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머신 설명서 
 
 
 
 
자유가 지나쳐 나태에 이르면, 의지는 상쇄되고, 이성의 외침은 묵살된다. 그저 움직이는 것도 귀찮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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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억압하는 자에 대한 반발심을 가지고 있다. 억압이 거셀수록 반발 역시 거세다.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면, 다소 반항과 호기심이 섞인 ‘왜?’라는 반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태도가 강압적일수록, 외적 반응은 줄어들지라도, 내적 반응은 커지게 마련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러한 반항심이 형성됨을 기본으로 한다.


억압에 대해 생각해보자.
억압은(내적, 외적 억압을 떠나서) 억압자가 생각하기에 억압해야 할 대상이 인식되었을 때 발동한다. 이 대상은 대상(존재) 그 자체일 수 도 있지만, 행동에 준하기로 하자.

Ex) 아이가 달궈진 다리미로 전화기 놀이를 하려고 한다. 어머니(억압자)는 아이가 다리미로 전화기 놀이를 하려는 행위를 시각적으로 포착했고(억압대상의 인식) 아이가 다리미를 못만지게 했다.(억압발동)

이것이 내가 말하려는 억압이다. 인종차별과 같은 대상(존재) 자체에 가해지는 억압을 말하려는게 아니다. 
일은 여기서 시작된다. 아이는 어머니가 왜 나의 행동을 막는지 이해할 수 가 없다. 따라서 아이는 어머니를 억압자로 인식하고 반응을 보인다. 

“왜 못하게 하는 건가요?”(라고 읽고 후에으에에에엥!으로 읽는다)
“뜨거워서 다쳐요!”
“그게 무슨 이야기인가요?”(라고 읽고 으에으에으에아앙!으로 읽는다)
조용히 아이 손가락을 잡고 다리미가장자리에 살짝 대준다. 



!



아이는 깨달았다.



깨달음은 곧 반항심의 종말이다. 정당한 억압에 대한 수용이며, 이해다. 








이러면 재미없다.




억압의 정당성을 알면서도, 후에 그 여파를 겪기 전까지는 그것은 발버둥 쳐봐야 억압이다.(물론, 그 정당성 판단에는 굉장히 환경적이면서도 상대적인 기준이 작용하지만, 접어두고.)

무릇, 학생들이란 부모님 몰래 게임을 해야 재미있고, 선생님 몰래 장난쳐야 재미있고, 놀이터에서 몰래 술을 까야 재미있는 법니다. 한마디로 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를 수반한 행위에 반하는 요소. 즉, 억압이 존재해야 그 행위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진다는 거다. 이게 열쇠다. 즐거운 인생의 가이드북이 되고자, ‘인생 100배 즐기기’란 책을 낸다면, 인생 전반에 걸쳐 나를 억압하는 존재를 찾아야 할 터이다. 허나, 언제까지 찾기만 할텐가. 



그래서 준비했다.



<<억압머신 설명서>>

안녕하십니까! 억압머신을 구매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먼저 억압머신을 기동하기에 앞서, 억압머신의 목적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설명드리겠습니다. ‘골라 피하는 재미가 있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이 억압머신은 더욱 즐겁고 멋진 인생을 위해 만들어졌음을 알려드립니다.

(주)Pressure가 개발해낸 억압머신 'Pressure 2-이하 P2’는 이전까지 있었던 억압자들의 단점을 모두 극복해낸 혁신적 발명품으로 원하는 신체적 - 정신적 억압비율을 자유자제로 설정함에 따라 사용자가 느끼는 재미와 만족감을 최대화하는데 역점을 둔 제품으로써, 밥맛없는 구매자들의 식욕을 돋울만한 기능을 한껏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달라진 점에 대해 먼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존의 억압자들이란 가깝게는 형제자매, 부모님, 선생님에서부터 신에 이르기까지, 분명 사용자의 윗단계에 위치한 존재들에 준하였으나, P2는 억압의 한계를 두지않고 단세포부터 우주적 의지까지, 당신이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존재라도 위치 고하를 막론하고 갖은 방법으로 억압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대폭 보강하였습니다. 
단세포의 억압이라 상상만 해도 짜릿하지 않으십니까?


