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혁명 
 일병 정영목 06-05 16:28 | HIT : 152 



== 들어가기 ==

 재활용 글, 그 두 번째. 수소 혁명은 제러미 리프킨이 다소 들떠있는 기분으로 쓴 느낌이 강하게 드는 책입니다. 최근 뉴스를 보면 선진국들은 수소 에너지보다는 바이오매스 에너지에 무게를 두는 것 같기도 한데, 뭐, 잘은 모르겠네요. 분명한 것은 '석유 시대'는 곧 종말을 고할 거라는 거.

 우리 시대와 아주아주 밀접하게 관련된 주제입니다. 관심있게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역사적인 참여를 호소하며 ==

 언제부터인가 우리 인류는 세계가 무한하다는 가정 아래, 어마어마한 자원을 써가며 물질적인 발전에 몰두했습니다. 그 결과, 지구 역사상 유래 없는 거대한 소비 사회를 구축하여, 현재 (국지적으로)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세계는 (당연히) 유한한 것이었습니다. 현재, 우리의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인 석유는 빠르면 2019년, 늦어도 2030년경에 고갈될 전망입니다. 비단 석유 뿐만이 아니라 모든 범주에 걸쳐 지구의 자원은 급속도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유한한 세계에서 대량 소비 사회란, 후손들이 먹을 양식을 게걸스럽게 약탈하는 체제란 걸 우리는 진정 모르는 것인가요?

 자, 지금 이 자리에서 몇 가지 질문을 해봅시다. 석유가 고갈되면 우리는 에너지를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요? 쓰레기 문제는? 경제를 저속 기어로 바꾸는 건 어떨까요? 그렇다고 무조건 옛날로 돌아가면 되는 걸까요? 이처럼 인류 전체의 존망이 걸려있는 문제엔 무관심하고 연예나 스포츠 얘기에 빠져 있는 이들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참 복잡한 문제입니다.

 반면, 대책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우리의 생활을 조절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면, 구체적인 대안이 없다고 투덜대는 이들이 있습니다(좀 답답하긴 하지만, 그들의 지적도 옳습니다). 그렇다면 초점을 좁혀 핵심 사안인 에너지 고갈 문제를 논해봅시다. 상황은 아주 심각합니다. 오죽하면, 가이아 가설(지구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가설. 환경 운동의 중요한 토대 중 하나임)의 제창자인 제임스 러브록마저 이미 때는 늦었으니 최악의 상황을 면하려면 원자력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고 말했겠습니까? 물론 그도 알고 있습니다. 원자력 에너지는 결코 친환경 에너지가 아니며, 원자력 에너지로 현재의 석유 에너지를 대체했다간 실로 무시무시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걸. 핵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핵사고나 핵무기 확산은 막을 수나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건 아닙니다(희망을 가져도 좋습니다). 수소 에너지 기술이 이미 실용화 문턱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수소 에너지 기술이란, 태양 에너지를 기반 에너지로 삼되, 거기서 얻은 전기 에너지로 지구 상에 풍부한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분리, 그것을 연료 전지와 연결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일련의 기술을 일컫습니다. 이 과정에서 태양 발전소 시설과 연료 전지를 만들기 위한 자원이 소모될 뿐, 아무런 공해도 발생하지 않죠. 한 마디로 '꿈의 기술'입니다.

 그러나 수소 에너지 기술이 우리의 주력 에너지 체계로 도약하려면 기술적인 요소보다 정치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수소 에너지로 전환할 때까지 석유 에너지로 버텨야 한다는 점. 이 기간은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위기를 깨닫고 석유 에너지를 아껴가며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에 힘쓰기엔 충분한 시간이요, 끝까지 석유 에너지를 흥청망청 써가며 숙제를 미루기엔 짧은 시간이죠. 즉, 우리는 위기의 심각성을 환기시키는 정치적 노력을 해야 합니다.

