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약과 파란약(Matrix무단도용) 
 병장 진규언 01-15 14:39 | HIT : 216 



 나른한 오후, 불현듯 학창시절 보았던 영화한편이 생각난다. 그로 인해 생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 본다. 조금은 편협할 수 있는,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는... 그리고 마냥 어린날의 생각이었다고 자위할 수 있는 나이이기에 보다 자유롭게...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아니면 거의 유일한 장점인) 스스로에게, 그리고 타인에게 말하는 것은 '유연한 사고방식'이다. 스펀지처럼 말랑말랑한 뇌... 모든 지식과 경험에 있어서 배척하지 않는 태도... 물론 귀가 지나치게 얇다느니 주관이 없다느니 하는 호사가들이 나의 주변에는 많다. 누구를 탓하랴... 그들이 나쁜것이 아니다. 나의 천성이 문제인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나의 형상에 그들이 실망하는것도 무리가 아니다. 

 스펀지 : 그의 특성상 쉽게 빨아들이긴 한다. 하지만, 압력이 약해지면 그 즉시 모든것을 뱉어내기도 하는... 그런 특징을 가진 뇌. '아'의 머리속이다.

 원편... 속편, 그리고 속편의 속편까지 개봉이 되었으면, 그만큼 원작이 작품성과 흥
 행성을 두루 갖추었다고 볼수 있을 것이다. Matrix... 우리가 매일 깔고 자는 그것과는 사뭇 다른 것임에는 틀림없다.

 주인공 Neo(네오 혹은 니~오) 는 모피어스의 제안에 고민에 빠지게된다. "빨간약을 삼켜 세계의 진실에 눈을 뜨고 이상한 아저씨들에게 생명의 위협마저 느껴가며... 전 세계를 위해 싸우겠는가 "

" 파란약을 삼켜 영원히 진실에는 눈을 감게 되며... 나름대로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인가... "

( 영화를 절대 곡해하려는 음모는 없다. 그것도 아니라면, 내 마음대로 영화를 이해하고 해석함으로써... 매트릭스의 골수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싶은 마음 또한 추호도 없다. 그저, 나름의 렌즈로 나름의 뇌적 구조로... 앞서도 말했듯이 스펀지처럼 빨아들여 생각하다가도 다시 그것처럼 배설하는 얄팍한 구조이기에 기억력마저 좋지 못해, 파란약인지 빨간약인지 초록약인지... 그 약의 색깔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색깔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어찌되었든... 오후의 나른함에 기대어 망상에 빠져본다.

 나라면... 어떻게 했겠는가 ? 내가 니오(원어의 발음을 최대한 살려본다)라면 빨간약을 집어 삼켰겠는가 ... ? 하는 일요비디오산책에서나 나올법한 구태의연한 이야기를 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 연장선상에 있다는걸 부인하진 못하지만...)

 단지 나름의 전제조건을 우선 깔고 본다. '아'에 있어서 그것들의 투약은

1. 빨간약
 세계의 진실에 눈을 뜨며, 샹트페테르부르크(맞나?)에서 벌어졌던 G8의 정상회담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세계화의 기치를 높이들든, 아니면 자유무역을 신봉하였던 리카르도 아제의 뒤를 따라 Googlization(전 세계의 넷망을 장악해버린 구글을 빗대어.. 구글의 세계화를 표방한... 구글+글로벌라이제이션의 합성어) 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거나.. 그 어떠한 쪽이든 입장표명이 분명해져... 더이상 세계의 일에 관찰자가 아닌 현실참여자로...

 하노이(베트남의 수도가 호치민으로 알았다) 건설경기의 붐이 상하이의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이어져... 결국, 내가 숨쉬고 있는 이 나라의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들고 (영화 '나비효과'에서 멋대로 차용)

 모르면 용감하다고, 모르면 행복할 수 있다고 수많은 현인들이 말하지 않았는가 같은 논리로... 정치에 무관심한 대중들이 늘어날수록, 행복감을 느끼는 국민들의 비율이 늘어난다는 통계또한 있지 않는가. 실물경제에 빠꼼이들이 늘어나는 것이 실제 그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는 커녕, 앎에 대한 오만으로 파멸의 길을 일으키지도 않는가...

 그럼에도, 세계의 진실에 눈을 뜨겠는가 ? 보기에도 시뻘겋고, 삼키기엔 너무나도 크고... 그렇다고 빻아서 물에 타 먹자니 너무 쓰고... 그러한빨간약을 집어 삼키겠는가 ? 그 이후의 세계에 대한 장담은... ? 행복할 수 있겠는가...


2. 파란약
 정반대의 논리. 완연한 반대...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예술 ? 그다지 관심없다. 관심사는, 현실(이것에 적용하는것은... 내 눈에 보이는 '현재'가 '현실'이다 하는 개념), 오로지 내 발이 닿은 땅과.. 그 주변부, 혹은 나의 가까운 이웃들 가족들... '현재'내 주변을 채우고 있는 그것들이다. 

