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페도클레스 정리 - 소멸의 시학 
 병장 이승현 01-23 10:04 | HIT : 160 



 이 글은 바슐라르의 불의 시학의 단편들 3장 엠페도클레스의 몇몇 구절을 
 그대로 옮겨온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거기에 저의 짧은 감상을 덧붙여 놓았을 
 뿐이니 독서후기라기보다는 바슐라르에 대한 소개글이라고 하면 좋겠군요. //

" 에트나 화산 위에서의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에 대한 명상은 불의 시학을 격상시킨다.
 이미지는 행위를 능가한다. 그리고 이 초월은 항구적인 시적 행위를 구성한다. 
 불 속에서의 자유로운 죽음의 영웅, 엠페도클레스는 에트나의 분화구에 몸을 던졌다."

 여기 삶과 죽음에 대한 가장 깊은 의문을 소멸시키는 인간 심연의 원형으로부터
 비추어진 가장 본질적인 이미지가 있다. 이미지는 행위의 한계, 시간과 역사의 속박
 으로부터 자유로우며 시로부터 끝없이 재창조된다. 엠페도클레스는 소멸의 시학을
 보여주는 가장 중대한 이미지들 중 하나다.

" 우리가, 존재 속으로 내던져졌다고 말하기를 좋아하는 모든 철학에 대립하여, 
 죽음 안으로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철학자가 있다. 분명, 탄생과 죽음은 두 가지
 모두 순간의 영광이다. 그렇지만 탄생은 외부에서 우리에게 오는 것이다. 
 죽음 속으로 몸을 내던질 때, 엠페도클레스는 처음으로 자유롭다."

 삶으로 죽음을, 죽음으로써 삶을 긍정하는 것. 죽음을 위하여 삶을 살며 
 삶을 위하여 죽는 것.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의 때에 삶과 죽음이 일치되는,
 그리하여 삶과 죽음 모두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 철학자는 한 인간의 초라한 삶의 불행에 떠밀려 에트나로 가는 것이 아니라
 화산의 부름을 받아 에트나로 뛰어드는 것이다. 화산은 단순히 희생자를, 
 누구든 상관없이 한 사람의 희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화산은 엠페도클레스를
 원한다."

 엠페도클레스는 화산에 몸을 던짐으로써 자신의 고유한 무, 자신의 소멸점인
 에트나와 스스로 결합한다. 엠페도클레스 시학은 운명을 꺾어버리는 비극이 아닌
 인간의지의 도약이며 폭발이다.

" 엠페도클레스의 운명, 그것은 단절-운명이며, 평범한 삶의 흐름에 역행하는 운명
 이다. 엠페도클레스의 죽음은 존재가 경험한, 체험했다고 믿는 모든 것에서 
 벗어나는 극한점이다. 불은 거기에 있다. 
 삶은 평범한 불꽃 안에서 소멸되므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불길 속에서 소멸되는 것, 불 속에서 자신의 고유한 무를 찾는 것."

 태워없애는 불의 속성, 소멸에 대한 가장 고통스럽고 근원적인 이미지는 바로
 불이다. 동시에 타오르는 불은 에너지이며 삶 그 자체이다. 존재와 소멸이
 공존하는 곳, 그것이 불이다. 바슐라르는 다음과 같은 괴테와 니체의 글을
 인용하면서 불과 삶의 비밀스러운 일치를 말하고 있다.

" 나는 불길 속에서 죽음을 갈망하는 살아 있는 자를 찬양하고 싶다."

" 다 태워버리는 불, 이것이 나의 삶이다. 그리고 그 제물의 성스러운 연기는
 희생자보다 더 오래 살 것이다. 저 멀리 바다 위로 그의 향기로운 구름이
 날아갈 것이다."

 나 자신을 끊임없는 불로 떠올리면서 내가 소멸되어야 할 곳, 나 자신의 
 궁극의 무를 찾는다. 삶과 죽음에 대한 소모적인 회의를 불식시키는 단 하나의
 이미지 속에서 삶은 죽음을 통해 영원을 획득한다. 나의 에트나는 무엇인가?
 당신의 에트나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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