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개] 시간을 달리다  
병장 강수식   2008-12-08 16:27:58, 조회: 278, 추천:2 

1.


오늘도 나는 문을 닫는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도록, 아무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도록, 더 이상 비참해지지 않도록-
모든 것을 손에 놓아버림으로써 어떠한 것에도 부딪히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사람을 찾지 않으면, 내가 소통의 문을 닫아버리면, 내가 나를 닫아버리면..

그래, 세상이라는게 이렇게 외롭지는 않을꺼야, 라는 생각으로.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외롭다.
저녁을 먹고 내려오는 조그만 언덕길 너머,
잎사귀들이 떨어져내린 자작나무의 쓸쓸한 실루엣을 바라볼 때 마다,
아직은 온기가 다 가시지 않은, 철새들이 떠난 둥지들을 바라볼 때 마다
생각없이 내리는 첫눈이 채 지우지 못한 몇 개의 전화번호 들을 떠오르게 만들 때 마다-
세상의 외로운 모든 것들이 나인 것만 같다.

그리하여 늦은 밤 까지- 잠들지 못하다가 담배 한 개비를 꺼내들고 흡연장을 찾았을 때
어둑한 외등으로 유리창에 비추어진 허여멀건한 내 얼굴을 바라보면 물기어린 외로움이
후드득, 손등으로 떨어진다.





2.


삶이란 외로움과의 치열한 싸움이다.

스물 세 해를 써온 나의 삶이 그러하다. 그렇게 내 몸을 휘어감은 외로움과 싸워왔던 동안
나는 수없이 좌절하고, 난파하고, 무릎꿇고, 울어야 했고, 뒹굴어야만 했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삶이 두렵다.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의 무게가 끔찍하게도 견디기 힘들다. 

싸워야하고 이겨내야하고 꺾어지는 무릎에 힘을 주어가며 외로움과 싸워야만 할 내 앞의 남은 고난의 시간들이 나는, 무섭고, 두렵고, 힘들다.

그러나, 나는 알고있다.

매미가 여름 내내 울기 위해서는 몇년이라는 시간을 땅 속에서 치열하게 싸워 이겨내야 하고,
복숭아가 달큰하고 매혹적인 향기와 아삭하고 부드러운 속살을 얻기 위해서는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이겨내야하고,
별 빛이 찬란하게 빛나기 위해서는 무한암흑의 우주와 싸우며, 그 두꺼운 장막을 이겨내고 지구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을.

무엇보다도 내가, 나라는 사람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 지독한 외로움앞에 무릎꿇고 앉아 피하지 않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을.

나의 글은 인간 강수식이 그렇게 치열한 외로움과의 싸우는 동안 적어낸 기록이었으면 좋겠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겪었던 그 모든 외로움과 아픔과 좌절과 실패의 쓰디쓴 눈물방울이 증류되어 잘 빚어진  한 병의 톡 쏘는 브랜디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행여나 나처럼 외로움과 처절하게 싸워가는 사람이 있다면, 좌절하고 실패해 땅바닥에 뒹구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잘 빚어진 내 글 한편으로 초대하고 싶다. 

아직은 미숙한 문장, 난잡하고 산만한 이야기일 뿐인 초라한 글이지만, 외로워하는 그와 함께 내 글로 건배를 하고 싶다.




알로하! 삶이란 원래 외롭고, 외로움과 싸워야하고- 덕분에 뒹굴어야 하고, 넘어져야 하고, 그래서 아프지만. 늘도 이를 악물고 외로움과 싸우는 당신을 향해, 그리고 미숙하지만 외로움과 싸워가며 글을 빚어가는 나를 향해서도-

우리가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알로하!





그리하여- 좀 더 농익은 향기를 뿜어내며 당신을 나에게로 초대할 글을 쓰기 위해, 나는 오늘도 주저없이 외로움발, 그리움이란 기차의 차표를 끊어 시간을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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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1.
근 2주 동안 혼수상태였습니다. 책마을이 없는 저는 앙꼬없는 찐빵 같았어요.


