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개] 새롭게 인사합니다.
상병 김예찬 2009-01-22 12:57:47, 조회: 142, 추천:0
얼개를 쓰기 위해 이런저런 글들을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하 수상하니 마음이 어지럽군요. 짧게 가겠습니다.
저는 어제 5년 넘게 운영해온 블로그를 닫았습니다. 근 2년 간은 거의 날림으로 운영해왔고, 그리 볼 만한 컨텐츠도 많지 않은 곳이었지만 그래도 한때 애정을 가지고 글을 썼던 공간입니다. 블로그를 쓰면서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다른 블로그들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지금의 저를 만든 것은 8할이 블로그다, 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처럼 사적으로 중요한 공간이었던 블로그를 닫게 된 것은 지금의 제가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모두 그러하듯이 저 역시 현재 신분의 문제로 이제까지처럼 블로그에 자유로운 자기 생각을 올릴 수 없는 처지입니다. 얼마 전 제가 사용하던 블로그 서비스에 한 말년 병장이 '궁'이라는 공간에 대해 투덜거린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 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댓글로 공감하기도, 비판하기도 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글쓴이에게 우려를 표했습니다. 아무리 말년이지만, 위험하지 않겠느냐는 거죠. 지금 그 블로그가 어찌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 순간 저 역시 무언가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아, 지금 나도 궁인이구나. 어찌되었든 나는 표현의 자유가 박탈된 사람이구나. 하긴 궁인만 그럴 것이 아니라 최근의 웃기지도 않는 사건들을 보면 일반 시민들의 상황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적어도 어느 정도의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 상의 블로그가 그러할진대 인트라넷에 글을 쓰는 지금의 우리는 얼마나 제한된 테두리 안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까? 온전한 제 생각을 드러낼 수 없이 글을 쓰는 우리는 반쪽짜리도 못되는 글쟁이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글로 우리가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을까요?
최근 책마을에 올라온 몇몇 글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을 차마 직설적으로 쏟아내지 못하고 에둘러 쓰여진 글들의 맥락이 제대로 읽혀지지 않는 경우도 있죠.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소통의 어려움 속에서도 '소통에 대한 의지'가 엿보이는 글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으로 보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과 관심사를 가진 불특정 다수의 집합체에서도 우리의 글은 어느 지점에선가 서로 만나고 있습니다. 비록 그것이 아직 모호하고 추상적인 것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저는 이러한 만남이 언젠가 실체를 가지고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을 믿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세상에서 우리의 소통이 의미를 가지길 원하는, 김예찬이라고 합니다. 당신이 훗날 스스로를 한 권의 책으로 반추할 때, 젊은 날의 한 챕터에 '책마을'이라는 페이지가 쓰여질 수 있기를 빌며.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42:45
병장 김민규
그 전과는 또다른 새로운 느낌이예요. 반갑습니다.
예찬님의 담백한 솔직함이 든든하게 다가옵니다. 답답하고 먹먹한 한계를 안고 이야기해가지만, 그만큼 더 단어로 적지 못한 감추어진 사연들에 귀를 기울여 보렵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는 못하나, 아버지인 것만은 알고 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나 혼쾌히 수락해 주셔서요. 2009-01-22
13:09:01
상병 이지훈
다시, 반갑습니다 2009-01-22
13:12:16
일병 송기화
반갑습니다. 저는 송기화라고 합니다. 우리의 책마을 페이지가 즐거울 수 있도록. 2009-01-22
13:23:03
병장 이동석
역시, 김예찬급 김예찬-
예찬님이 꾸려나갈 책마을이 기대됩니다만, 전 이만 집으로... (이게 아니잖아)
군더더기 없는 예찬님의 글처럼, 책마을이 정갈한 소통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언제고 제 약력에 책마을을 새겨넣을것을 기대하며- 2009-01-22
13:27:03
상병 이동열
예찬님 글을 보니 정갈한 한정식을 보는듯한 느낌이 드는것은 왜인지요?
예찬님이 이렇게 마련해주신 밥상에 저는 하나의 찬(饌)이 되려합니다-
구첩반상이 부럽지 않은 다양한 책마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웃음) 2009-01-22
13:39:50
상병 김형태
알러뷰 베이베입니다. 2009-01-22
13:42:26
상병 이석재
끼약, 기대중입니다. 2009-01-22
15:10:42
병장 고은호
아아. 반갑습니다. 저는 고은호라고 합니다.
정말 환영합니다.
소통의 기본은 내 안에 조금이나마 '나'를 비우고 '너'를 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더군요. 제 안에 예찬님을 조금이라도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웃음) 2009-01-22
16:05:40
병장 이우중
우리 사이에 어떤 사소한 것이라도 접점이 있다면 그 교집합들 때문에 외부 요인 이외의 것으로 이 커뮤니티가 빛을 잃어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보이는 것 같긴 합니다만 그것 역시 접점을 찾을 수 있겠죠. 2009-01-22
17:30:40
상병 정근영
우오옷
보석같이 빛나는 마지막 문장이 이 글을 밝혀주는군요.
잘 부탁드립니다, 예찬씨 2009-01-23
19:15:48
병장 정병훈
마지막 문장은 저도 감동 받은 문장입니다. 낄낄낄-
함께 할 수 없어 아쉽군요. 흐흐흐- 2009-01-23
20:01:22
병장 김동욱
"쉽게 이야기 할 수 없는" 곳이기에 그 과정을 거쳐서 나온 한 두마디의 말들이 그리고 거기에 배인 "소통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습니다.
반갑습니다. 저 역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2009-01-24
02:14:57
상병 김용준
예찬씨 너무나도 반갑습니다. 늦게 인사한다고 구박하지는 말아요. 후후.
하고 싶은 말을 에둘러 쓰고 그 글들의 맥락이 제대로 읽혀지지 않는 경우가 가장 슬프긴 합니다. 하지만 그나름대로의 '맛'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해봅니다. 저는 그 '맛'이라도 맛보고 즐기길 바랍니다. 하하하. 2009-01-25
04:3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