가 비망록을 만듯 것도 그분의 의지라면 내가 순리일지 너는 어떻게 확신하는가,”
“모든것은 그분의 의지일 뿐. 내가 행하는 것은 그분의 의지이며 그 때문에 네게 제재를 가하는 것도 그분의 의지이다. 결국 비망록이 남는다 해도 그것은 그분의 의지일 뿐이다. 네가 어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중 이제 네가 선택해라”
“그분의 의지로 인해 내가 비망록을 만든것이라면, 어차피 파기하지 않아도 상관없겠군. 그리고 지금 그만둘 거였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도 않았지”
“그렇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거라. 인간 문중”
“잠시만 기다려라, 네게 줄것이 있으니”
“향가집? 이게 뭐지?”
“염라, 네가 너무 삭막한 삶을 사는 듯해서 준비한 것이지. 가끔은 즐기기도 하면서 살라구 하하하...”
암흑은 빛을 낳고, 빛이 다시 암흑을 부르고 있다, 이러한 무한한 순환 - 누군가 지성을 갖고 있는 존재가 이 광경을 보았다면 필히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 진짜 눈부시네’ 하지만 이곳에 다른 지성체가 있을 리는 없다. 방금 마지막 지성체가 암흑이 되고 빛이 되었기에.

<인연_1>
마구로(麻屨老), 그는 인구가 채 60이 안넘는 현논촌(現論村)에서 유일하게 마(麻)로 만든 신을 신고 다니는 인물이다. 혹자는 그가 큰 죄를 짓고 도망치는 죄인이라 참회의 의미로 마로 만든 신을 신었다 하고 말하고, 혹자는 도를 닦는 노선이라고 말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누군지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 현논촌 외곽에 작은 토집한 채를 지어놓곤 벌써 3년여를 살면서 단 한번도 마을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놀거나 일한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는 마을 사람들은 많았으나 그의 날카로운 대화를 거부하는 듯한 분위기 때문에 쉽게 다가가질 못하고, 결국 그는 마을사람들에게 있어 ‘가끔 식량을 구하러 오는 괴상한 늙은이’라는 인식으로만 남아있다. 이름조차도 괄괄한 마을 청년한명이 술김에 위협을 하며 알아낸 것이었다. 물론 성은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으하하하하하, 마침내, 마침내!”
마을 외박의 토집이래 봤자 짐승들의 습격을 염려했는지 마을과는 불과 2~3분이면 닿을수 있는 거리에 있기에, 그리고 가뜩이나 조용한 새벽녘이였기에, 동슥노인의 웃음소리는 온 마을을 휘감았다.
“드디어, 보인다. 보여!”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장한 체구를 갖고 있는 남자가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웃고있는 모습은, 감격적이기 보단 희극적이었지만 동슥노인은 그런것 따윈 신경쓰지 않는 듯 계속 눈물콧물을 흘리며 방안의 텅빈 곳을 보면서 웃고있었다.
“역시 이 책은 진짜야. 하하하”
그러고 보니 노인의 손에는 굉장히 낡아보이는 겉표지에 제목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그 속내용만은 방금 작성한 듯 깨끗한 책 한권이 들려져 있었다. 희미한 제목을 억지로 해석해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비망록(備忘錄)’
“내가, 이 내가 드디어 무당이 되었다. 으하하하”

