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다가가려 한다. 그리고 근래 책마을에 한번 살짝은 지나간듯한 주제를
내 식으로 마음대로 꺾어서 이렇게 변주한다. 그래서 어렵지 않을 소설, 환상소설에도
맥이 닿을만한 SF소설로 독서후기를 쓴다. 글을 쓴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폴란드의 SF 작가였다. 06년에 죽었으니, 였다. 라고 해야겠다.
여기서 말할 '솔라리스'는 이미 두번 영화화 되었는데, 본인은 본적이 없으나, 본적이
있는 분도 있을 것이다. 유명한 감독일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한번 영화화 하였고
(제목이 아마 솔라리스의 바다, 일 것이다. 사족으로 본인은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중 하나,
-두글자 제목이었는데-15분여만에 잠든 기억이 있다.) 역시 유명한 감독인지는 모르나
스티븐 소더버그라는 감독이 한번 더 영화화를 하였다.(흥행 성적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아는 SF작가래 보아야 H.G 웰스,(맞기나 한가?) 로저 젤라즈니, 필립 K. 딕,
어슐러 K 르귄 정도이지만...

자, 솔라리스의 스토리로 넘어간다.(틀린 부분이 있을수 있다, 읽은지가 좀 되서.)
이 소설의 주인공, 크리스 켈빈은 자신의 스승이었던 '기바리안'의 부름에 의해 행성 '솔라리스'의
연구소로 오게 된다. 행성 솔라리스는 거대한 점액질 바다로 뒤덮여 있는데, 이 '솔라리스의 바다'는
기묘한 여러 현상들로 인해 연구 대상이 되었고, '솔라리스學'까지 있는 행성이다.
그러나 이 연구소에 도착한 켈빈은 이미 주재중인 연구원 '샤토리우스'와 '스노우'에게서 이상한 느낌을
본능적으로 받게 된다. 그리하여 이리저리 떠돌던 중 자신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낯익은 사람을 만난다.

그것은 바로 사별한 자신의 아내 '레야'.

켈빈은 당연히 충격에 휩싸인다. 돌아온 '레야'에게는 모든 기억이 존재했다.
켈빈에 대한 사랑도 그대로였다. 하지만 켈빈으로써는 두려울수 밖에 없었다. 한편으로는 '기적' 이었지만, 그것은 '잔혹한'기적이었다.
그리고 켈빈은 지금 주재중인 연구원과 자살한 기바리안 역시 이러한 현상에 시달리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레야'를 우주선에 태워 우주로 내보내기까지 하지만, 어느새 돌아와 있는 자신의 아내에 켈빈은 무력함을 느낀다.
이 '솔라리스의 창조물'은 인위적으로 제거하려 하면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고, 어떻게든 사라지게 하려
시도하여도 다시 재창조되어 돌아온다. '레야'는 켈빈에게 고통스러운 질문을 한다.
자신이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냐고. 물론, 그것마저 솔라리스의 실험, 의 일환이지만.

그러나 켈빈 뿐만이 아니라 샤토리우스도 스노우도 솔라리스의 연구소를 떠나지 못한다.
정말로 '잔혹한 기적'이다. 

내가 이 글의 독서후기를 이렇게 졸렬한 글로 쓰는 이유는 위의 '잔혹한' 기적 때문이다.

당신이 그리워하는 그녀가 저런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당신은 진정 환영할수 있을까.
물론 당신이 꿈꾸던 모든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생각하던 휘날리는 머릿결부터
성격이며 취향이며 하물며 에로스적 사랑까지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솔라리스에서만 존재한다. 실재하지 않는 것이 실재한다. 부정하고 싶고, 부정해야 하지만 부정할 수가 없다.

