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소통 
 병장 김지민 04-24 14:15 | HIT : 160 






 초등학교 때, 아니 혹은 국민학교 때를 기억하는가. 땍땍거리며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이던 (척 하며 조낸 떠들던) 그 때, 우리는 사회시간이던가 아니면 국어시간이던가, '말'은 서로 사람들끼리 서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생겨났다고 배웠다. 소설을 쓰기 위해서도 아니거니와, 시를 쓰기 위해서 역시 아니고, 노랫말을 지어내기 위해서도 아니며, 말장난을 치기 위해서도 아니고, 혹은 민족의 정체성을 고수하기 위해서도 아닐 뿐더러 역사를 위해서도 아니고, 의사소통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기 위해 생겨 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동물들이 단순하게 우꺄꺄 거리는 것을 좀 더 복잡하게, 그리고 구체화 시켰을 뿐이다. 우리의 언어라는 것은.

 나머지의 목적은 다 부수적인 목적이다. 그리고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러한 많은 목적들은 '병렬'적인 구조로 존재하지 않고 '직렬'적으로 존재한다. 다른 모든 목적들은 '의사소통을 위해서' 라는 거대한 목적 앞에 줄지어 연병장 세 바퀴로 앉아번호 한다는 이야기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의사소통'이라는 말에 앞서 이야기 했던 구체적 목적들이 포함된다는 이야기다. 
 해서,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렇게 새삼스러운 이야기를 하는 까닭은 다름이 아니라, 언어에게서 우리 인간이 바라는 '효과'가 무엇인지를 재확인 하고, 이를 통해 어떤 효과가 가장 극명하게 우리 인간사회에서 언어를 통해 이루어지는지 강조를 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에 웬만한 사람이면 다 보았다는 러브 액츄얼리 이야기를 한 번 보태보자.

 러브 액츄얼리를 좀 감명깊게 봤다 하는 사람이라면, 그 많은 에피소드 와중에서도 제이미와 오렐리아 에피소드를 기억할 것이다. 미국 스릴러 소설가 제이미와 포루투갈 처녀 오렐리아의 사랑 이야기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러브 액츄얼리에서 가장 플롯적으로 성공했으며 또한 가슴 훈훈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재미있게도 이와 같은 소재는 이런 저런 다른 플롯에서도 마찬가지로 흔하게 다루어져 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싹트는 미묘한 사랑. 그리고 서로의 언어를 알아가면서 느끼는 호감의 증대, 그리고 사랑의 성취. 간단하지만서도, 사람들로 하여금 '꺄,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게 하는 재미난 플롯이다. 왜냐하면, 연애에서 가장 흥미진진하다는 '오해'와 '해소'가 이 언어라는 장치 하나로서 다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일테면 이 제이미와 오렐리아의 에피소드에서 '언어'는 서로를 이해해 가는 과정의 집약으로서 상징되고 있다. 동시에 이런 '이해'는 '사랑'을 의미하기도 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은 서로의 다른 언어로 딴 소리를 해 댄다. 그리고 나중에 호수에 빠지는 사건을 겪고 나서는 서로의 다른 언어로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나서 결말에 가면, 상대방의 언어를 배워 그 언어로서 소통하는 두 사람을 볼 수가 있다.
 이 이야기의 사랑 방정식이 다른 이야기보다도 훨씬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해 가려는 과정이 '언어소통'문제에 집약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우리 귀에 직접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어가 소통된다는 것은, 비단 '말이 통한다'를 뜻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생각이 통한다'로 연결하게끔 해 주며, '이해하려는 노력'으로서의 과정이자, '세계가 겹쳐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언어는 이런 점에서, 세계와 세계가 충돌하는 접점에 놓인 관문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우리가 언어를 쓰는 데에는 갖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가장 중대한 목표는 '소통'이며,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의 교류'가 이루어져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 단, 여기서의 언어는, 단순한 음성언어나 표기 언어뿐만 아니라, 제스쳐, 스킨쉽을 포함하는 포괄적 의미이다.





 상병 조진 
 연병장 앉아번호 세바퀴라..흠. 
 하지만 오렐리아는 제 스타일입니다.(응?) 04-24   

 병장 진규언 
 잘 읽었습니다. 딴 소리지만, 사랑의 언어중에 가장 강력한 것은.. 
' 후각'이라고 믿습니다. 킁킁.. "너에게서는 좋은냄새가 나~" 라는말이 칭찬이 최고아닐까요. 뭔가 은은하면서도 최고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영화 <향수>에서 영감을 얻었듯이 사람은 저마다의 일정한 냄새를 지니고 있을 터인데, 그 냄새가 좋다면.. 사람 그 자체가 좋다는 말이 되니까요.(웃음) 

< 러브 액츄얼리>의 막바지 장면중에.. 그 처녀의 집에서 벌어지는 일이 머리속에 그려지네요. 세계와 세계가 충돌하는 접점에 놓인 관문을 여는 열쇠를, '책'을 통한 언어의 교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2003년 겨울 그녀와 이 영화를 함께보고.. 신촌거리를 거닐었던 아련한 기억이.. 04-24   

 병장 손한성 
 음... 
 요사이 TV에서 봤던 인상적인 광고가 생각나네요... 
" 사랑해"라는 말에 담긴 수많은 다른 뜻들... 
 인간의 언어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며 원래의 목적인 '소통'에서 조금 멀어진 것 같습니다. 
 의미 그대로의 소통은 다만 남들도 그러리라고 생각하며 내 말에 진실을 담으려 노력하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네요... 04-24   

 일병 황인준 
 말이 통하는 것이 생각이 통한다는 말씀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저에게는 가장 눈에 띠는 구절이네요. 오늘날의 사람들은 생각을 통하게 할 의지는 버린채 말만 통하게 하는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아 보여서 더욱 그런것 같습니다. 근본적으로 언어를 배우려는 태도나 가르치려는 태도 자체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형식만을 중요시한다고나 할까요. 
 잘 읽었습니다. 간만에 올리시네요. 앞으로도 종종 올려주시길. 04-24   

 상병 김윤호 
 그야말로 언어의 소통입니다. 가슴으로 대화한다는 식의 간지러운 말은 이곳에 어울리지 않아요! 04-25   

 병장 정성우 
 돌려말하면- 문학적 언어의 표현은 절대로 '소통'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의 것이 아니면 안된다는 
 결론에 도달하셨다는- 다음 게시물인 '문학적 비유의 어려움'의 전초단계의 속성을 지닌 
 글인가요? (웃음) 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