이전의 조절 불가능한 억압량을 조절 할 수 있게 했습니다. 억압도(抑壓度)는 크게 신체적-정신적으로 구분하여 비율을 조절함으로써, 백만스물하나 백만스물둘! 쉬지않고 i아다니며 때리는 에너자이저 어머니 형에서 “차라리 때려줘!” 라고 외칠만큼의 툭 툭 말을 던지는 고차원적 정신적 억압까지 취향에 맞게 조절이 가능합니다. 
벌써부터 압박이 대단하지 않습니까?


비율조절이 너무 어렵다고요? 걱정하지 마세요. P2는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버릇없는 어린아이를 위한 ‘유치원 선생님 모드’, 공부하는 학생을 위한 ‘악착스러운 학부모모드’, 똑똑하다고 째는 학생을 위한 ‘소크라테스 모드’, 못살게 구는 시어머니를 위한 ‘대드는 며늘아기 모드’등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50가지 모드를 활용하여, 다소 정형화되어있지만, 일상생활에 감초같은 억압의 기본기가 탄탄합니다. 


억압들이 식상하시다구요? 인터넷 www.pressure.com에서 매달, 새로운 억압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취향에 따라 설정한 억압을 공유할 수 도 있습니다. 유저분들간의 커뮤니티도 매우 활성화 되어있어, 커뮤니티를 통해서 새로운 억압에 대한 토론과 후기를 보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매년 최고의 유저 억압 세팅을 선정하여 상도 드리고 무료로 배포하는 등, 서비스도 확실하니 질릴 걱정은 붙들어두세요! 그나저나 작년 최고상은 상당히 메니악ㅡSM?ㅡ했죠?


P1가 가지는 최대의 단점은 그 설정이 인위적이고 예측범위 이내라는데 있었습니다. 어떤 억압을 주문했는지 알기 때문에 재미가 대폭 감소했던 이전 모델에 비해, P2는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정신상태를 스캔하여 데이터를 축적하며, 그에 기반해 유저분도 몰랐던 부분에 대한 예측불가의 억압을 가합니다. 이로써, 유저분들은 더욱 스릴있는 억압의 재미를 맛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살아서 통통 튀는 억압, 얼른 맛보고 싶으시죠?




여기서 한가지!

억압이 나쁘기만 하다구요? 아닙니다. 공부하고 싶지만 마음이 잡히지 않는 학생에겐 ‘공부하면 죽인다!’라는 억압을 되려 가함으로 학습의 의지를 불태우도록! (XX고등학교 김모학생 : 가출해서 공부했어요.-전교1등) 먹는걸 너무 좋아하지만 살을 빼고 싶어하는 여자분께도 ‘많이 먹고 잠이나 자라!’(이모씨 : 안먹고 도망다니다보니 살이 빠졌어요.) 등등, 수많은 좋은 효과를 본 분들의 감사의 말은 오늘도 게시판을 가득채우고 있습니다. 
억압머신! 당신의 생활을 더 재미있게 바꾸세요!




[…]한대만 사주세요. 

  
 
 
 
병장 노지훈 (2006/03/29 04:57:09)

절대 사지말라고 억압해보세요. 
하지만 소심한 저는 억압에 굴복할지도.(웃음)    
 
 
 상병 최형선 (2006/03/29 10:35:37)

투정부리는 아이같은 회원들은 다리미에 손가락을 댄 것 같은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하지만.. 
이러면 재미 없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일지라도 우리가 너그러운 맘을 갖고 이해하도록...."가르치자"라는 거군요 
이래서.......제가 필진 분들을 상당히 싫어하는 겁니다. 

