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시선 
 병장 진규언 06-13 10:18 | HIT : 554 



 여성의 시선
- 병장 이승일 '타자의 시선'을 읽고

 이전 사회에서
 남성들은 대단히 조심스럽게 일하였다네
 매 순간, 보이지않는 부분에서
 왜냐하면 여성은 어디든지 보고있기 때문이라네. 

- 룡폘료 

In the elder days of society,
Man wrought with greatest care 
Each minute and unseen part, 
For woman sees everywhere.



 이 안에서 우리는 삶의 깊숙한 곳과 마음 구석 구석을 여성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실제로도 그러하다) 때문에 이러한 영역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얼마 뒤에는 여성들이 본다고 생각하는 새로운 영역들이 생겨날 수 있다. 개인별로 남은 날들이 다 다르지만 '전역'을 함으로써 사회의 여러 활동에 참여하는 등이 그것이다. 절대 다수의 군인들은 '여성의 시선' 을 의식하며 외모를 가꾸고 멋진 옷을 입는다. 그런데 이 시선이란 구체적인 실체라기 보다는 추상적인 어떤 것이다. 이 시선은 길거리의 특정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추상명사로서의 '사람들' 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근사한 직업의 근사함을 인식하는 주체도 구체적인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somewoman' 에 더 가깝다. 군인(예비 사회인)은 자신을 지켜보고 알아주는 여성에게 잘보이고자 노력한다. 

 이 '여성'의 시선은, 완전히 추상적인 형태로 존재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친구들의 시선일 수도,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여성이 실제로 보고있을 때 뿐 아니라 그렇지 않을 때에도 그 시선을 의식한다면, 그것은 이미 추상적인 영역에서의 시선이라고 불러야할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은밀한 장소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선을 스스로 창조해내기도 한다. 스스로를 어떠한 '연애담' 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러한 경우이다. 이러한 사람은 스스로의 삶을 문학작품의 하나로 간주한다. 이 작품의 작가는 자신이 창조해낸 또 다른 자아이다. 길거리 시선을 담뿍 느끼며 자신감으로 차 있는 남성에게 접근하는 여성상 내지는 스타벅스 카페에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시켜 공부하고 있는 와중에 접근하는 여종업원으로부터 시작되는 러브스토리는 이 창조물의 반증이다. 

 현대 군인들은 과거에 '여성의 시선' 을 항상 의식하며 살았다고 한다. 여성에 의해 어떻게 평가받을지가 그들에겐 가장 의미있는 시선이었고, 그 시선의 평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팔뚝을 걷어 붙일 각오가 되어있었다. 일례로 노래방에서 사력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행위나, 업무 시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은 여성의 시선이 전제되어야 그 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 심지어 학생일 경우에도 도서관 옆자리에 아름다운 여성이 자리한다면 세시간이고 네시간이고 자리를 뜨지 않는 현상이 분분하다.(간혹 집중력의 저하라는 역기능도 있지만) 이러한 여성 시선은 현대 사회 뿐 아니라 '군'이라는 소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하지만 극히 일부일 뿐이다.
 재밌는 것은 이와 같은 시선에 대한 의식이 수치스럽거나 바보같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건 <그 시선이 향하는 영역에 있어서는> (예비 남성사회인으로서의)군인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끈다는 점이다. 표피적인 영역으로 향한 여성의 시선은 어찌되었건 그 표피적인 영역은 개선시킨다. 멋진 옷을 입고, 잘나가는 직업을 갖기 위해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자아의 자아에 대한 시선은, 어찌되었건 삶이 고통의 무게에 압사당하는 상황은 막아준다. 심지어 '양심' 이라는 이름으로 도덕적인 면모까지 갖게끔 만든다. 여성의 시선에 대한 의식은 개인으로 하여금 조야한 일상적 존재를 넘어서게 한다. 그 시선은 최초로 '위대한' 이라는 수식어에 의미를 부여하는 차원이다. 

 그런데 이 모든 시선들은 사실 어떤 종류의 '믿음' 으로부터 출현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성이 우리를 '인식하고 있는지' 에 관하여 확신을 가질만한 아무런 결정적 증거도 갖고 있지 않지만, 어쨌건 그렇다고 믿는다. 애인의 시선은 당연히 믿음이므로 말할 필요도 없으며, 뭇 여성의 시선은 나 자신을 타자처럼 간주하는 믿음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오래알던 여성의 시선 역시 나의 전역후에 진행될 평가에 대한 믿음을 통해 존재한다. 

