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혜교를 지켜라 (상병 김강록/051211) 
 
 
 
 
82. 송혜교를 지켜라! :



연말 맞은 경리병은 사무실에 없어서는 안될 톱니바퀴다. 고단한 노동, 하지만 생산의 긍지를 간직한 20세기의 표상. 금속성의 표면에 인간의 체온과 땀이 흐르는 톱니바퀴의 이미지는 자못 신비롭다. 그 신비로움에 현혹되어, 뭔가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에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주저앉는 이들이 많다. 나 역시 그랬다면, 성공한 아들놈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세상 일이 어디 마음대로 되나.

최근 사무실 책상 배치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 내 책상 바로 왼쪽 앉은 채로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세절기를 옮겨놓은 것이다. 반대쪽, 내가 그때그때 프린터에 넣어서 쓰기 위하여 이면지를 쌓아두던 자리는 어느샌가 세절할 용지들의 접수 창구가 되었다. (이는 세절할 용지와 이면지의 혼재로 인하여 A4 사이즈 만한 공간에 펼쳐지게 될 카오스적 아비규환을 예고한다.)

오늘도 '당연하다는 듯이' 놓여있는 빈 편지봉투 하나. BC카드에서 온 그것은 자신의 존재 목적이었던 카드 청구서를 토해내고선 체념한 듯이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른손으로 봉투를 집어들어 왼손으로 그것을 처형하려던 찰나. 그때였다. 봉투 전면의 왼쪽 하단에서 미소짓고 있는 송혜교를 발견한 것은.


순간 머리 속에 파르르 경련이 일었다. 경련처럼 스쳐지나간 어떤 느낌, 내지 인상을 완성된 언어의 형태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완성된 언어의 형식을 갖춘 사고만이 의미를 가진다고 하는 것은, 그것은 언어의 제국주의가 아닌가. 나는 오히려 언어화 이전의 원시적인 그 어떤 느낌이야말로 나의 진심이라고 믿는다. 언어는 결국 거래이며, 세계와 타협한 절충안이 아닌가.

이 글 역시 언어와 나 사이의 신사적인 관계를 통해 애비애미없이 태어난 사생아의 꼴이지만, 그래도 어쩌겠나. 그 사생아가 내 유전자의 절반을 간직한 흔적이 될 수 있다면,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나는 도덕적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호색한 '글질'을 계속하려 한다.

그 경련같은 느낌을 나의 사생아를 빌어 해독하자면 이렇다. 키보드질과 서류철이라는 격렬한 육체 노동에 의해 단련된 나의 하얗고 억센 손아귀에서 오직 세절기 입구로의 추락만이 유일한 운명이었던 송혜교는, 여전히 웃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내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 아아, 더는 내 행동을 버틸 수가 없었다. 형은 중단되어야만 했다. 사무실의 어느 누구도 한 병사의 이러한 급작스런 일탈 행위를 막을 수가 없었다.


그녀를 내 책상 가장 고귀하고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킨 후, 나는 곧 생각에 빠졌다. 세절기 입구에서 추락 직전에 그녀의 눈빛을 마주치고서도 처형을 속행했더라면, 그것은 어떤 의의를 지니게 될까? 이미 송혜교를 인정한 세계의 표상 체계 속에서 그녀를 죽임으로써, 그녀의 생사여탈을 결정함을 통해 그 소유자이며 지배자가 됨으로써, 손쉽게 고귀한 이들의 반열에 오르는 방법이 되었을까?

그랬을지 모른다. 애시당초 바로 그러한 것이 소유의 본질이 아니었던가. 스스로 보석같은 이가 되려하는 대신 보석의 소유를 통해 자신의 고귀함을 증명하려드는. 따라서 소유란 자기 기만이며, 수학 문제의 잘못된 해법과 같은 것이다. 소유에 관한 멋지고 명쾌한 표현이라면, 이미 프루동 선에서 나올 건 다 나왔다. 하지만 나는 오늘 이에 굳이 한 마디를 더 보탠다. 소유는 송혜교를 죽이는 일이라고!


반면에 송혜교의 처형을 중지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인간이 인간의 가치를 알아보고, 인간이 인간 스스로에게 구원자가 되어주며,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배신하지 않는 일이 아닌가. 인간이 인간을 위해! 나 육군 경리병 김 상병이 송혜교를 위해! 찰나에 스치는 경련같은 느낌은 처음부터 인간에 대한 느낌이었다.