겉으로는 우리는 같아요.. 속으로는 사실 우리가 더 잘났어요. 
늘 같애요...A라는 문제를 B라는 문제에 빗대서 글을 써 댄 뒤... 
이거 A잖아! 상당히 기분 나쁜데?라고 말을 하면.. 
아니 이거 B야.. 오바하지 마..라고... 
이 패턴이 왠지 익숙해지는 걸요.. 
상당히 좋은 방법이예요 책임 회피하기엔.. 아니 역으로 뒤집어 씌우기엔..    
 
 
일병 김동민 (2006/03/29 12:17:41)

최형선님/ 오우 마이 갓! 
이 정도면 거의 피해망상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아도 무방할 지경입니다. 
전 그저 조주현님이 억압이란 소스를 가지고 이리저리 비틀어가며 
유희한 결과물이라고 읽었는데요.. 굳이 의미를 따지자면 '억압을 요렇게 볼 수도 있다' 정도? 
글 중의 억압의 함의를 다종다양한 무엇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렇게 특정하게 어떤 악의에 집중하여 덧씌워 볼 수 있다니, 그것이 더 놀랍습니다.    
 
 
일병 김동민 (2006/03/29 12:21:15)

제가 시야가 좁아 글 속 깊은 의미를 잘 읽어내지 못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까지 악의를 가지고 교묘히 숨겨 칼럼으로 만들어내 책가지 게시판에 올릴 만큼의 
무뢰한이 이 책마을에 있으리란 말은 마치 음모론의 그것처럼 느껴집니다.    
 
 
 상병 최형선 (2006/03/29 12:30:05)

동민님 / 놀라우시면 놀라시고.. 느껴지신다면 느끼세요. 
글을 쓸 자유가 있듯이.. 댓글 달 자유도 있고.. 놀라고 느낄 자유도 있으니까요.. 
저는 제가 느끼는 바로 느끼고 지껄이렵니다.    
 
 
병장 김강록 (2006/03/29 17:04:36)

억압이라는 것은 우리에게 규범과 행위의 양식을 제시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헌데 억압의 시대였던 근대를 지나서 이제 그 모든 억압이 이론적으로 분석되고, 벌거숭이의 모습으로 드러난 이 시대 (난 이제 탈근대 담론은 우리나라에선 시기상조요, 하는 말을 믿지 않소이다) 에는 오히려 규범과 행위 양식의 붕괴라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사디즘/마조히즘은 그러한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병폐입니다. 받들어모시던 주인님을 잊지 못해서, 부리던 하인을 잊지 못해서, 과거의 낭만에 대한 향수를 침실에서 재현하려드는 것이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이 시대에 우리는 거꾸로 억압을 원합니다. 그리하여 과거에 우리가 그토록 물리치고자 했던 그 무엇들이 어느새 기회를 틈타 다시 번성하고 있습니다. 바로 그것들의 부활을 막는 것이 이 시대 사회과학도들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상병 조용준 (2006/03/29 20:11:03)

나이스 센스(...)라는 한마디밖에 할게 없네요. 
에, 선감상 후리플입니다.(땀)    
 
 
상병 송희석 (2006/03/29 22:47:27)

이글을 여러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네요! 이런 해석때문에 오류가 생길까봐 몇몇 물어보겠습니다. 
1. 이글에서 억압은 나태한 자유를 다스리기위한 하나의 모델이라고 말씀하시는 건지? 
2. 혹시 이글에서 억압이 마치 강록님이 말하는 시대의 자유주의를 뜻하는 것인지? 
3. 혹시 이글에서 억압이 현재 회원들이 잘못된 회원들에게 말하는 글들을 뜻하는 것인지? 

답변부탁드립니다.    
 
