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마 히데오 ‘공중그네’ 로 알아보는 신경생물학

# 읽으시기에 앞서서.
저는 의사도 아니고 생물학도도 아닙니다. 따라서 제가 가지고 있는 어줍잖은 지식은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그러니 그저 재미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쿠마 히데오의 ‘공중그네’ 는 다양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야쿠자인데요. 이 야쿠자는 특이하게도 선단공포증 환자입니다. 즉 뾰족한 것만 보면 참을 수 없는 공포에 빠지게 되는 건데요. 왜 그럴까요?
 물론 우리들도 가끔씩 뾰족한 칼이나 송곳을 보면서 가끔씩 오한이 들 때가 있습니다. 
‘저 걸로 찔리기라도 하면…’ 하는 생각이 저희를 공포에 빠뜨리게 하죠. 하지만 그 야쿠자처럼 바느질 하는 애인만 봐도 식은땀을 줄줄 흘린다거나 책상 모서리를 보면서 벌벌 떠는 것과는 거리가 멀죠. 누가 봐도 이 야쿠자 아저씨는 비정상입니다. 무엇이 그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일까요?

 일단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편도체(amygdale)’라는 녀석입니다. 사람의 공포시스템을 관장하는 뇌의 한 영역으로써 시상하부 근처에 강낭콩처럼 생긴 녀석입니다.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이것이 후천적 학습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한번도 고양이를 본적이 없는 쥐조차도 처음 고양이를 보는 순간 그 쥐는 공포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이것은 우리의 공포시스템이 ‘경험’에 의한 것과 ‘유전’에 의한 것 두 가지를 전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죠. 반대로 후천적인 학습에 의한 공포도 있습니다. 공포영화에서 한밤중의 학교에서 귀신이 튀어나오거나 하는 걸 보면 자신도 모르게 한밤 중의 학교에 가면 공포감에 휩싸이곤 합니다. 이건 유전적인 요인과는 거리가 멀죠. 즉 후천적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공포시스템은 편도체에 의해 통합적으로 관리가 되고 있습니다. 

즉, 편도체라는 놈은 업데이트가 가능한 놈입니다. 유전적으로 이미 입력되어있는 ‘공포의 요인’들 이외에도 추가적인 경험에 의한 요인을 얻었을 경우 기존의 뇌회로에 새로운 자극이 포함되도록 시냅스를 치환 하는거죠. 이렇게 변형가능 한 성질을 ‘가소성(plastic)’이라 하는데 뇌 기능의 대부분은 가소성입니다. 

 이제 뇌를 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죠. 뇌 역시 우리 몸의 일부분이니까 기본적인 구조는 세포(cell)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뇌의 세포들, 즉 뉴런(neuron)은 다른 일반적인 세포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 다른 세포와는 달리 뉴런은 서로간에 의사소통을 합니다. 그리고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전달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들 사이의 의사소통 수단은 주로 ‘말’이죠. 이건 공기라는 매체로 음파가 전달되기 때문에 비로소 전달이 가능한 거죠. 만약 공기라는 매체가 없는 진공상태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떠들어도 우리의 의사는 결코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지 않을 겁니다. (대신 빛를 이용하여 손짓 발짓으로 의사를 소통 할 수 있겠죠) 따라서 뉴런이라는 녀석 또한 전달을 위한 매체가 필요합니다. 일단 뉴런은 세 가지 기본구조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몸통에 해당하는 세포체와 전파를 수신하는 안테나 접시에 해당하는 수상돌기 그리고 전파를 내보내는 발신기관에 해당하는 축삭이죠. (1. 세포체 , 2.수상돌기 , 3.축삭)

즉, 뉴런들간의 의사소통은 직관적으로 축삭에서 발사된 정보가 수상돌기로 수렴되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축삭과 수상돌기는 직접 맞닿아 있지는 않습니다. 즉 사이에 빈 공간이 있다는 것이죠. 이 작은 공간을 ‘시냅스(synapse)’라고 부릅니다. 
즉 축삭 -> 시냅스 -> 수상돌기 순으로 정보가 이동하는데 시냅스전에 있는 세포를 시냅스전에 있다고 해서 시냅스전 세포라고 하고, 수상돌기 쪽의 세포를 시냅스보다 뒤에 있다고 해서 시냅스후 세포라고 부릅니다. 