 가장 표피적인 부분에서 가장 위대하고 성스러운 영역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시선의 지배하에서, 그리고 그 시선의 힘을 통해 고양된다. 우리가 의식하는 시선, 그 시선이 우리의 주인이며 우리의 삶은 결국 그 시선을 위해 존재할지도 모른다. 이름없는 여성 대중을 위해, 주위의 여자친구들이나 사랑하는 여성을 위해, (여성적)자아를 위해, (여성과의)역사를 위해, 그리고 여신을 위해. -  그 어떤 여성의 시선으로 인한 지배도 받지 않는 군인의 경우에는 단지 얼마 후 벌어질 수많은 여성들과의 만남(전역)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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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일님의 <타자의 시선>이라는 글을 보다 문득 든 비 생산적 생각입니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니 저라는 인간이 여성의 시선 아닌 시선을 유독 의식하며 살아온 듯 합니다.(그녀들은 결코 아니었겠지만) 매사에 단 1명의 여성이라도 존재하면 행동 양식이 조금이라도 달랐던 스스로를 돌이켜 보니 참 부끄럽습니다. 
 사회에서 (여성들과) 함께 살아간다면 전혀 통용될 수 없는 폭력의 논리를 남성만의 사회에서 몸소 증명해보이는 것이나, 생활관 연등실 사무실 어디에서도 여성의 시선을 느낄 수 없어서 열심히 공부하는 '척'하지도 않는 걸 보아도, 착한척 하지 않고 선한척 하지 않는걸 봐도 참 그렇습니다.

 반면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막상 수업 강의실 옆자리에 여학우가 자리한다면 방망이 치는 가슴을 어떻게 진정시킬 것이며, 중앙 도서관의 앞자리에 (아름다운) 여학우가 앉아있다면 재미없는 전공서적보다야 그쪽으로 눈이 가는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요. 미리 (여성의 시선을 담뿍 느끼고 있다는)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도 해야겠습니다(!).

 참 승일님 글(1891번글)을 무단 표절했는데 마음 상하셨다면 얼른 지우겠습니다. 아직 못 읽은 분이 계시다면 꼭 읽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http://34.3.1.5:3000/bbs/zboard.php?id=nity_book01&page=1&sn1=&divpage=1&category=15&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2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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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장 김지민 
 이 짬 쯤 되면 여성들의 시선이 빗발치는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는건가요. 
 핫핫. 여성의 시선에 관한 이야기. 특히 그 우스울 수만은 없는 효과에 대한 이야기.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는 신입생들 사이에서 잘생긴 오빠로 소문이 났다는데, 이거 영 소문이 헛소문이라 부담스러워서 복학하거든 그들의 시선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낄낄) 06-13   

 상병 이재홍 
' 자아의 자아에 대한 시선은, 어찌되었건 삶이 고통의 무게에 압사당하는 상황은 막아준다. 심지어 '양심' 이라는 이름으로 도덕적인 면모까지 갖게끔 만든다.' 

 그런가요? 저는 오히려 그 시선이 저를 압사시키고 있다고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스스로가 로맨스의 주인공(특히 비극적)이라고 생각하는 건 참 포기하기 어려운 습관이에요 (흑) 06-13   

 상병 김현진 
 재홍 님/ 라캉인가 지젝의 자아에 대한 관점이 아마 그럴 겁니다. 진정한 자신과 만나는 두려움. 뭐 이런 거요. 이를테면 이런 거죠. (아, 일단 제 말은 지젝이나 라캉이랑은 별 관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본 책도 얼마 없고 그나마 읽은 것도 잘 이해가 안돼서...) 

" 내가 나를 연기할 때 두려움은 사라진다. 그리고 연기하는 나는 타인이 바라는 나, 타인이 나라는 존재에게 기대하는 나이다." 06-13   

 병장 진규언 
 지민, 빗발치는 정도까지야 아니더라도 전혀 새로운 시선들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대 전환은 확실합니다. 왠지 지민님 '잘생긴 오빠' 맞는것 같은데요(웃음) 

 재홍, 변명이지만 승일님의 글을 100% 온전히 이해하고 베껴쓴게 아니라서 내용적으로 부실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사람의 성격 차이인것 같아요. 자신의 시선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순기능으로 미화시키느냐, 아니면 '압제자'로서 구속하고 한계짓느냐. 06-13   

 상병 정민수 
 이승일 병장님의 '타자의 시선'을 읽었을 때도, 진규언 병장님의 '여성의 시선'을 읽은 지금도 무의식속에 타인을 의식하던 입대 전 제 자신이 떠오릅니다. 정말 그랬더랬죠... 정말 남들의 시선을 많이 의식했었다죠... 
 사실 입대 전의 제 모습은 진짜 제 모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남들의 시선과 기대에 의해 만들어진 제 모습이었을테니까요.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은,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그로서 제가 아닌 그들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갔었죠. 진짜 제 자신을 죽여가던 한때였습니다. 
 지금 이 안에서도 다른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비록 여성의 시선은 존재하지 않지만요. 
 제 인생의 가치관이 여전히 정립되지 않은 저로서는 언제까지 이렇게 휘둘려 살아야하나라는 고민에서 헤어나올 수가 없군요. 그간 고질병이었던 '착한아이 컴플레스'를 버리고 흔히 말하는 '나쁜남자'가 되어야 제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까요? 

