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5월 경에 작성한 상병 기간 동안의 독서 목록을 책나누미 회원님들과 공유하고 싶어 이렇게 올립니다. 다이어리에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타이핑하여 경어체가 아님을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시길 바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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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 레너드 믈로디노프 (051002) 
인생의 의미, 그리고 학문에 대한 책. 테마를 정하자면 '자신에게 솔직한 삶'에 대한 자세랄까? 이 책에서 괴짜 파인만은 '모든 대답은 스승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서 얻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살아야 올바른 삶인지, 또 후회하지 않는 지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 않은가. 파인만은 그것을 말하고 싶어했는지도 모르겠다. 
* 같은 테마로 '네 안의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라', '자기 설득 파워'가 있다. 

2.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2 '햇빛 사냥' - 바스콘셀로스 (051005) 
자신의 시간을 소모당할 수 밖에 없는 자들의 슬픔을 지켜보자면, 무한한 책임과 과격한 분노가 함께 치솟는다. 오늘 하루를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 
* 아쉬운 점 - 원작(1편) 만큼 뛰어나지 못하다. 기대 수준을 낮춰 읽거나 다른 책을 찾아보는 쪽이. 

3.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051010) 
나는 독서의 즐거움을, 그것의 쾌락을 떠올릴 때면. 일본 작품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몰입도가 높다고 표현해야 겠지? 
* 역시 하루키. 

4. 백지연의 성공을 부르는 힘 '자기 설득 파워' - 백지연 (051012) 
나와의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어떤 자기 수양서보다 나에게는 가장 큰 울림을 준 책이었다. 잃어버리기 쉬운 어린 날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켜나간, 키워나간 작가의 삶의 여정이 나를 울렸다. 

5. 너, 외롭구나 - 김형태 (051015) 
결국 중요한 건 지금 치열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며, 행동하는 것. 행동하는 것. 
* 진부하다고는 해도 이런 글을 읽기는 쉽지가 않다. 

6. 소피의 세계 1 - 요슈타인 가아더 (051017) 
명불허전. 
* 철.굴.과 비교해보고 싶은데- 

7. 두 글자의 철학 - 김용석 (051018) 
흥미롭지만, 아쉬움이 남는 딱 그 정도. 흥미도 아쉬움도 모두 나의 내공 부족에서 기인하겠지. 
* 이런 책을 볼 때면, '철학이란 이렇게 공부해야 하는거야!!' 라고 누가 윽박질러 줬음 좋겠다. 

8. 백년동안의 고독 - 가르시아 마르케스 (051020) 
소설이라는 장르의 다양성과 발전, 그리고 그 특성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 

9. 다시쓰는 한국현대사3 - 박세길 (051023) 
이른바 '재인식'이 나오며, 공격 대상으로 전락한 다한사,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내용은! 그 이상은 노코멘트. 

10.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1 - 진중권 (051024) 
텍스트를 해체하여 상대방의 의중을 드러내 그것이 지나간 파시즘적 폭력과 다름 아님을 밝혀낸 책. 똘레랑스를 허용치 않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앙똘레랑스 하겠다는 뜻을 이 책을 읽음으로써 더욱 공고히 하였다. 

11.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대화" - 리영희 (051026)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2일만에 모두 읽을 수 있는 멋진 책이었다.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한 지식인을 통해 개인의 눈으로 본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행적을 좇으며 가슴 뛰며 졸여가며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돌이켜보았다. 매시간 자신의 목표를 향해 성실히 매진했던 의지와 그 의지가 힘차게 뻗어가며 자신의 생각을 펼쳐나갔다는 대목에 이르러선 나의 길의 모습이 희뿌연 안개 대신 좀 더 명료한 빛깔로 채워질 수 있었다. 

12.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 이승복 (051028) 
그의 의지, 꿈, 희망, 사랑, 도전.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은 꿈에 대한 모욕이라는 그의 말에서 몸으로 웅변한 그의 인생 모두를 느꼈다고 하면 과언일까? 아침에 조기 기상하면서 까지 읽어버린 흡인력 강한 책이었다. 
* 민족주의를 열심히 까대던 내가 이 책을 친구에게 추천해주자, 그 친구의 얼굴이 볼만 했다. 

13.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류시화 (051028) 
영혼의 치유라는 테마로 엮은 세계 곳곳의 시들이 잔뜩 실려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음으로 감성의 에너지가 몸으로 스며든 것 같은 느낌이다. 내 방황과 상념의 고통이 곧 끝나가리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 처럼! 

14.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 한비야 (051029) 
일을 접근하는 그녀의 방식, 태도, 마음가짐. 한비야는 일을 배우기 전부터 프로의 모습을 거의 모두 갖추고 있었다. 자신의 가치관을 일을 통해 세상 속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다. 글로는 다 표현 못하는 인생의 철학을 신명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한비야씨의 모습에 박수를 보냈다. 
여행은 반드시 떠나리라!! 

15. 개,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 김훈 (051030)
굉장한 필력이다. 칼의 노래 보다 난 이 작품이 더 좋았다. 책의 초반부에 보리가 보여준 개들만의 유머는 '하-'라는 탄성으로 시작해 상쾌한 웃음을 선사해주었고, 중반부 이후 겨울에 대한 감상은 놀랍도록 나의 느낌과 닿아있어 내가 전생에 개가 아니었을까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기분이 들었다. 흰순이가 한 덩어리의 고기로 변한 사건으로 눈물의 글을 쓴 그 집 아들의 글은 교내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받는다. 글을 낭독하며 눈물 짓던 그 아이는 상으로 인라인스케이트와 로봇을 받는데, 그것을 손에 쥐고 해맑게 웃었다. 난 그 웃음이 지어졌다는 행간에서 강한 깨달음을 얻었다. 우리의 감상, 슬픔, 연민.. 그러한 일반적이고도 초월적인 느낌조차 너무나 인간중심적이라는 것을 말이다. 

16.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 미치 앨봄 (051031) 
오늘의 나의 행동이 복잡한 실타래처럼 얽혀 내일의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삶과 죽음까지 확장시킨 책이었다. 감동적이었으며 몇번이고 읽으려다가 읽지 못했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꼭 읽어봐야 겠다고 마음 먹게 되었다. 삶의 진실, 생의 진리 그것은 사실 아주 간단하고 자명한 것이 아닐까? 즐거운 독서였다. 40대의 부인의 모습으로 변하는 장면에서는 눈물 찔끔. 

17. 살아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 탄줘잉 (051101) 
베스트셀러가 될만한 책이었지만 너무나 요즘 책이었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로 감동을 주긴 했지만 사람들이 찾는 구성이 결국 이런 것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치자 아쉬움이 남았다. 하지만 몇가지 자명한 진실을 다시금 재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지금의 난 과거의 나들이 모두 모여 만들어준 것이라는 말에서 지금을 헛되어 보내는 것이 과거의 수많은 나를 배신하는 행위라는 생각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18. 장외인간1 - 이외수 (051103) 
지금의 현실이 담겨져 있는 책이었고 작가의 시각 속에 지금의 현실을 따뜻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이외수의 현실에 대한 통찰력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2권을 어서 읽어야 할텐데.. 도서관에 2권이 안들어올 것 같다. 무책임하다!! 

19. 어둠의 저편 - 무라카미 하루키 (051103) 
나는 상실의 시대보다 더 좋았다. 현대 사회의 피상성과 몰인간성을 심도있게 구성한 책이었다. 치밀하게 짜놓은 플롯 안에서 감탄할 새도 없이 극의 전개를 즐거운 마음으로 쫓았다. 책의 내용도 좋았지만 부록으로 덧붙여진 책의 분석은 내가 여지껏 본 어떠한 첨부글보다 좋았으며 고교시절 즐거운 문학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졌다. 스고이요! 

20.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 최민식, 조은 (051104) 

21. FRIENDSHIP - M.I.L.K (051104) 

22.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051104) 

23. 설득의 심리학 - 로버트 치알디니 (051110) 
이만한 심리학 책도 없는 것 같다. 풍부한 예시들과 얕지 않은 이론의 소개는 심리학이라는 학문의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판단의 지름길'이라는 표현과 그에 대한 책 전반에 걸친 자세한 설명은 내가 스스로를 관찰하면서 막연하게 느꼈던 그 무언가를 명쾌하게 풀이해주었다. 심리학 관련 책으로는 단연 최고다. 
* 심리학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시라! 

24. 소피의 세계2 - 요슈타인 가아더 (051114) 
17세기 전후로 하여 무언가 많이 생략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3권을 읽으면 해소가 될까? 

25. 경제학의 향연 - 폴 크루그먼 (051118) 
'거시 경제학의 개론서'로 손색이 없다는 이 책을 이제서야 겨우 다 읽었다. 꼼꼼하게 읽으려 노력했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은 부분이 두어군데 있었다. 하지만 역자의 처음 부탁대로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고 그런 면에 있어서는 성공이라 만족한다. 또한 크루그먼이 말하려는 바와 그가 논의를 전개한 시대에 대한 지식을 최대한 습득하려 신경 쓴 것이 의외의 소득을 얻게 된 것 같다. (괴짜경제학도 그랬지만 미국의 현대 경제 관련 책들은 미국의 스키마를 재생산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뭐 과하지만 않는다면 좋은 거겠지만) 다시 읽어 책마을에 멋진 글을 남겨야지. 하고 있는데 언제가 될런지.. 

26. 28살까지 인생의 목표를 발견한다 - 와시다 고타야 (051120) 
책 값이 아깝다. 좋은 말들이 많았지만 무언가 와닿기보다는 그냥 그런 내용들로 가득 찬 글이었다. (신문 리뷰를 너무 믿은 탓이다) 작가가 돈을 벌려 쓴 글을 내가 소비하며 나를 소모시킨 기분이다. 이 돈으로 이 시간으로 다른 양서들을 봤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았으며 책을 고르는 데 더욱 신중함을 기하리라 다짐했다. 

27. 감상사전 - 이외수 (051121) 
전부터 조금씩 읽어오던 책을 이제야 다 읽었다. 이로써 여자친구가 보내준 책들을 모두 다 읽었다. 이외수식 글쓰기와 재치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책이 아닐까? 

28. 위대한 패배자 - 볼프 슈나이더 (051128) 
상식을 확장해주는 즐거운 독서가 가능한 책이었다. 

