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비운의 명작(?). 6번째 날 
 병장 김지민 06-04 10:00 | HIT : 246 




 숨겨진 비운의 명화. 6번째 날.




 사실 이 영화는 흥행에 참패했음에도 불구하고, 포스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이상한 눈 보호구 같은 것을 착용하고 번쩍거리고 있는 포스터. 위에는 삼엄한 분위기로 '6번째 날'이라 적혀 있는. 그 포스터. 
 그러나, 이런 '인상적인' 포스터는 실질적으로 흥행에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이건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포스터는 '인상적'이긴 하되  '재미없어 보이기 때문' 이다. 더군다나 한 때 유명했던 아놀드 역시, 관객들의 기대심리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일지도 모르지만, 이 영화는 주연만 달리 썼어도 훨씬 더 흥행 했을 뻔한 영화였다.


 필자가 이 영화를 언급하며, 숨겨진 명작(사실 명작 까지는 아닐지라도)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에 숨겨진, 명백한 주제의식과, 그 시선처리에 대한 감독의 표현력 때문이다. 먼저,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소재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Cloning


 영화 6번째 날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의 이야기이다. 화장실 거울에서 액정 TV가 나오고, 자동 항법시스템을 통한 자가용의 컴퓨터 대리운전이 가능하며, 사이버 연인의 애무가 가능한 시대. 지금으로서 상상했을 때 정말 '그럴법한' 미래의 모습이 바로 6번째 날이 제시하는 미래 사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관객들은 현실로부터 얼마 멀지 않은 cloning의 문제를 더욱 더 실감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복제이야기를 맨 처음 '애완동물'건에서 다루고 있다. 6번째 날의 미래사회는, 동물 복제가 가능한 시대. 합법화 된 시대. 그리하여 동물 복제를 해주는 회사가 버젓이 있는 사회이다. 이런 동물 복제의 선두주자인 'Repet'社는 광고 카피로 '당신의 개가 죽었다고 해서 슬퍼하지 마십시오'라는 둥의 문구를 사용한다. 그도 그럴 것이 Repet사의 복제 동물들은 죽기 바로 직전 동물들의 기억을 완전히 복제 동물에게 이식시킬 수 있으며, 훈련받은 바는 물론 버릇까지도 완벽하게 복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당신의 개가 죽었다고 해서 슬퍼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똑같은 개를 다시 볼 수 있을 테니까. 

 이것을 Repet사의 회장인 드럭커는 이렇게 표현한다.
'우리는 죽음을 넘어 설 수 있소.'

 과연 그럴까?

 영화 속의 이런 대사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시종일관 이러한 복제와 죽음을 희화화 하는데에 주력한다. 자신이 복제 되었다는 사실을 안 아담 깁슨(아놀드 슈왈제네거 분)을 폐기처분 하기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드럭커의 수족 부하들은, 몇 번이나 죽임을 당해도 다시 복제 된다. 그리고는 한다는 말이
'아 제기랄. 가슴이 차에 밟혀 죽어서 그런지, 계속 답답해' 식의 괴기 발언이다.
 그런가 하면 이 말을 들은 그들 중 리더는
'그만 좀 해. 누군 한두 번 죽어보냐?'
 식의 또 다른 괴기발언마저도 서슴지 않는다.
 하물며, 그들은 죽어서 복제 되었을 때, 자신이 복제되었다는 사실 자체보다도, '다시 태어났기 때문에 새로 귀를 뚫어야 한다는 점, 머리 염색을 다시 해야 한다는 점.' 등에 분개하는 모습을 보인다. 관객들은 이러한 넌센스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또라이'라고 반응하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이 이렇게 죽음에 대하여 초연한 모습(심지어 너무 초연해서 또라이 같은)이, 진정 '죽음을 넘어선'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다. 영화에서 일부러 이러한 논리적 모순을 피해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감독의 실수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제된 개체로서 생각하기에는 이런 모습이 '죽음을 넘어선' 것일지 몰라도, 죽기 이전의 개체에게는 '사후'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라. 자신은 죽고 자신의 복제가 자신 이후의 삶을 자신과 완벽히 산다고 할 지언정, 그것은 '내'가 아니며 '나와 똑같은' 개체의 삶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가 보기에 그것은 죽음을 넘어선 것이 될 수 있어도, 죽는 자에게 있어서는 결코 죽음이 죽음 자체로 다가올 뿐이다.

