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락시아 
 병장 임정우 03-23 14:25 | HIT : 215 



 지금 나에게 종교는 없다. 초등학교 1 - 중3까지는 기독교(장로교) 였지만 중3 시절 자잘한 의문들이 갑작스럽게 증폭되면서 더이상 믿음을 유지할수 없게 되었다. 그이후로 누군가 신의 존재를 믿느냐는 질문에는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고 대답하곤 했다. 만약 '신의 선의를 믿나요?' 라는 질문을 한다면 자신있게 '아니요' 라고 답하겠지만.

 데미안에서 아프락시아라는 신이 나온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을 말하는데, 내가 인식하는 신과 상당히 비슷하다. 내가 생각하는 신은 이렇다. 신은 우리에게 상황을 부여할 뿐이고 그 상황을 선과 악으로 나누는 역할은 오직 우리 자신이 할뿐이라고. 사람들은 선한 부분만을 신으로 인식할 뿐이지만, 나는 이처럼 어리석은일은 또 없다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세상 모든 법칙은 신의 의도 또는 의도를 내던지기 전에 미리 정해놓은 룰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움은 결코 나뉘려 하지 않는다.

 나는 우리가 우리 본연의 영혼의 깊숙한 곳에서 들리는 선호도에 귀기울이는 것이 먼저 이루어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좋다 나쁘다' 가 더욱 앞서야 한다고 말이다. 항상 그런식으로 판단되어진다고 주장하는건 아니다. 단지 선호도의 기준이 때때로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철학자인 니체가 말한것처럼 진리란 무엇인가? 라고 묻는것이 아니라 '진??진리로 이끄는 의지란 무엇인가' 라고 질문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이처럼 나에겐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하지 않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신이 나를 매료할수 없다면 때때로 부정당하는 정도는 감수해야 할것이다.




 병장 성태식 
 기독교 문제에 대한 깔끔하고 정확한 답변으로 생각합니다. 
 단지 이를 통해 니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파스칼과 니체는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 파스칼이 한 20년만 더 살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우리는 단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했을 뿐입니다. 03-23   

 병장 임정우 
 파스칼의 팡세는 제가 이제껏 읽은 가장 역겨운 책이었습니다. 논리 -실제로 논리랑 종교 상관이 없을지라도- 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실제로 씻진 않았지만- 찾아볼수조차 없는데다 제가 생각하는 모든 종교인이 내뱉는 오류의 집합체라고 까지 생각되었습니다. 물론 제 선호도의 기준의 범위 안에서 일어나는 오류일지도 모릅니다만, 그렇게 너무도 확고하게 느꼈습니다. 

 니체와 파스칼이 세계에 대응하여 얼마나 광범위하고 본질적인 대답을 했는지 제 지식이 부족하여 제대로 느끼지 못하였으나, 그네들이 진정 거의 모든 대답을 늘어 놓았다 할지라도, 제가 느끼는 세상은 구멍뚤린 항아리와 같아서 그들의 말의 무게와 제말의 무게는 거의 전혀 차이가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잠깐은 가득 찰지 모르겠으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비어버릴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바닥에 몇방울은 남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03-23   

 병장 성태식 
 정우 // 이런. 아쉽군요. 저는 후반부는 쪼금 아니라도 전반부는 대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니체의 책은 못알아봐서 (....) 못 읽습니다. 짜라투스투라 읽다가 포기, 선악을 넘어서 읽었으나 기억 안남, 또 뭐였지. (...) 여하튼. 읽다가 포기했어요. 단지 '안티크리스트' 이건 재미있더군요. 그러나 니체에 관해 여기저기서 들은 내용을 종합할 때 '안티크리스트'에서 그 생각의 절반 이상을 나타낸 듯 합니다. 

 글쎄요. 뭐. 그렇지만. 언제나 책의 가치는 책을 읽는 사람에게 달려있으니까요. 
' 훈민정음'은 헌 책 파는 사람에게 불쏘시개였고, 
 지나가던 학자분 (어느분이더라;)께는 보물이였죠. 03-23   

 병장 임정우 
 태식 / 솔직히 전반부 파스칼의 직관적인 사고력에 혀를 내두르긴 했습니다. 근데 앞과 뒷 내용을 연계하면 할수록 도저히 읽을수가 없더군요. 아마 제가 그와 반대되는 생각을 갖고 있어서 과민반응한게 아닌가 싶어요. 

 안티크리스트는 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저로서도 모르겠어서 그냥 그렇겠거니 하면서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은 동의합니다. 0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