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 미안해, 박민규야. 
 병장 김현동 03-09 17:27 | HIT : 224 




 갑자기 책마을에 박민규 붐? 쿨럭. 재탕입니다. 작년 한국시리즈 할 때 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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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로만 듣던 박민규. 어디서였지, 무슨 문학상이었는데, 현대였는지 이효석이었는지 분명히 이상은 아니었고, 정이현이 타인의 고독으로 상을 받았던 문학상이었는데, 아, 이효석이었지, 그 문학상의 수상 및 후보 작품집에서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를 읽어본 것 밖에 없는 박민규인데, 드디어 그의 장편소설을 처음으로 읽었다. 물론 지금 그의 신간 핑퐁이 각종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는 점에서 핑퐁을 읽는 것이 왠지 자연스러워 보일 것 같은데, 나는 우연히 빌릴 수 있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방금 다 읽었다. 4년 전에 나온 이 소설을, 그의 신작 핑퐁이 선전하고 있는 이 2006년도에. 박민규와의 시기 적절하고 어색한 만남. 

 아, 생각해보니 너구리 말고 다른 단편 하나도 읽은 적이 있구나. 몇 해 전 년도의 문학지였는데, 배삼룡이었던가 이주일이었던가 아무튼 올드 코미디언의 이름이 제목에 나오는 작품이었다.

 고마워 과연 너구리야와 그 코미디언의 이름이 제목에 나오는 단편소설만을 읽어본 나로서는 그가 꽤나 포스트 모던한 작가라 생각하고 있었다. 물론 읽어보지도 못했지만 각종 매체의 소개와 훈재씨의 독서후기만 보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포스트 모던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그의 잘나가는 신작 핑퐁은 너구리와 배삼룡의 작가에게 어울리는 소설일 것 같다는 느낌이 퐁퐁핑퐁 솟는다. 어쨌든 박민규의 책을 읽다보니 그의 문체에 조금 취해서 이렇게 포스트 모던한 문장을 쓰고 있긴 한데, 그래서 요점이 뭔지 나도 잘 모르겠는 지금 내 말의 요점은, 삼미 슈퍼스타즈가 우아하고 감상적인 일본야구 쯤 되는 소설로 생각했다는 거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덜 포스트 모던했다. 지극히 덜 포스트 모던했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웃겼고, 훨씬 재미있었고, 훨씬 더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작가의 처녀작이라는데, 그래서 그의 생각이 가장 잘 표현되어있는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고. 라지만 처녀작이기 때문에 작가의 생각이 가장 잘 표현될 거라는 논리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래도 그냥 그랬으면 좋겠다. 왠지 처녀란 건 신비스러워 보이는 말이니까 보이스카웃스러운 논리 따위야 걸스카웃스러운 땍땍함 정도로 살짝 찌부려줘도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미안.

 소설을 읽고 내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내 미래의 인생은 어때야 하는가를 생각해보았다. 는 낯간지러운 인사는 하기 싫은데, 그냥 어처구니를 어디에 짱박아 두었는지 몰라서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맷돌을 앞에 두고 참나, 하면서 뱉어내는 실소를 입 꼬리에 흘리게 만드는 B급 코미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긴 한데, 그것도 이 소설의 아주 큰 비중의 매력임에는 틀림없지만, 마찬가지로 어제 책을 읽으면서 한화에게 연장까지 가는 치열함 끝에 한국시리즈 4차전의 승리를 따낸 삼성 라이온즈를 응원하던 내 뒤통수를 야구 배트로 후리며

 좀 쉬엄쉬엄 해라

 하는 삼미 슈퍼스타즈에게 창피하게도 가슴 뭉클함을 느꼈다는 걸 숨길 수는 없는 노릇일 것 같기도 하다.

 주인공의 모습이 내 모습인 것 같기도 하고, 내 모습일 것 같기도 하고 해서 찝찔하다. 사실 좋은 대학에 못가는 건 지는 거라고 생각해왔으니까. 그리고 앞으로 대기업 어디쯤에 취직을 하고 거기서 만약 짤린다면, 그것 역시 지는 거라고 생각해왔으니까. 나는 국민교육헌장 따위도 외운 적이 없는데 왜 이렇게 컸을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주인공들이 행복해 보였던 건 역시 소설이니까, 현실이 아니니까 그런 걸까. 한 가정의 가장이 서른이 넘어 직장을 때려치우고 삼천포로 가서 노트북 하나 달랑 들고 소설을 써서 이제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박민규의 모습은 그가 결과적으로 성공했기 때문에 멋져 보이는 것이 아닐까. 실제로. 전역과 졸업을 하고나서 하루 6시간 일하고 나머지는 내 시간인 일반사무직에 업을 두고 한 달 월급 60만 원 쯤 받으며 살아가는 게 소설에서처럼 행복할까.

 먹고 싶은 것을 못 먹고, 가지고 싶은 것을 못 가지고, 하고 싶은 것을 못 하며 살진 않을까. 소설 속의 인물들은 비현실적으로 욕심이 없었던 게 아닐까. 그래서 이 소설이 리얼리즘에서 벗어나고, 좀 더 포스트 모던한 소설이 되고, 포스트 모던을 넘어 환상적 사실주의의 감투를 획득할 수 있는 걸까. 물론 되도 않는 소리라는 것쯤은 알고 있지만 박민규의 책을 읽다 보니 그의 문체에 조금 취해서 이렇게 포스트 모던을 가장한 개소리를 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고, 갑자기 환상적 사실주의 따위가 한국시리즈 7차전 9회 말에 3루수가 발기하듯 튀어나온 것도 이 책 바로 전에 읽었던 후안 룰포 덕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

 아 젠장. 컴퓨터가 다운 먹어서 이 밑으로 써놨던 거 다 날아가 버렸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처럼. 젠장. 이 젠장스런 문장을 집어넣음으로써 호흡이 끊기고 글은 더더욱 젠장스러워진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내가 포스트 모던 흉내로 기분 좀 내고 싶다는데 누가 뭐라 할 사람 있으면 손들어보라.

