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낀 어느 날 너에게로 가는 길
병장 임정우 02-20 11:24 | HIT : 151
어떤날 아침에는 안개가 잔뜩 끼기도 한다. 만약 자신에게 익숙한 길이라면 왠만한 안개는 별 무리가 안된다. 전혀 안보인다면야 무지 난감하겠지만, 삼사미터의 시야만 허락된다면 왠만한 이동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처음 놀러온 낯선 동네에서 그정도에 안개가 끼어있다면, 우리는 애초에 어딘가 이동한다는 동기부터가 꺼려질 것이다. 안개가 없다 해도 움직이는것 자체에 두려움이 들것이니 말이다. 이처럼 익숙한곳과 낯선곳은 분명 차이가 있다. 사람을 안다는 것 또한 이와 같지 않을까.
-------------------------------------------------------------------------
최근들어 온라인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미니홈피와 블로그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예를들어 미니홈피에서는 일기, 간단한 습작을 쓰고, 유행하는 유머라던가 사진을 퍼오는 기능이 있다. 또한 자신의 사진을 올려 스스로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방명록이나 친구등록을 통해 지인을 넓히고, 서로간에 글을 남기며, 그것으로 유일무구한 친구라도 생긴듯한 착각아닌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서로간의 글은 기록처럼 무슨 증거물처럼 서로간의 끈끈한 인연을 증명이라도 해줄것만 싶다. 만약 랜덤타기라는 방법까지 이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르면, 세상의 모든사람들은 잠재적인 친구라도 되어버린다. 이제는 인연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손쉬운, 또한 가볍고 얇지만 오직 질기기만한 대상처럼 변모해 버렸다. 그것으로 인연의 네비게이터라도 생긴듯, 온라인이라는 위성은 우리네에게 인연의 정보를 그야말로 헐값에 -전기비정도만 있으면 되니- 넘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낯선곳에 갔더니 생소해서 돌아다니기 어렵다니 하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헛된것이 되어졌다. 이제는 어렵다니 할것이 아니라 단지 귀찮다거나 하는 편이 옳은 것이다. 우리는 단지 일주일에 한번정도 상대방에 홈피라던가 블로그에 찾아가서는 약간의 안부를 묻기만 하면 될일이다. 그정도면 사실 귀찮을 것도 없다. 이정도만 해준다면 우리의 우정은 다시한번 동앗줄로 단단히 엮일수가 있다. 허나 대부분에 사람들은 그것이 '썩은 동앗줄' 인줄 모르고 신뢰를 주는 것처럼 보인다.
소위 홈피라는 녀석이 이리도 활기차게 활동하는 원인은 우리에게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알리는것에 선험적인 사명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명감의 원인을 찾자면 그것은 구름위에 누군가로 귀결될수 밖에 없으니 넘어가도록 하겠다.
하여간 우리는 남이 알아주기를 원하고, 나의 세세한 부분까지 알아준다면 최상급에 만족감을 얻을수가 있다. 헌데 이제 우리는 그 '세세한 부분' 을 싸게 구입하거나 팔수가 있다. 그야말로 최고의 거래처를 구하게된 셈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비싸거나 불편한 경로의 구입은 꺼려할수 밖에 없다. 설령 진짜에 가까운 물건이 먼곳에서 손짓할지라도, 이미 익숙해진 간편한 상거래를 포기할 상인은 없어 보인다.
싼 물건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거의 공짜에 가깝기에 문제가 된다. 무엇보다도 인간의 관계에 관련된 물건은 어느하나 간단한 것이 없기에 문제는 가중된다. 인간의 관련된 모든 물건은 그 크기가 크거나 작거나를 떠나 그 공정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난해하고 중요하다. 때문에 우리는 적절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 옳다. 조금 먼거리에 친구라도 때론 찾아가서 만나야 한다. 정말 피곤한 어느날이라도 친구가 힘들일이 있어 찾는다면 웃는얼굴로 나서야 한다. 또한 헤어짐도 삶의 한 부분이다. 얇고 질기게 유지하는 것으로 스스로에 만족감에 물을 줄 심산이라면, 조금 가혹하더라도 단호하게 잊어야 할때도 있는 법니다. 이처럼 우리네의 관계는 모두 복잡하고 때론 가혹하기 까지 하니 어느 누가 이런것들을 가볍다고 하겠는가.
우리가 정말로 알아야 할것은. 온라인에서 인연의 네비게이터가 생겼다 할지라도 그것이 안개낀 거리까지 헤집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 네비게이터는 전체적인 약도로 또한 빛이 있을때나 통용된다. 그렇기에 반드시 우리는 우리의 다리로 거리를 기억해야만 한다. 눈으로 건물의 형태를 기억하고, 때론 걷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도 해야 한다. 비묻은 아스팔트의 잔향을 삼키고, 아련한 바람결을 느껴도 보아야 한다. 모든것은 너의 눈동자 넘어에서 전해질거란 믿음도 발견해야 한다.
그리하여 슬피 우는 너의 거리가 안개로 잔뜩 흐리어진 어느날, 나는 몸에 기억을 더듬어 너에게로 다가가 위로를 건낸다.
상병 진규언
' 우리의 다리로 거리를 기억해야 한다.' 에서 왈칵, 감동이 오네요. 잘 읽었습니다. 02-20
상병 이지훈
저는 싸이를 하도 안하다보니 이제 흥미를 잃어가요. (흑)
얄팍한 지인들은 요즘 뭐를 하고 지내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지네요. 02-20
상병 김윤호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02-21
병장 권오규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싸이가 없어져버렸으면 좋겠습니다. 02-21
병장 임정우
오규 / 온라인 홈피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은건 아닙니다.
단지 잘못이 있다면 우리의 태도에 있을겁니다. 02-21
병장 권오규
맞습니다. 제가 극단적으로 표현한 것 뿐이지요. 공해가 심하다고 차를 없애버리고 다시 말 타고 다니자고 우긴 겁니다. 심정이 그래요 심정이(웃음) 02-21
상병 박재탁
음음, 옳소 옳아. 그런 뜻에서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한 잔! 02-23
병장 임정우
두 잔! 캬~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