 둘째, 수소 에너지와 석유 에너지는 다르다는 점. 석유 에너지는 고밀도로 집중된 에너지인데 비해 수소 에너지는 분산된 에너지입니다. 다시 말해, 석유 에너지는 소수의 대형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게 효율적이지만, 수소 에너지는 다수의 소형 발전소를 이용하여 생산지와 소비지를 가깝게 연결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소를 분리하기 위한 기반 에너지인 태양 에너지가 근본적으로 분산 에너지이며, 중앙 집중식 발전 방식 자체가 본래 비효율적인 것이기 때문이죠(석유 에너지는 수송 비용 때문에 중앙 집중식 발전 방식이 유리했습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수소 에너지 시대의 도시 인구 한계치는 5만 정도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인구가 5만 명? 뭔가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 같지 않습니까? 정치적인 변화가 일어날 만한 환경입니다.

 마지막 이유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긴 한데, 좀 더 중요한 사안입니다. 수소 에너지는 에너지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수소 에너지가 너무 막대해서 아랫목까지 넘쳐 흐른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전체 양은 적죠. 기억하세요. 수소 에너지는 분산 에너지입니다. 그것은 골고루 분배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미묘한 사안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빈곤에 시달리는 제3세계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전기 그 자체가 사치입니다. 그러나 현 시대에 전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전기 없이 일주일만 살아보시길). 산업화가 절대적인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몇몇 이들이 '진보된 농업'을 일으키려고 해도 전기가 필요합니다. 이런 그들에게 수소 에너지는 일종의 기회죠. 에너지가 없어 생존의 싹조차 트지 않는 곳에, 저렴하고 깨끗하며 무엇보다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가 흐르는 광경을 상상해보세요. 그 정치적 파장을 예상할 수 있습니까? 선진국 입장에서는 썩 유쾌하지 않을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현 국제 세력도를 그대로 두고 에너지 수급 체제만 바꿀 수 없다는 민감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정리해봅시다. 현재, 우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전체 위기 중에서 최상위 핵심 사안인 석유 에너지 고갈 문제는 수소 에너지 기술에서 적절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그 과정을 (늘 그랬듯) 단순히 힘 있는 자에게만 맡겨서는 수소 에너지 자체가 가지고 있는 분산적 특성 때문에 지지부진 할 수 밖에 없다는 점, 이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엘리트를 너무 믿지 말란 얘깁니다). 그렇습니다. '역사적인 위기'에는 그에 상응할 만한 '역사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동트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 상상이 가십니까? ==

 석유가 늦어도 2030년 경에 고갈될 전망이랍니다.

== 참고 문헌 ==

* 제러미 리프킨 지음. 이진수 옮김. 수소 혁명. 민음사. 1. 2003.  


 병장 이승일 
 잘 읽었습니다. 수소에너지가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대목이 흥미롭군요. 
 그0런데 제 3세계가 감당하기엔 비용이 엄청 많이 들지 않나요? 안정성을 위해서는 금속 따위에 저장해야하는데, 그 비용이 대박이라던데... 뭐 기술이 진보해서 값싼 매체가 나오겠지만요 06-06 * 

 일병 정영목 
 수소 에너지는 화석 에너지보다 저렴해지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수소 에너지 기술 자체가 발전하는 것도 그 한 가지 이유가 되겠지만, 화석 에너지의 희소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죠. 물론, 그 시기를 예측한다는 것이 80년대에 인터넷의 상용화를 꿈꾸는 것만큼이나 막막한 일이긴 합니다. 

 지금 당장은 '흐름'으로서의 수소 에너지는 몇 가지 지엽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실현 가능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연료 전지' 기술이 의외로 빨리 발전했기 때문이지요. 208급인가 재래식 잠수함의 성능이 본래 이틀에 한번 부상해야 하는 수준이었는데, '개선된 연료 전지'로 인하여 2주를 잠수 상태로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세세한 수치가 기억이 잘 안나네요. <한국형 잠수함 KSX>란 책에서 본 내용입니다). 그만한 연료 전지 기술이라면, '저장'은 논외로 하고, 적지 않은 량의 전류를 흐르게 할 수는 있습니다. 흠. 한 마디로,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란 얘깁니다. 06-06   

 병장 이승현 
 석유는 계속 고갈된다고 위기론이 나오지만 고갈되고 있지 않다는거... 많은사람이 2000년이 되기 전에 고갈된다고 예측했다는데.. 그 고갈 예측이 틀리는 이유가 예측이 현재 매장이 확인된 량 기준이고 앞으로 발견될 양을 확실히 추정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던데요. 사견이지만 내가 죽을 때까지도 안떨어지고 충분히 쓰고도 남을거 같음. 06-06   