29. 그 섬에 내가 있었네 - 김영갑 (051130) 
논산에서 훈련병으로 있을 때 나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았다. 인생의 전환기에 서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논산의 가을 맑은 하늘에 홀렸던 것일까? 틈만 나면 하늘을 보고 그 아름다움을 처음 보는 양 마주했었다. 
자신의 글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사람들을 훔쳐볼때면 알 수 없는 막연한 거부감과 경외감, 그리고 부러움을 느낀다.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잔인한 길로 이끌었을까? 옳지 않다고 말하면서도 난 어느새 이러한 인물들의 삶으로 깊게 빠져들어간다. 
그가 본 제주도는 이어도였을까? 그래서 그는 전설처럼 정말 미치게 된걸까? 한 편의 소설과도 같았던 그의 이야기에 나는 취해버렸다. 

30. 니체의 위험한 책,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고병권 (051203) 
독서다운 독서였다. 그 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 현대 철학의 흐름을 좇기 위한 시작점을 찾은 기분이 든다. 이런 점에서, 특히나, 책의 부록으로 실린 (니체를 더 이해하기 위한) 책들에 대한 소개는 보다 넓은 세상으로 니체의 사상을 확장시켜줄 열쇠가 되어준 것 같다. 
천천히 풀어 쓴 문장, 적절하게 넣어준 원문, 생애를 꼼꼼하게 살핀 책의 구성 등 여러모로 친절한 책이었다. 책의 완성도가 높다는 것은 이 책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31. 2004 이상 문학상 작품집 (051204) 
김훈의 '화장'을 드디어 읽었다. 이 작품이 대상으로 실렸기에 작품집을 펼쳤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시대성을 이렇게 잘 표현한 작가가 또 있을까? 김훈은 나에게 선보이는 작품마다 순수문학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난 그의 팬이 되어고 김훈을 좋아한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여담으로 그의 부산 판자촌에서의 어린시절 불과 달의 이야기는 그 자체가 하나의 단편소설이었다. 고은주의 '칵테인 슈가'는 참 매끄러운 소설이었다. 글이 잘 다듬어져 있어 단숨에 읽히는 참으로 단편다운 단편이었다. 박.민.규. 드디어 정체를 드러낸 그의 실체. 그를 어떻게 싫어할 수 있으리 

32.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2 - 진중권 (051207)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고 여기는 것이 이정도로 많은 폐해가 있는 줄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정말 몰랐다. 아니 알아도 내 주변의 존재들, 그리고 내 안의 것들 속에 '비관용'이 이렇게 많을 줄은 깨닫지 못했으리라. 앙똘레랑스는 배격으로. 독일의 헌법수호청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독서였다. 
유연한 사고, 합리성과 비판성. 생각을 쉽게하지 말자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가끔은 지름길 대신 빙- 돌아서 길을 걸어보자. 

33. 잠들기 전 10분이 나의 내일을 결정한다. - 한근태 (051207) 
'책은 우리를 별세계로 출입할 수 있게 해주며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시공간적으로 자기만의 세상에 감금당하는 꼴이다.' 라는 글쓴이의 사상에는 전적으로 동감했지만 "책"을 요약해서 읽는다는 것에는 거부감이 들었다. 시간에 쫓기는 CEO들을 대상으로 엮은 책이라 그랬는지 내게는 제목이 마음에 든다는 점과 저자의 생각을 쓴 챕터 마지막의 글들만이 기억에 남았다. 책은 통짜로(!) 다 읽어야 제 맛이다. 

34. 청춘표류 - 다치바나 다카시 (051208) 
전율이다. 걸음걸음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새롭게 보이고 태도를 바꿀 계기가 된 것이 아니라 내 태도의 일부가 된 책이었다. 임어랑이 말한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그 얼마나 안타까운가?'라는 탄식에 가장 어울리는 책이었다. 
나만의 출정식을 기다린다. 수수께끼같은 나의 시간을 금과 옥으로 채워 망망대해로 과감한 모험을 떠나겠다. 다카시는 '의지' 하나만을 이야기했다. 그의 글을 읽은 난 '의지', 세상의 모든것을 들었다. 

35. 뇌를 단련하다 - 다치바나 다카시 (051211) 
지적 자극. 그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인식한 나는 그의 훌륭한 제자가 될 수 있을 듯 하다. 책을 추천해준 원영씨의 말처럼 빨려들어가는 글이었다. 흡사 진공청소기 마냥. 
작가의 한마디 한마디가 꼭 나를 대상으로 염두해두고 한 말인 것 처럼 한 장 한 장에 가슴이 뛰었고, 내 갈 길이 험난하다 말해주어도 갈 수 있을 용기를 그것과 함께 불어넣어주는 듯 했다. 
대학 시절은 고교시절의 10배를 공부해도 따라가기 벅찬 엄청난 양의 공부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남은 군생활이 너무나도 짧게만 느껴졌다. 다시 대학으로 돌아가기 전까지의 시간들. 내가 계획한 것들을 놓치지 않고 작으나마 지적 체계를 잡아 나의 꿈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리라 다짐하게 되었다. 
나의 뇌는 약간이지만 그로 인해 단련되었다. 

36. E=MC^2 - 데이비드 보더니스 (051214) 
다카시의 책과 같이 신청한 책이었건만 '뇌를 단련하다'와 연장선 상에 있어 너무나도 기쁜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과학'책의 느낌이라기보다 과학'책'에 가까웠지만 상대성 원리와 2차 세계 대전을 전후한 과학 지성사를 맛볼 수 있어 참으로 유익한 책이었다. 명불허전. 
읽으며 '주석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몇 번이나 아쉬워하며 책을 다 읽었는데, 책 뒤에 주석이 어마어마하게 실려 있었다. (...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 

37. B급 좌파 - 김규향 (051219) 
특이한 작가가 쓴 특이한 책이었지만 그 안에는 현실을 꽤 뚫는 진솔함이 담겨져 있었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시대상과 세대간의 관찰이 얼마만큼의 진실이 담겨져 있는가 하는 문제는 이제 내 손에 넘어온 것이겠지만, 이것을 차치하고서라도 다양한 시각을 경험했다는 측면이 있어서 내게 큰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가 생각하는 좌파론의 어찌보면 뻔한 좌절에 공감하면서도 삶의 태도란 사람의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려 있는 영혼의 선택 가능한 것이리라는 점에서 그를 비판해본다. 보이지 않는 행간에 웃음으로 조롱하기보다는 다같이 함께 갈 수 있는 힘이 숨겨져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길 기원한다.) 

38. 생의 한가운데 - 루이제 린저 (051221) 
혼란스러운 책이었다. 
바보스럽게 부딪히고 알면서도 터져버리는 감정의 격류가 공감과 당혹을 모두 선사해주었다. 슈타인 박사의 표현이 더 좋은 식으로 해낼 수 있었음을 잘 알지만 그의 일갈을 너무나도 동감할 수 있었기에 그를 비난하는 것은 영원히 유보되었다. 아쉬움보다는 동감이 더욱 컸으며 동감으로 인해 안타까움은 배가 되었다. 
사랑은 비이성적이고 불가해하다. 하지만 사랑할만한 사람을 찾고 그의 가치를 알아보는 것은 그것과 독립적이어야 한다. 그리하여 값진 감정은 서로 상승하며 각자를 더욱 더 크게 견인해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한 결론이다. 

39.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진중권 (051222) 
유희, 장난에 철학적 통찰력으로 쓰여진 감동적인 책이었다. 진중권이 '글'을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수정해야 겠다. 그는 '책'을 잘 쓰는 사람이다. 
주술-환상적 상상에서 합리성이라는 괴물이 지배하기 시작한 중세->근대의 시간을 지나 이제는 다시 네오마니에리스모-네오바로크가 도래하고 있다. 재현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을 앞으로 던져 미래를 기획하라는 작가의 말에 미학을 넘어선 나의 철학을 발견할 수 있었다. 
즐거운 독서다. 이 즐거움으로 나는 오늘도 글을, 아니 책을 읽는다. 

40.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 페터 회 (051225) 
색다른 느낌의 소설이었다. 소설로 와닿기보다는 정말 현실의 사건을 관찰하듯 복잡하고 꼬여있고 이곳 저곳에서 튀어서 진행되었지만 너무나도 멋진 인물의 비소설적 전개로 읽는 내내 흥미진진하였다. 표면적으로는 '어떻게 저런 자연스러운 색감을 세련된 장식 위에 입힐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었지만 소설 속 플롯과 짜임새있는 구조는 몇 겹의 색과 다양한 소재들을 덧대여서 그것을 이뤄낸 것이었다. 자연스러운 색감과 세련된 장식은 그져 표피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깊고 굵은 뿌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한편의 소설이라기 보다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의 부분을 함께 경험한 기분이다. (결국 굉장히 잘 쓰여진 소설이라는 말이다. bravo!) 
스밀라는 참으로 매력적이다. 이런 종류의 여주인공. 소설과 꼭 닮아 진행되어 그녀의 행보를 경악하며 지켜 보았지만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인간적이었다. 그녀에게 키스를- 
크리스마스 동안 '흥미진진+긴장감'으로 시간이 흘렀다. 스밀라의 힘이다. 
* 스밀라에 나온 선장과 영화 '킹콩'에 나온 선장은 매우 유사하다. 나만의 착각? 

41. 카스테라 - 박민규 (051231) 
'뭐 이런 게 다있어?!!' 라는 생각은 이내 차분하게 주변을 돌이켜 볼 기회를 선사해주었고 여러 고통과 문제에 대해 색다른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무언가 표현하기 위해 그가 글을 썼다면, 난 그것을 소회된 주변의 이웃과 신선한 표현법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개인적으로는 <아, 하세요 팰리컨>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앞서 본 이상 문학 전집에서 그의 문체에 적응했다 싶었는데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그의 신선함은 단편 곳곳에 꼳꼳하게 몸을 세우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cool. 

