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이면 보기

 병장 이승일 01-22 05:17 | HIT : 240 




 사물의 이면 보기
( 경 고 : 보이는 것과 달리 전혀 안복잡해요 ..)
3 차원의 공간에 살고 있는 우리는 매 순간 2차원 평면으로 주어지는 장면밖에 보지 못한다. 예를 들어 우리 눈 앞에 김태희가 있다고 해보자. 태희씨가 3차원임을 알기 위해서는 우리는 그녀를 이리저리 돌려보아야만 한다. 이렇게 돌려보는 행위에는 시간이 소모되고, 이 시간축 위에 이쪽 저쪽에서 본 관점이 나열되며, 모든 관점을 모으면 입체적인 김태희양이 완성된다. 시간이라는 차원을 통해 우리는겨우 3차원 김태희 이미지를 구성해낼 수 있는 것이다.*1 즉 우리는 2차원적 평면인식 + 1차원적 시간배열을 통해 고작 3차원 공간을 재구성해낼 수 있을 따름이다.*2 물론 실제 물체들의 공간적 차원은 3차원 입체이며*3, 시간까지 더할 경우 4차원이 된다. 그러나 우리는 애초에 2차원적 공간정보밖에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4차원 시공간의 형상은 감각적으로는 느낄 수 없으며 단지 개념적으로 사고할 수 있을 뿐이다.

(*1 물론 '이쪽 저쪽 돌려보는 행위' 를 꼭 시간의 차원을 통해서 이해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건, 김태희양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에서의 영상을 모순없이 합성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차원 이 더 필요하다. 
*2 2차원 평면만을 가지고서도 우리는 3차원 영상을 '추측' 해 낼 수는 있다. 김태희 사진 한장을 통해서도, 신체 각 부분의 크기라던가, 가려진 부분 등의 단서를 가지고 우리는 3차원적 정보의 일부를 추리해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추리에 불과하며, 실질적으로 3차원적 정보가 제공된 것은 아니다.)
*3 참고로 실제 물리적 대상의 공간적 차원이 3차원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일상적인 스케일에서 그렇다는 것이며, 미시적 스케일에서 몇차원의 좌표가 있어야 공간을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초끈이론에 의하면 공간에만 10차원 이상의 차원이 소요된다.)


 우리의 제한된 시각은 비단 공간적인 인식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관찰하고 사고하는 대상이나 현상들은 대부분 여러 차원으로 구성되어있다. 이 말은 여러개의 독립변수들이 서로 얽히고 얽혀서 하나의 대상이나 현상을 이룬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번에 지각할 수 있는 변수의 개수는 그다지 많지 않다. (시지각의 경우 우리는 한 순간에 단지 두개의 기하학적 변수 - x 축과 y 축 - 를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바로 이 사실은 불행히도 각종 오해와 몰이해의 근원이 된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사물이나 현상의 일면만 보고서 그 전부를 파악했다고 착각하는가? 우리는 동일한 대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있으면서, 그 관점들이 서로 상충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않는가? 혹은 여러 관점이 가능하다는 사실로부터 대상의 존재는 상대적이라는 믿음에 이르지는 않는가?

 이런 오해와 몰이해를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대상의 여러 면을 골고루 살펴봐야한다. 즉, 다양한 관점을 통해 대상을 바라볼 수 있어야한다. 다양한 관점에 따라 현상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다음의 예들을 통해 좀 더 생각해보자. 

<# 1>



 이 그림은 흔히 접할 수 있는 sin 과 cosin 그래프이다.  


 한편, 다음의 그래프를 살펴보자. 