시냅스전 세포의 축삭 말단에서는 신경전달물질 분자가 분비되는 데 이 분자가 시냅스후세포에 도달해서 전기적 반응을 통해 ‘활동전위’를 만들어냅니다. 뉴런이라는 놈을 전선이라고 생각하는거죠. 전선에 전기를 흘리기 위해서는 ‘전압’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시냅스전에서 신경전달물질 분자를 날려보내서 그게 시냅스후 세포에 도달하면 그 세포를 흥분시켜서 ‘활동전위’라는 전압을 만들어내서 뉴런이라는 전선에 정보가 흐르드록 하는겁니다. 다만 하나의 시냅스전 세포에서 보낸 신경전달물질의 양으로는 ‘활동전위’를 만들기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므로, 수 밀리세컨드(1/1000초) 사이에 여러 시냅스전 세포가 하나의 시냅스후 세포를 향해서 동시에 신경전달물질을 수렴적으로 분비해야 합니다. 타이밍이 상당히 중요하죠. 
이렇게 정보를 받은 시냅스후 세포는 이제는 다시 시냅스전 세포의 역할이 되어 그 말단의 축삭에서 다시금 신경전달물질을 내보냅니다. 이런식으로 뉴런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 받게 되죠. 

기본적인 회로 – 투사뉴런과 중간뉴런

뇌는 수 천억개의 뉴런이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있습니다만 그것이 아무런 계통도 없이 뒤죽박죽 섞여있는 건 물론 아닙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렇게 안정적으로 멀쩡히 살수는 없겠죠). 그 뉴런들은 ‘회로(circuit)’을 조직하고 있습니다. 회로란 직관적인 느낌 그대로 단순히 시냅스연결을 통해 모여 위계질서를 형성하며 연결되어 있는 뉴런의 집단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이해해야 할 두 가지 중요한 뉴런의 종류가 있습니다. 그것이 투사뉴런(projection neuron)과 중간뉴런(interneuron)입니다. 

투사뉴런의 하는 일이란 간단합니다. 또 다른 투사뉴런을 자극하여 활성화 시키는 겁니다. 위에 이야기했다시피 뉴런 간의 의사소통은 기본적으로 다른 뉴런들을 끊임없이 자극시켜서 전달되는 것이니까요. 투사뉴런은 상대적으로 긴 축삭을 가지고 다른 투사뉴런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서 그 투사뉴런이 다른 뉴런들을 또 쿡쿡 찌르게 하는거죠. 
그에 반해 중간뉴런은 투사뉴런과는 사뭇 다른 일을 합니다. 이들의 일이란 투사뉴런들의 활성을 조절하는 거죠. 투사뉴런의 활성화에는 ‘정도’라는 것이 없으니까요. 가만 내두었다가는 끝도 없이 다른 투사뉴런들을 활성화시키는데, 이 중간뉴런은 그런 투사뉴런들의 활동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억제성 중간뉴런’이라고도 합니다. 뉴런의 활성화는 ‘활동전위’를 만들어내느냐 마느냐로 결정되는데, 이 중간뉴런들은 이 활동전위를 유발할 가능성을 낮추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합니다. 
 이 투사뉴런과 중간뉴런 간의 균형에 의해 투사뉴런의 발화여부가 결정되게 되지요.

자 이제 간단한 회로를 생각해보죠. 수 많은 투사뉴런들이 한 지역의 투사세포들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했습니다. 그래서 그 전달물질들을 받은 투사세포는 활성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 전달물질은 투사세포만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중간뉴런까지도 같이 활성화시켜버립니다. 따라서 투사세포는 끝없이 활성화되지 않고 도중에 중간뉴런의  억제를 받아 어느 정도의 활성화 상태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러한 억제는 신경회로에서 매우 유용한 장치입니다. 정보처리의 특정성이 좋아질 뿐더러 무작위 들어오는 흥분을 여과하여 쓸대없는 활동이 일어나는 것을 차단하게도 해주죠. 