42. 통섭(Consilience) - 에드워드 윌슨 (060104) 
2005년도를 뜨겁게 달군 통섭은 '지식의 대통합'이라는 부제가 잘 설명해주듯이 '이과'쪽 과학 - 책에서는 생물학을 중심으로 - 과 '문과'쪽 학문을 통합해보려는 여러 시도들을 설명하고 왜 그래야 하는 지를 저자가 주장한 책이다. 
21세기 지적 거인 에드워드 윌슨의 박학다식한 지식이 최근 학문의 흐름의 최전선에서 기록한 이 책은 윌슨의 제자 '최재천' 교수가 번역하여 더 유명해졌다. 98년에 나온 책이지만 최재천 교수의 심사숙고를 통한 정성어린 번역으로 550여 쪽의 빽빽한 분량을 비전공자라도 독해할 수 있게끔 출판된 책이다. 
물론 책의 논의가 인문학에서부터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게다가 사회과학까지, 대다수 학자들에 의해 공격받을 수 있을만한 내용인지라 논란을 불러오고 실제로 여기저기에서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그러한 점을 담담하게 받아드리리라 하며 글을 시작) 
다치바나 다카시의 '뇌를 단련하다.'와 같이 한 쪽으로 치중된 교육과 교양이라는 측면에 있어서의 논의가 이 책의 중심줄기에 바로 닿아있었다. (다카시의 책에 여러번 언급되는 c. p. 스노의 걱정은 이 책의 기저를 흐르고 논의를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역사를 통해 알아본 지적 통합의 욕구에서 부터 계몽사상적 배경을 설명하며 초기 학문의 통합적 성질을 논의하고 현시점의 갈라져 있는 학문 구조의 단점들을 서술한 뒤에 유전자와 문화를 같이 살펴야 하는 근거들을 생물학 석학에 어울리는 사실들로 독자들을 설득한다. 특히 유전자-문화 공진화(co-) 부분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는 누구나 알고 있을법한 이야기를 생물학적 근거로써 독자들을 설득하는데, 이 부분에 이르러선 저자 윌슨 자체가 통섭된 지식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이렇게 발전된 논의를 사회과학과 예술, 윤리와 종교 등으로 뻗어나가며 그의 주장을 설명한다. 
대학에 입학한 뒤로부터 제대로 된 이과(?) 서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것이 군대에 들어와서 인지라 통섭을 다 읽었을 때는 "그래. 내가 생물학 관련 책도 다 읽었는데 내 전공 책 1000p짜리 읽지 못할쏘냐" 라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음. (만세) 

43. 가우디 - 하이스 반 헨스베르헌 (060108) 
인생의 각 부분들을 유기적으로 이어 하나의 가우디 상을 설명한 책의 전반부와 그렇게 만들어진 '가우디'로 세상에 부딪힌 후반부로 구성된 이 책은, 특수한 한 명의 예술가의 삶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인생'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나는 책을 통해 그의 삶을 보았지만 진정한 그의 모습을 느끼고 그것을 바탕으로 그를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사진을 통해 접한 그의 건축물 덕분이었다. 이 점에서 책에 실린 많은 사진들은 가우디의 영감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꾸었던 꿈을 향해 꾸준하게 실천한 부분에서는 '소년 만화'에서나 느낄 법한 감동을 받았다. 특히 그 시절의 친구 '토다'의 열정은 퍽 인상적이어서 가우디가 아니라 토다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소설을 머리 속에서 마음것 공상해보았다. 
신문 소개란에 실린 책의 표지, 트렌카디스 기법으로 꾸민 타일들의 모자이크는 '그림'인 줄 알았다. 그것이 사진이고 직접 존재하는 무엇인가를 깨달았을 때에서야 비로소, 나는 내가 가우디에 대해 느낄 수 있는 신선함의 정체를 짚어낼 수 있었다. 책 표지의 사진을 - 그리이라고 생각했지만 - 처음 봤을 때의 가우디는 동화였고, 책을 다 읽은 뒤의 가우디는 동화같은 자신의 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무던히도 매진했던 현실인이었다. 

44. 관중 상,하 - 미야기타니 마사미쯔 (060109,060110) 
이 책의 주안점은 관중의 재상으로서의 활약도, 포숙과의 우정도 아니다.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펴보려는 현실적인 인물, 관중이 춘추전국시대라는 박진감 넘치는 시대상 위에서 고뇌하고 좌절하고 이해받고 그 뜻을 마침내 펴게 되는 것에 있다. 
높은 뜻을 품었지만 결코 이상주의의 결벽증의 덫에 빠지지 않은 관중과 그 깊은 속내를 알아채고 헤아린 포숙의 우정은 그래서 더 밑나나보다. 가시적인 사건으로 이어진 우정의 모습보다는 진정으로 추구한 목표를 공유하고 그 안까지 이해했던 정식적, 의지적 유대가 다 읽고 나서야 은은하게 나를 울렸다. 

45. 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엮은이) (060111) 
대화체 구성의 힘이었을까? 제목처럼 단숨에 읽히는 책이었다. 
이 책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주주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았던 금융권 세력의 힘을 몸서리치는 깨달음이었다. 책 여기저기에서 지금 우리나라 경제 실태를 꽤쭗는 통찰이 돋보였으며 경제로 풀어낸 작가 셋의 사회상도 즐겁게 관찰할 수 있었다. 
* 경제학은 나에게 보이지 않는 세계를 열어주는 힘을 부여한다. 

46. 대담 - 도정일, 최재천 (060115) 
이것이 지적 대화이다. 앎이란, 지적 체계란, 지성이란 이런 것이라는 확신을 얻은 기분이다. 생물학과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이야기했지만 나에게 '지성'이라는 거대한 줄기가 보였다. 나도 나아갈테다. 
그드르이 대화를 지켜보며 이런 책을 만들어준 출판사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도정일, 최재천 교수와 같은 진지한 학자들은 분명 과거에도 있었을테지만 그 둘의 이야기 자리는, 또 그러한 자리의 대담의 내용이 책으로 나온 것은 이것이 최초가 아닐까 한다. 그 점에서 출판사가 너무나 고맙고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너무나 행복했다. 
* 이 책은 내가 하려는 사회과학으로써의 경제학의 자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많은 책을 읽고 끊임없니 탐구하자 이제야 난 걷기 시작했다. 

47. The Little Prince - Antoine de Saint-Exupery (060118) 
몇 번이고 읽은 어린 왕자지만 이렇게 천천히 또 꾸준하게 읽었던 적은, 또 마음을 이렇게 울렸던 것은 처음이었다. 무엇이 중요한지 잊고 사는 나에게 어린왕자가 다가와 나의 신경을 잔뜩 건드려놓고 갔다. 참으로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진정 중요한 것을 잊지 않는 것. 전도된 본말의 제자리를 생각하게 하는 힘. 어린 왕자는 대단하다. 

48. 나의 생명 이야기 - 황우석, 최재천, 김병종 (060119) 
가슴이 아팠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의 진심이 거짓이었거나 음모로 뒤덮혀 있거나 혹은 그 반대로 오해받고 이해받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시큰했다. 100% 꾸며댄 논문이라 할지라도 이 책에서 황우석 박사에 대한 이야기는 배울 점이 많았다. 
김병종 화백의 책 '화첩기행'은 정말 보고 싶었던 책이어서 그가 이 책에 일익을 담당함을 알았을 때 무척이나 반가웠다. 하지만 그는 진정 들러리였다. 이 부분이 황우석 박사의 내용보다 더 큰 실망이었다. 차라리 없었으면 했다. 이런 식으로 나오는 좋아하는 화가의 모습은 참기 힘들다. 
재수 시절 칼럼을 스크랩하며 서울대의 생물학 교수 '**천'이라는 사람을 처음으로 알았다. 그 때의 난 그의 글이 가장 좋았는데, 최교수님의 책 4권을 읽고나서야 그 때 내가 좋아했던 저자가 이 최재천 교수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든다. 최재천 교수님의 팬이 되어버린 것 같다. 학교에서 수업을 맡으셨다니 꼭 들어야 겠다. 
* '통섭'->'대담'->'나의..' 순으로 읽었는데, 역순으로 읽기를 간곡히 추천한다. 난이도를 높혀나가는 읽기가 더 수월할 것이다. 

49. 월든 - 헨리 데이빗 소로우 (060127) 
스스로를 놓치고 마는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과 자연친화적인 삶. 진정 솔직하고 굳건하게 믿는 바를 실천한 사람의 기록이다. "의무감으로 느끼는 것"을 말하지 말고 "진정으로 내부에서 느끼는 것"을 말하는 글귀는 너무 마음에 들었다. 이러한 고전이 있었기에 우리는 선대의 횃불을 이어받아 달릴 수 있는 것이리라. 

50. 문화사란 무엇인가? - 피터 버크 (060129) 
야고프 부크하르트, 호이징하, 긴즈부르그. 이 책이 아니었으면 제대로 들어보지도 못했을 학자들이다. 책을 다 읽은 후의 감상은 교양 수업 하나 다 들은 기분? 어렵게 읽었지만 이 책을 기점으로 연쇄반응적인 독서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서의 기운을 타오르게 만드는 근간 제목이라고나 할까? 
지의 체제는 깊고도 넓구나.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또 깨닫는다. 나는 날마다 무식해지고 있다. 
(역자가 고양이 대학살의 그 사람.) 

51.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 리영희 (060131) 
감동적이다. 리영희 선생님의 책은 그의 직선적인 삶 만큼이나 술술 읽힌다. 450쪽의 분량이 100쪽의 분량 만큼도 안되는 부담으로 읽히는 책이다. 전반부에 수록된 그 당시 국제 정세에 관한 1~4장은 13년이나 지났기에 그다지 읽을 필요성이 없지만, 5장 '다시 씌어져야 할 역사를 보면서'와 8장 '나의 독서편력'은 눈물 나게 멋지다. 꼭 책마을 사람들이 읽었으면 싶은 만큼 명 칼럼이다. 이런 지성인이 있었기에 극적인 현대사를 거쳐 우리 세대까지 역사가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8장의 '대학 1학년생과의 대화'는 당돌한 대학 1학년생이라면 해봤음직한 '무의미한 대학 생활'에 대한 선생님의 강력한 일침이다. 번쩍. 하고 정신이 들었다. 좋은 책이다. 시대의 지적 등불이란 이런 분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닐까? 

