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세실에게 매력을 느낀 나머지 경쾌하고 시니컬한 매력의 여자아이를 이상형으로 꿈꾸며 자라지 않았을까. 내가 10대에 읽었던 책들이 너무 교과서적이었다면 사강의 이 소설은 새침하고 톡톡튀고 속모를 여자아이의 뒷모습처럼 경쾌하고 풋풋하다.

사춘기를 지나는 어느 순간 내가 나 자신을 오롯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었을 때 깜짝 놀랐던 순간이 기억난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분명히 알 수 없는 나이, 익숙해져있는 자신의 세계에 침입하여 자신만의 것이라고 믿고 있는 아빠에게 나타난 부인할 수 없게도 너무 매력적으로 나이든 안느, 그녀에게 아버지를 빼앗기게 될 듯 하자 불안한 나머지 작은 음모를 꾸미는 그녀의 내면은 너무 복잡하고 매우 섬세하게 변화를 일으켜 읽는 이를 계속 조마조마하게 만들면서도 그 나이를 지나오면서 느꼈던 오만가지의 혼란을 짐작케 만든다.

한없이 동경하면서도 그토록 곤궁에 빠뜨리기 원했던 안느를 결국 잃고 났을 때의 그녀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당황과 충격으로 그녀는 일찌기 인정하지 못했던 감정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순순히 슬픔에게 인사를 걸고 말을 걸며 슬픔이라는 순수한 감정이 생기는 것을 인정하며 그녀는 깊어진다. 슬픔이란 감정이 바로 상호 모순된 것들의 투쟁으로 인한 변증법적 통일이란 말인가? (먼산.)

그러나 더이상 안느를 밀쳐내기 위해 발버둥치며 열중할 필요가 없게 되자 시릴르가 주었던 열정적인 쾌락과 사랑이라고 믿었던 환상에서도 흥미를 잃게 되고 그녀는 아버지와 자신만의 익숙한 세계로 돌아온다. 결국 새로운 아무것도 허용치 않으며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세계 안에서 살며 다만 안느를 감상적인 추억의 단편 정도로 생각하는 대목은 문득 무섭고 너무 자기 중심적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사강이 18살때 지은 이 책을 읽는동안 '아니! 이 사람은 18살때 어찌 저런 느낌을 알았을까'하는 므훗한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는.(털썩)
 
 
 
병장 조재익 
  책 제목이 '슬픔이여, 안녕' 맞나요? 들어본거 같아서..음.. 08-10   
 
상병 박준연 
  네. 맞습니다. 08-10 * 
 
병장 김선중 
  사강의 책이군요. 저도 얼마전에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슬픔이여, 안녕보다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좋았습니다.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개인의 심리 묘사에 큰 비중을 두어 반향을 일으켰다고 하지만, 개인의 내면 심리 묘사가 일반화된 요즘임을 감안하면 큰 충격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슬픔이여 안녕'의 마지막 대사. "슬픔이여, 안녕"이 단지 주인공의 대사라기보다는 사강 자신의 대사라는 생각도 드는 군요. '슬픔이여, 안녕'으로 등단과 동시에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연이은 불행에 스스로를 파괴하기 시작했고 결국 불행한 노년을 보냈으니까요.. 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