 일병 정영목 
 현재 미에너지성에서 발표한 매우매우 낙관적인 수치가 2040년 전후입니다. 그것도 타르샌드 같은 '더러운' 석유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미에너지성은 석유 위기를 부정하는 대표적인 조직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2019년에 석유가 고갈될거라고는 생각치 않지만, 2030년이라고 해도 그리 먼 시간은 아니지요. 우리가 40-50대 쯤 아닙니까? 또, 하도하도 얘기해서 '지구 온난화'가 많이 식상해지긴 했지만, 진짜 위기는 아직 시작도 안된 상태입니다. 머랄까.. 상황이 썩 그리 좋지 않습니다. 06-06   

 병장 김병완 
 그렇다고 대안이 없는 건 아닙니다(희망을 가져도 좋습니다). 수소 에너지 기술이 이미 실용화 문턱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수소 에너지 기술이란, 태양 에너지를 기반 에너지로 삼되, 거기서 얻은 전기 에너지로 지구 상에 풍부한 물을 전기 분해하여 수소를 분리, 그것을 연료 전지와 연결하여 전기를 생산하는 일련의 기술을 일컫습니다. 이 과정에서 태양 발전소 시설과 연료 전지를 만들기 위한 자원이 소모될 뿐, 아무런 공해도 발생하지 않죠. 한 마디로 '꿈의 기술'입니다. 

 수소에너지를 석유에너지 고갈의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위 본문에서도 쓰셨듯이 수소에너지란 다른 형태로 얻은 에너지를 변환시켜 얻은 이차에너지(전기에너지)를 저장하여 쓰는 삼차에너지입니다. 당연히 각 과정에서 에너지의 손실이 일어납니다. 물론 오염이 없다는 점에서 친환경 에너지 저장매체로서 의의가 있긴 하지만 에너지원으로서의 역할은 전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수소에너지를 쓰기 위해선 태양광발전 등 대체 에너지의 효율을 올리는 데 힘써야 하는데 아직은 그 길이 요원합니다. 현재 가장 실용화 가능성이 높은 것은 풍력 발전인데 높은 에너지 가격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도 수지가 남습니다. 거기다 풍력발전소는 발전소가 설치된 부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다만 그 기술의 보급이 이루어지는 데는 역시 많은 시간이 걸리겠죠.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고요.) 06-07   

 병장 김병완 
 바이오 에너지등은 식량문제가 걸려있고 타르샌드 등 다른 에너지원의 경우 현재의 기술로는 발굴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발굴하여 사용가능한 에너지보다 많이 소비되기 때문에 개발이 지지부진합니다. 뭐 기술의 발전으로 언젠가 해결될 지도 모르지만요. 우리가 석유에 대해 당장 걱정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는 석유 고갈이 아니라 공급 부족입니다. 유전의 반 정도를 채굴하게 되면 그때부터 그 유전의 생산량은 줄어듭니다. 이를 허버트 정점이라고 하지요. 이 허버트 정점을 전세계 유전에 적용해보면 그시기가 2008~2015년 사이입니다. 석유 수요가 계속해서 꾸준히 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공급 증가가 감속하여 결국 추세가 감소로 역전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입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주유소 앞에 휘발유 통을 들고 길게 줄을 서야할지도 모를일이죠. 
 뭐 결론은 에너지 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하고 수소에너지는 '꿈의 기술'은 아니라는 겁니다. 이번에도 과학자들의 예측이 틀리고 경제학자들의 궤변이 맞기만을 바래야죠.. 06-07   

 상병 김현진 
 허버트 정점이라. 좋은 정보네요. 
 연료 고갈 문제도 문제지만 환경 문제를 생각해보면 역시 빠른 체제전환이 필요하겠네요. 06-07   

 일병 정영목 
 김병완 님// 공급 부족에 대한 논의, 동의합니다. 그리고 김병완 님께서 말씀하신 허버트 정점에다가, 중동의 정치적 문제까지 겹치게 되면 사태는 정말 걷잡을 수 없겠단 생각이 새삼스레 드는군요. 

 어떤 에너지가 선택되든, 결국엔 '아껴야 한다', '더 이상의 대량 소비는 불가능하다'란걸 인식해야 하는데, 글쎄요. 우리 인간이 순순히 그럴지는 뭐, 두고봐야 알겠지요. 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