.. 너무 못그려서 뭔지 못알아 볼지도 모르겠다. (죄송)
 이건 말하자면 코일이다. 이 코일은 x 축 주위를 휘감아 돌면서 앞으로 나아간다. 전화선을 생각하면 쉽다. 놀라운 것은 이 코일을 보는 관점에 따라 sin 과 cos 그래프가 얻어진다는 사실이다. 이 3차원(정말?)그래프를 앞쪽에서 바라보면 sin 그래프가 보인다. 코일의 윗쪽에서 바라보면 cos 그래프를 볼 수 있다. (의심이 간다면 지금 당장 전화선을 가져다가 확인해보기 바란다. 이 전화선을 어느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당신은 sin 혹은 cos 혹은 그 둘이 조합된 그래프를 얻을 수 있다.) 한편, x 축 방향 (맨 오른쪽에 있는 눈)에서 바라보면 다음과 같은 그래프가 보인다. 



 이 그래프에서 x 축은 우리 앞쪽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점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말하자면 우리 눈에는 감춰져서 안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그래프가 코일 그래프의 한 단면이라는 사실을 통해, 감춰진 차원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다. 

 우리가 sin 그래프, cos 그래프라고 따로따로 알고 있었던 그래프는 사실 3차원 코일 그래프의 한 단면들이었던 것이다. 

<# 2>

 비슷한 예를 하나 더 살펴보자. 상대성이론을 교양서적을 통해서라도 접해본 사람이라면 다음 그래프는 한번쯤 보았을 것이다. 



 이 그래프의 x 축은 정지계의 공간이고  y 축은 정지계의 시간이다. 다시말해 이 그래프는 정지계의 시공간 그래프이다. 붉은색 선은 빛의 진행 경로이다. 이 경로는 흔히 광추면이라고 부르는데, 빛이 시공간 속에서 어떻게 진행하는지를 보여준다. 어떤 물체도 빛보다 빠르게 진행할 수는 없으므로 이 붉은 선보다 더 x 축쪽으로 기울어진 선은 있을 수가 없다. 모든 물체는 광추면 안쪽에서 움직인다. 

 한편, 이 그래프에 '(관성)운동계의 시간' 이라는 차원을 하나 더 추가하면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다. 



( 이 그래프는 내가 개발했다고 혼자 착각하고 있다.........)
 그래프의 x 축은 정지계의 시간, z 축은 관성운동계의(등속운동하는 물체의) 시간, y 축은 공간을 의미한다. 이 그래프를 A관점에서 보면, 앞에서 보았던 (정지계의)시간-공간 그래프가 보인다. 이 그래프를  C 의 눈으로 보면 다음과 같은 그래프를 얻을 수 있다. 



 여기서 z축은 공간(거리), y 축은 (운동하는 물체의) 시간을 말해준다. 이 그래프에서는 정지계의 시간축, 즉 x 축이 감춰져있다. x 축은 우리의 눈앞으로 쭉 뻗어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한다. 이 상태에서 정지계의 시간 차원을 그래프 안에 집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것은 z축인 공간(거리)을 정지계의 시간으로 나눠주는 것이다. 거리/시간 = 속도이므로, 이제 z 축은 속도를 의미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속도에 따라서 운동하는 물체의 시간이 얼만큼 지연되는지 손쉽게 알려주는 그래프를 얻게된다. 슈퍼맨보다 배트맨의 공간적 속도가 빠르다면(즉 z축 값이 배트맨이 더 크다면) 배트맨의 시간은 슈퍼맨보다 더 늦게간다. (즉 y 축 값은 배트맨이 더 작다.)

 우리는 지금 단지 3차원 그래프와 그 단면만을 고려해보았다. 그러나 변수의 개수에 따라 그래프의 차원은 무한정 증가할 수 있다. (물론 시각화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계산식으로는 아무 문제없이 다룰 수 있다.) 영기씨에 따르면 경제학에서만해도 아주 유용한 고차원 그래프가 존재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것을 한번에 파악할 수 있는 두뇌를 지니고 있지 않으며, 한번에 기껏해야 두 세가지 변수들의 관계만 인식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사물을 이쪽 저쪽에서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가진 인식의 한계를 극복해야한다. 결코 눈앞에 보이는 것은 전부가 아니다. 실재는 우리의 인식보다 훨신 거대하다. 

<#3>

 조금 동떨어졌을 수도 있지만, 이영기씨의 <고상한 취향과 천박한 취향..(?)> 이라는 글도 '이면 보기' 의 관점에서 다시 파악해볼 수 있다. 