52. 문장강화 - 이태준 (060205) 
거의 1년 전에 사두었던 책을 이제서야 꺼내 읽었다. 얼마 전 책마을 게시판에 몇 번 거론되었던 것이 계기가 되어 이 책을 책장 밖으로 꺼냈다. 아름다운 우리 문장을 찾아 철저히 예문을 들어가며 설명한 책의 구조와 실제적인 작법의 충고는 흘겨들을 수 없는 위엄이 있었다. 고문의 예시가 나올 때는 눈에 힘을 주어가며 문맥을 타고 가까스로 넘어갈 때도 있었지만, 고문인데다가 평범치 않은 - 실험정신 강한 - 예문을 만날 때는 곤욕을 면치 못했다. (이게 한글이긴 한글인데.) 이러한 독해의 어려움은 예문에 대한 이해없이 본문을 읽을 수 없는 구조 때문에 작가와의 소통이 장애받는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넘어서, 분명 아름다워 보이는 우리 문장일텐데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더욱 더 안타까웠다. (아주 재미있어 보이는 장난감을 앞에 두고 사용방법을 몰라 무지의 눈으로 바라봐야하는 마음이 이러할까? 이래서 조금 아는 건 고통을 배가시킬 뿐인가.) 
소재의 이야기를 하면서, 아직 성숙치 못한 작가들이 '가을'이니 '대자연'이니 하며 문장을 시작해 결국엔 '씨앗'이나 '도토리'로 쪼그라들어 글이 마무리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이런 점은 경제학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다. 요 근래 나온 - 무려 베스트셀러 씩이나 된 - '자본의 흐름.', '시장의 법칙' 등 사뭇 엄청나 보이는 제목의 책들은 열어보면 별 거 아닌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경우가 많은 반면, 아주 겸손하고 특수적인 상황 속에서의 이야기라 한정한 책들이 오히려 시장과 자본의 흐름을 꽤뚫는 통찰을 지닌 경우가 많다. '기대 체감 시대에 경제학적 이해와 비이해' 같은 겸손한 제목의 책이 내용을 보자면 경제학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들이 가득가득 차있는 걸 본다. 

53.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다치바나 다카시 (060206) 
참 대단도 하다. 진실에 향해 매진하는 언론인/저술가의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 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 다카시의 개인적인 삶이 가장 많이 드러난 책이었다. 기존 팬을 위한 서비스라고나 할까?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피하게 하고 싶다. 다만, 같은 이유로 다카시의 생활이 궁금한 독자라면 생각 이상으로 자세하게 나와 있는 그의 생활이 재미있게 읽히지 않을까 싶다. 
프로 애독가(!)의 포스에 눈이 휘둥그레 해지지 않을 수 없었고, 소년 다카시의 독서 목록에 무릎 꿇지 않을 수 없었다. 아아- 인생의 성공이 디뎌진 왼발 앞으로 오른발을 딛는 것이라고 하지만 눈 앞에 드러난 책의 산은 너무나도 웅장하다. 
이 책은 한마디로 '젊을 때 많이 읽어라.'로 집약될 수 있지 않을까? 우린 아직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54. 미학 오디세이 1 (신국판) - 진중권 (060207) 
참 맛깔나게도 썼다. 이 정도면 '청소년의 고전'으로 칭할 수 있지 않을까? 개론서로서의 비약을 제외하자면 이 정도의 책 완성도는 찾아보기 드물 것이 확실하다. 잘 정리한 것도 그것이지만 무엇보다 이 책의 매력은 재미있다는 데에 있다. 재미있다. 골치 아프지 않고 즐거움과 지적 효용을 동시에 충족하다니 이 정도 당의정이면 세 알 연속으로 먹어도 질리지 않으리. 다음 권이 기대된다. 

55. 지식인을 위한 변명 - 장 폴 사르트르 (060208) 
좌파에 치우친 지식인론이지만 뭉게구름 속 그 시대의 지식인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좀 불쌍하긴 하지만)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은 결국 전체 집단에도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어디까지 공부해서 어디 순간에서 제기해야 하는가? 그 둘이 양립할 수 없다면 섣부른 문제의 제기가 더 높은 지적 체계를 쌓는데 해가 되지는 않을까? (...)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다. 굳은 신념을 꼳꼳하게 지켜나가는 것과 배에 검을 삼키고 힘을 키워 권력의 자리에 이르러 그것을 뽑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가려는 후자의 길이 시간이 갈수록 초라해진다. 좀 더 생각해보자. 

56. 퍼레이드 - 요시다 슈이치 (060209) 
5명의 동거인들이 빚어내는 가볍게 보이지만 서로를 위한 연기로 가득찬 옴니버스 형식의 소설. (만인을 향한 만인의 가식이랄까나?) 소설 속 주인공들에게 닥친 바로 서있기조치 버거운 현실의 어두운 그림자를 유쾌한 일상 속에 녹여서 작가는 섬뜩하게 표현해냈다. 
현대인들에게 만연한 '내가 누구고, 여기는 어디고, 지금은 언제쯤인지'에 대한 몰이해가 소설 속에서 펼쳐진 듯 보였다. 본질적인 물음 없는 삶이란 이렇게 공허한 것이 아닐까? '나를 세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이 책은 흡인력과 점층하는 재미로 독자를 휘어잡는 힘이 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어 키득 거리며 웃다가 '어라. 이게 아닌데?'하며 자세를 바로 잡아 눈에 힘을 주어 읽게 만드는 강력한 힘이 이 책에 숨겨져 있는 듯 하다. 특히나 첫 장. 요스케의 이야기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완성도 높은 단편이라 생각한다. 가장 좋았다. 요시다 슈이치. 기억해두자. 
보는 내내 영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가 생각났지만 이야기거리만 같을 뿐 별다른 공통점이 없었다. 물론 둘의 상황 - 젊은 남,녀의 동거 - 에서 오는 개인적인 동경심의 환기와 유쾌한 사건들을 견인하는 힘은 공유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누구나 다 그렇지 않는가, 대학가면 논스톱이 펼쳐질 줄 알지 않는가. 

57. 피를 마시는 새 1 - 이영도 (060212) 
3년 6개월 만에 만나는 이영도의 소설이다. 그의 상황적 즐거움과 인물이 주는 재미는 여전했고 오랜 시간에 걸쳐 탄탄해진 그의 세계관 속으로 익숙히 빨려들어가는 느낌 또한 유쾌했다. 
재미있는 소설이라 생각하지만, 좋은 그것이라 보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한다. 내가 유일하게 읽는 환타지 소설이지만 문장 여기저기에서 부족한 점들이 곧잘 눈에 띄였다. 필력은 늘었지만 자신이 지어놓은 한계에 부딪히는 작가적 매너리즘을 옅보기도 했다. 
하지만 김훈에게 박완서를 기대할 수 없는 노릇마냥, 이영도의 피마새에서는 여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잡아내면 되지 않을까? 분명 이영도만이 내게 줄 수 있는 즐거움과 그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세계관적 분위기. 또한 그것들이 모두 합쳐져 나에게 기대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면 난 그의 소설을 읽는 것에 당위성을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물론 즐거움을 얻는 과정이 복잡하므로 아는 사람들과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58. 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060213) 
감동적이다. 집 근처 서강대의 교수님인 장영희 씨의 글을 읽고 있자니 내가 어렴풋이 느꼈던 고전의 매력과 사랑과 생명의 길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었고 그것은 곧 환희로 바뀌었다. 
교수로- 학생으로- 대학의 울타리에서 오랫동안 지낸 그의 인생인지라 이야기는 학생들과 관계된 여러가지 에피소드들로 가득했고 이것은 책의 피와 살이 되었다. 
오체불만족, 기적은 당신 안에 있습니다 등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반드시 자주 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책들을,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내가 가진 편견과 원인 모를 거부감을 지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 책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책으로만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가 그들의 삶과 목표에 대해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이런 진중문고라니! 여러 장병들의 가슴에도 감동의 단비가 내렸으면 한다. 

59. 일상의 발견 - 김용석 (060214) 
표지의 김용석 교수의 얼굴을 처음 보고 '아. 이 사람이구나.'하는 마음을 이어나가 서문을 읽고 두근거렸던 가슴은 저자의 째째한 전개에 그가 이야기한 '나이프와 포크'만하게 작아졌다가 점차 확장되는 그의 계단식 전개에 '각잡고 앉아' 책을 읽게 되었다. 철학자의 눈에 비친 일상 속에 묻어있는 소박한 발견들을 담담하게 써내려가는 식의 전개로 짤막 짤막한 칼럼들을 묶어놓은 형식의 책이었다. 일정 양이 이미 정해진 글쓰기는 뭔가 제한된 듯한 답답함을 느끼기도 해줬지만 반대급부로 간결한 구조와 다양한 소제를 접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 읽고 나니 괜히 각잡았다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평범한 칼럼 속에 제법 수작의 것들이 끼어 있어 그것들을 발견한 힘은 역시 '각'에 있지 않았나 속으로 위로하듯 타협했다. 김용석 교수의 글은 괜찮다 싶으면서도 다 읽고 나면 '그냥 그랬어.'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 중간에 책을 덮는 일은 없지만 그렇다고 추천까지 할 수도 없는 딱 그 정도. 이렇게 글쓰기도 힘들다. 

60.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 미치 앨봄 (060215) 
명.불.허.전. 감동적인 책이었다. 이런 책이라면 누구에게든 권해줘도 좋을 만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이 전반적으로 그 특유의 유머와 각기 다른 감동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특히나 열한 번째 화요일 '문화'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우리를 위협하고 겁주는 문화에 대한 모리의 담담한 해설은 그 설명이 너무나 간단하여 맥이 이중으로 풀렸다. 그 간단한 것을 자꾸 잊고 현실을 좇는 나 자신에 대해 한 번, 너무도 담담하게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우리에게 다시 말해주는 모리의 모습에서 또 한 번, 이중으로 말이다. '자기만의 문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그의 웅변은 결국 내 생각을 그의 식대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타인이, 사회가 나를 멋대로 정하지 않게 하라는 그의 말이 열정적이지도 감격적이지도 않아 오히려 더 큰 울음으로 다가왔다. 이런 면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모리를 읽고 감동을 받나 보다. 각기 다른 방식이지만 모리의 담담한 말은 그에게 드리워진 죽음의 모습만큼이나 당연하고 담담해서 멀리 울려퍼진다. 

