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할머니 
 병장 임정우 01-09 11:16 | HIT : 145 



 저번 출타 때 나의 멋스러운 친구와 나는 만났다. 의도안했던 우연으로, 마치 필연처럼 들어맞은 우리의 만남은 서로에게 파란색 감정을 충전시켰고, 오랜만이었기에 그리웠기에 갈망했기에 기나긴 갈증끝에 들이킨 이온음료처럼 너무도 선명한 달콤함을 제공하였다. 묘한 기대감으로 우리는 만났지만 실상 만났을때는 마치 어제봤던것처럼 자연스럽고 친근했다. 녀석은 여전히 까까머리고, 나도 까까머리였지만 그런건 그리 중요한게 아니였다. 어느덧 우리 앞에는 술과 먹을거리들이 댄스부르스를 추었지만 그것역시 그리 중요한게 아니였다. 단지 예전처럼 이야기를 했고, 아무것도 변한게 없다고 생각한 순간에 미세한 틈새를 발견했다. 나는 여전히 불확실한 직관을 신봉하고 어설픈 궤론으로 경무장하였지만 녀석은 점점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현대무기를 염두한 듯한, 그래서 나의 나무로된 칼과 방패를 우수워하는 듯한, 대화는 점차 그런 형국을 이루어갔다. 어느 쯤에서 깨달았다. 더이상은 예전같은 사이는 될수 없구나, 하고. 이제는 자신을 돌같이 만들고 빛나는 보석쯤으로 치장하여야 하는구나, 하고. 나처럼 굽지않은 흙무더기인채로 있는건 아무도 동정해주지 않는구나, 하고.
 보일듯 말듯한 미세한 틈새사이로 맛없는 바람이 지나갔지만 난 모르는 척하고 지나치기로 하였다. 그렇게 과거의 웃음은 현재의 웃음과 맞닿아 있지를 않았다. 어느 덧 늦은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일어나서 걸었다. 시간은 새벽 2시쯤이 되었던거 같은데 걷는 중간에 나이가 200살쯤 되어보이는 늙고 고목같은  할머니가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 학생, 백병원을 가려면 어디로 가야합니까?"
 백병원은 우리가 걸었던 반대방향으로 보통성인남자의 걸음으로 50분은 걸어야 할것이었다. 아마 그 허리가 바짝당겨진 활시위처럼 굽어버린 할머니의 걸음이라면 500시간쯤은 걸릴지도 모를테지만, 그 할머니는 끝끝내 걸어가실 요량으로 보였다.
" 할머니, 제가 택시비 드릴테니깐 택시타고 가세요" 난 말했다.
" 됐습니다 학생, 도움받는건 부담이 되서요. 고맙습니다. 갈길들 가세요."
 할머니께서는 그리도 예의바르게 거절을 하셨다. 난 좀더 설득해 선?했었는데, 어느덧 할머니가 들고 있던 지팡이가 할머니를 끌고 가고 있다. 우리는 잠시 그 광경을 쳐다 보았다. 늙은 거북처럼 중력으로부터 바둥대는 할머니의 걸음이 칼루이스보다도 빨리 느껴졌다면 거짓일까? 그렇게 그 할머니는 떠나갔고 친구역시 떠나갔고 나역시 좀전에 나를 떠나 현실에 당도했다. 시간은 흐른다. 그렇게 우리 모두는 변화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할테지. 언젠간 온몸의 주름을 거미줄처럼 두른다음에서야 그 거미줄에 더이상 아무도 잡혀들지 않게 된후에야 그제서야 어느 누구의 도움 없이도 혼자서 걸을수 있겠지? 그 거리가 설령 500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병장 이윤창 
 참 빡신 할머니네요. 01-09   

 병장 김민지 
 전 그런 할머니 분이 차비 빌려달래서 그냥 택시비 드렸는데_ 
 돌아서자마자 미안한지 끝끝내 오셔서 괜찮다하는 제 손에 
 메고계셨던 가방에서 낡은 우산 하나를 꺼내어 쥐어주고 가시더군요_ 

 이 빚은 다시 만나서 갚는게 어려울꺼라면서.. 01-09   

 병장 배진호 
 오 감동적이다.. 이런 감동적인 글에는 왜 리플이 적은 것일까요? 

 복잡한 생각이고 그런 생각일수록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고 그때문에 

 이렇게 되는 것일까요? 01-11   

 병장 임정우 
 진호 / 평범한 글이에요. (웃음) 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