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권이 신장되면서, 여성의 권리에 대한 많은 논의가 붉어지고 있다. 그동안 사회적인 약자에 속했던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 찾기에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권리 찾기 운동은 매우 당연하고 능동적인 재확인의 절차를 거쳤고 여기저기에서 남녀평등에 관한 여러 가지 개선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중 단연 이슈를 불러 모았던 것은 군 가산점제도의 폐지였다. 물론 군 가산점 제도의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 또한 간과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그 정당성을 떠나서 이런 논쟁이 붉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성의 목소리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한껏 반영한 TV 또한, 옛날의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여성상이 아닌 적극적이고 개척적인 새로운 여성들을 속속들이 등장시키고 있다. 비단 한 예로 요즘 한창 인기리에 방영중인 ‘외과의사 봉달희’ 의 봉달희라는 캐릭터만 보아도 그러하다. 그녀의 성공기는 기존 드라마와는 조금 다르다. 그녀는 돈 많은 남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가 되기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아실현을 이루어나간다. 물론 중간 중간 그녀를 도와주는 백마탄 왕자님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방송사들의 시청률 높이기‘를 감안하여 살펴보건데 어쩔 수 없는 그들의 영향은 여태까지의 드라마와는 차별성을 보이고 있고 그 백마 또한 옛날만큼 효과가 좋지 않음이 틀림없다. 

 이런 변화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몰고 왔다. 긍정적인 면이라 하면 그동안 당연시 되어오던 차별을 타파하는 과정이었고, 부정적인 면이라 하면 그 과정 속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였다. 허나 아직 우리나라 여성주의는 그 시작단계에 불과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에만 급급하여 이런 시행착오에 대하여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하는 듯 보인다.. 진지한 자기 성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정당성 또한 힘을 잃고 말 것이므로 나는 이 글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우리나라 여성주의를 조심스럽게 진단해보고 또 혼자서 부족하게나마 고민해 볼까 한다 

대한민국의 여성들은 그 동안 많은 희생을 강요당하였다. 가부장적인 권위의식이 너무나도 뿌리깊게 박혀있는 가족공동체는 어머니라는 아름다운 피해자를 속출해냈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위해 희생해야 하는 사람이었으며(내조를 잘 하는 사람이 좋은 어머니 상인 것만 보아도...), 가족들을 위해 몸 바쳐 헌신해야만 하는 존재였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가정의 평화를 지켜야 한다는 그럴싸한 핑계에 힘입어 자신의 꿈마저 저버리고, 집에서 ‘살림’을 하도록 강요당하였다. 생각해보라! 이 얼마나 가혹한 폭력인지를.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교육을 받던 그 많던 고급인력들은 모두 가정으로 사라져 사회발전의 일환으로 기여되지 못했다. 혹여나 사회로 뛰쳐나온 극히 드문 여성들은 가부장적인 권위의식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였으므로 배타적인 분위기 속에서 많은 고난을 겪었고 그 과정에서 여성은 역시 살림을 해야만 한다는 증명 아닌 증명의 과정이 이루어졌다. 이런 악순환은 어쩔 수 없이 가부장제도를 튼튼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대다수 여성에게 ‘어머니’가 되라는 강요는 아름답게 미화되고 포장되어 그 속에 숨어있는 폭력성은 간과될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여성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등장은 억압을 받고 있던 여성들에게는 너무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여성주의는 자신의 부당함을 뒤집을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삶에 희망의 빛을 던져준 한 떨기 위안 이었다. 자연스럽게 여권신장 운동이 전국적으로 펼쳐졌고 그에 따라 많은 것들이 변화해 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여성주의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차별을 타파하기 위한 또 다른 차별이, 여성주의를 표방한 또 다른 폭력이 가세하기 시작한 것이다. . 

그 변질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에서 대한민국 여성주의의 성찰을 조심스럽게 시작해보자.

 대한민국 여성운동의 주체는 이미 어느 정도의 사회적인 위치를 갖고 있는 여성들이다. 그녀들은 이미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올라가서, 그녀들의 최종적인 목적이라면 더 높은 신분상승을 위해 반드시 깨뜨려야 하는 남성들의 권력이다.(그것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더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그녀들은 대학 총장이 되기 위해, 더 높은 신분상승을 위해 그녀들의 차별을 인식시켜왔다. 정말 보호받아야 할 저 밑 말단, 공장직원으로 일하는 차별받는 여성들의 인권이 정말 그들의 관심의 대상인가 우리들은 TV를 보다가 적잖이 고개를 갸우뚱 하곤 해야했다. 