우리는 곧잘 소통의 불발을 호소한다. 하지만 이제 진실이 드러났다. 그것은 언어의 제국 치하에 시달려온 신민의 한낱 편두통이 아닌가. 비트겐슈타인은 일찌기 인간이 오로지 한 가지 방식으로만 사고하려 든다며 사고의 편식을 제기했었다. 이미 나올 말은 다 나온 셈이지만, 나는 여기에 굳이 한 마디를 더 보탠다. 인간은 오로지 한 가지 방식으로만 소통하려 든다고, 소통에 있어서도 인간은 지독한 편식을 일삼고 있다고 말이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 송혜교의 미소에 담긴 그 강건한 음성을 듣는 순간 그것은 곧 나의 삶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었다. 오직 보고용 요약지를 만들 때만 아껴서 시전해온 육군 상병 5호봉의 칼솜씨로 송혜교를 오려내었다. 그녀를, 구한 것이다. 세절해야만 했던, 세절당해야만 했던 우리의 엇갈린 슬픈 운명은 이로써 통쾌하게 극복되었다. 그것을 가능케 한 건 언어 이전의 어떤 원시적인 느낌이었다. 그 짜릿한 느낌을, 나는 사랑한다. 어쩌면 내가 당구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한다. 매번 샷을 결정할 때마다 그러한 원시적인 느낌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비단 당구장에서뿐만 아니라, 나는 평소 다른 일상 속에서도 그런 잠깐 스쳐지나가는 듯한 인상이나 느낌을 중요시하고 그것을 판단 기준으로 삼곤 한다. 깊은 심사숙고보다는 충동에 가까운 방법인데, 그래서인지 나의 당구 스타일은 재미는 있지만 세밀하지가 못한 면이 있다. 내 전반적인 삶 역시 대개가 그런 식이었다. 당구같았던 나의 삶, 그래서 손해도 많이 봤다. 이미 세상엔 이러한 방식에 대한 지지자가 없다. 충동─그것은 이미 정상적이지 못한 예외적인 경우를 일컫는 말이 아닌가.


하지만 후회해본 적은 없다. 내가 좀 손해본다고 해서, 세상에 지지자가 없다고 해서 송혜교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건 결코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 이미 송혜교는 우리에게 자신이 조선의 국모임을 외치고 있는데, 언어의 제국에 발목잡힌 우리 신민들은 애써 그것을 외면한다. 결국 모든 문제는 언어에서부터 발생한다. '현실'─제국의 강령이며 우리가 지레 겁먹고 있는 그것이 결국 특정 취향의 스펙트럼 상에 놓인 또 하나의 표상 체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십자가를 짊어진 채 죽어가는 송혜교를 구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일찌기 비트겐슈타인은, 철학의 역할이 언어의 문제를 밝혀내는 '활동'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그 목적은, 내가 끼어들어서 한 마디 더 거들자면, 바로 소중한 송혜교를 지켜내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 할아버지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중요한 것은 송혜교의 죽음을 설명해내고 입에 발린 말로 그것을 애도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몸으로 뛰어들어 송혜교를 구하는 것이라고. 어떤 철학자들은 멋지고 어려운 말들로 언어의 제국에서 귀족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철학을 한다. 그들의 안중에, 과연 송혜교가 있을까.

많은 이들이 먼지 쌓인 철학책에서 진리를 찾으려 하지만, 나는 진리 나부랭이에는 별 관심이 없다. 이쁘장한 여자 연애인들에나 관심이 있을 뿐─이미 정답은 우리들 마음 속에 있는데. 단지 그것을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해나가면 되는데. 오늘은 BC카드 청구서 봉투 속의 송혜교를 구했지만, 언젠가는 내가 진짜 송혜교를 구할 날도 오겠지. 그 가능성을 아직 완전히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신중한 척 말만 늘어놓고 카드 청구서의 송혜교조차 구하지 못하는 애송이들의 그것보다는 높다고 생각한다. 바로 그 믿음이야말로 내 삶의 원동력이다. 그래서, 우리 송혜교의 사도들은 빨간 사과를 꿈꾸는 일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05. 12. 8. 木

