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사 이야기] 1편- 옛날 옛날, 겁나 옛날에 
 
 
 
 
1편은 예전에 올렸었는데 이곳 책가지에는 누락되어 있길래 처음읽으시는 분들을 위해 올립니다. 
처음 보시는 분들은 '왜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가'부터 읽어주시는 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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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는 우리 인류의 조상은 지금으로부터 약 3만∼5만년전에 지구상에 나타난 것으로 추측됩니다. 남프랑스의 크로마뇽에서 발견된 '크로마뇽인'이 가장 잘 알려져있고 대표적인 인류지요. 요 크로마뇽인은 두뇌용적으로 보나 골격으로 보나 현대인과 별반 차이가 없어 현생인류의 조상격으로 거의 굳어진 상태입니다. 
이들은 주로 동굴에서 생활하고 수렵으로 생계를 이어갔던 것으로 추측되며 에스파냐의 알타미라 동굴 벽화나 기타 다른 동굴에서 발견되는 벽화들로 미루어 보아 그 지능과 미적감각이 뛰어났던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까지 밝혀진 크로마뇽인들의 유적을 면밀히 분석해 보면 유골과 유적들이 전세계에 고루 분포하고 있어 가장 먼저 살기 시작한곳이 어딘지 추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저 이때쯤에야 지구가 빙하기에서 풀려 사람 살만한 기후가 되었다는 막연한 사실만을 반증할 뿐이지요. 그닥 힘주어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학자들이 대충 최초의 크로마뇽인. 그러니까 '아담과 이브'가 살았을 것이라 입을 모으고 있는곳은 아프리카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동북쪽 중동으로 퍼졌거나 인도 동북쪽에서 점차 아시아로 퍼졌을것이라 보는게 보편적인 설입니다.(어디까지나 설이랍니다)


상·하편으로 이루어진 삼성기(三聖記)하편에 보면 재미있는 서술이 있습니다. 다름아닌 현생인류가 가장 먼저 살기 시작한 곳이 고조선의 조상나라라고 할 수 있는 한국(桓國)이라는 서술인데요. 인류의 조상은 중앙아시아에서 시작해서 바이칼호를 한번 찍고서 밑으로 퍼지기 시작했다는 내용입니다.


파나류 산 밑에 한님의 나라가 있으니 천해(天海)동쪽의 땅이다. 그 땅이 넓어 남북이 5만리요 동서가 2만리니 통틀어 말하면 한국(桓國)이요, 갈라서 말하면 비리국, 양운국, 구막한국, 구다천국, 일군국, 우루국, 객현한국, 구모액국, 매구여국, 사납아국, 선비국, 수밀이국이니 합해서 12국이다.