<인연_2>
노인의 이름은 이동슥, 본의아니게 마구로(麻屨老)라 불리고 있긴 하지만 사실 그는 큰 도시에서 서점을 운영하던 이제 겨우 20대 중반인 청년이다. ‘서촌(書村)’이라 지은 그의 단순한 작명 감각 때문인지 몰라도 그의 가게는 나날이 번창했고, 가게규모도 나날이 늘어나 도시내에선 동슥의 가게를 따라갈만한 서점이 없었다. 동슥은 외모보다 늙어보이는 탓에 여성들에게 인기는 없었지만 부를 축적한 후로 달라지는 여성들의 시선을 느끼는 이러한 나날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오늘은 중매쟁이를 만나기로 한 날이었기에, 동슥의 기분은 한층 더 좋았고, 벌써부터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었다.
‘음, 결혼은 초반기선제압이 중요하니깐. 무뚝뚝하게 굴어야지. 무신경한척하면서 은근 슬쩍 배려해 주는거야. 차갑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한 남자라. 으헤헤, 오늘은 가게문 일찍 닫고 몸단장이나 신경써야지. 일단은 첫인상이 반은 먹고 간다니까...’
“주인장 계십니까?”
상념을 깨는 소리가 들려왔고, 저절로 찡그려지는 인상을 장삿꾼 정신으로 억지로 막은 동슥은 재빨리 사내를 아래위로 훌터봤다. 아직 새파란 나이의 청년. 광대들이나 하고 다닐법한 붉은 외피와 유행이 100년은 지나보이는 우수꽝스러운 가죽신발, 여자들이나 할법한 장신구하며... 만약 이 괴상한 손님의 왼쪽 엉덩이 뒤로 뻗어있는 검모양의 나무막대를 보지 않았다면 무시하고 장사를 끝마쳤을꺼라 의심할 여지가 없다.
‘무당이다!’
무당의 상징과도 볼 수 있는 저 괴상한 목검 비스무래한 막대기. 만약 이 손님이 진짜로 무당이라면 절대로 일개 서점주인이 무시하고선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비록 동슥이 이 동네에서는 알아주는(?) 남자중의 남자라고 하지만 무당같은 전설적인(?) 존재 앞에선 새발의 피만도 못할테니깐...
“아이코 저희 서촌을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서촌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곳으로써 그 유명한 성력사 바라매님께서도 자주 찾는 곳이옵죠. 그뿐만 아니라 이 지방 유지들은 모두 거쳐가는 곳으로, 저희 서촌을 빼놓고는..”
“책을 팔러 왔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나오는 접대용 언변들을 끝고 다짜고짜 말하는 새파란 사내의 건방짐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동슥은 애써 무당전용이라고 써붙이고 다닐만한 막대기를 바라보며 말문을 열었다.
“어떤.. 책이신지요? 저희 서점은 왠만한 책은 다 취급하고 있습니다만... 같은 책은 구매를 안하는 주의라서...”