 만약 이러한 논리적 모순을 감독이 실수로 집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개탄 받아야 지당하겠지만,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라면 (아마, 필자마저도 알아 챌 수 있는 논리적 모순이라면 감독이라고 해서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예상이다) 이것은 박수 쳐야 마땅한 일이다. 감독은 복제와 죽음을 희화화하기 위하여 이러한 의도를 부여했고, 또한 성공했다. 자신의 생명에 대하여 잔혹하도록 관심없는 복제품들의 '어쨌거나 살면 그만'이라는 마인드에서 관객들은 혐오감을 느낄 수 있으며, Cloning 자체에 대한 공포심마저도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 영화가 가지는 생명공학의 공포는, 마지막 장면, 드럭커 박사의 미완성된 클론을 통해서 극대화 된다. 복제가 덜 된 드럭커박사의 모습은 가히 괴물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며, 이를 통해 생명공학이 '괴물'을 탄생시킬 수 있음에 대하여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메시지는 에어리언 4에서 나왔던 리플리의 복제품들을 보며 느끼는 감상과 유사하다. 우리들은 신의 권능을 흉내내는 것이 얼마나 잔혹하고도 공포스러운 일인가를 영상을 통해서 실감하게 된다. '괴물을 탄생시킨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더군다나, 이 영화는 다만 복제기술의 공포로 화두를 던지는데 그치지 않고, 만약 복제기술이 성공적으로 끝마쳐져, 인간이 복제된다고 했을 때, '복제 인간'의 인권과 인식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까지도 묻고 있다. 맨 마지막 원본 아담과 복제 아담의 대화에서 복제 아담의 대사 '자신은 누구인가 고민하기 위해 바다로 한동안 떠나있겠다'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거리를 안겨준다. 복제된 인간은 무엇인가. 생명인가? 영혼은 있는가? 복제된 아담 역시 원본 아담과 똑같이 그의 가족을 사랑한다. 그의 사랑은 그렇다면 거짓인가? 그의 존재는 거짓인가?


 이 영화의 기본적 구조는 어찌 보면, 발톱 먹은 쥐새끼가 변신을 하고 들어와 내 행세를 하는 공포 구조와도 똑같다. 정체성의 문제. 그리고 그 근본적인 공포의 원인으로 Cloning이 제시되는 것이다. 

 그 어떤 영화보다도 Cloning의 공포에 대하여 시사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물론 영화 자체로서도 복선구조라던가, 탁월한 재치와 액션, 세계의 구현이 뒤떨어 지지 않는다.





 상병 박준연 
 잘 봤어요. 역시 저는 포스터가 기억이 나질 않네요.. 06-04   

 병장 진규언 
 이 영화 본것 같아요.(웃음) 

 여담이지만.. 지민님 문화비평가도 어울릴것 같아요. 식도락 칼럼니스트. 이건 어때요? 헤헤 06-04   

 병장 김광철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요.. 
 근데 흥행엔 참패했었나보죠? 

 친구의 추천으로 비디오 빌려서 봤는데, 스토리가 꽤 좋아서 흥행 성공한 영화인줄 알았는데 말이죠;; 06-04   

 상병 김현진 
 그런데 '어떻게' 죽기 직전의 기억까지 갖고 복제될 수 있나요? 

A: 죽기 전에 남길 말은 없나? 
B: 자, 잠깐만, 죽기 전에 내 기억 업데이트 좀 하고.. 
A: .......... 

 이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이 영화를 안봐서 잘 모르겠지만 이쯤 되면 복제의 차원을 넘어서서 '부활'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거 엄청난 문제작이잖아(......) 06-04   

 병장 김지민 
 음, 영화 내에서 나오는 복제기술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의아함을 들게 한 점 먼저 사과드립니다. 

 영화에서는 이러한 완벽한 '기억'의 복제를 위해서 '신코딩'이라는 기술을 사용합니다. 인간 망막과 세포에 남는 기억의 잔상들을 그대로 카피하여, 인간이 가진 기억들을 데이터화 하는 것이지요. 포스터에서 슈왈제네거가 쓰고 있는 괴상한 안경같은 것은 이러한 신코딩 기구입니다. 

 이러한 신코딩은 굳이 살아있지 않더라도 안구만 손상이 없으면 가능한 것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에서 나오는 복제기술 반대 '광신도'는 자신의 얼굴에 광선총을 쏘는 것으로 자살을 하죠. 

 더군다나, 이렇게 데이터화 된 기억은, 임의 삭제, 수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문제가 됩니다. 6번째날은 이런 '기억'의 문제까지도 제시하고 있어요. 06-04   

 상병 김현진 
 사과라니요. 덕분에 즐거운 상상도 할 수 있었는 걸요. 신속정확한 해설 감사합니다. 06-04   

 상병 이보형 
 아놀드아저씨의 평소 이미지(주지사 이전)가 
 포스터처럼 단순한 오락영화처럼 보이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06-04   

 상병 김윤호 
 와, 제가 원하는 영화였습니다. 황우석 교수의 줄기 세포에서 시작해서 복제 분야 전체를 반대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영화는 꼭 봐야겠네요. 좋은 감상 잘 읽었습니다. 06-04   

 병장 배진호 
 음 에어리언 4에서도 주인공은 복제되었고.. 6번째 복제체에선가 전의 기억을 모두 
 가지고 태어나게 되지요.. 하지만.. 기억을 복제한다라는 건 어딘가 말이 안된다라고 
 생각이 드네요.. 

 단지 복제된 새로운 몸에 기억을 리셋할수는 있을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중요한 것은 아마도 정체성의 문제겠지요.. 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