61. 나는 희망의 증거가 되고 싶다 - 서진규 (060215) 
'희망의 증거'라니 참으로 매력적인 단어다. 자신의 꿈을 향해 용감하게 돌진한 여성의 이야기에서 난 내 어머니를 보았고 우리 가족을 보았으며 나를 살필 수 있었다. 
"꿈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꿈꾸는 사람을 가혹하게 다룬다. 즉, 꿈을 꾼다는 것은 죽을 각오를 한다는 것이다." 라는 저자의 비장미 넘치는 말을 보고는 단번에 반해버렸다. 
'과연 난 내 꿈에 내가 갖고 있는 것 중 얼마만큼이나 걸어두었는가?' 라고 자신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발만 대충 걸쳐둔 채 내 꿈을 도전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이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것까지 모두 내걸어 꿈을 쟁취한 저자를 보고 있자니 젖내 풀풀나는 내 모습이 너무나 한심해보였다. 희망의 증거. 그래 나도 내 뒤를 걸어올 사람들을 위해 희망의 증거가 될테다. 

62. 공부 9단 오기 10단 - 박원희 (060216) 
읽고 싶은 책을 그럴 때, 때 맞춰 읽는다는 것은 가려운 곳을 긁는 것처럼 고효율, 고만족의 작업이다. 나태해진 나에게 무언가 자극이 될 만한 책이 필요했고 서진규씨의 책은 인상적이었지만 무언가 부족했다. (연륜의 포스가 묻어나는 삶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고, 오래전 일이라 가시적인 억압과 차별의 음에너지가 나에게는 적합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생각이 굳기도 전에 스스로를 탐구하고 끊임없이 도전하여 많은 것을 성취한 17세의 소녀 박원희양은 '선순환'이 무엇인지 내게 보여주었으며 우리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서 부딪히게 되는 걸림돌을 설명해주고 몸소 해쳐나가는 시범까지 보여주었다. (이만한 조교도 없다. 악!) 놀라운 것은 많았지만 난 무엇보다도 그 어린 나이에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잘 관찰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놀라웠다.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하더라도 남들 이상의 성취를 보일 수 밖에 없는데, 이 글에 드러나있지 않은 저자의 힘은 이런 것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좋은 자극이 되어주었다. 우리가 사회에 나간 뒤에는 지금의 경기고-서울대 라인이 아니라 민사고-아이비리그 라인이 주름을 잡고 있을 거란 생각을 했다. 
아- 영어 공부 해야지. 

63. 책이 좋아 책하고 사네 - 윤형두 (060217) 
6개월 전,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이 책을 덮었다. 1/3쯤 읽었었을까? 책을 거풍하는 대목에서 현실과 유리된 저자의 모습에 몸서리치며 책을 던지고 한국 현대사 관련 도서를 읽은 기억이 난다. '필화사건'으로 옥살이를 한 '건강한 비판력'을 지닌 저자의 모습이, 고서들에 둘러싸여 교정이 최루탄 가스며 노사분규 등으로 얼룩지는 것을 못마땅하게 지켜보는 은둔자의 모습으로 바뀌어 감에 실망했고 그 뒤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곤 책을 닫았던 것이다. 
양심과 양식있는 자들이 사회 지도층이 되어야 하고, 책을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인상적이었지만 책을 다 읽은 뒤에도 씁쓸함은 계속 남았다. 모두가 현실에 헌신할 수는 없다는 것 잘 알지만 젊은 난 이런 책을 아직은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이런 분들 덕분에 우리 출판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면 나의 비판은 설익은 어린 아이 투정일지 모른다. BUT, 싫은 건 싫은거다) 

64. 불가능은 없다 - R. H. 슐러 (060218) 
보라. 제목부터 느낌이 오지 않는가. 종교 성향이 짙지만 재미있게 읽은 책은 함석헌옹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 후로 처음이다. 목사이자 미국의 유명한 의식 개혁가인 저자는 드라이브-인 교회라는 대규모 교회 공사에 인생의 갖가지 면들을 대비시켜 제목인 '불가능이 없다'는 사실을 설파한다. 
꿈 안에 섞여있는 두려움을 없애 꿈을 진정한 꿈으로 기능할 수 있게 하라는 저자의 말에 내 꿈에 얼마만큼의 불순물이 섞여 있는가를 돌아보게 되었고, 성공이 보장된 도전은 거짓되고 죽어있는 시체로써의 도전이라는 말에서는 '난 이미 죽어있다.'를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꿈을 모욕하지 말고, 가장 위대한 일은 앞으로 나의 손으로 일어날 것이라는 믿음을 지니라는 당연하지만 쉽게 잊고 사는 그런 말들이 가득한 책이었다. 그의 열정적인 웅변조의 문장을 다 읽고 나니 아주 좋은 설교 한 편을 들은 듯 했다. 이런 목사님이 계시다면 나도 주일마다 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싶다는 깜찍한(!) 상상도 해봤다. (초등학교 일기같은) 
좋은 책이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감정적인 지금의 내 상태가 좋은 책을 추천할 수 있을리 만무하다. 지금의 나에게는 좋은 책이었다. (분명 평상심의 나였다면 흥- 하고 다 읽지 않았을 책이다.) 

65. 랜드마크 - 요시다 슈이치 (060227) 
고독, 허무, 공허... 현대인의 모습을 이것들과 떨어뜨려 말할 수 있을까? 나를 말할 수 있을까, 이것 없이? 소설이 인간 본성에 대한 통찰을 독자들에게 전해서 인간의 공감 능력을 키운다고 가정한다면, 랜드마크와 같은 나와 동시대의 소설은 인간 자아의 최외각에 감식력을 한 겹 더 씌워주는 책이 아닐까. '포스트-무라카미s'는 역시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그의 소설이 흥미롭다는 건 변한없는 사실이다. 

66. 사다리 걷어차기 - 장하준 (060301-02) 
인권을 주장하고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또 내 안의 파시즘과 다수를 위협하는 사회상을 목도할 때면 나는 쉬이 피가 끓는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힘있게 고개를 쳐들며 뜨거워진 가슴을 부여잡고 미친듯 앞으로만 내달리고 싶어진다. 내가 사는 세계란 너무나도 슬픈 일들만이 가득 차 있으며, 그렇기에 내가 변화시켜야 할 부분이 어마어마하게 산적해 있음을 확신하게 된다. 지금까지 생각없이 순응했던 과거를 떨쳐버리고 더 많은 것을 알아내고 실천해야 함을 - 무려 비종교인 내가 - 그것을 종교적 경건함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들이, 이 경제학 도서 한 권으로 차갑게 식어버린다. 보다 냉철해진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약간의 경험으로 조금은 뜨거워진 가슴을 다시 뒤로 물리는 날 발견하게 된다. 담담하게 수식하는 경제학적 통찰을 물끄럼히 바라다보고 있으면 나는 어느새 그것과 하나가 되고, 그 안에서 나의 갈 길에 대해 생각하게 되며, 무엇이 궁극적으로 내게 주어진 일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난 이 책에서 현실 경제학을 보았다. 조금은 더러운 것 '좋은 게 좋은거지.'하며 넘어가는 현실이 아니라 치열하게 탐구하고 끝까지 파해쳐 해답을 찾아내는 - 게다가 친절하게 설명하는 - 그런 현실의 경제학을, 크게 보면 정치학을 느낄 수 있었다. 선진국들의 발전 과정을 역사학파적 관점에서 철저하게 논증하며 서술한 이 책의 구성은 그 동안 말이 나오지 않아 머리 속에서만 갇혀 있는 나만의 출사표를 내 앞으로 꺼내, 내게 던져주었다. 
무엇이 옳은 지 좌우를 돌아보지도 않고 정신없이 앞으로 달려나가기만 하는 이 시대에, 그 상에 걸맞는 세련된 도덕가치를 풀이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옳은 말이기에 현실의 해답을 찾으려는 문제와 비교해서는 쉬운 문제일 수 밖에 없다. 이 더러운 현실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나와 너를 비판하고 우리의 지저분함과 너저분함을 성토하는 건 너무 깨끗해서 쉽게만 보인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그 지저분한 현실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가 엉켜있는 오물 투성이와 씨름하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시도를 하는 것이 경제학의 길을 걸어가려는 새내기 학도에 어울리는 걸음이 아닐까? 현실이기에 쉽게 비판받을 수 있고, 또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으로, 오명을 뒤짚어 쓰더라도 내가 믿고 있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그 중앙으로 걸어가는 것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 거창하게도 - 가장 위대한 일이 아닐까 한다. 

67. 동경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다치바나 다카시 (060302) 
난 다카시를 좋아한다. 군 생활 중에 책과 벗하며 만난 저자 가운데 정말 큰 울림으로 다가온 그이기에, 그의 글을 다양하게 접해보고 싶었다. 바쁜 생활을 꾸려나가고 있어, 그의 대부분의 책은 '한 권을 기획하여 구성하여 만들기 보다는' 기존의 잡지에 실린 내용을 재편집하고 거기에 글을 더하여 책으로 낸 것이 많다. 고로, 내용이 겹치는 것은 당연하고, 이 책의 경우 전체 300p중 120p 남짓 정도가 그러했다. 그의 팬을 자처하는 나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면에서! 기존의 다카시의 팬이라면, '4장. 현대의 교양이란 무엇인가?'만 읽어도 되지 않는가 생각한다. 그만큼 4장은 다카시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내용이 잘 집약되어 있으며 전체 장의 축약인 동시에 가장 좋은 문장들이 그득 들어차있는 부분이다. 
또한 학부 4학년생과 대학원 1학년생 4명과 다카시가 대화한 문답형식의 꼭지는 전체적으로 책에 흐르고 있는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68. 미학 오디세이 3 (신국판) - 진중권 (060303-04) 
미학 오디세이를 구입한 건 '미학'에 관한 관심으로 구입한 동일 저자의 '현대미학강의'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서 말했던 숭고니, 시뮬라르크니- 도통 이해를 할 수 없는 말들 뿐이었다. 사고 나서야 이 책이 현대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명작임을 알았고, 전에 한 번 대충 읽어봤던 책임을 깨달았다. 그 때는 3권이 나와있지 않은 구판이어서 현대미학을 집중 조명한 현대미학강의를 이해하는 데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던 듯 하다.(그보다 대충 대충 그림만 보고 넘겨서 아닐까?) 전에 읽은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부분과 겹치는 내용이 많아 읽기가 수월하긴 했지만 아쉬웠다. 안타까움은 현대미학강의에서 충족시키리라! 
* 읽은 순서 : 1권 -> 3권 -> 현대미학강의 -> 2권 

69. 진중권의 현대미학강의 - 진중권 (060304-06) 
드디어 읽었다. 너무나 기쁘다. 6개월 전 쩔쩔 매던 기억이 지금의 기쁨을 예비해준 것이리라. 난 미학을 몰랐고, 예술에 무지했으며, 철학을 오해했었다. 이 책 한 권을 읽고 미학에 눈을 떴다고 거창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의 암담함으로부터 다 읽고 이해한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내게 미학과 철학, 그리고 예술이라는 인류사의 거대한 축을 마주서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미셀 푸코의 '위계없는 차이의 향연' 장이 가장 좋았다. 미학보다는 세계관 쪽으로 무게가 실리는 부분이었지만 스스로를 규정하는 세련된 현대 미학 느낌의 철학에 큰 흥미를 느꼈다. 
* '앙겔루스 노부스'는 어떨까? 