말해놓고서도 아차싶었다. 이놈의 장삿속! 만약 저 무당이 비위라도 상해서 이곳에 저주라도 걸어놓는다면!
“물론 손님같은 분이 파는 책은 무.조.건. 구매하읍죠. 헤헤헤”
“이 책을 팔려고 합니다”
“에... 비망록?”
‘옌장, 차라리 그냥 돈을 달라고 해라!’
비망록, 정말 유명하다 못해 이제는 지겨운 책이다. 지금부터 정확히 122년전 홀연히 사라진 전설적인 무당 해오름문중이 남겼다는 예언서. 이 책을 찾는 자들만해도 지난 100년동안 부지기수였다. 그리고 나타난 가짜 비망록들, 처음엔 피튀기는 혈전을 일으킨 주범들이었으나 곧 가짜라는게 밝혀지고, 지금까지 나타난 가짜 비망록들 - 물론 진짜라고 주장하며 - 만 합쳐도 족히 성을 쌓을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권정도라면야 사둘만 하지만 이 가게 안에 있는 비망록들만 수십권이 넘는다. 게다가 청년이 팔러온 가짜 ‘비망록’은 겉표지도 바래지 않은 새책이 분명했다. 100년전에 만들어진 책이 아직까지 저렇든 새것일리는 없었다.
‘이건 칼만 안들었지 날강도군, 무당만 아니었다면...’
“저... 얼마정도를 생각하시는지?”
동슥이 이 말을 하기까지 얼마나 분루를 삼켰는지 모른다. 만약 이 무당이 터무니 없는 돈을 요구한다면... 동슥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욕을 알고 있단 사실을 점검이라도 하듯, 속으로 끊임없이 무당을 만난 자신의 운명과 무당을 욕하고 또 욕했다.
“돈은 되었고, 혹시 향가집 한권 있으면 그거나 한권주시겠어요?”
“향가집이라굽쇼?”
“예, 한권이면 충분합니다”
이 무당은 신선이다! 아니 도를 깨우쳤을 것이다! 동슥은 확신했다. 이런 무당을 잠시나마 욕한 나쁜 자신을 반성했다. 그리고 혹여나 무당의 마음이 변할까 근처에 놓인 향가집을 쥐어주고는 서둘러 자리를 떳다. 아니, 뜨려했다.
“주인장”
‘역시나! 그냥 가지 않는구만’
“예, 혹시 또 찾으시는 거라도..?”
“그 책, 소중히 다뤄주세요”
“예예, 걱정마십쇼. 가장 잘보이는 곳에 진열해 놓겠습니다요”
“그럼 수고하세요”
“예예, 살펴가십쇼.... 에라이!”
청년이 가자마자 무심코 책을 집어던지려던 동슥의 뇌리에 청년이 마지막에 책을 소중이 하라며 보냈던 눈빛이 떠올랐다. 그리고 무심결에 책을 소중히 품안에 갈무리하곤 진열장 한구석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쪽 구석을 열심히 뒤지던 그는 갈색마대를 꺼내고 내용물을 마구 뿌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뿌리던 그는 아깝다는 표정으로 바닥에 뿌려진 내용물을 쳐다보더니 이내 가게문을 닫고는 어디론가 급히 달려갔다. 동슥의 얼굴표정은 ‘아차 늦었다’라는 낭패감으로 가득했다. 동슥이 사라진 자리에 홀로 남겨진 마대, 겉에는 굵은 글씨로 ‘왕소금’이라 적혀있었다.