이 대목이 현존하는 상고사를 이리저리 끼워맞춰 '우리 민족이 세계인류의 종손'이니 어쩌니 하는 분들이 자주 갖다 쓰는 구절입니다. 아주 오래된 기록이지만 위에 언급된 12국 중에 마지막인 수밀이국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수밀이국이 바로 기원전 3500년쯤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일으킨 수메르인일 것이라는 재미있는 추측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도 아주 쌩뚱맞은 얘기는 아닌것이 수메르인은 원래 아시아 닉쿠계 민족인데 타 지역에서 메소포타미아 지역으로 이동해온것이라는 학설이 유력하고 실제로 고대 수메르어 중에는 '집', '오빠', '풀', '지게'등 우리말과 같은 단어가 많습니다. 이는 '퇴마록'이라는 소설의 소스로 사용되기도 했던만큼 그나마 조금 대중적인 내용이랄까요. 
위 구절에서 나오는 천해(天海)는 지금의 바이칼 호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인데 남북 5만리에 동서 2만리면 대략 첨부지도에서 만주 대륙과 백두산 부근을 포함하는 정도입니다. 바이칼 호에서 양쯔강까지가 대략 5만리쯤 되는데 이 사이에 있는 송화강, 압록강, 요하, 황하 등등 큰 강들이 여럿 있습니다. 강 유역에 사람이 모여산다는 것은 세계 4대문명 발상지의 공통점이기도 합니다만 주목할 것은 그 강들의 이름입니다. 우리민족이 쓸만한 문자를 갖게된 것은 무척 나중의 일이라 어디에 기록할때는 한자를 차용해서 비슷한 발음이 나도록 표현하는 이두문을 주로 사용해 왔습니다. 우리 고어에서 길이를 '아리'라 하고 강(江)을 '라'라 해서 이렇게 큰 강들은 '아리라', '아리수'라 하는데요. 압록강, 대동강, 두만강, 한강, 낙동강과 만주의 송화강, 요하, 난하 등을 이두문으로 쓴 옛 이름을 찾아보면 모두 '아리수'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개연성이 있다고 할까요. 
아무튼 요 한국(桓國)에 대한 내용은 태백일사(太白逸史) 한국본기(桓國本紀)에도 나오는데요 이것만 보고 다음 한웅(신시)시대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조대기(朝代記)에서 말하기를 옛날에 한국이 있었는데 그 무리는 풍부하고 풍족하였다. 
한님(桓仁)께서 처음 천산에 사시면서 도를 얻었는데 몸을 다스려 병도 없이 오래살며, 하늘을 대신하여 사람들을 교화하셨다. 사람들로 하여금 싸움도 없게 하시고, 모두 힘써 일하고 근면함으로써 스스로 굶주림도 추위도 없게 하였다. 
안파견 한인, 혁서 한인, 고시리 한인, 주우양 한인, 석제임 한인, 구을리 한인에 전하여 지위리 한인에 이르니 모두 7세를 전하여 3301년에 이르고 혹은 6만 3182년이라고도 한다. 


아아. 믿거나 말거나의 표본을 보여주는 구절입니다. '3301년에 이르고 혹은 6만 3182년이라고도 한다'라니!!
일부 민족에 무척 심취한 학자들은 요 3301년까지 쳐서 우리의 역사가 반만년이 아니라 거진 만년쯤 된다고 오바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역사로 보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 미진하고 보편적이라 이는 신화에 가깝다고 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연대를 따져보면 그때의 모습은 국가라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것도 사실이고요. 
뭐. 어느나라나 가지고 있는 개국 신화쯤으로 보는 것이 별 부작용 없을 듯 합니다. 우리도 그런게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요. 


본격적인 상고사를 다루기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선 우리민족과 그들이 세운 나라를 뭐라고 부를것인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 민족은 오랫동안 한자의 음과 뜻을 차용한 이두문을 사용해왔고 현존해있는 기록들 모두 이두문으로 표현된 것이기 때문에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잘 유추해야 합니다.
우리 민족은 '쥬신'이라고 부릅니다. 만주원류고(滿洲原流考)에 보면 '쥬신은 관경의 뜻이라 했고 관경은 우리가 살고 있는 온 누리'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이 쥬신을 이두문으로 조선(朝鮮), 숙신(肅愼), 직신(稷愼), 주신(州愼), 식신(息愼)등으로 표기하는데 그 이유는 그 말들의 중국식 발음이 우리말 쥬신에 가장 가깝기 때문입니다. 어찌보면 '조용한 아침의 나라'식의 해석은 넌센스라고 볼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역시 이두문에 대한 주의입니다. 
좋은 예시를 하나 들면 역시 고어로 각 나라의 최고 통치자를 '님●'이라 불렀는데요. 님은 크다, 높다의 존경어이고 ●은 땅의 신을 의미하므로 님●은 제사장을 겸한 나라의 최고 통치자를 뜻하게 되지요. 근데 감, 곰, 검, 고마, 가마등으로 발음하는 '●'자를 표현할만한 한자가 없어서 그것이 곰으로도 발음되는 것에 착안하여 짐승인 곰을 뜻하는 웅(熊)자를 써 놓고, 읽기는 곰으로 읽어서  ●을 뜻하는 방법을 썼는데 후세사람들이 원래의 읽는 법을 잊어버리고 우리민족을 곰(熊)의 자손으로 해석하는 일이 웃지못할 일이 벌어집니다. 이런걸 보면 지금은 우리말을 우리 글로 적어서 역사로 남길 수 있다는게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죠.   
※ ●은 두번째 그림입니다.