 
상병 조주현 (2006/03/30 01:09:52)

희석 // 윽, 답변을 요구하시다니 너무하세요. 맥빠질것만 같아 노코맨트하고 싶지만, 

먼저 제가 쓴 글을 다시한번 정독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글을 쓰게 된 배경이나 뭐 그런건 의외로 단순합니다. 분노와 증오가 어디서 발단되는가를 찬찬히 따져 생각해보다가(물론 저는 매우 추상적인 대상에서 사고하는걸 잘 해내지 못합니다. 경험이 선행되어야 생각이 나서, 드라마에 아무리 감정이입해도, 같은 상황에 있지 못하는 한 영원한 이해의 불일치일뿐이라고 생각합니다.접어두고) '억압'이란 것에 생각이 닿았습니다. 

억압역시 가지고 있는 의미가 굉장히 다분합니다. '차별', '금지', '반하는 것' 등등 
단어자체가 추상적이기에 내포하는 의미도 다분해서 굳이 예를 들어가며 의미를 한정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다른 해석의 발단이 되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을 느낍니다. 

한정된 의미는 '하고자하는 의지에 따른<행동>을 제지하는 행위'정도로 했지만, 제가 언급하고자 했던 억압은 '억압'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억압이 주는 '재미 혹은 다른 효과'에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김동민 일병님이 말씀하신 것과 촌장님, 용준님이 보여주신 반응이 제가 보기엔 맞습니다. 

제가 선정한 억압은 그 억압을 피할 수 있는 그 숨통을 트여놔야 제가 원하는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소소한 억압을 말합니다. 시스템적으로 꽉 조여버려 개인의 단위로는 숨조차 쉴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억압은 분명 타파해야할 대상입니다. 또한 재미를 주는 억압조차도 사실 그 정당성은 억압자의 관점에서지, 피해자의 입장은 고려되지 못한 그런 억압이라고 보기 때문에, 분명 피해다니는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억압자체가 주는 응어리진 반감은 결코 털어버릴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이 때문에 제가 말하는 재미 역시 찰나의 감정일 뿐, 진장한 의미의 재미는 될 수 없다고 봅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억압은 증오와 반하는 열정을 증가시킵니다. 이 증오와 열정이야말로, 제 마음을 사르는 불꽃으로 간직할 것이기에 강하면 강할수록 불꽃도 커지도 놀랍게도 저는 말도 많아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1번은 어느 정도 타당합니다. 나태해진 제 자신을 스스로 추스리기가 어려워 머신이란 표현을 써가며 한대만 사달라고 남겨놨습니다..쩝.(전에 쓴 정신억압의 또다른 표출이라고 봐주셔도 무방합니다) 

덧. 강록님의 답글은 제가 원하는 그런 종류의 답글입니다. 저의 좁은 시야를 더 공부하신 사회과학도의 시점으로 알려주시는 점이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사회학과지만, 군대에 급작스럽게 오는 바람에 전공에 대해 제대로 파본 적 없었던 길모르는 학부생 나부랭이였거든요.(한계를 학부생이 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분명 저의 의지 부족의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내지만, 갓 대학생되고 대학에 대한 실망에 좀 방황했었다고 변명을 늘어놓고 싶습니다) 

덧2. 늘 격려해주시는 분들(댓글이겠죠)때문에 즐겁습니다. 희석님에게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히히히 결국, 여러 가지 의미에서 전, 책마을이 너무 좋습니다.    
 
 
상병 송희석 (2006/03/30 07:06:59)

주현/ 이거 멋진데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은 내용이 숨어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칼럼 남겨주세요!    
 
 
병장 이상준 (2006/03/30 08:52:53)

재치있는 글이네요, 재밌게 잘 봤습니다.    
 
 
병장 김강록 (2006/03/30 09:22:51)

주현 / 아, 그렇게 너무 좋게 봐주셔버리면 제가 곤란합니다. 저는 수업 출석률 저조하고 학점 불량하며 당구만 죽어라 좋아하던, 주현님 주변에서도 익히 보아오셨을 것이며 그때마다 혀를 끌끌 차고 지나가셨을 그런 평균 이하의 지리멸렬하고 한심한 한 학생이었을 뿐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정치경제학에 있어서도 보운님에 미치지 못하고 문학 및 페미니즘 등의 다양한 방면에 걸쳐서 영준님께 미치지 못하며 독서의 폭과 깊이에 있어서 원영님께 터무니없이 미치지 못하고 인생에 관한 자세 또한 대현님의 그것에 비해 현저히 진정성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당구조차도, 동환님이라든지, 그리고 전역하신 준영님과 동다마입니다. 