<인연_3>
“제길! 역시 그놈의 무당이 문제야! 재수없는 무당”
겉옷을 벗으며 동슥이 소리쳤다. 오늘있었던 맞선은 정말 최악 그 자체였다. 정말 자신만 믿으면 된다는 중매장이의 말을 정말 철썩 믿고있었건만, 자신의 이상형인 엉덩이가 큼직하고 얼굴이 달덩이같은 여자와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었다. 과장을 좀 보태서 장작깨비같은 몸에 팔다리는 가늘어서 힘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보였다. 중매쟁이에게 특별히 잘 부탁한다는 의미에서 웃돈까지 얹어줬건만 이런 여자라니! 장안에서 가장 인기있는 여자였다는데- 순 거짓인 것 같다. 어디 쓸떼가 없는 저런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지 않은가? 한참 꿍시렁거리며 옷을 벗던 동석의 손에 책이 잡혔다.
“뭐야 이건?”
그제서야 아까 무당에게 샀던 비망록인지 비밀록인지 하는 책을 품속에 넣고 꺼내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동석은 다시 화가 치밀었다.
“이딴게 품안에 있으니 재수가 좋을 리가 있나!”
있는 힘껏 책을 치켜든채 던지려던 동슥에 뇌리에 다시 낮에 만났던 무당 비스무래한 청년의 눈빛이 떠올랐다. 이상하게도, 그 눈빛만 생각나면 이 책을 함부로 해선 안될 것 같았다. 다시 슬그머니 책을 내려놓은 동슥은 책을 머릿맡에 놓은채 그대로 누워 잠자리에 들었다.
[이봐]
한참을 자고 있을때였을까, 동슥의 귓가에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왓다. 마치 환청같은 느낌이다. 
[이봐]
마치 한치 앞도 볼수 없는 안개낀 곳을 걷는 것 같다. 모든게 뿌옇게 변해서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는 답답하지만 몽환적인 상태.
[이봐!]
분명히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 눈을 떴지만 여전히 사방은 뿌옇다. 동슥은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지 않는 것은 둘째치고 여기는 대체 어디란 말인가.
[일어났군, 생각보다 더 둔한데]
날보고 하는 소린가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동슥은 여전히 별로 현실감이 없는 이곳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분명히 둔하긴 둔하다. 하긴 평범한 책방주인에 불과하던 이에게 이 상태를 명확히 인식할만한 이지를 갖고 있길 기대하는 건 무리일지도 모른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스스로를 분명히 인식할 만한 인간이 몇이나 될 것이란 말인가. 꿈에서 ‘내가 나이다’라고 분명히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대답은 전무(全無)일 것이다.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하겠군]
동슥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기는 어디란 말인가! 정신이 듬과 동시에 밀려오는 것은 원초적인 공포심이었다. 미지에 것에 대한 인간의 공포(恐怖). 한없이 나약한 존재이기만한 인간, 그중에서도 가장 인간답다고 볼 수 있는 일개 책방주인인 동슥은 공포에 침식당해 혼란을 일으킬것 처럼만 보였다.
[진정해]
순간적으로 마음의 평정이 찾아왔다. 공포가 물러난 자리에 남은 것은 이 상황에 대한 호기심(好奇心)이었다. 그리고 커진 간덩이었다.
“누구냐 넌, 이곳은 어디야! 내가 네놈 뜻대로 될 것 같아! 내가 누군지 알고 감히 이런짓을 하는 거냐?”
[네가 누구이건 간에 그건 아무 상관없지. 여긴 세계의 그림자, 세계의 이면, 거울속의 자신이지. 이렇게 말해봤자 이해는 못할 것 같지만. 쉽게 생각하면 꿈속이다]
‘꿈속이라고- 그럴 리가 없다. 꿈속이라면 이렇게 정신이 똑바를 리가 없..’
[보통의 인간에겐 불가능하지, 하지만 넌 가능하다. 넌 이미 보통의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지]
‘보통 사람이라고 나는, 근데 누가 대답하는 거냐, 아니 그보단 난 말한적도 없..’
[쉽게 생각해라. 꿈속에서 불가능한게 있을 리가 없잖느냐. 그리고 넌 이미 보통 인간이 아니다. 물론 육체와 혼은 보통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수 있는 완벽한 인간이지만, 거기에 수식어가 하나 붙지. 비망록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는]
‘비망록? 그 이상한 무당이 주고간 책?’
[이상한 무당이긴 하군. 이따위 책이나 만들고 이상한 짓이나 하고 있으니, 하지만 인간들 사이에선 꽤나 존경받고 있는 것으로 기억하는데, 해오름문중이라 하면 모든 인간의 우상 아니었나?]
‘해로름문중? 설마 100년도 전에 있던 그 무당? 말도안되! 그 청년이 해오름문중일 리가 없자나!’
[100년? 내가 이곳에 들어온지 보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백년이 흘렀단 말인가? 내 시간인식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문중 이녀석이 염라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썻단 말이군. 뭐 나야 상관없지만. 보름만에 끝나는 일이라니 시시하긴 하군]
‘무슨소리야 그건?’
[그것까진 알필요 없고, 이것한가지만 말해두지. 네가 얻은 비망록(備忘錄)은 진짜다. 말 그대로 잊혀질 준비가 된 기록이지. 하지만 문중은 그것을 원하지 않았어. 그는 인간에게 이 기록이 계속해서 남길 바랬지. 비망록을 읽어라. 쉽진 않을 것이다. 읽고 또 읽어 네 것으로 만들어라. 그리고 전해라 비망록의 내용을. 이 또한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넌 누구야 대체?’
[나는 차차바람비. 도깨비다. 문중의 부탁을 받았지. 그나저나 100년이 넘었다니 문중 이녀석 무슨 생각인거지. 아무튼 난 전했다. 재밌을 줄 알았는데 보름동안 너무 지겨워서 실망이야.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해라.]
‘이봐,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아듣게 설명해야 할 꺼 아니야!’
사방이 밝아졌다. 곧 어둠이 밝음을 매꿔왔다. 동슥은 다시 잠이 들었다.