大영일고등당구스쿨 공채 24기 목동의 김프로





상병 이기헌 (2005-12-11 16:15:00)  
영일고등학교 출신이신가 보네요. 제 친구들이 많이 다니던 학교였었습니다.
목동은 아니지만 목동이라 할 수 있는 지역에 사는 사람으로써 매우 반갑습니다.(웃음)
힘든 연말에 경리계원이시니 더더욱 바쁘시리라 생각됩니다. 힘내시고, 다가오는
연말 잘 보내시고 힘찬 새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상병 임재현 (2005-12-11 17:37:01)  
BC카드 인물이 원빈이나 에릭이였다면, 면상평등죄를 적용하여 처형했을텐데
나는 영일의 차이나 교복을 한개도 안부러워하던 대일인이요  

병장 김형진 (2005-12-11 18:18:31)  
전 영일이나 대일에는 관심없었고, 앙드레김이 디자인한 교복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교복을 가진 J모 여고에 관심이 있었죠.
응당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사실 J모 여고의 하복 센스는 정말 최악이라고 봐요. 동복은 그럭저럭 봐줄만함. 제가 좀 교복매니아거든요.
저의 이러한 신념이 언젠가 J모 여고의 하복을 바꾸는 날이 올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피스-  

상병 임재현 (2005-12-11 18:30:52)  
김형진님 당신은 지금 거짓을 말하는게요
진명의 하이디는 없어진지 오래요  

병장 김형진 (2005-12-11 18:33:10)  
오, 제가 좀 노땅이거든요. (이런 들켰다) 
결국 저의 신념이 세상을 바꾸었군요. 훗.  

상병 임재현 (2005-12-11 18:39:19)  
모두의신념이였죠  

상병 김강록 (2005-12-11 18:57:22)  
재현님 / 대일고 앞에서 횡단보도 건너면 서점이랑 당구장 있는 건물 있죠? 거기 저 2학년 때 같은 반 친구네 집이에요. 그러니까, 대일인의 영역은 딱 거기까지. 훗!

하지만 저는 진명여고 교복을 정말 좋아했었던걸요. 제가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오기 전에(어차피 목동 안에서 이사다닌 겁니다만) 목동아파트 7단지에 살았었는데, 그래서 유년 시절의 일부를 바로 앞에 있는 J여고 누나들을 보면서 자랐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J여고 누님들은, 제가 이성에 눈을 떠가던 시기에 여성상을 정립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J여고의 교복이야말로 제가 생각하는 여성상의 이데아였다고나 할까요.

여러분들과는 취향이 달라서 그런 모양인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J여고의 멜빵치마─어울리는 소녀들에게는 얼마나 잘 어울다구요─가 사라지게 되어 저는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언제까지고 저는 그 나풀거리는 하늘색 멜빵치마를 기억할 거에요. 헌데, 웬 교복 얘기들을 갑자기.  

병장 김형진 (2005-12-11 19:04:28)  
그게, 그러니까, 강록님 글의 마지막 문단을 읽다가, 딱 꽂혀서, 언젠가 제 신념이 세상을 바꿀 날이 올거라는 얘기를 한 거였는데.
와, 근데 진명의 하이디가 정말 사라졌단 말인가요. 막상 그 이야길 들으니깐 한편으론 허전섭섭쓸쓸한데요. 오늘 밤 잠 못 이루면 어쩌지; 
아, 그리고 원래 그 진명의 멜빵치마는 어울리는 2%를 위한 교복이라니깐요. 제가 박애주의자라 그런지, 98%가 참 안타까웠어요.  

병장 소민욱 (2005-12-12 03:14:50)  
..

김강록 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곳의 글들을 대부분 읽어 본 결과 훌륭한 내용임에 불구하고 어려운 단어들을 선택해서
어려문 문장들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저의 평소 상식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간혹 남들이 훌륭 하다고 칭찬해 놓은 글들을 읽다 보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매우 힘이 듭니다.
2~3번씩 읽어봐도 이 글이 "무엇"을 전달하려는 지는 알겠는데 그 "무엇"을 전달하기 위해 이렇게 어려운
단어나 문장들을 과연 써야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위의 글 중 한 대목을 보더라도 이런 글이 있습니다.

'세절할 용지와 이면지의 혼재로 인하여 A4 사이즈 만한 공간에 펼쳐지게 될 카오스적 아비규환을 예고한다.'

"혼재", "카오스", "아비규환" 등 각각의 용어는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꼭 위의 문장같이 쓰기보다는

'세절할 용지와 이면지의 섞임으로 인하여 A4 사이즈 만한 공간에 펼쳐지게 될 혼잡을 예고한다.'

라고 쓰는게 훨씬 이해하기도 쉽고 문장도 간결해 지지 않을까요?