 이영기씨의 말대로 오늘날 우리는 여러가지 취향들이 모두 동일한 평면위에 있으며,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우월하거나 열등하지 않다는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취향이란 순전히 개인적인 문제인데 어떻게 객관적 잣대가 존재할 수 있겠느냐?' 라는 반문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으로 여겨진다. 다음 그림은 이러한 상황을 묘사한 그림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든 취향들을 동일한 지평위에서 보고 있다는 사실이 결코 그것들간에 우열관계가 존재할 수 없음을 함축하지는 않는다. 위의 그림은 단지 아래 그림의 한 단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위 그림을 위에서 보게되면 마치 모든 취향이 동등한 위치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실재의 한 단면일 뿐이다. 그 단면을 통해 우열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다. 

 물론 나는 지금 취향에 이러저러한 우열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지 자신이 상상하고 있는 그림에 우열관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차원은 숨겨져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우리는 다양한 측면을 통해 살펴보아야지만 사태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관찰은 '성격 유형' 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심리학은 모든 성격을 동등한 것으로 보게 만들어 놓았지만, 사실 심리학이 하는 일은 다양한 성격들을 묘사하고 분류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것에 우열의 가치를 매기는 일은 완전히 다른 작업이며, 다른 방향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일이다. 성격의 분류와 그것에 우열을 매기는 일은 서로 상충하지 않는다.  

 태양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가, 아니면 지구가 자전하는 것인가? 이 두가지 표현은 단지 하나의 동일한 현상을 다른 측면에서 기술한 말들일 뿐이다. 이 둘은 서로 상충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상대적인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니다. 

 인간의 마음은 물리적 대상인가 아닌가 문제도 단지 현상을 바라보는 방향의 차이로 이해될 수 있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들을 통일적으로 연결시켜줄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다. 이 모델은 그 각각의 단면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어야할 것이며, 따라서 그 단면들보다 더 입체적이고 더 거대할 것이다.  

 결론은 이것이다. 
1. 실재는 우리의 인식보다 더 풍부하다. 
2. 그러므로 모든 것을 항상 이리 저리 돌려보아야한다. 사물의 감춰진 이면들을 발견하기 위해서. 
3. 그 때에만 우리는 독선과 상대주의 모두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실재는 다양한 관점을 허용함과 동시에 그 관점들은 어쨌건 동일한 실재에 대한 묘사이기 때문이다. 





 병장 성태식 
1. 그림 올리는 법좀 알려주세요 (엉엉) 
ftp 프로토콜로 링크에 접속해보기까지 했는데 쓰기 권한에 없어서리.. ( ... ) 
 캭 하드에 링크를 걸 수도 없고 ( .... ) 

2. 상대적 관점에서는 애시당초 '실재'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실재를 인정하는 순간 이미 상대적 관점을 포기해야 하지요. 
 그렇다고 실재를 인정하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실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 역시 또다른 실재를 의미하니까요. 

 결론은 실재에 대한 논의 자체를 거부하는겁니다. 
 상대적 입장에서 실재에 대한 논의는 신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개인적 믿음의 문제입니다. 

 머. 이것으로 이제 전투(?)는 시작된건가요? (웃음) 01-22   

 병장 이윤창 
 한2년 반만에 보는 싸인 코싸인 그래프네요[..] 01-22   

 병장 이영준 
 아- 어려워요. 승일씨 글은 항상 수학적인 사고를 요하는 듯. 01-22   

 병장 임정우 
 마지막 5줄만 읽어도 이해가 되요. 와우. 01-22   

 병장 정준엽 
 결론은 이해가 가는데. 그 전개는 

"( 보이는 것과 달리" 정말 "복잡해요 ..)" 01-22   

 병장 임정우 
 그냥 결론으로 과정을 이해할수있다고 스스로를 다독거려주면 되요.(토닥토닥) 01-22   

 병장 이윤창 
 모로가도 서울로만 가도 된다는 거군요!!![...] 