우리 나라 여성주의 속에는 ‘계급’이란 녀석이 간과되고 있다. 이미 기득권을 보유한 여성들의 목소리는 그 근본을 변화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과거 부르주아를 따라서 목숨 받쳐 희생당한 시들민은 다시 부르주아의 피해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희생은 거기까지면 충분하지 않은가. 우리에겐 정말로 소외된 자들을 위한 진정한 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여성주의의 문제점에 관하여 살펴보자 

대한민국 여성주의는 첫 번째 문제점은 모든 남자를 적으로 돌려놓았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여성주의에 입각하여 보면 남자는 더 이상 여성과 함께 살아가야 할 동료가 아닌듯 보인다. 남자들은 타파해야 할 대상이며 적이다. 예전에 어떤 친구 녀석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 우리학교 학생회장 선거로 총녀 후보가 나왔는데 글쎄 선거공약이 남자와 여자가 공부하는 열람실을 따로 만드는 거란다. 허허 참..” 왜 남자와 여자가 공부하는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만 했을까? 공부라는 목적을 가지고 도서관을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아니 남자들에게 어떠한 불손한 감정이 있다고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해야만 했을까? 같이 있으면 해가되는 방해물처럼 취급되어 버린 상황은 이것 역시 여성주의 파시즘의 차별이다 라는 생각이 들게끔 하기에 충분했다.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여자보다 남자들이 살아가기에 더 유리하게 생겨먹었다. 대부분의 직장에서도 여성들이 당하고 있는 차별은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릴 정도니까. 그렇기에 여성운동은 더더욱 필요하다. 하지만 그 필요성이 잘못 왜곡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 차별보다는 차이를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안이 필요한 것이지 남자와 여자의 편을 구분지어 대립하는 것은 너무도 유치고 편협해 보인다. 

대한민국 여셩주의의 두 번째 문제점은 수많은 여성들의 태도이다. 대한민국의 많은 여성들은 자신들을 남자들과 동일선상에 놓고자 하지만 불리한 순간(?)이면 종종 가부장제도 속으로 숨어버린다. 가령 남자와 여자가 소개팅을 한다고 하자. 소개팅에서 밥값, 차값을 내는 사람은 누구인가? 대부분의 남자들은 에티켓 혹은 매너등의 명목에 힘입어 할 수 없이 지갑을 열어제친다. 혹여나 똑같이 내자고 말하는 남자도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은 이내 쫌팽이취급을 당하기 일수다. 물론 밥값을 내는 사소한 행동을 가지고 그렇게까지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사소한것 역시 현실이고 그 속에 파고든 이데올로기도 결코 무시하면 안되는 것이기에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쫌팽이처럼 굳이 언급하도록 하겠다. (변명을 좀 하자면 나도 그정도 돈을 내는건 전혀 아깝지 않다. 나의 사랑스런 여자들을 위하여 돈을 낼 준비는 언제든지 되어있다. 그러나 다만 나는 여성들의 태도가 아쉬울 뿐이다) 

 여성들도 남성들과 동등한 위치해서 동등한 의무를 다해가며 동등한 권리를 누릴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동등한 권리를 부르짖는 여성들이 동등한 의무를 행하는 일에는 너무도 소극적인 것 같으니 이것은 비단 나만의 생각일까? 

그 대표적인 또 다른 예는 바로 군입대 문제이다. 국방의 의무는 남자들만 이행 해야되는 의무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국민이라면 모두가 해야할 것이 바로 국방의 의무이다. 비단 여성이 전투요원이 되기것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면 대체복무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의무에 맞딱드리게 되면 “여자가 어떻게....”라는 소극적인 말이 입가를 맴도는 경우를 종종 보아왔다. 물론 일부 의식 있는 여성운동가들은 이에 노발대발하며 반기를 들겠지만 실상 대부분의 여성들이 그렇지 아니한가. 아무리 일부 소수가 아니라 한들 다수가 의식있게 행동하지 않으면 개혁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여성주의라는 상당히 껄끄러운 논의가 여기까지 이루어졌으니 이제 남은 것은 상당수의 여성들에게 비난과 질타를 받는일 밖에는 없을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받고있는 차별대우를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의 한명이다. 앞에서 말한 내용에 힘입어 가식적이고 자가당착의 오류에 빠져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대한민국 남자로서 길들여진 나 자신을 모조리 부정할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인권이 하루빨리 신장되기를 바란다. 가부장적 피해의 온상을 지켜보면서 자라오지 않았는가? 우리 어머니들이 바로 그 피해자가 아니었던가? 그렇기에 더더욱 필요성을 느끼고 올바른 여성주의가 우리사회에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페미니즘은 남녀 모두가 똑같이 행복해 지자는 것이지 여성들만을 위한 권리에 모든 것을 집중하자는 것이 결코 아닐것이다. 진정으로 男과 女를 위한 일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