위의 문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닙니다.
이 곳에서 훌륭한 글들을 많이 쓰는 작가님들께, 어려운 한자어와 단어들의 조합으로 자식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글 보다는(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이 대부분 이겠죠), 독자들이 조금 편하게 읽을 수 있는
동시에 자신이 말 하고 자 하는 바를 충분히 표현해 낼 수 있는 멋진 글들을 많이 쓰셨으면 합니다.  

일병 이성현 (2005-12-12 05:18:21)  
단지 능력의 과시를 위해 어려운 낱말을 쓴다면 딱딱하기만 하겠지만, 이 글은 위트가 넘치는 군요. 그리고 강록님이 작가로서 모든 독자들을 위한 글쓰기를 한것이 아니라, 일기를 옮긴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뭐 논설문 쓰는 것도 아닌데 명확한 주제 전달이 필요할까요? 개인적으로 이영도씨의 지적인 위트가 넘치는 문체를 좋아합니다.  

병장 손영청 (2005-12-12 06:14:12)  
이 글에 대한 문제점제가는 아니지만 이런거는 있죠..
글을 쓸때 읽는 사람을 고려해야된다는 것..
논문이나 보고서를 쓸 때에도..
경험담으로 교수님한테 스타크래프트와 현실세계와 관련한 또는 전쟁에 관련한 뭐 그런 글을 쓴 사람이 있었는데..
그 글을 쓴 사람은 교수님이 스타크래프트에 대해 당연히 잘 안다고 생각하고 썼나 봅니다..
근데 교수님이.. 스타크래프트를 전혀 몰라서 난감했다는...

글이라는 거 누가 읽는지 고려를 전혀 하지 않고 쓴다면 아무리 잘 쓴 글이라도 친절한 면이 떨어지는 건 부정할 수 없는 것 같은..  

상병 오철수 (2005-12-12 08:44:29)  
강록님의 글에서 친절함을 구할 필요는 없소. 그는 이미 근영양을 넘어서 혜교누님까지 넘보려 한단 말이오.  

병장 태인규 (2005-12-12 08:54:06)  
쯧쯧..  

상병 김동석 (2005-12-12 09:06:39)  
한때 목동 8단지인으로서 아기자기한 맛이 일품인 8단지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7단지의 웅장한 놀이터는 유딩 시절의 로망인지라 자주 놀러가곤 하였습니다만) 
아, 진명, 제 1회 서정'초등'학교(나는 세계최초 제 1의 초딩이요) 옆에서 흘끔흘끔 쳐다보았던,
그 애증이 겹치는 고등학교!(맨날 축구공이 진명 쪽으로 넘어가서 담 넘어 주워와야 했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

더불어 大양정인으로서 강서고 라인을 잇는 최악의 교복센스에 3년간 치를 떨기도 하였지요.
(형의 교복을 본 이후로 뺑뺑이 돌릴 때 '제발 양정만은...'이라고 빌었으나 결국은...)  

병장 오재찬 (2005-12-12 09:12:24)  
진명의 하복을 압도하는 것은 영일의 동복이다!  

상병 안대섭 (2005-12-12 09:19:27)  
너무 외로워서...세절기에 넣었습니다. 그뿐입니다...  

일병 조성범 (2005-12-12 09:55:51)  
여기서 영일人 을 만날 줄이야..  

병장 김동환 (2005-12-12 10:15:23)  
진명이 그쪽으로 이사가기 전에는 그 하복군단들이 모두 우리 이웃사촌이었었죠. 

수천만장 복제된 혜교는 혜교의 가치가 없어요. 그저 이미지이고 가짜일뿐.  

상병 김강록 (2005-12-12 10:47:26)  
동환님 / 이미지는 가짜이겠지만, 그 이미지의 뒤켠에 가려진 그 무언가는 진짜라고 생각합니다. 맨체스터의 방직공장에서 토요일 저녁 쏟아져나오는 수천수만의 송혜교들을 저는 집요하게 사랑하렵니다.

자! 그럼 저는 잠깐 혹 한 개 떼러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상병 박종환 (2005-12-12 13:33:08)  
김동석님 양정이였다니. 저는 大 배재입니다. 배양전 응원 할 때가 생각나네요.  

일병 김종욱 (2005-12-12 13:54:56)  
강신해 선생님이나 박성호 선생님 혹은 김상훈 선생님 등이 떠오르네요.
휴가 나가면 학교에 한 번 찾아뵈야겠어요.  