- 손.

- 미안.

 치열하게 산다는 건 얼마나 피곤한가. 얼마나 힘이 들고 많은 대가를 요구하는가.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대가를 치러야 반대급부가 있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있는 축복받은 사람이 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삼미 슈퍼스타즈의 승률만큼이나 될까. 1할 2푼이 될 리 없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내가 해야 하는 건 결국 하기 싫은 것일 확률이 높다. 소설 속의 팬클럽 회원들처럼, 하고 싶은 것을 하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박민규가 지어낸 소설 속 가상의 인물들은 사이버틱할 정도로 욕심이 없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건 욕심이다.

 박민규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뻔하다. 이건 뭐 말년의 톨스토이가 소설 속에서 대놓고 주장하는 수준이지 뭐. 그래. 나도 알아. 하지만 뭐 어쩔 수 있나. 나는 당신보다 욕심도 많고 겁도 많단 말씀. 당신처럼 똥배짱으로 먹고 살 걱정 안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할 자신도 없고, 그럴 재주도 없고, 뒷일을 감당할 여력도 없단 말씀.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이야기를 읽고 아무리 커다란 찝찝함을 느꼈다 해도 나는 결국 삼성 라이온즈의 우승을 바라는 한 사람의 삼성 팬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단 말씀. 이 세상의 9할이 넘는 불쌍한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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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지구영웅전설을 뺀 나머지 박씨의 책을 다 읽어버렸는데, 삼미가 가장 좋은 것 같아요. 추천을 하라고 하면 삼미를 추천하겠습니다. 삼미만 읽고 다른 건 읽지 말라고 할지도 모르겠군요.    


 병장 민경갑 
 김영하가 약발이 떨어졌다니... 
 발언에 약간 물의가 있으신것 같아요. 
 지금 연재되고있는 '퀴즈왕'을 재미있게 보고있는 독자로서 약간 불쾌하네요. 03-09   

 병장 황민우 
 경갑씨// 말이 지나쳤다면 사과드리지요. 하지만, 나름 김영하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옛 여자친구와 함께 대학에서 김영하 강의를 들어본 저로서는, 이제 김영하는 문학적 줌심점을 서서히 '매체미디어'로 옮겨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최근 김영하의 활동내역이기도 하고요. 뭐,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나 이사벨 아옌데, 에우라 에스키벨같은 중남미 여류작가들이 매체의 특성을 흐려놓고 TV드라마나 영화와 문학텍스트의 매체를 혼용시키는 이런 현대소설의 기법을 김영하가 매우 재미있게 잘 써내고 있는건 사실입니다만, 

 대신, 초기의 <파괴>급의 문학적 심도는 많이 잃은것 같아서 아쉬울 뿐입니다. 게다가 이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에서 시작된 그런 영화매체적 특성들의 문학적 차용은 더이상 발전될 기미를 잘 보이지 않고 있고요. 이건 김영하의 글이 '실망스럽다'라는 것과는 자못 다른 취지입니다. 

 퀴즈왕은 아직 읽어보지를 못해서 별로 뭐라고 할 말은 없습니다만, '검은꽃'이나 '파괴', '오빠가 돌아왔다'등을 읽어보아도 이런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뭐랄까, 조금 씁스름합니다. 묽론 여전히 김영하씨는 작품 잘씁니다. 하지만,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를 엄청나게 충격적으로 읽어본 저로서는 '작가에게' 다소 실망했다는거죠. 03-09   

 병장 민경갑 
 그렇군요. 
 민우씨께서 김영하에게 걸었던 기대가 떨어졌다면 뭐 어쩔 수 없는것이지만 개인적인 아쉬움과 실망을 일반화 시키는 건 물의가 있는것 같아서 댓글을 달았습니다. 
 하지만 김영하의 영화적 시점과 플롯을 좋아하는 저로선 위에 열거하신 중남미 여류작가들을 알게되어 기쁘네요. 한번 찾아 읽어봐야 겠네요. 덕분에 고맙습니다. 03-09   

 상병 김지민 
 답글들이 왜...(...) 03-09   

 병장 황민우 
 지민씨// 내맴. 
 경갑씨// 그렇다면, 글 하나 올려드릴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웃음) 03-09   

 병장 임정우 
 답글들이 왜...(...) 03-09   

 상병 김지민 
 방금 삼미를 따끈따근하게 읽고 이 글을 봅니다. 헤헤. 헤헤 
 아 기분좋다. 
 현동쒸 역시 이 책을 보면서 빌어먹을 말도안되는 사이버틱 비현실을 느끼셨군요. 그처럼 욕망이 없다는 것은 프로를 강요받으면서 살아온 우리로서는 이해되지 않는 것이니까요 
 저는 그 생각을 했습니다. 박민규가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다아. 모두다아. 어느정도 가진게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뭐, 마음만 먹으면 뭘해도 벌어먹고는 살 수 있는 입장이니까, 그렇게 그는 엘리트 교복을 입었었고, 전교 1등이었고, 일류대에 다녔었기 때문에 건방지게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저는 느꼈습니다. 
 자세한 것은 독서후기로 남기겠습니다. 03-10   

 상병 안근홍 
 참.. 재미있게 읽었던 책... 
 언더그라운드의 삶이라....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