 참 세상은 신경쓰기에 따라 살기 편한것같아요. 01-22   

 병장 정준엽 
 서울가는 길은 많은데, 책보는 것은 길이 하나뿐인지라.(죽치고 보는 수 밖에) 

 그래서 책보는 것은 편하지 않은 듯. 01-22   

 상병 조윤호 
 지금 근취를 해야 하기때문에 자고 일어나서 보겠습니다. 
 얼핏 보니 
 광추면, 얼마전에 읽다가 때려치운 <시간의 역사>를 상기 시킵니다. 
 명색이 그래도 물리학과생인데 승일씨의 싸이언스글은 이해한가는게 더 많아서 
 참으로 부끄럽기 그지 없습니다. 

 아. 졸립니다. 01-22   

 병장 이영욱 
 그런데 고상함 처럼 가변적인 것을 기준축으로 두면 
 해석이 난해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음 
( 절대 태클따윈 아님.순수한 눈망울로 호기심에 가득찬 목소리로 묻는 것임.!) 

 저에게도 과정은 이해 불가능이지만 결론은 이해가능이라는 글... (먼..산) 01-22   

 병장 윤대근 
 왠지 이해가 안 가는 게 더 많은.. [하하하] 
 그런데 우리의 눈이 보는 건, 보는 순간 3차원의 형상이 아닌가요? 
 구태의연하게 4차원의 개념인 시간까지 끌고와서, 3차원 : 가로 + 세로 + 시간. 은 조금. 
 이해가 안가요, [땀땀] 01-22   

 병장 이영욱 
 대근// 우리가 시신경을 통해 보는 정보들은 2차원이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그것이 원근이나 명암이라는 장치등에 의해 3차원의 형상으로 추론되는 것 아닐까요? 전 그렇게 이해해버렸는데. 01-22   

 병장 조주현 
 최고다. 최고. 진짜 너무 멋지다. 01-22   

 병장 장선혁 
 우아...재미있네요. 그림으로 그리시면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을지... 01-22   

 상병 조윤호 
 재밌다. 흐허. 
 파인만 아저씨의 한마디가 생각납니다. 
(" 눈에 보이는 것만이 어쩌고 저쩌고 물리학의 당장 와해된다") 

 물론 나는 지금 취향에 이러저러한 우열관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지 자신이 상상하고 있는 그림에 우열관계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차원은 숨겨져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우리는 다양한 측면을 통해 살펴보아야지만 사태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확실이 와닿는 문단입니다!. 
 잘읽었습니다! 01-22   

 병장 이승일 
 태식 / 저는 다른 게시판에 그림 올려놓고 여기다가는 img 테그로 연결만 시켜놓았어요. 
 영준 / 보기에만 어렵지 실상은 그렇지 않은.. 
 영욱 / 고상함은 그냥 하나의 예일 뿐, 다른 것이 대신할 수도 있겠죠. 
 대근 / 이 부분이 약간 이해하는데 테클이 걸릴 수도 있을텐데요 ... 
 우리는 매 순간 2차원의 '그림'을 인식하지 3D 정보를 인식하는게 아닙니다. 2차원 평면의 정보를 여러장 합쳐서 3차원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것 뿐이죠. 
 주현 / 오, 그런 과찬이 
 선혁 / 그림은 의외로 그다지 빡세지 않다는 ... 감기약 때문에 글이 안써져서 ........ 
 윤호 / 저도 파인만 팬이에요 01-23 * 

 병장 이영욱 
 저희 함정 도서에 파인만c의 책이 있다는 걸 이번에 발견했습니다. 
 이번 출동때 대여해야겠습니다. 요즘엔 파인만c가 자주 언급되군요. 01-23   

 상병 박인용 
 정말 순수한 질문입니다만... #2의 그래프를 (B)의 관점에서 보면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리고... #2의 그림에서 관성운동계의 시간 방향으로 그래프가 불룩하게 나오는 이유는 뭔가요? 
( 인문대생의 한계...) 01-25   

 병장 김청하 
 최고다 헉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