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개] 촌장입니다  
병장 김준호   2008-07-21 13:56:13, 조회: 386, 추천:8 

말의 의미

나는 왜 너에게 말을 하는가.

답을 찾기 위해서 행해지는 일반적인 질문과는 다르게 위의 질문을 하는 순간 나는 그 답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삶의 이유를 묻는 순간 그 답을 찾지 못할 거라는 ‘니나’의 말처럼 이미 존재하는 ‘무엇’의 의미를 묻는 행위는 ‘무엇’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닌 그 ‘무엇’을 부정하는 것이리라.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한동안 슬럼프를 겪었다. 무언가를 말하려 했으나 아무 것도 말하지 못하고 답답함만이 표출되고 있을 때, 그냥 슬럼프일 거라는 얘기를 들었다. 운동선수들은 한 해에도 몇 번씩 겪는, 누구나 다 거치는 그런 슬럼프. 허나 남들이 겪는 것과는 다른 나만의 고유한, 오로지 나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일 거라는 생각에 왜 말을 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했다. 남은 건 공허한 농담과 냉소적인 비웃음, 엇나가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다시 묻는다. 나는 왜 당신들에게 말을 하는가.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생각을 멈추고 책을 읽지 않는 방법을 택했던 내가 ‘책마을’의 촌장으로서 하려는 말은 무엇인가. 이곳에서 이뤄져야 하는, 이뤄질 수 있는 소통이란 무엇인가. 



저는 다시 ‘말하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말의 의미를 찾는 질문도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몇 번이나 좌절하고 중지했던 행위지만 답을 찾을 수 없는 질문을 계속 시도하는 지난한 과정 그 자체가 갖는 의미에 주목하려 합니다. 나의 고민이 너의 고민과 맞닿을 때 관계가 시작되는 거라면, 그 관계의 믿음은 서로의 고민과 이야기를 받아 안는 것과 연결될 것입니다. 저와 책마을 주민 분들과의 관계가 말과 글을 통해 시작됐다면, 서로의 말과 글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은 관계맺음의 예의가 될 것입니다. 서로에게 말하고 그 말을 책임지는 것. 저는 여기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12-10 18:18)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27:49 

 

병장 이재민 
  새로운 촌장님이신가요? 축하드립니다 2008-07-21
14:00:25
  

 

일병 이동열 
  아앗, 새로운 촌장님이시군요! 

앞으로도 많은 소통이 이루어졌으면 합니다(꾸벅) 2008-07-21
14:02:38
  

 

병장 오창윤 
  책임을 가지고 책마을을 잘 이끌어 나가주실거라고 믿습니다 2008-07-21
14:21:06
  

 

상병 정찬훈 
  반갑습니다 (꾸벅). 좋은 시작을 알리는 좋은 글인 듯 하네요. 2008-07-21
14:23:46
  

 

일병 김상윤 
  책마을을 부탁드립니다 - 수많은 주민들중 하나로서요. 2008-07-21
15:46:51
  

 

병장 이동석 
  큭. 이거 읽어보고 올릴껄. 크크. 
날도 좋은게 
어쩐지 장밋빛 미래가 펼쳐질듯하군요? (쿠르릉) 
벼락은 좀 쳐도 하하. (지지직) 2008-07-21
15:47:53
 

 

병장 허기민 
  축하드립니다.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2008-07-21
16:09:07
  

 

병장 장윤호 
  촌장님, 멋있습니다- 2008-07-22
08:17:26
  

 

상병 홍석기 
  멋있는 글입네요. 

오랜 슬럼프를 탈출하고 전성기를 맞이하는 선수들이 있듯이, 

책마을의 '소통의 장' 으로서의 부흥을 이끌어 주시리라 믿습니다. 2008-07-22
11:31:57
  

 

병장 오영석 
  말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 와닿습니다. 

촌장님 잘부탁 드립니다(꾸벅) 2008-07-23
00:16:40
  

 

병장 정영목 
  May the force be with you. 2008-07-23
07:28:32
  

 

상병 나세웅 
  결국 촌장님이 되셨구만. 
슬럼프 얘길 하는 건 글을 선보이지도 않고 촌장이 된 것에 대한 민망함인가 때문인가? 하하. 여튼 원하던 거니까 축하해요ㅡ 


근데 왜 전 촌장님을 총장님으로 쓰고 있을까요(땀) 2008-07-23
17: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