병장 김건수 (2005-12-12 13:59:04)  
동환님 / 복제된 혜교는 혜교의 가치가 없더라도 혜교를 소유하고픈(표현이 이상한가?) 그러나 소유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어느정도의 가치가 있진 않을런지요  

일병 이영준 (2005-12-12 14:40:32)  
배양전이라니. 노노. 양배전이라고 부르곤 했죠.
(연고전이 맞다 고연전이 맞다와 마찬가지의 소모적 논쟁인듯 웃음.)
아무튼 양배전 가서 나름대로 열심히 응원하고 옆의 두타가서 좀 놀다 집에 들어갔더랬죠.
(참고로 전 양정중 출신입니다. 고등학교는 신의 도움으로 양정고를 피해갔죠)  

상병 김동석 (2005-12-12 14:44:50)  
박종환 상병님, 양배전이라고요. 후후.  

병장 김동환 (2005-12-12 15:35:50)  
/강록, 건수님.

이미지일뿐인 가짜 혜교를 소유하는 것은 진짜 혜교를 죽이는 일이니까요. 
헴헴. 그저 개인 취향이에요.(땀)  

상병 강현석 (2005-12-12 19:41:54)  
일상에서의 일들을 단지 육감만으로 글로 표현한다는것이 참 신기할따름입니다..  

상병 신도섭 (2005-12-12 21:17:12)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 '파랑주의보'가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한국판이라는걸 알게됐습니다..
웬지 기대감이 확 떨어지는게...흥행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을거라는 예감이 드네요.
첫 영화인 만큼 좀 더 좋은 영화를 고랐으면 좋았을걸....
병에 걸려 죽는 역활도 웬지 송혜교에겐 진부한 듯 느껴지고...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도 일본 드라마와 영화, 책으로 이미 많이 알려진 내용인데
굳이 한국에서 리메이크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느낌도 들고...
암튼...그렇네요.  

상병 강승민 (2005-12-13 08:04:13)  
영화 <그녀에게>의 그 남자 간호사가 생각나네요. 

저는 수도없이 쏟아져 나오는 송혜교를 사랑하기엔 그 수많은 핑크무비 소녀들을 버릴수가 없습니다 (콜록)  

병장 조동식 (2005-12-13 09:57:21)  
사소한 일상생활을 소재한 글이 이렇듯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니 정말 놀랍습니다.
'나는 조선의 국모다..' 이 부분에선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글을 읽는 다는 게 이렇게 재미있다는 걸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세상엔 지식을 주는 전문서적만 있는 게 아니군요  

병장 이재용 (2005-12-13 10:51:21)  
3년 내내 OB팀의 승리만 지켜봤던 배양전이었습니다. 양정고 럭비부의 떡!대는 참 무서웠어요. YB전은 재미없다구요 흥!(맨날 지니까.) 그리고 제가 졸업한지 4년째인 올해는 배양전이었겠네요(웃음)  

병장 안준원 (2005-12-13 19:22:07)  
강록씨 전 항상 송혜교를 구하는 삶을 살고 있답니다. 
그래요, 전 철학은 정말 모르겠어서. 
그러니
'깊은 심사숙고보다는 충동에 가까운 방법'
'이러한 방식에 대한 지지자가 없다'고 하지 말아주세요.(웃음) 

참 중요하고 진지한 말을 하는 글에 강록씨의 위트에 대한 리플 밖에 없어서 강록씨가 약간 서운해 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봅니다.  

병장 최정호 (2005-12-14 20:06:53)  
민욱님 말씀 듣고 보니... 카오스적 아비규환이라는 말은 역전앞에서 만나자와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네요.  

상병 김승연 (2005-12-14 21:24:14)  
Alas. 美卽善 이고 善卽美 이니.

아리따운 여성들이여 그대로 아름답도록.  

병장 이강현 (2005-12-15 08:03:05)  
아니 그대들은 어찌하여 문학적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이글에서 "카오스적 아비규환"이 '오류" 라면 
도대체 반어법이며 반복법이라는 ..표현법은 무엇이란 말인가?

단지 시에서만 써야하는 것인가? 
작가 "김훈"의 소설을 소민욱 병장 말처럼 풀어서 쓴다면
그게 문학적소설이라고 말할수 있는가?작가 김훈의 소설의 특징은
"문학적표현"인데 소민욱병장 말처럼 풀어서 쓴다면 지금의 김훈이 있었을까?

