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일씨의 페미니즘과 인격성을 읽고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승일씨의 요지는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녀문제의 근본 원인은 ‘인격’에 대한 그릇된 판단 때문이다.
인격 =  특성의 집합{성격, 사회성, 외모, 지능, 말투, 재산, 거주지 }

그리고 이러한 기준을 통해 ‘인격’을 판단하려고 하나, 인격은 구체적인 특성들로부터 구별되어 져야 한다. 인격은 어떠한 환경적 요소나 사회와 같은 ‘외부적인 요소’에 의해 침해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1. 인격은 외계로부터의 입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인격적 가치. 가치라는 용어에는 엄연히 층위가 존재한다. 가치의 좋고 나쁨, 높고 낮음의 구별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격적 가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는 것은 인격이라는 명제를 판단할 잣대가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것이다. 

2. 인격적 가치를 측정해야 할 잣대가 존재한다.

인격이라는 것의 실질적인 가치는 분명히 존재한다. 인격성은 다른 특성들을 통해 표현된다. 

3. 인격성은 다른 특성들을 통해 출력된다. 인격성으로부터 외계로의 출력은 가능하다. 

인간의 인격성을 나머지 속성으로부터 근본적으로 구별. 따라서 인격의 평등함과 특성의 구분은 서로 간에 모순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성의 공간지각능력, 근력의 우수함과 여성의 언어적 능력, 예술적 감각의 우수함은 서로 간의 인격적 동등함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결론 부분에 있어서는 동의합니다. 각 성이 본래 가지고 있었던 특성의 다양성에 따른 구분은 성에 대한 차별과는 완전히 별개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의 논리의 전개는 약간의 의문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간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그가 지닌 속성들만으로 해석하려는 태도는 분명 옳지 못합니다.

인격 =  성격+사회성+외모+지능+말투+재산+거주지 ( X )

그러나 인격과 그 인물의 속성이 완전히 별개의 것이라는 태도 또한 옳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개인이 ‘인격적 존재라는 사실’은 구체적인 특성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인격은 그 속성과 분명 상호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격’과 ‘인격적 존재라는 사실’이라는 두 용어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존엄하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명제이며, 승일씨의 말처럼 자살을 하던 무엇을 하던 그 명제는 무효가 되지 못합니다. 여기서 ‘인격적 가치’라는 용어가 등장합니다. 가치라는 것은 분명히 있고 없음이 존재하며 높고 낮음이 존재하죠. 그렇다면 인격이라는 것을 측정해야하는 잣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승일씨는 1번에서 이미 인격이라는 것을 외부의 계와 격리시켜버렸으므로, 인격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다만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즉 인격적 가치를 지닌다’ 라는 사실 뿐입니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다’ 는 ‘모든 사람은 인격적 가치를 지닌다’와 일치합니다.

게다가 논리의 전개에서 ‘가치’의 현실적인 의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인격성’ 은 다른 특성들을 통해 발현된다고 말하셨는데, 이는 인격의 성질 혹은 성격으로 풀이됩니다. 즉, 인격이라는 것이 어떤 성질을 띄고 있고 그 성질이 외부의 계와 연관을 맺고 있다는 거죠. 그런데 속성 혹은 특성과 인간의 인격적 가치는 구별된다고 하셨으니 마찬가지로 인격의 성질 – 인격성 - 은 인격적 가치와는 무관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어떠한 명제의 성질이 그 가치와 무관하다면 그 명제의 성질은 무의미하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인격성은 그 자체로 공허하거나 아무런 영향을 행사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시며 근거로 타인의 인격적 존중을 근거 없이 배척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타인에 대한 인격 존중은 가장 기본적인 명제의 실현일 뿐이지, 그 인격의 성질이 의미를 가지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3번에서 인격성은 다른 특성들을 통해 표현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인간의 인격성이 나머지 속성으로부터 근본적으로 구별된다고도 볼 수 없겠지요.

승일씨가 인격, 인격적 가치, 인격성, 인격적 존중, 인격적 존재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셨지만 그 활용이나 의미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