신경전달물질 – 글루타메이트와 가바

투사뉴런은 다른 뉴런을 활성화 시키는 역할을 하고 중간뉴런은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역할을 뉴런이 ‘직접’하는 건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각 뉴런에서 분비하는 ‘신경전달물질’이 이런 일들을 하는거죠. 그러니 우리는 이제 좀더 작은 스케일로 눈을 돌려 투사뉴런의 신경전달물질과 중간뉴런의 신경전달물질을 봐야합니다. 

투사뉴런의 신경전달물질은 글루타메이트(glutamate)라고 하며, 중간뉴런의 신경전달물질은 GABA라고 합니다. 

이런 신경전달물질의 가장 중요한 특징 2가지는 신속성과 흥분유발(혹은 억제)입니다. 만일 우리가 정말 위급한 상황 – 전우가 찬 공이 고속으로 내 머리로 날아든다고 했을 때 – 에 우리는 재빨리 몸을 숙인다거나 하는 반응을 필요로 합니다. 근데 신경전달물질이 느려서 정보의 입력부터 출력까지 수 분씩 걸린다고 하면, 우리는 이미 공을 얻어맞은 후 겠죠. 또한 속도는 빨라도 흥분유발이 제대로 안되면 정보의 전달에 문제가 생기니까요. 그래서 이 글루타메이트와 가바라는 물질은 이 두 가지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발휘합니다. (이 두 물질이 단백질의 기초 구성물질인 아미노산인 것도 일단 덩치가 가벼워야 할 테니까요) 
  
글루타메이트는 시냅스전 세포의 축삭 말단에서 분비되어 표적인 시냅스후 세포의 수용체와 결합하게 됩니다. 이 수용체라는 놈은 까다로운 놈이라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는 오로지 글루타메이트하고만, 가바 수용체는 가바하고만 결합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글루타메이트 수용체는 수상가시에 많고 가바 수용체는 수상돌기에 많은데요. (수상가시는 우리나라로 치면 제주도고 수상돌기는 수원이라고 치죠. 여기서 서울까지 오는 겁니다. 물론 수상가시에서 오는게 더 오래 걸리죠). 따라서 무조건 글루타메이트는 가바의 검문을 거쳐야만 합니다. 

만일 가바에 의한 억제가 없다면 뉴런들은 글루타메이트에 의한 영향으로 계속해서 활동전위를 내보내고, 이게 계속되면 과다한 작용으로 인해 뉴런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신경전달물질 서포터들 – 펩타이드, 모노아민, 호르몬

기본적으로 뉴런의 활성화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 이외에도 그것들의 작용정도를 조절하는 보조물질들이 있습니다. 크게 3가지 종류입니다. 펩타이드, 모노아민 그리고 호르몬.

펩타이드는 일단 크고 무겁습니다. 따라서 느립니다. 그리고 글루타메이트나 가바가 상황에따라 활성, 억제로도 작용하는 것에 반해 펩타이드는 무조건 억제로만 작용합니다. 우리가 웃으면 나온다고 흔히들 알고 있는 ‘엔도르핀’ 역시 이 펩타이드의 종류 중 하나입니다. 특수한 수용체들에 달라붙어서 통증감각과 기분을 변화시키는데요. 주로 통증을 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모노아민에는 세로토닌, 도파민, 에피네프린, 노레피네프린 등이 포합됩니다. 위의 글루타메이트, 가바, 펩타이드 등이 뇌의 전역에서 발견되는 것에 반해 이 모노아민은 뇌의 특정 영역 – 뇌간 – 에서만 주로 발견됩니다. 대신 이 모노아민들은 대단히 긴 축삭을 뇌 영역에 두루 분포시킵니다. 따라서 위의 펩타이드와 신경전달물질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것에 반해서, 모노아민은 전반적인 부분에서 영향을 미칩니다. 