물론 무턱대로 어려운 단어만 쓴다면 단지 "글을 위한 글쓰기" 밖에 안될것이다
하지만 김강록 상병의 글을 보라 전체적인 구성이 사소한 일상의 신변잡기적 글쓰기에서
발전시킨 재치있는 글이 아닌가?이런 글을 풀어 쓴다면 "책마을에서의 김강록"은 아마 없었을 것이다

글쓴이의 문장력은 그 자체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 그게 어렵게 쓴 글이든 쉽게 쓴 글이든 그 자체로 
이해되고 인정해 주어야 한다. 한 사람이 쓴글이 모두를 만족시킬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 글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말이라 바쁜 강록씨는 쉬운일기를 쓰기 바란다../웃음/  

상병 김강록 (2005-12-15 11:05:38)  
"독자를 배려하는 글쓰기"에 대한 여러 분들의 의견 잘 들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저도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답글을 답니다.


저는 우선, '세절할 용지와 이면지의 혼재로 인하여 A4 사이즈 만한 공간에 펼쳐지게 될 카오스적 아비규환을 예고한다.'와 '세절할 용지와 이면지의 섞임으로 인하여 A4 사이즈 만한 공간에 펼쳐지게 될 혼잡을 예고한다.'가 동등한 의미를 보존한 채로 대체가 가능한 문장이라는 데 동의하지 않습니다. '불란서'와 '프랑스'가 서로 다르듯 동의어인 듯 한 단어들도 찬찬히 뜯어보면 그 의미에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걸 무시하고서 오로지 쉽고 말랑말랑한 "대중적 글쓰기"를 하라고 하신다면, 그건 그 "대중적 글쓰기"가 통용되는 지반에 대해 제가 그것을 인정하고서 접고 들어간다는 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의미들 중 받아들여지지 못할 것을 미리 거세해버린 불구와 같은 글이 되고 마는데, 제가 싸우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 "대중적 글쓰기"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지반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다시 쓰래도 저는 '세절할 용지와 이면지의 혼재로 인하여 A4 사이즈 만한 공간에 펼쳐지게 될 카오스적 아비규환을 예고한다.'고밖에 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제가 "별 자질구레한 것들을 얘기하는 데 별 자질구레한 철학적 개념을 끌어들이는 버릇'에 대해 첨언하자면, 이는 이미 얼마 전에도 '멀쩡하게 생긴 녀석에게서 용기를 얻다'라는 제 글의 이파리에서 한번 살짝 언급했던 얘긴데, 그것은 제 글을 실제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철학을 허공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표면으로 끌어내리기 위한 하나의 '활동'으로서 기획되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철학의 위상에 대하여 비트겐슈타인의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신처럼 우리 위에 군림하던 철학이라는 이름의 엄숙함을 한낱 우스갯거리로 전락시켰을 때의 그 즐거움을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여러분이 제 글을 읽고서 잠시나마 즐거우실 수 있다면, 저는 그걸로 만족입니다.


제가 필요 이상으로 어려운 말을 쓴다구요. 죄송합니다. 'BC카드청구서의 송혜교 사진'보다 더 편안한 소재를, 제가 이 글에서 의도했던 주제를 더 쉽게 드러낼 수 있는 소재를 찾기가 아직 제 능력으로는 버겁습니다. 하지만 더 잘 하라는 채찍질로 알고, 겸허히 받아들이는 수 밖에요.  

이정훈 (2005-12-16 00:44:25)  
24기면 나랑 동기인데..나도 영일고 졸업생이고...김강록 상병님 혹시 최준이라고 아십니까??
권대윤이나 최태수, 애령, 등등등...  

병장 강우람 (2005-12-16 06:06:37)  
아, 정말 강록씨 글을 읽을 때마다 제가 얼마나 즐거워지는지 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자유롭고 근사한 사고와 문장이라니. 아무래도 무리한 부탁을 드려야겠어요. 강록씨가 쓰신 글들 제가 프린트로 출력해서 지녀도 될까요? 이런 글들을 전역하고 다시 읽을 수 없다면 너무 아까워요!  

상병 김강록 (2005-12-16 09:39:47)  
정훈님 / 동기 맞는 것 같네요. 최준은 모르겠지만, 최태수는 저랑 또 우연찮게 한 울타리 안에 있답니다!

우람님 / 받자옵기 쑥스럽습니다. 제 글이야 언제나 copyleft이고, 제 psyworld의 다이어리 게시판에 가시면 전문을 고스란히 다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병장 이강현 (2005-12-16 12:55:39)  
강록씨 이런식으로 psyworld 를 홍보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