 쓰다보니 넋두리가 되었습니다.(땀땀)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웃음) 06-13   

 일병 임승관 
 여성의 시선뿐만 아니라 타인의 시선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 
 물론 여성이 거의 존재할 수 없는 이 소사회속에서, 여성의 시선이 없기 때문에 달라지는 행동들이 과연 문제가 될런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말 자아실현이나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하루하루 노력하고 살아간다기 보다는 가족, 친구, 혹은 미래의 누군가에게 보여지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떤 사람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행동이 달라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주위의 시선(남성이기 때문에 특히 여성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완전한 성인이거나 사회성이나 생각하는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 생각은 진규언 병장님께서 굳이 그런 걸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김지민 병장님 / 제가 본 김지민 병장님은 충분히 그런 소리를 듣고도 남을만한 분이시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듯 합니다.(웃음) 06-13   

 상병 곽기호 
 시뮬라시옹이 떠오르네요. 
< 이 세상은 실물이 아니라 이미지 속에서 살고 있다.> 인식. 그 속에 주체성과 정체성... 
 흠~ 06-13   

 상병 김현진 
 승일 님의 그 시선은 단순한 시선 이상을 의도한 것 같습니다. 타인의 시선 자체에는 주목 이상의 의미는 없으며, 실제로 남들이 자기를 보고 생각하는 게 직접적으로 자기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추상적인' 주체의 시선입니다. 추상적 주체의 시선은 윤리의 시선, 통속적인 관념의 시선이자 우리의 욕구를 '우리 스스로' 제한하는 기제이기도 하지요.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노상방뇨를 했을 때 낯뜨거움을 느끼는 것은 누가 보고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배워 온 상식적인 윤리관념과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뭐 여기까지-"무엇무엇을 하지 마라"-는 좋습니다. 문제는 그 시선이 우리에게 "무엇무엇을 해라"고 명령할 때입니다. 이 경우 우리는 "개인의 주체성이란 존재하는가"에 대한 심각한 물음을 제기해야만 합니다. (아, 이게 근대 이후 철학의 주요 논제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 06-13   

 병장 허익준 
 헨찡 - 마치 무슨 주사를 부릴지 몰라서 아예 술을 입에 안 대는 저처럼요? 06-13   

 상병 김현진 
 익준/ ...술 안먹는 줄은 몰랐는데요.. 06-13   

 병장 이승일 
 크흑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이상하게 신경쓰인 여자애가 있었는데, 저는 그 애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의미에서는 싫어하는 쪽에 가까움에도 불구하고 그 애한테 잘보이려는 그런 마음이 있었습니다. 뭔가 알 수 없는 파워를 지닌 .. 06-13 * 

 병장 이주형 
 이런 게 책마을 표 개그일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재밌게 읽었어요. 06-14   

 병장 김청하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지민씨 인터넷 책마을에선 병나탱이라고 소문이 쫙 퍼졌던데 .... 06-14   

 병장 진규언 
 승일님, 무단으로 표절했는데 너그러이 봐주시니 다행이어요. 아무래도 여성으로 인한 초인적인 힘은 범인인 이상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나 마찬가지인듯 해요.(전 유독 심해서 문제이긴 하지만서도 끙..) 

 주형님, 주형님 밖에 없습니다. 애초에 따라쟁이 노릇을 해보려고 할때부터 '나름' 개그한건데 알아주는 분이 주형님 밖에 없네요.(웃음) 

 청하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지민님은 끝까지 나탱인가봐요. 06-14   

 병장 배진호 
 어쩐지 살인의 해석 책을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겟지만.. 주인공 여자에가 와거에게 
 싫어요! 라고 외쳤던 단편적인 생각이 나네요.. 06-14   

 상병 김현진 
 근데 병나탱이 뭔가요? 06-15   

 병장 김지민 
 병장 나부랭이 탱탱부럴 
(.....) 06-15   

 상병 김현진 
...... 뭔가 멋지구리한 걸 기대했었는데...... 06-15   

 상병 김요한 
 확실히 여성의 시선때문에 능력이 증대되는건 있는것 같네요. 다행인건 전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것 정도? ... 한때는 게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피끓는 고딩때.) 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