자. 이제 한웅(신시)시대로 접어듭니다. 한웅은 지도자의 칭호라고 보면 간단하겠군요. 가령 이런 식입니다.

예)  고구려 동천'왕'
      자오지 '한웅'


한웅(桓雄)은 '한님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자. 여기서. 눈치빠른 분이라면 다음의 이야기가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갈 법도 합니다. 


하늘나라를 다스리는 환인(桓因)이 계셨는데 왕자였던 환웅(桓雄)께서 홍익인간의 뜻을 품고 아버지 환인 임금의 허락을 받아, 태백산, 즉 백두산 신단수(神檀樹)아래로 내려왔다. 어느날 곰 한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찾아와서 사람이 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자, 쑥 한다발과 마늘 스무 톨을 주면서 햇빛이 안드는 굴 속에서 그걸 먹으면서 백일동안 기도하면 사람이 될수 있을것이라고 일러주자, 곰과 호랑이는 굴 속에서 마늘과 쑥을 먹기 시작하는데 호랑이는 성미가 급하여 21일만에 굴에서 뛰쳐나왔고 곰은 100일동안 견디어 사람으로 변신하게 됐다. 여자로 변신한 곰을 가리켜 사람들은 '웅녀(熊女)'라고 불렀는데 세상에 그렇게 겁나 예쁘고 어진 여자가 없어 환웅 임금이 아내로 맞이하니 이런 전차로 웅녀에게서 난 아들래미가 우리 민족 최초의 나라인 고조선(古朝鮮)을 세운 단군왕검(檀君王儉)이다. 단군왕검은 나라를 세워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백성을 교화하고 무려 1500년이나 나라를 다스리다가 하늘나라로 올라가 신선이 되었네 어쩌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단군신화입니다. 한인과 한웅이 환인과 환웅으로 바뀌면서 보통명사에서 고유명사화 되었죠.(예가 조금 부적절한가요? 보통명사에서 고유명사) 요렇게 '한인'을 '환인'으로 발음하게 된 것은 일본의 식민지 교육에 따른 식민사관에서 비롯되었다는 분석이 있는데 솔직히 저는 발음상의 명확한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네요. 죄송.
그러나 상고사를 다룬 사료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일곱명의 한인, 열여덟명의 한웅, 마흔일곱명의 단군이 달랑 3대(환인→환웅→단군)에 걸친 신화로 각색되었고 우리는 이 놀라운 압축률을 자랑하는 신화를 정설로, 건국 신화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조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사료뿐만 아니라 중국의 고대를 다루는 사료들에도 한웅들이 다스리던 시대의 서술과 중복되는 부분이 여럿 발견되기 때문이지요. 
이런 점으로 미루어보아 지금의 단군신화는 조선시대의 철저한 정통론적 역사관을 거친 후 일제강점기에 저와같은 달랑 3대의 형태로 압축된 것이라 추측해 볼 수도 있겠습니다.


다음편에는 1대 한웅인 '배달' 한웅(이분은 이름이 많아요. 거발한(居發桓)이라고도 하고 한웅천황(桓雄天皇)이라고도 부릅니다)부터 얘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병장 김동환 (2006/02/08 12:11:05)

예전에는 쥬신족과 화산족의 세력범위를 나타내는 지도랑 ●에 해당하는 글자를 이 게시판에서 나타낼 수가 없길래 대충 그린 그림을 첨부했었는데 여긴 첨부 기능이 없군요(땀)    
 
 
병장 허원영 (2006/02/08 12:13:37)

앗, 진짜요?! 책가지는 제가 다 옮겼는데. 27사 책가지에는 이 글이 없었어요! 제가 실수한 걸까요. 아무튼 동환 님에게 정말 죄송하군요.    
 
 
 병장 김동환 (2006/02/08 12:30:13)

원영님은 괜한 마음을 쓰셔서 배고픈 저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어 주시는군요. 
제발 그런말씀은 마시길. 캬캬.(웃음)    
 
 
상병 송희석 (2006/02/09 08:38:32)

정말 갈무리를 해야할만큼 좋은 내용이네요! 
고마워요! 동환님!    
 
 
병장 이은호 (2006/06/21 20:40:55)

대단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