그래도, 혹시 제가 위에서 제시한 시점─이라고까지 하기엔 쑥스럽습니다만─에 다소 솔깃한 면이 있다고 생각되시면 《누가 슬라보예 지젝을 미워하는가》(토니 마이어스 作) 에서 보다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탈근대사회의 새로운 문제점들을 지적하고 있는 세번째 챕터의 내용입니다. (네, 또 책 광고입니다. 으하하하) 

주현님께서 '억압머신'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상품의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네요. 마치 그것이 구매자인 우리가 주체적으로 기호에 따라 선택한 것인 양, 이빨을 감춘 늑대가 양들의 무리 속에 슬쩍 숨어들어오는 느낌이랄까요. 우리가 과거에 그토록 물리치려 애썼지만 어느새 다시 번성하고 있는 그 무엇들에 대한 비유로서 주현님의 '억압머신'은 탁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병 김현동 (2006/03/30 10:46:12)

하핫 글 참 재미있네요. 그런데 강록님의 댓글 중 

"사디즘/마조히즘은 그러한 시대에 나타난 새로운 병폐입니다." 

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건 저 뿐인가요?(땀) 저는 한번도 병폐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병장 김강록 (2006/03/30 11:12:39)

현동 / 앗. 아직 현동님의 진의를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습니다만, 혹시 사디즘/마조히즘을 무규범적인 혼란 상태에 처한 각 개인의 자가 치료 행위─즉, 변태적이라거나 불결하다는 식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닌─라고 말한다면 접점을 찾을 수 있을까요. 예리한 지적 감사합니다. '병폐'라고 표현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오해들에 대해 미처 제 생각이 미치지 못했네요.    
 
 
상병 안대섭 (2006/03/30 11:20:29)

강록님은 사도마조히즘을 억압과 권위의 붕괴가 또다른 형태로 은밀히 생활에 스며들어 재생산된다는 측면에서 관찰하신것 같습니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을 하던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성적인 일탈행위들이 병리적이고 '규제되어야 할 것'으로 취급되던 '기준'들이 무색해진 때에 특정한 성적 취향을 병폐라고까지 하는 것은 일견 무리있어 보이지만, 언제부턴가 스너프 필름 같은 극단적인 소재들이 은근히 논란거리가 되고있는 것을 볼때 강록님의 표현도 완전히 틀렸다고만은 못할것 같구요. 시대의 '통증' 정도가 어떨까 싶기도 하고....    
 
 
병장 김대현 (2006/03/30 13:25:53)

사람이 억압을 두르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와 
그래도 우리가 떨쳐내야 하는 억압은 분명 존재한다, 가 있다면, 
그렇다면 한 개인은 (차라리 기계의 힘을 빌어서라도[?]) 
자신을 두른 억압에 대한 정치적 성찰을 기여코 완수할 수 있을 것인가. 가 요즘 제 고민거리입니다.    
 
 
병장 주영준 (2006/03/30 15:54:04)

나 한대 사고 싶은데. 생각해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 너무 많이 사버린 것 같아요.    
 
 
병장 김대현 (2006/03/30 16:19:22)

영준 / 보통 많이 산 사람들이 안샀다고 우기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 저도 좀 우기고 싶군요. 안샀다고. 기여코 안샀다고. [퍽] 안 산건 아닌데, 밀매만 했다고. 보따리장사한테, 진짜라고. [콰직] 아 XX 너는 안샀어? 안샀냐고?    
 
 
병장 이석현 (2006/04/03 21:05:08)

아. 문득 히치하이커가 생각나는 이유는 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