70. 상속 - 은희경 (060305)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은 소설이었다. 충격적인 기법이나 혁신적인 구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필력 있는 소설가의 층이 두꺼운 이야기를 접하다보니 어느새 빠져들었다. 가족은 내가 생각하던 옛날의 단편적인 가족이 아니었고 사회는 지금까지 느꼈던, 과거에 짐작하던, 나에게 우호적으로만 모습을 드러냈던 그것이 아니었다. 154p.까지 앞의 단편 셋이 뒷 부분의 나머지 것들보다 좋았고, 특히 '내 고향에는 이제 눈이 내리지 않는다.'의 느낌은 나의 과거를 불러일으켰다. 
차가운 현실이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덮쳤고, 그들은 서로를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으며 슬픔이 가득찼고 욕망과 무의식이 범벅이 되어 읽는 내내 스스로와 주변을 자꾸 생각하게 만든 소설집이었다. 좋은 책이다. 

71. 블링크 - 말콤 글래드웰 (060306) 
깔끔하게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명쾌했고 즐거운 독서였다. 많은 사례들로 말하려는 바를 적절하게 예시했고, 그 실례들이 하나같이 흥미를 자아내는 것들 뿐이라 쉽사리 읽을 수 있었다. 
서장에서 시작한 의도가 마무리에서 조금은 벗어난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다소 소박하고 평범한 진리라는 결말이 책 전체를 상승시켜주는 작용을 하지 않았나 싶다. 독서의 주제를 개인보다 넓게 잡았다는 동일 저자의 '티핑 포인트'도 읽어보고 싶다. 

72. 민사고 천재들은 하버드가 꿈이 아니다 - 유영만 (060307-08) 
'공부 9단 오기 10단'을 읽고 민사고에 대해 갖게된 호기심이 이 책을 펼치게 하였다. 다 읽은 뒤의 첫 감상은 생각보다 괜찮은, 의외의 수작인 책이라는 사실이었다. 저자가 교육공학 - 교육학의 한 지류인듯 한데 특별히 설명이 없었다. - 박사이기에, 민사고라는 특이한 학교의 모습을 구석구석 잘 살피는 것과 동시에 학교 교육과 미래에 필요한 인재상에 학교를 대입해 설명할 수 있었지 않나 싶다. 민사고에 대한 관심으로 책을 들었지만 적당한 깊이의 교육론을 읽은 느낌이 들어 의외의 소득을 얻은 기분이다. 2/3을 차지하는 신문기사 같은 전반부보다 1/3의 나머지 딱딱한 교육론이 2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게 만들었으며 그 방면에 무지한 나로서는 유익한 경험이 되었다. 
시스템이 완비된 교육의 힘에 대해 생각을 더 할 수 있었으며, 이것은 교육계 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접근법이었다.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무비판성이 걸리긴 했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이 지향하고 있는 바가 소극적 사회 환원을 염두해둔 인재 양성인지라 논리적으로 파해치기가 힘들었다. 좀 더 생각해보자. 

73. 폭력과 상스러움 - 진중권 (060308-09) 
이 책을 읽지 않고 진중권을 접했다고 말했던 내 생각이 너무나 짧았다. 그는 진정 매력적인 사람이다. 내가 하나로 보는 것을 그는 두 개 이상으로 보았으며, 내가 얇은 하나의 층위라 생각했던 문제를 그는 두껍고 다양한 층위로 솜씨 좋게 풀이해냈다. 내공의 차이며 관심과 집중의 차이일터. 
한 장 한 장이 모두 마음에 들었지만, 포스트 모더니즘을 자기 입맛에 맞게 적절하게 변형시킨 보수 세력에 대한 강력한 일섬이 가장 눈부시지 않았나 싶다. 
진중권은 내용뿐 만이 아니라 형식을 통해서, 한 번만이 아니라 두 번 세 번에 걸쳐 누진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부조리를 비꼬고 잘못을 지적한다. 온 몸이 흉기였으며 싸움이 예술이었던 한창 때의 시라소니 같다고나 할까? 

74. 당신들의 대한민국 1 - 박노자 (060309-10) 
박노자의 주저인 이 책은 대학 시절 발췌독이었지만 적지 않은 분량을 읽었었고, 나도 그 동안 사회 비판 서적과 폭로성 글귀들을 많이 접했으니 책이 식상해도 어쩔 수 없는 거라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 나는. '오- 신이시여. 저의 무지를 용서하소서-' 하고 장탄식을 한 뒤에 각을 잡고 천천히 읽어내려갔다. (부끄러워라) 
선입견과 편견이 없는, 우리 사회의 갖가지 억압기제들을 체화하지 않은, 우리 안의 타인이 바라보는 시각은 아주 중요하다. 귀중하다. 
동남아시아, 몽골 등지의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그의 경험과 주장은 나 역시 견고한 인종주의적 틀 속에 갖혀있었구나 하는 큰 깨달음을 주었다. 대학 새내기 시절 선배들이 하나같이 일독을 권했던 이유를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책을 다 읽은 뒤, 제목을 다시 보았다. '당.신.들.의. 대한민국'이란다. 가슴이 왜 이리 아픈지.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졌다. 

75. 자유로서의 발전 - 아마티아 센 (060310-12) 
이 책은 어려웠다. 간신히 일독을 했지만 이 책의 절반도 난 얻어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여름이 지나고 내공이 조금 더 쌓였을 때 꼭 다시 읽겠다. 집중을 해야 읽을 수 있는 논문과도 같은 구조와 문체를 갖고 있었지만, 나의 길을 천천히 비춰주어 읽는 내내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독서 후기는 그 때로 미루고 책날개에 있는 소개 글을 수록한다. 
아마티아 센은 이 책에서 "경제발전이란 본질적으로 자유의 증진"이라는 개념을 우아하고 간결하게 그러나 광범위하게 발전시키고 있다. 그는 역사적 실례와 경험적 증거 및 엄밀한 분석으로 발전이란 자유에 반하지 않으며 그래서 자유의 증진으로 구성되고 있음을 밝혀 두고 있다. 
 - 게네스 애로우 (노벨상 수상자이자 스탠포트대학 경제학 명예교수) 
세계의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은 아마티아 센보다 더 정교하고 통찰력있는 경제학자를 찾을 수 없다. 센의 글은 우리의 삶이 우리들이 가진 부보다 우리들의 자유를 특징지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발전 이론과 실제를 혁명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UN은 센 교수의 견해로부터 지혜와 양식을 크게 도움받고 있다. 
 - 코피 아난 (UN 사무총장) 
아마티아 센은 경제과학의 중심 영역에 괄목할 만한 기여를 하였으며, 다음 세대의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해 놓았다. 경제학과 철학의 여러 분석 도구를 종합하면서 주요 경제 문제의 논의와 윤리적 측면을 부활시켰다. 
 - 스웨덴 왕립 학술원 (1998년도 노벨경제학상 시상식에서) 

76. 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 - 소노 아야코 (060311) 
이해인 수녀님은 마음씨가 너무 곱다. 책 한 권 중에 좋은 글귀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추천평을 써주시기를 주저하지 않으시는 듯 하다. 이번에도 역시 당해버렸다. 누나가 좋아하는 소노 아야코의 경구들을 여러 책에서 모아 테마 별로 모은 책이다. 잠언의 역할을 할 만한 구절들을 모아 낸 아포리즘 서적이었지만, 누나에게 매우 미안하게도 별로 공감이 와닿지 않았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정도만이 논쟁에 지친 마음을 쓰다듬어 주는 정도였다. 끝까지 읽기는 했지만 '나는 이렇게 늙고 싶다.' 라는 명저의 저자에게 실망감을 안고 마지막 장을 덮었다. 

77. 세계의 분쟁지역 - 이정록, 구동회 (060312-14) 
간결하고도 독특한 구조의 책이다. 쉽게 풀어 쓴 문체와 비교적 객관적인 시각은 책장이 넘어갈수록 신뢰를 주었다. 민족주의, 종교, 어족 등 좀 더 알고 싶은 분야가 많이 생겼다. 
지도가 시대별로 자세히 수록되어 있었고 여러가지 독자의 편의를 생각한 도표들과 지도들이, 꼭 잘 만들어진 홈페이지를 드나들며 글을 읽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다만, 너무 많은 분량을 싣다보니 일부 챕터는 상황의 '나열'에 그치는 표피적인 언급으로 페이지만 차지한 듯 느껴졌다. 곁가지를 치고 중심 부분에 더 집중하는 쪽이 좋지 않았을가 아쉬움이 남는다. 
세계지리를 뒤늦게 익히면서 지구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높혔달까? 권력의 공백과 그것의 쟁취에 대한 인류의 공통점도 느낄 수 있었다. 꽤 많은 분량이지만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다. 

78. 당신들의 대한민국 2 - 박노자 (060313-15) 
박노자의 날카로운 통찰은 구구절절 옳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써 어찌 이런 탁월한 시각으로 우리 안의 불순물들을 지적해낼 수 있다니, 흡사 시드 영역의 시로나 아스란 같이 시야 내의 모든 책에게 공격을 퍼붇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1권과는 다르게 2권에서는 '우' 뿐만이 아니라 '좌'에도 창끝을 겨눈 것도 좋았다. 
2부는 별로 였고, 3부가 많이 좋았다. 
자기 논리의 정합성을 위해 대상의 일면을 왜곡하는 것 또한 폭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물론 일리있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또한 자신이 비판했던 세력들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닐지 고찰해봐야 한다. 박노자라면 나의 이런 접근을 두 손 들어 반기지 않을까? 이상주의 결벽증의 덫에 빠진 것은 아닐런지. 