세계관_2부

비조
  - 상상속의 생명체라 생각될 만큼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존재이다. 일설에 의하면 매우 호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소멸자의 시대에 그들과 싸운 유일한 존재들이었다고 전해진다. 사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멸종지경에 이르렀을테니 그럭저럭 신빙성이 있는 것 같다. 도깨비들은 이들은 ‘높은 곳에서 멀리 보는 자’라고 부르는데 이들의 외향은 뾰족한 날개를 갖고있는 학을 연상하면 된다. 이들은 ‘기적’을 연상케 하는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하는데, 작게는 외형을 바꾸거나 음식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서 크게는 죽은 생명체를 살리는 능력까지 지녔다고 한다. 어쩌다 한번 비조를 목격한 인간들은 북신이 내려왔다고 호들갑을 떨곤 하는데 북신 주작과 비조는 엄연히 다른 존재이다.

곤
- ‘소멸자’에게 멸종당했다 여겨지는 비조 만큼이나 큰 피해를 입은 존재이다. 곤은 인간의 상반신과 물고기의 하반신을 갖고 있었으며, 필요시에는 인간의 하반신을 만들어 육지에도 올라갈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의 목소리는 ‘신의 목소리’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웠다고 하는데, 이 목소리를 들은 자는 원기가 돋고 질병이 치유되며 심신이 안정되었다고 하니 그 아름다움이 어떠했는지는 이제는 상상조차 불가능하다. 처음 이들 평화스러운 종족은 바다 속 가장 깊은 곳에 숨어 모든 구성원의 힘을 모아 결계를 쳐 ‘소멸자’들의 직접적인 공격을 피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신수(四神獸)들이 소멸자를 처리할 때 그 사체에서 흐른 피가 이들 종족이 모여 있던 심해에까지 흘러들어갔다. 모든 사념을 품고있던 소멸자의 피답게 고결한 종족 곤은 이지를 잃어버렸다. 그들의 고귀한 성품은 추악하고 이기적으로 변해버렸고, 성스러운 목소리 또한 잃었다. 이 사실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곤들은 이지를 잃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려, 현재까지 남아있는 곤은 전무하다고 알려져 있다.


[덧신]
오래기다리셨습니다- 환상소설입니다(우우우)
늦었다고 돌던지셔도 할말은 없습니다(우우우)
등장인물 신청 여전히 받습니다-
댓글태클질문환영합니다

*다음글은 언재쯤? 으흐흐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41:55 

 

일병 구진근 
  이런말 하면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그냥 제 생각을 말해 보겠습니다. 
첫부분... 읽기가 싫어지고 지겨운 느낌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방식이에요... 
무슨 바톤 터치하며 얘기하는것도 아니고.. 
어떤 느낌을 받았느냐면... 
문중 : 염라, 솰라솰라... 
문중은 바톤을 염라에게 던졌다. 
염라 : 문중, 솰라솰라... 
이하 반복.... 
이건 좀... 아닌 것 같네요... 2008-12-18
23:17:58
  

 

상병 김무준 
  동슥씨는 인기쟁이. 2008-12-19
01:21:41
  

 

상병 노유승 
  처음을 읽기가 쉽진 않았지만 
처음이 지나니 재미가 있네요.. 
[꿈]이라는 것과 [도사]. 그리고 나올 [비망록] 
어떡게 엮이는지 궁금해집니다. 2008-12-19
06:09:07
  

 

병장 이동석 
  음, 서장 부분이 강-강-강의 패턴이라 너무 쎄달까요? 대화 부분 사이에 서술을 좀 더 늘려서 완급 조절을 한다면, 읽기가 편할것 같아요. 

푸흡. 마구로 동슥, 뭐 이런 구질구질한 인간이 있나 싶은데, 정말 웃겨 죽겠군요. 허허, 다음편이 기대됩니다. (초롱초롱) 2008-12-19
06:13:41
 

 

병장 이동석 
  ...인구가 채 60이 안넘는 현논촌... 
...이름조차도 괄괄한 마을 청년한명이... 

이거 뭔가 시사-적이다. 두둥- 2008-12-19
06:44:28
 

 

일병 이석현 
  진근// 
움- 핑계같지만 서장에선 그걸 의도했습니다. 뭐랄까... 읽기힘들게하기보단 알아듣기 힘들길 원했지만- 에고 모르겠어요(웃음) 

무준// 
무준님도 출연하실렵니까? 껄껄, 출연료는 없답니다 

동슥// 
다음편이 저도 기대됩니다(우우) 2008-12-19
08:49:51
  

 

상병 김무준 
  안해요 2008-12-19
09:45:45
  

 

일병 구진근 
  이하동문(<- 넌 초대 받지도 않았잖아!) 2008-12-19
11:51:23
  

 

병장 이동석 
  이름이나 별명만으로도 하나의 캐릭터-가 만들어지는건 꽤 재밌으면서도 뭔가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 제 이름을 썼을뿐, 저건 제가 아니기에, 재밌습니다. 낄낄. 무단으로 사용하시고, 이건 당신이 아니라 상상의 인물이다-라고 하면, 할말이 없어지려나. 2008-12-19
12:45:39
 

 

병장 양 현 
  나도요.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 중간에 보니까 뭔가ㅡ 이게 뭘까요. 

전 필명을 쓰는 캐릭터로 참가하고 싶어요! 2008-12-19
17:50:17
  

 

일병 이석현 
  양현// 
구체적으로 어떤걸 말씀하시는건지 설명해주세요 (땀) 2008-12-19
22:58:16
  

 

병장 양 현 
  쪽지로 보낼께요! 흐흐흐. 2008-12-20
07:41:05
  

 

일병 이석현 
  으읔 어렵군요(땀) 이런 난해한 요구를... 몰라요! 2008-12-21
21:2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