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개]면역력  
일병 송기화  [Homepage]  2008-11-28 16:16:10, 조회: 334, 추천:3 

처음 책마을을 발견했을 때 나의 기분은 인도에 도착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신대륙을 발견해버린 콜럼버스의 그것과 비슷할 것이다. 컴퓨터에 즐겨찾기 되어있던 책마을이라는 주소를 클릭하며 책에 대한 소개와 한줄평이 나와있는 곳을 기대하던 나에게 로딩이 끝난 후 눈앞에 펼쳐진 페이지는 신대륙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커뮤니티가 존재할 수 있다니! 거슬리는 이모티콘도 없고, 큭인지, 킥인지, 캭인지, 크인지 알 수 없는 초성체도 없는 곳이 이 시대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리고 이곳에 업로드되는 글들은 나를 압도했다. 자신의 시점으로 책을 재해석하는 독서후기도 하나하나 놀라웠고, 자신의 방대한 생각과 의견을 깔끔하게 정리하여 척척 내놓는 내글내생각들도 대단했다. 우와, 이런 글들을 읽을 수 있다니 나는 행운아구나.

인간의 욕심이란 끝이 없다는 말이 맞았다. 눈팅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하던 꼬꼬마가 조심스레 회원가입을 하고 가입인사를 남겼다. 하지만 꼬꼬마가 가진 용기는 그것이 전부였다. 내가 글을 쓰는 것은 F-1레이스에 세발자전거를 끌고 출전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라고 여겨졌다.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칫하다가는 대형사고로 이어져서 레이스 전체가 망가지는, 나의 시덥잖은 글 때문에 예술적이던 책마을에 오점이 남을 것만 같은, 내가 글을 쓰지 않는것이야 말로 책마을을 위하는 길이라는 그야말로 시덥잖은 걱정이었다.

구경만 하고 다녀서 아무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래뵈도 책마을 주민 7개월차다. 그동안 많은 글들을 읽으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우리 책마을 주민 여러분들은 F-1레이싱카를 씽씽 달리면서도 세발자전거를 위해 여유롭게 길을 내어줄 수 있는 베스트 레이서들이다. 고작 나의 글 하나에 바나나 밟듯이 미끄러지는 일은 절대로 없다. 믿음이 생기자 책마을에 참가하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잘난 글들과 어깨라도 한 번 나란히 해보고 싶었다.

부모님의 지극정성 애정을 받으며 흙 한 번 밟아보지 않고 곱디 곱게 자란 아이보다 여기저기 구르면서 가끔 땅에 떨어진 과자를 줏어먹어 본 아이가 튼튼하단다. 면역력이 그렇게 차이가 난단다. 그 흔한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잘 뛰어논단다. 나는 오늘도 책마을을 위해서 이야기를 하나 뱉어놓는다. 나의 불량식품같은 이야기 하나에 배탈이 나서 배를 움켜쥐고 데굴 데굴 구를 책마을이 아니다. 내 시덥잖은 이야기 하나가 책마을은 면역력을 키워 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할 수 있는 별 것 아닌 일 하나가 내가 사랑하는 책마을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오늘도 책마을에 이야기를 하나 떨어트린다.
산해진미가 듬뿍 담긴 최상급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의 애정을 듬뿍 담은 불량식품이다.



덧. 꺅소리 나는 얼개들 올라오기 전에 얼른 쓰고 도망가렵니다. 후다닥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12-10 18:18)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28:40 

 

병장 이동석 
  먼저 올리시는 기화님이 챔피언입니다. 허허. 
어쩜 얼개도 기화스럽군요. 흐흐흐- 

책마을에 오신지 7개월이나 되셨다면 저보다도 빨리 오셨네요. 
기화님의 글을 보면서 언제나 무릎을 치는 저로서는 기화님이 악심고 던진 공이 궁금하답니다. 마구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2008-11-28
16:21:03
 

 

병장 정병훈 
  앗 첫 얼개라니. 크하하 보기도 전에 일단 댓글 달고 봅니다. 흐흐흐 2008-11-28
16:23:38
  

 

상병 이석현 
  저는 F-1레이스 차량들 사이를 쌩쌩이 타고 달린답니다.. 흐흐 2008-11-28
16:33:26
  

 

일병 조영준 
  솔직히 전 기화님 글 읽고 있으면 

경쟁심이 부글부글 타오르지만... 