우리가 추억 속의 그 사람, 을 만났을 때 머릿속으로 그렇게 그려냈던 아름다운 재회가 못 되는 것은
상상 속의 이미지와 현실의 그 사람의 차이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추억 속의 그 사람이
추억 그대로 돌아온다고 해서 환상처럼 만들어낸 아름다운 재회가 이루어질까.
상상 속의 이미지와 현실이 일치하는 것은 외려 두려운 '접근'이 되지 않을까.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화 이후 렘은 '실제로 존재하지만 인간의 개념이나 이미지, 
사고로 환원될 수 없는 것과 인간이 조우했을 때의 상황을 묘사하고 싶었다' 라고 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존재하지만 환원될 수 없는 그 무엇은 무엇일까. 그건 우리의 일상에서 매일처럼 
일어나고 만나는 '그 사람'의 본질이 아닐까. 본질이 있다면 말이지만.
파편화된 이미지로 그 사람을 볼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언제나 나는 글을 쓰면서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과 싸운다. 지금도 지워버리고 싶은 욕망을 누르기 위해 버튼을 누른다.
부끄럽다. 부끄럽다. 생각했던 글이 왜 쓸때는 다른 모습으로 구현되는 것일까. 그때그때 메모라는 것까지 애써 하건만은, 정말로 부끄러운 글이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8-24
18:46:44 

 

병장 김예찬 
  망각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다시 일깨워준 소설이였죠.. 기억 저편의 무언가가 계속해서 나를 괴롭힌다면 그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일지.. 2009-08-20
15:13:42
 

 

상병 유재균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못본게 후회되네요 나중에 꼭 봐야겠습니다 2009-08-20
16:29:08
  

 

상병 정택민 
  그래도 너 걱정은 마. 기억이라는 건 말야, 생각 이상으로 편리해. 도대체 언제 그랬냐는듯 모두 지워 버린채, 아주 이기적이게 혹은 잔인하게- 

로 진행되는 넬의 노래가 생각나네요. 제목이 뭐였죠? Healing Process 앨범에 있는 노랜데.. 2009-08-20
16:45:12
  

 

병장 김범준 
  전 솔라리스 영화를 보면서 'the thing'이 생각나더군요.. 자신을 닮은 존재라는 점때문인가 2009-08-20
17:40:46
  

 

상병 정성근 
  망각하지 못한다면, 미쳐버릴 겁니다. 망각이라는 건 일종의 방어기제거든요. 
물론 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분명히 있지만서도, 망각해야 할 것들도 분명히 있거든요. 2009-08-20
19:47:18
  

 

상병 홍령건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망각이다'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르는 군요 허헛 2009-08-21
00:21:14
  

 

상병 이홍구 
  택민 // Meaningless로 기억합니다 2009-08-21
10:12:46
  

 

상병 서재문 
  전 솔라리스 행성이 존재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만? 
단. 자유로이 왕복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만요. 2009-08-21
13:33:43
  

 

상병 장동욱 
  상병 서재문 // 결국 그것은 결코 우리가 인식할수 없을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존재할 그의 본질,을 봄을 포기하고 그의 파편적 이미지만 형상화시키고 스스로의 만족만으로 행복해 하려는 하나의 안주, 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우리가 흔히 말하듯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라는 것이라면 공리주의적으로 선이 되겠습니다만... '이것 참 씁쓸 하구만' 하는 건 조금 어쩔수 없달까요. 2009-08-21
17:15:21
  

 

상병 정성근 
  뭐 알 수 없는 존재의 부스러기로 생긴 환상에 젖어 사느니, 부수고 앞으로 나아가는 편이 낫다는 게 본인의 생각입니다. 게다가 추억으로 포장된 기억을 뚫고 나타나는 새로운 현실이라니. 끔찍한걸요. 그건. 과거는 과거로 족해요. 현재에 튀어나와 영향을 미치는 그것은 이미 과거가 아니라는 것. 2009-08-21
22:17:50
  

 

상병 서재문 
  모르겠네요. 그냥 감성에 젖어 살아가고 싶어요. 
특히나 요즘은. 2009-08-24
09:28:28
  

 

일병 이준호 
  음.. 저 역시 그냥 가슴 속 아픔으로 안고 살아가고 싶어요.. 아무리 사랑하고 또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영-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네요.. 그런 식의 재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