덧 2.
얼개를 12월 1일날 올리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접속이 되지를 않아서..
일찍 올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울음)


덧3.
무엇보다도- 책마을의 메인화면이 이렇게 다시 켜진것에 대해서 한 없는 고마움과 안도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공간, 또 여러분들이 있는 이 공간의
소중함을 며칠동안 아주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쟁쟁하신 분들과 함께 필진이 되었다는 것도 가문의 영광이구요. 필진? 내가 할 수 있을까? 라면서 많이 고민했지만, 책마을이 없는 동안 깨달았습니다. 이곳이 없으면 궁에서의 제 삶이 물기가 빠져서 서걱거린다는걸요. 그리고 필진으로서 이곳에 글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이 있다는 것, 좋은 글들을 올려주시는 다른 많은 분들이 있다는 것, 지금밖에 할 수 없는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 소중합니다.

부족한 글일지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웃음)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12-10 18:18)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30:59 

 

병장 이충권 
  시간을 달리는 소년이 되고싶군요.(훌쩍) 2008-12-08
16:35:50
  

 

병장 정병훈 
  아하하하 일단 덧글만 읽었지만, 다시 보게 되어 즐겁군요. 2008-12-08
16:39:01
  

 

병장 정병훈 
  개인적으로 수식님의 글은 일전에 가지로 간 글만 접했습니다. 
다들 '가지로'를 외치는게, 대단하다 생각하고 있었지요. 수식님의 의도가 그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수식님의 글에 초대를 받았고 그 느낌은 가히 '왕짱.'정도 되겠습니다. 몇편 더 보고싶어졌거든요. '킹왕짱'을 외칠수 있게 좋은글 많이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외로움과 처절하게 싸워가는 사람이 있다면, 절하고 실패해 땅바닥에 뒹구는 사람이 있다면- 그를 잘 빚어진 내 글 한편으로 초대하고 싶다. ] 2008-12-08
17:50:03
  

 

병장 이동석 
  아아, 책마을이 없는 저는 붕어없는 붕어빵-이었습니다? 

헬로 헬로 헬로- 
브라더 브라더 브라더- 2008-12-08
19:18:20
 

 

병장 김민규 
  저는 새우없는 새우잡이배에 탄 새우깡 봉지 정도랄까요. 브라보 
음흣흣흣, 마치 칫솔없는 며칠동안 입안에 돌아다니는 플라그와 잡동사니 이끼들 사이에서 괴로워하던 우리들 모습을 재확인하고 있군요. 

그래서 제의합니다. 건배! 2008-12-09
00:12:11
  

 

병장 강수식 
  충권//저는 오늘도 시간을 달린답니다(웃음) 

병훈//예,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웃음) 앞으로도 자주 초대에 응해주세요. 뭐, 물론 그러기 위해선 제가 좋은 글을 더 써야 할테지만요(울음) 

동석//원래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지 않습니까(웃음) 반갑습니다. 브로! 

민규//역시 다들 비슷했군요. 흐윽. 책마을이 빠진 궁생활이라니.. 싫어요(울음) 예, 어찌되었건, 건배입니다! 2008-12-09
08:44:06
  

 

병장 고은호 
  가지로- 입니다. 

어두운 밤일 수록 별은 더 빛나고, 
가장 깊은 어둠 끝에 여명은 밝아온다고 하지요. 

다만 바라는 것은 수식 님의 말처럼 
절망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이 지독한 외로움 앞에 무릎꿇고 앉아 피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러기 위한 용기를 위해. 
우리 모두 알로하! 2008-12-09
09:32:43
  

 

상병 김용준 
  재밌게 즐기고 갑니다. 후후. 
책마을. 알로하! 
주민들. 알로하! 
우리 모두 . 알로하! 2008-12-09
10:56:48
  

 

상병 이동열 
  흐흐 다시 한번 반갑습니다 

처음 뵐때부터 예사롭지 않으셨어요(웃음) 2008-12-12
11:0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