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노트 #12 - 꽃 봄 
 김*민D 04-03 10:59 | HIT : 106 




 꽃 봄

 봄 볕은 꽃 색으로 부서진단다
 저기 보란 진달래 꽃꽃
 저기 노란 나리개 꽃꽃
 봄 날은 이제사 와 몸서리 치며
 파르라니 전율하는 꼬마치마들
 움틋 움틋 눈을 깜빡, 깜빡이는듸

 엄니, 나는 꽃 따 무러 다녀야겠수
 노오랗게 바알갛게 피워헤내며
 봄이 왔수다. 꽃
 봄이 왔수다




 이번 시작 노트는 내가 어떤 감흥으로 시를 썼는지 이야기하고자 함이 아니라, 다만 내가 어떤 정성으로 이 시를 써 봤는가 말하기 위해 썼다. 

 때문에 이 글을 허투루 볼 요량이 아니시라면, 충분히 위의 시를 감상해 주신 다음, 어떤 표현들이 먹혀들어가는지 살펴봐 주시고 아래의 제작의도(?)를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안그러면 먹히지도 않는 표현에 이런 이런 의도를 숨겨놨다느니 하는 허무맹랑한 헛소리가 바로 밑의 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요즘 무척 메마른 감수성의 들판에서 황사 바람이나 휭휭하게 맞고 있으며 때문에 감흥이 뚝뚝 묻어나는, 가슴 아련한 글을 쓸 수 없음에 대해 절실하게 스스로 깨닫고 있다. 원래 시라는 것은 감정이 북받쳐 올라 써야 깊은 맛이 난다. 적어도 나의 식견으론 그렇다. 하지만, 감정만 깊은 시는 문학적 측면에서 너무나도 식상하고 추잡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현재 나는 깊어진 감성으로 시를 쓰는 것이 그리운 것이 사실이다.

 이번 시는 이렇다할 감흥 없이, 그저 아름다운 봄을 맞아 아조 쬐금 신나기'도'하고 해서 써 본 시였다. 나는 예상외로 꽃을 매우 좋아라 하는 성격인데, 때문에 봄이 오면 무엇보다 꽃 피는 것이 가장 즐겁다. (아마 대부분이 그러하리라고 생각하지만)

 창밖을 보면 찬란하게 부서지는 봄볕 - 분명 겨우내 햇볕과는 다른 느낌의 - 들이 가시광선으로서 꽃잎에 부서져 색색으로 빛나는 것을 보고 있자면 과연 봄이 온 풍취가 느껴진다. 나는 봄볕과 꽃색을 한 행에 표현하고자 봄 볕은 꽃 색으로 부서진단다 라고 표현했다. 따듯하고 알록달록한 느낌을 더욱더 살렸으면 좋았겠嗤?이미 독자의 상상에 맡겨버린 '봄 볕'과 '꽃 색'이라는 단어가 있어 추가 묘사는 다음 행으로 미루어 두었다.



 저기 보란 진달래 꽃꽃
 저기 노란 나리개 꽃꽃

 사실 이 두 행은 나로서 참 아쉬운 연이다. 일단 다른 행들과 달리 운율에서도 어긋나 있을 뿐더러, 표현하고자 했던 '보라색'과 '보다'의 중의성, '노란색'과 '놀다'의 중의성의 획득에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눈여겨 보고 굳이 해석해 보지 않으면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다. 나중에 더 퇴고를 할 때 노력을 기울이고 싶은 부분이다. 
 또한 굳이 내가 꽃꽃 이라고 표기 한데에는 운율성의 획득에도 그 이유가 있겠지만, 꽃들이 한송이로 벙글어 진 것이 아니라 여러송이 벌어져 있음을 나타내기 위함이기도 하다. 단수가 아닌 복수의 표현이다. '꽃들' 이라고 표기하기 보다는 '꽃꽃'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훨씬 예쁘고 운율성도 살리리라 믿었던 것이다.

 그 다음의 3행은, 꽃잎들이 봄날에 빛나는 정경을 인화하여 비유한 것이다.
 이제서야 온 봄에 대한 환영과, 몸서리 치다라고 표현함으로서 얻어지는 '절실한 봄의 흥취'. 그리고 파르라니 전율하는 꼬마치마들은, 색색으로 빛나는 꽃잎들의 메타포이다. 살랑살랑 바람에 흔들리는 저 것들이 꼬마 치마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귀여울까 하는 생각에서의 표현이다. 움틋 움틋, 생명이 약동하는 느낌, 눈을 깜빡 깜빡, 역시 약동하는 느낌이며, 여기에는 봄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나의 눈이 깜빡 깜빡이는듸 하는 중의성을 담아 놓았다.


2 연은 정경묘사를 집어치우고 화자의 독백으로 갈아 끼워 넣었다. 이렇게 함으로서 화자의 감흥을 좀더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봄을 '있는 그대로의 봄'이 아닌 화자가 '어떻게 하고 싶은 봄'으로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봄의 의미를 부각시키는 방법으로서 말이다.

 화자는 꽃을 따먹으며, 입 속 가득 빨갛게 노랗게 꽃을 피워내고, 봄이 왔수다 꽃 봄이 왔수다 라고 말한다. 이 부분은 사실상 시의 클라이막스인데, 봄이 왔음을 '미각'과 '시각'으로 직접 실감하며 봄이 왔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다 쓰고 보니, 이게 다 무슨짓인가 싶은데, 이 시작노트는 훗날 나를 위해서라도 좋은 자료가 되리라 믿으며, 오랜만에 운율을 고려하여 시를 지었다는 스스로의 노고 치하용이라고 생각해 본다. 


 그리고, 부족한 점을 꼬집어 주실 분들이 짐승처럼 갸르랑거리고 계시리라 믿으며, 수줍게 공격에 대비해 본다. (......)  


 김*동 
 저는 마지막이 가장 좋아요! 

 봄이 왔수다. 꽃 
 봄이 왔수다 

 마침표의 위치도 정말 감각적이고, 꽃 다음에 행을 간 거도 정말 대단해요! 우와. 04-03   

 이*준E 
 맨 처음 '나리개'를 읽었을 때, 왜 개나리로 안하고 나리개라고 쓰셨을까 고민해봤는데, 
 운율 때문인가요? 
 진달래 
 나리개 
 같이 'ㅐ'가 들어가기 위해서?? 04-03   

 박*민D 
 봄이 왔수다. 꽃 
 봄이 왔수다 

 제대로네요. 정말 괜찮네요. 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