마지막으로 호르몬은 신체기관(부신,뇌하수체,생식선 등)에서 분비되는 조절물질입니다. 마찬가지로 글루타메이트와 가바의 효율성을 변화시키는데, 혈액순환계를 타고 순환하여 뇌로 와서 특정한 수용체와 결합하여 작용합니다. 여성이 월경을 할 때 감정상태의 기복이 심해지는 것도 에스트로겐 수치의 변화에 따라 글루타메이트와 가바의 상태가 변화하기 때문이죠. 호르몬은 혈액을 타고 순환하지만 그 수용체가 뇌의 특정한 부위에 분포하기 떄문에 상당한 특이성을 가집니다. 

다시금 편도체로 돌아와서 

시냅스 회로로 구성되어 있는 편도체는 위험을 탐지할 수가 있습니다. 간단히 생각해서 우리의 눈, 코와 같은 감각기관에서 어떤 종류의 위협을 탐지하면 그 정보를 투사뉴런을 통해 편도체 투사뉴런으로 보내고 편도체 뉴런들은 그 정보를 바탕으로 다시 운동조절영역의 투사뉴런을 활성화 시켜 위협에 대처하게 하는 방식입니다. 

감각 -> 편도체 -> 운동 

우리가 매일 수많은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인 수많은 입력들은 일단 편도체로 가지만, 편도체는 그 입력을 대부분 무시합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자극 – 위험.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정보 – 가 들어오면 그때 비로소 활동을 개시합니다. 그것은 즉 이 편도체의 투사뉴런들이 왠만한 자극에는 활성화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리고 여기에 관여하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중간뉴런, 즉 GABA의 영향입니다. 일반적으로 휴지 상태에서 세포막의 전위는 -60mV인데, 가바에 의한 지속적인 견제로 인해 이 전위는 -80mV까지 떨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그리고 활동전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음수로 떨어져 있는 막전위를 양으로 끌어올려야 비로소 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가바에 의해 강력히 보호받고 있는 편도체의 투사뉴런들을 활성화 시키기 위해선 특정한 자극이 필요합니다. ‘유전적인 수준’에서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는 종류의 자극 
(포식자의 모습, 냄새) 이나 불쾌한 자극(큰 소리, 지독한 냄새) 이 강직성 억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뇌의 가소성에 의해서 우리가 후천적으로 학습한 ‘위험요소라고 판단된 것’들도 마찬가지로 이 강직성 억제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종류의 학습에 따라서는 그다지 위험한 자극이 아님에도 마치 위험한 자극인양 강직성 억제를 극복시키는 것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요. 밥 주기 전에 계속 종을 울려주면, 나중에는 밥 없이 종만 울려도 개는 침을 흘리죠. – 근데 이게 파블로프의 개가 맞던가 --;)

이런 자극들은 ‘위험 신호’로써 받아들여 지기 때문에 가바 통제를 쉽게 벗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어떠한 이유로든 가바 세포의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되게 되면, 사람은 별볼일 없는 자극에도 위험한 자극으로써 인식하게 됩니다. ‘공중그네’의 야쿠자의 경우에는 뾰족한 물체에 대한 자극의 흥분을 저하시키는 ‘가바 세포’의 활동에 문제가 생긴것이죠. 
다른 사람에 비해 가바의 활동이 둔한 그 야쿠자의 경우 별볼일 없는 뾰족함에도 다른 사람이 사시미를 보는 것과 비슷한 오싹함을 느끼고 마는 것입니다.

치료방법은?

가장 흔한 치료제로 ‘발륨’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히 정서불안이나 공포감이 가바의 활동이 저조하기 때문이니까요. 가바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물질을 주입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위에서 이야기했던 조절물질. ‘펩타이드’,’모노아민’,’호르몬’이 가능한데요. 특히 ‘모노아민’이 많이 사용됩니다.
모노아민 중에서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은 흥분성 투사세포들의 활동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직접적으로 글루타메이트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가바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수행함으로써 위험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 이상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