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가 분할 사용에 대한 경제학적 고찰 
 상병 이기중 05-17 11:35 | HIT : 370 



 시작하기에 앞서, 연가(年暇)라는 단어 자체가 병사의 휴가를 가리키는 말로 적절치 않은 것임을 지적해야겠다. 연가의 사전적 의미는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1년에 일정한 기간을 쉬도록 해 주는 유급 휴가'(한컴사전)이며, 근로기준법상의 연가(연차유급휴가) 또한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보상의 성격으로 이후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도록 주어진 휴가이다. 직업군인의 경우 1년간 21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있고, 미사용연가에 대하여 연가보상비가 주어지는 등 근로기준법상의 연가와 동일한 개념의 연가가 주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병사의 경우 휴가는 1년을 기준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10개월+9개월+8개월 동안 10일+13일+13일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연가보다는 정기휴가가 적절할 것이다.*1 

 어쨌거나 군의 규정에서 병사의 정기휴가에 대하여 연가라는 단어를 쓰고 있으니 여기서도 편의상 그에 따르도록 하겠다.(정기휴가는 길어서 쓰기 불편하기도 하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혹은 군 규정상의 장교 및 부사관이 사용하는 휴가는 사용자에게 해당일 동안 근로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즉 정하여진 근로시간(1일 8시간 이내)의 시간을 자유로 쓸 수 있게 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10일의 연가가 주어진다고 할 때, 10일을 한 번에 쓰건, 5일씩 나누어서 쓰건, 그 근로자(혹은 군인)이 근로의 의무를 면하게 되는 시간은 8시간*10=80시간으로 동일하다.
 그러나 병사의 경우는 약간 다르다. 병사는 소속 부대(서)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것 뿐 아니라 영내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 외에도 행동의 제약을 받는다. 휴가는 이러한 제약을 벗어나 영외로 출타하여 해당 시간을 자유로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근로의 의무의 면제 뿐 아니라 영외 출타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일단위의 계산보다 시간단위의 계산이 적절하다. 그리고 휴가가 첫 날 00시부터 마지막 날 24시까지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병사의 휴가는 분할할수록 시간이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휴가일 08시에 나가서 복귀일 20시에 들어오도록 정해진 부대의 경우, 10일의 휴가를 한 번에 쓴다면 228시간을 영외에서 보내게 되지만, 5일씩 나누어서 쓸 경우 108시간*2=216시간을 영외에서 보내게 되므로 12시간이 줄어든다. 3일, 3일, 4일로 세 번 나누어서 쓴다면 24시간이 줄어든다. 즉 분할할 때마다 12시간씩 줄어드는 것이다.
 만약 휴가, 즉 영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영내에서 지내는 것보다 개인에게 이득이라면, 연가를 최대한 한 번에 몰아서 사용하는 것이 최대한의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게다가 병사의 휴가는 평일과 휴일을 구분하지 않으며, 휴가에는 휴일이 끼지 않아도 상관없으나 간부나 선임병의 눈치를 봐서(그리고 평일에 나가면 놀아줄 사람도 없으니까) 토, 일요일을 끼워 나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부대(서)에서 근무하는 시간에 휴가를 나가는 것이 휴일 생활관에서 딩굴거릴 시간에 휴가를 나가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가정할 경우, 분할 사용시 근로제공의 의무를 덜 면제받게 되는 결과가 나타나므로 이 또한 연가의 분할이 손해로 작용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병사들이 연가를 한 번에 사용하기 보다는 분할하여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한계효용의 개념을 차용해서 이해할 수 있다.
 똑같은 재화를 많이 사용할수록 그 재화의 한 단위가 소비자에게 주는 만족감은 체감한다. 맛있는 음식도 3~4번 먹다보면 처음 먹었을 때보다 만족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휴가도 이와 같다. 부대 정문을 나설 때는 마냥 기분이 좋지만, 휴가가 3~4일을 넘어가다 보면 할 일도 없고, 만날 사람도 떨어지고, 방구석에서 TV를 보거나 PC방에서 와우를 하면서 그닥 만족스럽지 못한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하물며 열흘을 넘어가는 휴가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필자처럼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고 볼 수 있겠으나, 이 경우에도 대체로 첫 날보다 셋째, 넷째 날의 데이트가 만족감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휴가를 분할하는 이유는 이와 같다. 10일간 휴가를 사용할 경우에 6일~10일간의 휴가에서 얻는 만족감에 비해 5일씩 나누어서 사용할 경우 두 번째 휴가의 1일~5일간의 휴가에서 얻는 만족감이 훨씬 크기 때문에 그것이 12시간의 차이를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다. 물론 너무 자주 분할한다면 줄어드는 휴가시간이 한계효용의 차이로 인한 이득보다 커질 것이기 때문에 2일씩 5번 분할하는 극단적인 사례는 선호되지 않는 편이다. 휴가의 마지막 날, 즉 복귀일에는 복귀의 부담으로 인해 만족감이 매우 낮기 때문에 2일의 휴가가 선호되지 않는 점도 있다.


 이상의 논의를 수식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휴가 x일차에 얻는 만족도 = 11-x, 단 마지막 날의 경우 (11-x)/2

10 일간 휴가 사용시 만족도 : 10*2/3+9+8+...+1/2=51+1/6
5 일씩 2회 분할 사용시 만족도 :  (10*2/3+9+8+7+6*1/2)*2=67+1/3
2 일씩 5회 분할 사용시 만족도 : (10*2/3+9*1/2)*5=55+5/6
(08 시 출영을 기준으로 하므로 첫 날에 2/3를 곱한다)*2 

 휴가 자체로부터 얻어지는 만족에 근로를 면제받음으로써 얻어지는 만족, 즉 평일 휴가의 경우를 계산에 포함시키면 다음과 같다.

