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병장 이진호 03-30 17:51 | HIT : 225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 改名遺憾-


" 나는 ㅁㅁㅁ이야. 너희들과 잘 지내고 싶다."

 그게 끝이었다.
 담배피지 않는 고등학생이 되자는 말도, 1학년 4반의 한 배를 탄 구성원으로서 잘해보자는 담임선생님이 할 법한 말도 하지 않았다. 
 두문장 그게 끝이었다. 제길.

 자기소개 시간은 언제나처럼 따분했다.
 우리집은 어디있니. 혈액형은 무엇이니 하는 말이 넘쳐 홍수가 되어 난 익사상태가 되었다.
 니가 어디살고, 혈액형이 무엇이며 별자리가 무엇이던간에 관심이 없는데.
 옥외광고판처럼 보지않으려고 해도 보이듯, 그 음성의 변주곡은 시끄러웠다.

 씨바. 씨바. 라고 중얼거리며 난 무서운 이야기를 들을 때처럼 주위의 음성을 흐뜨려놨다.
 볼링핀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탁위로 정렬한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핀을 향해 힘껏 던진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그렇게 핀은 무너져갔다.

 그때 녀석이 일어섰다. 그는 볼링핀이 아니다.
 마치 조인성을 닮았던 놈의 자기소개에는
" 저를 믿고 아껴주신 미용실 원장님. 그리고 팬클럽 여러분~"이 나올법 했다.
 그런데 녀석은 보기좋게도, 예상을 보란듯이 차버렸다.
 스트라이크. 
 너도 똑같구나.

 제자리로 돌아가던 녀석이 나를 보고 씩 웃었다.
 볼링핀을 향해 멋지게 던졌던 내 공은 다시 돌아와 나를 쳤다.
 스트라이크. 오 이런.

 그렇게 녀석과 가까워졌다. 자석의 N극과 S극은 만나듯, 짝꿍이 되었다.
 기싸움을 통해서 만난 녀석이었기에 우리는 서로를 못잡아 먹어 안달이었다.
 하이테크 팬을 사서 자랑하던 녀석에게, 나는 그 미세한 펜촉을 보고 감탄하다가
 부러뜨렸다. 긴장감의 고조. 녀석은 외쳤다. " 아. 씨바. 이진호"
 그리고는 반나절을 왼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가 없었다. 
 씩씩 대는 녀석은 지금 고작 2000원짜리 펜으로 화가났다. 
 호주머니를 뒤적였다. 꼬깃꼬깃 접혀진 퇴계이황선생이 우습게도 한 분뿐이다.

 아. 제기랄.
 그래서 녀석에게 말했다. 
" 할부하자.2일 무이자"
" 됐거든."
 관대하게도 채무자는 나의 채무불이행 선언을 인정해줬다. 고마워. 고마워. 

 신나게 놀았다.
 탄젠트와 사인 코사인에 관해서 수학선생님이 말씀하실때
 우리는 야자시간에 도망갈 거사를 논의하고 있었고,
EBS 교육방송 시청시간에는, 강사 성대모사를 따라했었다.
200 원의 불량식품을 사먹으려 쓰레빠를 신고, 학교 주위를 배회하며
 우유각으로 복도 축구도 하고, 미친듯이 경찰과 도둑 놀이도 했다.
 이런날만 있을 줄 알았다. 
 뛰어다니다가, 목마르면 수돗가에 가서 물을 마시면 즐거운 기분이 가득한 그런 날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우습게도 우린 고등학생이었다.

 고 3이 되면서, 
 복도를 신나게 뛰놀던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고,
 신경전을 부리면서 욕도 했을 우리는 점수에 예민해져 이미 표독스럽게 변해있었다.
 그렇게 녀석은 내 주위 사람들처럼 멀어져갔다. 

 그리고 수능날, 녀석은 고사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 잘쳐.임마."
" 너도."

 그게 마지막 대화였다. 그리고는 녀석을 볼 수 없었다.
 수능을 끝마치고, 녀석을 볼려고 노력해도 누구나 갖고 있다는 사이좋은 세상도 없고
 연락처도 없으며 그 흔한 메일 주소도 없었다.

 스트라이크. 녀석은 내게 두번째 스트라이크를 날린 셈이다.
 아. 개새. 내가 찾으면 확실히 고쳐놓겠어. 연락을 왜 안해.

 그리고는 시간이 흘렀다. 찾고 싶은 친구를 찾지 못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군에 들어가 내가 살기에도 바쁜 시간을 보냈다.
 상병을 달고 어느덧 한달이 지난 아침,
 나는 "군용트럭이 전복되었다"는 소식을 뉴스에 접했다.
" 이런. 이런." 로션을 바르던 내 손길은 어느때와 같이 탱탱했다.

 ㅁㅁㅁ.
 이라는 이름을 봤을때는 나는 잠시 멍했다. 흔한 이름이잖아. 대개 흔해. 정말로.
 그런데, 그 흔한 이름은 대한민국에서 한명 뿐이었다.
 스트라이크. 
 그렇게 녀석은 3번째 스트라이크를 통해 날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놈은 마지막까지 날 갖고 놀렸다. 개명을 했다. 고ㅁㅁㅁ. 나쁜놈.
 제주도 사람도 아니면서 고씨라는 성을 쓰다니.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06년에서 2007년으로 넘어갔다.
 나는 아직도 하이테크 펜을 쓰지 않고, 아침뉴스를 볼때 로션을 바르지 않으며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에 그 누군가에게 기대나 예감을 하지 않는다.

 이제는 스트라이크를 받고 싶지 않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안녕. 안녕. 안녕.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이젠 볼이 나올때도 됐는데. 넌 날 아웃시키는구나. 안녕. 내친구야.



 상병 김병주 
 찡... 03-31   

 병장 이영준 
 아침부터 가슴 한켠이 아파오는 글을 접하게 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04-02   

 상병 이진호 
 가슴 찡하네요... 04-02   

 병장 박찬인 
 와우. 와우. 와우. 
 아. 아. 아. 04-03   

 병장 김종복 
 욱신 욱신... R.I.P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