79.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로렌 슬레이터 (060315-16) 
재미있고 쉽게 심리학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독자가 사건을 목격하고 정보를 수집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극의 전개가 속도감이 느껴지는 흡입력있는 책이었다. '심리학으로 인간'을 말하려는 책이랄까?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 교과서적인 정파의 책이라면, 이야기체의 이 책은 전형적인 사파의 영역에 놓여있다. 사건을 파해치는 탐정물에서나 느낄 법한 생생한 현장감으로 그 시대적 분위기와 그 때는 당연하지 않았던 - 지금은 너무나도 당연한 - 과학의 첨단을 맛볼 수 있었다. 6장, 7장이 참 좋았다. 후반부로 갈수록 탄력을 받은 듯 빛을 발했다. 
논점이 이리저리 튀고 시점과 시대상황이 숨가쁘게 바뀌는 것 - 제발 줄 좀 바꿔주지. - 때문에 집중해서 읽기가 피곤했지만 그 만큼 재미있는 내용을 흥미롭게 전달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너무 의도적으로 감동을 주려는 끝맺음을 남발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80. 미학 오디세이 2 - 진중권 (060316-17) 
좀 더 예술론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뒤에 읽어야 할 책들을 먼저 읽은 덕분인지 조금 복잡해보이는 구조도 단번에 이해가 되어 복습하는 기분으로 책을 읽었다. 2/3지점에서 마무리 짓고 생각을 다져주는 역할이 무척이나 친절했다. 
2권은 미술, 예술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일관되게 밀어붙힌 저작이다. 가장 미학 오디세이 다운 책이 아니었을까 한다. 참으로 즐거운 여행이었다. 
비단 미학 뿐만 아니라, 철학 그리고 진리의 체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나에게 미학 오디세이를 읽은 경험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 대학생의 필독서. 

81.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 진은영 (060317-19) 
'철학 전공자가 아닌 시인이 쓴 칸트 개론서라..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무색할 만큼 맥을 짚어주는 명 가이드의 숨결이 살아있는 멋진 책이었다. 시인인 자신의 장점을 살려 릴케의 로뎅에 관한 시를 책의 전반부에 실은 전략은 충분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또한 전체적으로 잔가지에 치중하지 않고 핵심 구성을 알아볼 수 있게 노력한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한다. 또한 책의 뒷 부분인 '선험적 방법론'에 대해서는 설명을 줄이고 원전을 직접 찾아 읽으라고 주문한 것도 이 책을 단순한 요약본과 정리집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끝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다방면을 공략할 수 있게끔 만들어진 구성도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혔으며, 특히나 리라이팅 클래식의 최대 볼거리, '좀 더 깊은 이해를 위한 책들의 소개'가 여전히 날 만족시켜주었다. 
책을 읽고 아주 조금 칸트에 대해서 알게 되었을 뿐인데, 그의 엄청난 위치와 위상은 그 동안 내가 갖고 있었던 그에 대한 오해를 모두 던져버리기에는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었다. 

82. 응용윤리 - 피터 싱어 (060318-20) 
첨예한 철학적 견해들을 두루 살펴보고 그와 관련된 양질의 논문들을 번역 잘 된 것들로 엄선해서 읽은 기억은 지적으로 충만한 경험이었다. 좀 더 원론적인 부분이 생략되어 있어 아쉬웠지만 원래 중심이 응용된 윤리를 소개하는 책인지라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실려있는 글들은 대립이 되는 사안에 대해 양쪽을 두루 살피는 절충적 논문이었는데, 차라리 테마를 줄이고 각기 한 쪽에 대해 강력하게 주장하는 두 편의 논문을 싣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진짜 이런 구성으로 된 논문집 없나?!) 
* 현실에 밀접할수록 철학은 회의주의로 치닫기 쉬운 듯 하다. (비슷한 부류의 책 중에는 이 책이 가장 좋은 듯 하다.) 

83. 그리스인 조르바 - 니코스 카잔차키스 (060320-22) 
초반부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거북스러웠다. 여성에 대한 비하발언과 도무지 책임감 없어 보이는 언행이 '최고의 사람 조르바'로 상상해 온 내 생각과 도무지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여성관은 시대적 유물이었고 그의 진가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나같은 '책상다리'가 말할 수 없는 응집된 생의 진실을 조르바는 온몸으로, 그의 투박한 언어로 내게 전달했다. 그렇다. 그는 내 앞에서 춤을 추었으며 그의 과장된 몸짓은 처음 그런 춤을 보는 나에게 거부감을 선사했지만, 그의 춤사위가 조금 눈에 익은 뒤의 그의 모습은 많은 깨달음을 주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독자에게 전달하려는 의미는 단순치 않은 것이리라. 어떠어떠한 가시적 교훈이 아니라 그가 몸으로 보여준 삶의 자유를 되새겨보고 내 안의 백면서생을 인정하고 생을 다시 살아볼 계기로 만드는 것이 작가가 바랬던 조르바의 목적이 아니었을까? 

84.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 곽해선 (060322-23) 
좋은 선택이었다, 이 책은. 깊이가 얕지 않았고 평이한 문장 속에 날카로운 현실감각이 다분히 어려 있었다. 한국 경제의 현대 동향이 잘 짚어져 있었으며, 금융과 관련된 객관적 기술은 의외의 소득이 되었다. 차분히 당연한 말들을 근본적인 의문을 품어가며 읽었던 독서법이 효과를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 국제 거래소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오직 이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85. 야생초 편지 - 황대권 (060323-24) 
책의 첫인상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에서 필자가 받아들인 야생초의 아름다움이 생에 대한 진리로 화하는 모습을 담은 책'이었다. 인간 중심적인 사고 방식을 비판한 책으로 받아들이고 쉽게 쉽게 넘어갔건만, 중반부에 이르러서 이 책은 나에게 '인간 존재의 초극과 끊임없는 몸부림'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 평 독방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유머 감각과 팔을 뻗으면 모든 것이 다 닿는 갇힌 생활의 덤덤한 기술은 그 어느 수용소 문학에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암담함'을 내게 선사해주었다. 괴로움을 토로하거나 답답함이나 파괴적인 감정의 극적인 서술보다 새 교도소의 자신의 독방을 "1.5평이 넘어 보이는 넓은 공간"이라며 감탄하는 대목에서 더 큰 사실성을 느낄 수 있었다. 
* 우리 나라의, 현대의 '교정 문화'에 대해서 좀 더 탐구해보자. 

86. 현의 노래 - 김훈 (060324,26,27) 
'생'이라는 아수라장을 통과하는 세 사람을 통해서 인생의 비어있음을 드러낸 이 작품은 '칼의 노래' 만큼 확실하게 딱. 하고 떨어지는 책은 아니었지만 좀 더 다양한 삶의 방식을 드러냄으로써 그만큼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인생이란 가지런히 정리된 머리 속의 방식대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소설을 통해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 같이 도인들이라 나 역시 고풍스런 마음가짐으로 조용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었다. 

87. 원고지 10장을 쓰는 힘 - 사이토 다카시 (060327) 
문장강화 이후 처음으로 '글쓰기'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더 실재적이고 구체적인 글쓰기론이 들어가있어 읽기도 쉬웠고 도움이 크게 된 것 같다. 또한 구체적인 동시에 원론적으로 '독서론'과 연계하여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설파한 점도 마음에 들었다. 

88.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해라 - 법정 (060327-28) 
'월든'을 재미있게 읽어서 일까? 그 전까지 류시화가 엮은 수 많은 선교적 책을 읽었음에도 받지 못했던 느낌을, 별다른 것이 없어 보이는 이 잠언집에서 새삼 다르게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 전까지는 물질 세계 안에서의 여유로움 회복이라는 화두로 책을 읽었었다면, 이번에는 직접적으로 물질세계 그 자체를 극복한다는 주제로 책이 보였다. 
* 단번에 끝까지 쉬지 않고 읽으려는 마음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 

89. 벼랑 끝에 나를 세워라 - 박형미 (060328-29) 
화진 화장품 빨간 그렌져의 박형미 부회장은 글이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그 안에 녹아들어가 있는 열정 만큼은 남달랐다. 진취적이고 생산적인 가치를 긍정하고 그대로 밀고 나간 작가의 삶을 되짚어 따라가보니 이름바 '상류층'의 사고와 그들의 논리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말도 옳다. 그녀의 자리는 정당하다. 영준씨 말대로 정당한 포지션을 자리 잡고 있었고, 그것은 단지 그녀가 기득권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간중간에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고수에게 한 수 배운다는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였고 '스스로에게 모든 책임과 주체성을 부여하는' 그 삶의 방식을 긍정하며 읽었다. 다 읽고나서는 '좀 다른 의미로 읽기 힘들었지만' 끝까지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 스님의 책과 윤독했는데, 신기하게도 대척점에 위치한 이 둘의 언어가 많은 부분에서 겹친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세일즈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는 것이 인신론적으로 이 책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한다. 날 모두 내걸고 세일즈에 뛰어들어 스스로를 가다듬어보는 경험도 분명 값질 것이라 생각한다. 나도 화진에?! 

90. 새의 선물 - 은희경 (060329) 
이런 책은 마지막 장을 다 덮은 뒤에 스스로를 자책하게 만든다. '내 얼마나 좁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는가?' 하고 탄식이 절로 나온다. 어깨춤이라도 춰야 분이 풀린다. 
나에게 조금의 통찰력이 갖춰져 있다면 그것의 공은 이러한 소설들에서 보아온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끝없는 관찰을 옅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열 두살이라 믿기 힘들만큼 화자의 관찰은 예리했고 정확했으며, 영악한 태도 아래 감춰져 있어 섬찟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소설은 재미있었고, 그런 사람이 없다고 가정해버리고 비판하기에는 소설의 재미와 구조가 너무나 튼튼한 배경을 등지고 있었다. 
은희경의 소설은 재미있으며, 소설로서 갖춰야 할 거의 모든 것이 빠짐없이 들어차 있는 꽉착 열매 같다는 생각을 한다. 후반부에 너무 급격한 전개가 이루어져 조금 아쉬웠지만 작가가 중심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건 그런 지엽적인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으로 그런 아쉬움을 덮을 수 있었다. 