 근로 x일 면제의 만족도 = x

10 일간 휴가 사용시 만족도(월~수로 계산시 8일 면제) : 59+1/6
5 일씩 2회 분할 사용시 만족도(수~일*2회로 계산시 6일면제) : 73+1/3
2 일씩 5회 분할 사용시 만족도(토~일*5회로 계산시 0일면제) : 55+5/6

 따라서 세 경우를 비교해 볼 때, 5일씩 2회 분할 사용시 만족도가 제일 높다는 결론이 도출된다.*3

 물론 휴가 x일에 얻는 만족도와 근로 x일 면제의 만족도는 개개인마다 다르므로 이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0일간 휴가를 사용시 장거리 여행이 가능하다던가 하는 장점도 있으나 그런 요소는 일단 무시하기로 한다. 본 수식에는 수많은 무시된 요소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수식이 적어도 병사들이 어째서 시간의 손해에도 불구하고 연가를 분할해서 사용하곤 하는지를 적절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뭐, 경제학이란게 원래 그런거니까.

 그러니까, 연가 좀 짤라 쓴다고 뭐라고 안했으면 좋겠다.



*1 물론 이는 필자가 속한 군의 경우이다. 타군은 약간씩 다르겠지만, 아마도 2년이라는 복무기간 중 1년 단위로 휴가를 사용하게 하는 것은 여러모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근기법상 연가의 개념을 그대로 차용하진 않았을 것이라 예상된다.

*2 복귀도 20시이므로 5/6를 곱하는 것이 적절하겠으나, 이미 복귀일의 불만감 때문에 1/2을 곱했으니 거기에 다 포함된다고 보자.

*3 3일+3일+4일의 경우도 계산해봐야겠으나, 힘들다.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병장 김지민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17 16:40)  


 병장 박희진 
... 학교 졸업할때 논문으로 제출을.. 05-17   

 병장 이승일 
 우오오! 저영질기가 재입대한 줄 알았습니다. (충분히 가능함) 
 무슨 특별한 약속이나 기념일 등이 군 생활 중 분산되어 존재한다는 이유를 제외해도, 휴가를 분할해서 나가는 것이 이익이라는 강력한 논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게다가 지나치게 많이 자를 경우 효용 증가율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타당한 것 같습니다. 갖15 를 외칩니다. 05-17 * 

 상병 송지원 
 이 계장님이 연가 좀 짤라 쓴다고 뭐라 하시나 보죠?(웃음)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05-17   

 상병 이기중 
 지원/사무실 간부님이 아니라 부대에서 젤 높은 분이 뭐라 그래요..(이런 얘기 해도 되나?웃음) 근데 어떻게 아셨죠(땀땀) 05-17   

 병장 김지민 
 와아 재밌게 읽었어요. 비록 타군이지만, 

 크크 만족도 계산이라니. 하핫핫 
 가장 좋은건 무조건 많이 나가는거 (...) 05-17   

 병장 이승일 
 지민/ 노노노 영원히 안나가는 것.(제대) 05-17 * 

 병장 이희웅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많이 잘라서 나간 저로서는 동감가는것도 많았고... 
 하긴.. 
 이 모든건100시간뒤면 부질없는 일이 되는걸요.... 05-17   

 병장 김지민 
 승일 / 반칙이야 05-17   

 병장 이승일 
 지민 / 이 모든 것은 4011420 초 뒤면 부질없는 일이 되는걸요... 05-17 * 

 상병 이기중 
 희웅/그 말씀은 아마도 저녁을 드신다는? 
 사바세계에서는 이러한 고민은 모두 부질없는 것이겠지요...너무하십니다.(흑흑) 05-17   

 상병 조진 
 가시로~> 05-17   

 상병 송지원 
 기중/다 아는 방법이 있죠(웃음) 그 쪽 편하다고 소문이 여기까지 났어요! 05-17   

 병장 이희웅 
 아참...가지로를 외쳐야죠..... 
 기중//정기휴가를 댕겨써서 지금도 일을하고 있답니다... 05-17   

 상병 김재영 
 역시 짐작대로 굉장한 위트의 소유자. 
 간간히 보이는 냉소가 매력적입니다. (웃음) 05-17   

 상병 조진 
 복귀일의 불만감때문에 1/2을 곱하는건 개그경제학인데요?하하하하하 05-17   

 상병 이기중 
 조진/들켰다... 05-17   

 병장 진규언 
 필자처럼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고 볼 수 있겠으나, 필자처럼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고 볼 수 있겠으나, 필자처럼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고 볼 수 있겠으나, 필자처럼 여자친구가 있는 사람의 경우는 그나마 낫다고 볼 수 있겠으나, ..................(털썩..) 

 그래도 책가지로 추천합니다.(웃음) 05-17   

 상병 조진 
 규언/여자친..울컥 05-17   

 병장 박요한 
 얼마전에 나갔던 온 저로서는 정말로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1주일 정도 지나니 정말 할일이 없었는데... 앞으로 나갈 후임들에게 이 글을 보여주어야 겠습니다. 05-17   

 일병 이재민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최대효용선을 직선으로 생각하신게 흥미롭네요 
 흔히들 효용선을 곡선(볼록곡선)으로 상정하는 것이 생각나 곡선을 정립해보려 했으나... 
 너무 오래 놀았군요.. 05-30   

 상병 이기중 
 재민/직선으로 한건 계산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원점에 대하여 볼록한 형태의 곡선 정도가 비교적 정확하겠지만, 제 능력으로는 더 이상 힘들어요(웃음) 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