그 경쟁심을 승화시킬 키보드가 너무 작은 것 같아요// 

어디 51인치 벽걸이 티비 같은 키보드 없을까요 ..? (울음) 2008-11-28
16:42:09
  

 

일병 송기화 
  동석님/ 원래 자신없을 때는 선빵이!(웃음) 
병훈님/ 예, 제가 선수쳤습니다. 속이 다 후련하네요. 히히. 
석현님/ 어디, 저와 함께 현란한 드리프트라도?? 
영준님/ 과찬이십니다. 황송할 뿐이에요. 갑사합니다. 2008-11-28
16:50:56
  

 

병장 고동기 
  얼개, 너무 좋네요. 작성자를 안봐도 기화님의 글이라는 게 충분히 느껴집니다. 2008-11-28
16:51:35
  

 

상병 이준혁 
  '낄낄'소리한번 내보렵니다 .(웃음) 

개발도상국의 질낮은 식품은 제조과정을 추측할 수 없는 화학조미료와 몸에 안좋은 공업용 성분들로 가득차있죠. 훗날에 어떤 병이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성장의 밑거름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물론 기화님 글이 저렇다는게 아닙니다. '낄낄' 
기화님 말씀으로는 불량식품으로 굽혀 들어가시지만, 
저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유혹할 수 있는 생김새와 몸에 오히려 좋은 비타민이나 DHA등을 첨가한 건강한 글이라 생각이 드네요.(웃음) 2008-11-28
16:51:43
  

 

일병 송기화 
  동기님/ 칭찬 감사합니다. 예, 제가 뭐 어디 가겠어요?(웃음) 
준혁님/ 그 노마 어쩌구 이런것 같은건가요?(웃음) 전 그런데 불량식품이 더 좋아요. 싸잖아요. 히힛. 2008-11-28
17:33:43
  

 

병장 정병훈 
  동기님의 말씀따라, 정말 기화님은 엄청난 무기를 가지고 있는듯 합니다. 흐흐 2008-11-28
17:53:50
  

 

상병 강수식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쭈욱- 많이 뵈었으면 좋겠네요.(웃음) 

이런 분위기 있는 글- 
어떤 사람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글을 
저도 쓰고 싶은데 말이죠(휴우) 2008-11-29
00:37:23
  

 

병장 김동욱 
  제 어린시절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때깔 좋은- 큰 가게에서 파는 과자들이 아니라 문방구 앞을 수놓던 100원짜리 불량식품들입니다. 

그게 더 맛있고, 인간적이었어요. 

기대할게요! 2008-11-30
01:10:22
  

 

병장 홍석기 
  F-1 레이스에 세발자전거. 그리고 불량식품이라. 왠지 책마을스런 비유로군요. 
기화님의 글, 기대할게요! 

p.s: 저는 아폴로가 맛있더군요. 2008-11-30
13:27:53
  

 

병장 김선익 
  이러면 안되는데 
센스있는 기화님이 내 후임이었으면 좋겠어요 
같이 있고싶거든요 
음흉하게 생각하진 마세요(웃음) 2008-12-01
00:11:43
  

 

일병 송기화 
  병훈님/ 그저 거기서 거기인 것 뿐입니다(부끄럼) 
수식님/ 전 앞으로도 쭈욱- 많이 여기 있을거에요(웃음) 
동욱님/ 저도 그랬는데 이거 원, 스펀지 보고 나니까 불량식품 이거 안되겠던데요(음?) 
석기님/ 저는 잡어로 만든 쥐포요! 구워먹는거. 
선익님/ 음흉하게는 생각하지 않지만 살짝 두렵네요(웃음) 2008-12-01
07:43:10
  

 

병장 김태준 
  저도 선익님과 같은 생각이네요(웃음) 

으흐흐흐 2008-12-09
09:27: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