91. 우리 안의 파시즘 - 임지현 외 (060330) 
문부식씨의 글로 책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다. 임지현씨에서 시작한 나의 물음 또한 마지막 문부식씨의 '광기의 시대를 생각함'에서 어느 정도 결론을 지을 수 있어서 더욱 값진 독서가 될 수 있었다.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그 결과를 예상하지 않으며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인간'이라 칭해야 하는가? 너무 과격한 물음들이 내 안에서 꿈틀거린다. 
특수한 광기의 시대를 지나 보편적 야만의 시대로 접어든 지금. 내가 생각해야할 나의 행동과 그 영향이 미쳐질 미래는 각각 어떤 모습이고, 어떠한 모습으로 되어야 하는 것일까? 
이 책은 아주 좋은 책이다. 
* 박노자씨의 글은 '당신들의-'에서 겹치는 부분이라 아쉬웠다. 권인숙씨의 나긋나긋하고 차분하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딱딱하고 격한 전체적인 책의 구성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했다. 주민등록제의 악용사례가 빠진 것이 아쉬웠다. 순수한 대중을 전제하지 말라는 일갈이 돋보였다. 

92. 남자들에게 - 시오노 나나미 (060401) 
시오노 나나미는 이 에세이 집에서 여자는 남자를 존경하고 싶어 근질근질 하니깐 제발 좀 멋져지라는 투로 자기 생각을 나열한다. 삶을 향한 여유롭고도 긍정적인, 또한 진튀적이고 균형잡힌 남성상을 말하는 저자에게 수긍하면서도 이해불가능한 부분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읽는 내내 불쾌한 감정을 숨길 수 없었다. 
나 또한 그녀의 화법대로 여자를 이해하고 싶어 근질근질하다. 하지만 여자에 있어 핸드백이 생명같다는 느낌을 표현하고 싶다고 해서 죽기 전 마지막 산책에서 육감이 위험을 말해 핸드백을 집에 두고 왔다는 식으로 '사망시 핸드백의 부재'와 '여성의 필수적인 악세사리'를 연결시켜서는 곤란하다. 
좋은 글도 많았지만 쑥맥형 남자들에게는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독선적이고 편견이 듬뿍 들어있는 시오노의 남성상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오우케이. 

93.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 신영복 (060402,03,10) 
첫 페이지를 여는 순간, 난 나의 심장의 박동이 손 끝까지 전해져 내려와 종이가 흔들리고 있음에 살며시 미소지었다. '드디어 읽는구나.' 하는 심정은 손꼽아 기다린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며, 영화관에 앉아있는 심정이 연상되었으며. 책을 다 읽고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는 나의 모습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음에도 일어서지 못했던 기억과 닿아있었다. 이 책은 그저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밖에 나가 제대로 후기를 써보고 싶다. 

94. 내 생애 단 한 번 - 장영희 (060403) 
장영희 교수님의 에세이 집 '문학의 숲을 거닐다'가 너무 좋아, 사실 그녀를 오해했었다. 분명 좋은 글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런 명작이 나온 것은 선의의 우연이 도와준 결과이겠거니 생각했던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분명 그 때 느꼈던 그 감정, 그 느낌, 그 깨달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었다. 이젠 난 장영희 교수님의 팬이다. 
그녀의 글은 따뜻하다. 가뭄에 내린 비처럼 내 매마른 감성과 영혼을 촉촉히 적셔준다. (이 얼마나 진부한 표현인가!) 누구보다도 직하고 삶에 밀접하게, 또 삶을 담담하게 기술한 글들은 큰 울림으로, 훈훈하게 다가온다. 
끝없는 고뇌와 사랑에 대한 믿음으로 어우러진 이 책, 추천한다. 추천! 

95.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박민규 (050404) 
빨려들어가듯, 한 번에 읽었다. 단 번에 시원스레 뽑혀져 나오는 쇠뿔이랄까? 그런 기분으로 끝까지 읽었다. 워낙 유명하여 '이런이런 책이겠거니' 하고 있었는데, 역시 우리의 박민규씨. 나의 예측을 여지없이 깨뜨려주었다. 그래서 더 기뻤다. 읽어보시라. 후회하지 않을 선택. 겁주는 시대에 사는 우리라면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에 대해 박민규는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었다. 

96. 감염된 언어 - 고종석 (060407) 
나도 모르게 체화하고 있던 언어순결주의와 마주하게 된 자리였다. 잘 버무려진 언어학적 지식으로 펼쳐진 고종석의 글은 촘촘하고 거부하기 힘든 정합성을 갖추고 있었다. 문화정책의 자유주의라는 큰 틀까지 내 것으로 삼을 수는 없었지만, 그의 주장을 수긍하고 그 논거를 되새기며 내 안의 불순물들을 걸러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종석의 글을 좀 더 읽고 싶다. (복거일 또한. 책의 뒷 부분은 복거일을 읽지 않고서는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없을 듯) 

97. 개정판.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고미숙 (060408) 
쉽게 쉽게 넘어가는 책이었다. 분명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기에는 포스트 모더니즘적 해석이 너무 빈번했고, 그것으로'만' 독자를 해치우려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열하일기'에 대해 이토록 재미있게 책을 썼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리라이팅 클래식은 성공한 것이 아닐까 한다. 다 재쳐놓고 재미있는 독서다. 
4.7(土)자 조선일보에 새로 나온 열하일기 번역판이 소개되었다. 고미숙씨가 진행 중이라던 열하일기 독해본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제 때에 책이 척척 나와주니 얼마나 예쁜 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노마디즘은 언제 읽지?) 

98. 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060409) 
새겨 들을 만한 내용이 많았다. 기존의 비판을 재탕했다는 인식을 지울 수 없어 술술 읽혔지만 그만큼 밋밋했다. 이 책을 좀 더 일찍 읽었다면 분명 이 책에서 강한 깨달음을 얻었을 거고, 다른 책이 밍숭맹숭했을 것이다. 
세상 속의 지식인에 대한 저자의 생각과 매스미디어와 문화가 가리고 있는 허울을 똑바로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은 통쾌했다. 
원영씨 말대로 강유원의 글의 위력은 그가 세상 속의 지식인으로서 몸소 실천하고 있는 '몸으로 하는 공부'에 기반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뭐라고 '불라불라 강유원씨 밋밋해.' 라고 말해봤자. 자세히 들여다보면 염치는 내 쪽이 부족하다. 그것도 한참이나. 

99. 자기 조직의 경제 - 폴 크루그먼 (060409-12) 
이 책은 다 읽고 나서도, 미스테리다. 분명 서장을 읽었을 때는 앞으로 펼쳐질 크루그먼의 논리를 단 번에 알아챘다고 생각했것만, 작은 전투에서 줄줄이 패해버리고 막판 부록의 수학에서 깃발까지 빼앗겨버렸다. 새로운 고전으로 평가받는 이 책의 방법론과 전개를 물리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부키의 번역을 이상하다고 내칠 수도 없는 상황이라 한참 동안 괴로워 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내 내공이 부족하다는 것. 정석의 거시 경제학과 새로운 경제학의 지평들을 하나 하나 다시 보고 난 뒤에 꼭 재독해야 겠다. 회원님들께서 꼭 읽어야 겠다면 수필로 봐도 명문인 책의 서장만 읽고, 절대 부록을 읽는 우를 범하질 말길 바란다. (촌장님이라면 그 식들을 해석하실 수 있을텐데-) 

100. 경제학 콘서트 - 팀 하포트 (060411-13) 
생각보다 내용이 깊었고, 솜씨 좋은 저자와 실력 괜찮은 역자의 만남으로 만든 웰-메이드 서적이다. 경제학이 무엇인지, 무엇을 알아낼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일독을 권해도 좋을 것 같다. 미시 경제학적 전제와 몇몇 공리들을 신자유주의 노선에 연결하려는 모습은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이 정도 완성도라면 그건 넘어갈 수 있을 듯 하다. 괜찮은 베스트셀러. 어렵게 읽으려면 충분히 어렵게 읽을 수 있는 옵션도 장착되어 있다. 

101. 사상의 자유의 역사 - 존 베리 (060417-20) 
A4 용지 2장 넘는 분량으로 독서후기를 썼다가 프린트만 하고 문서 파일은 지워버렸다. 전역하면 이것을 가장 먼저 공개할테다. 다만 책마을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 리영희를 좋아한다면 이 책은 눈물나게 멋진 책으로 다가갈 것이다. 

102. 트레인스포팅 - 어빈 웰시 (060420-21) 
책마을에서 주목 받는 책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영준씨의 불씨가 지펴올린 이 책은, 내게도 큰 느낌을 주고 사라졌다. 방황하고 있는 젊은이라면, 일독을. 


*. 결산 

군생활의 꽃. 상병 기간 동안 읽었던 책들을 정리하니 지난 날들이 머리 속을 가득 매운다. 10월에 진급하여 4월까지, 7개월 동안 나는 조용하게 안으로부터 변해갔다. 변화의 동력은 단연 책마을이 있었고, 수 많은 상호작용을 통해 그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워나갔다. 책마을의 추천 비중이 점차 높아진 것과 같은 비율로 나름의 평점 또한 함께 올랐으며, 독서의 각이 잡히고 나름의 시야를 확보한 것이 나의 상병 생활 동안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몰랐던 작년 10월. 당돌하게도 독서 결산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렸던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왔던 것일까. 지금 나의 기준으로 봐도 이렇게 낯뜨거운데 그 당시의 날 지켜본 책마을의 여러 필진들과 지금은 전역하신 선배들의 눈에는 어찌나 기가 차게 보였을지- 그 생각을 할 때면 눈 앞에 캄캄해진다. (흰자와 검은자의 합일) 그래도 그러한 막무가네한 행동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고, 염치 없게도 그 와중 속에서 좀 더 자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평점을 65번까지 붙이다가 다시 모두 지우고, 정말 최고다. 싶은 책들만 붉은 색으로 표시했다. 10점 만점으로 9점 이상 되는 책들을 표시했다. 개인적인 평이지만 누군가의 독서 계획에 참고가 될 수 있었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 (개인적으로 8.8과 8.9 점수 대의 수 많은 책들을 따로 표시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책과 함께라면 군생활도 순간이다. 상병 달기 전까지의 내 군생활이 늦게 흘렀던 건 분명 책을 읽지 못해서다. (끄덕 끄덕) 회원들의 군생활에도 부스터가 켜지길, 켜져있는 사람에게는 스파이럴의 축복이 함께 하길 바라며, 모든 결산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