 주변의 범주는, 나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것으로 한정되며... 나비효과 따위는 영화속에나 일어나는 일이다. 정국의 혼란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여, 같이 흙탕물속에 몸을 뒹구는 미꾸라지가 되기보다는... '관찰자'로 살며, 현실에 냉소적일수도 있고 비판적일수도 있지만 절대로 딱 그정도인...

 죽마고우와 토담방에 둘러앉아 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며, 누구누구를 욕하고... 누구누구를 욕하고.. 누구누구를 욕하고... 누구무엇을 욕하고... 무엇무엇을 욕하고 무엇무엇을 칭찬하며. 가아끔... 누구를 칭찬하고 그렇게...

 월급이 적다고 투덜대고, 월급이 올랐다고 급방긋하고, 여자에게 버림받았다고 슬퍼하고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기뻐하고... 가족의 소소한 대사가 크나큰 행복으로 와닿고, 그렇게... 쓰디쓴 커피를 마시여 YTN뉴스를 보느니 동네 반상회에서 요구르트 한사발을 들이키며 그렇게...


 골치 아프다...
 오후의 나른함을 즐기려고 시작한 사색이었으나, 손에 든 녹차하며 이다지도 쓰게 느껴지는가. 책상 어디에도, 빨간약 따위는 보이지 않는데도...어떠한 길이 행복할까... ? 어떠한 길이 나의 길일까 남과 다른 것에, 왠지 모를(근거 없는) 승리감에 젖을 유아기적 생각은 잊을때도 되었다. 그런데... ?

 지나가는 현인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 나는 니오가 될 수 있을까...아니.. 현실에서의 지극히 현실적인 니오가 되는 편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아니, 이건 어울린다는 표현조차, 남들을 의식하네... 각설하고 그 편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도저히 끝이 나지 않는 스펀지의 몸부림에... 주변부의 물은 줄었다가 늘었다가 
 늘었다가 줄었다가...

 오늘도.. 쓰디쓴 빨간약을 억지로 집어 삼킨다.
( 그럼 뭘해, 내일이면 다 토해낼껄.. 스펀지인생. 초박형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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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병 박재탁 
 빨간약을 먹으면 자살할 확률이 높고, 파란약을 먹으면 착취당하다 굶어죽을 확률이 높겠네요.. 01-15   

 상병 이주형 
 괜찮아요. 트리니티의 키스만 있다면 죽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 01-15   

 상병 정광선 
 진실은 반드시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직시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왜?냐고 물으시면 아직 마음의 준비가(먼산) 01-15   

 상병 진규언 
 재탁 / 둘다 죽네요... 

 주형 / 나에게는 트리니티가 없는걸요, 그게 젤 문제인가...(털썩) 

 광선 / 같이 바라보자구요... 

 찬요 / 아하! 두가지를 빻아버리면... 보라색 알약 01-15   

 상병 김지민 
 저는 시야가 좁은 탓인지, 요순시대의 말을 아직도 어느정도 신뢰하는 편입니다. 백성들이 나랏일을 몰라야 나라가 편안하다는. 물론 여기에는 엄청난 이상주의가 깔려있겠습니다만. (일테면 지배자가 절대권력으로 정치적 횡포를 하는 일 따윈 없다던가) 모르는게 약이야 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저는 파란색 알약으로 족하겠습니다. 세계를 담기에는 제 그릇이 작거든요. 저는 주변인들과의 행복에만 집중하렵니다. 그러다, 세계가 위협하거든, 그 때 빨간약을 먹더라도. 부러 빨간약을 먹고 대항하지는 않겠어요. 나는 매트릭스의 세계관이 진짜이고, 지금 내가 재배 당하고 있는 중이라 하더라도, 내 인생에 (가상일 지언정) 직접적으로 매트릭스가 택흘 걸지 않는 이상은, 나도 택흘 걸지 않을겁니다. 
 진짜 세계도 마찬가지. 나한테 직접적으로 택흘만 안걸면 OK. 나는 세계인을 위하여 싸울 그릇은 아닌 듯 싶어요. 01-15   

 상병 김지민 
 만약 네오가 구세주가 아니었다면, 모피어스는 정말 나쁜놈입니다. 라고 생각합니다. 01-15   

 상병 진규언 
 지민 / 그거 알아요 ? 고민하게 된 요인중의 하나가... 당신일수도 있다는거. 이곳에서 지극히도 아아주 극단적인 시뻘건색을 추구하고자 했는데, 그게 다가 아닐수 있음을... 아니 그게 다가 아님을 당신을 통해 보았다면 비약이 심한가요. (적어도 그들중의 하나였다는건 정확) 

 그것으로 족하고 싶은데... 태초에 성격이 이상해져버렸는지, 그것으로 족해지지가 않으니 
 욕심이 너무 많은건가... 학을 좇으려는 뱁새가 되버리는건 아닐런지, 그게 두렵다구요 

 주변에 그릇이 큰 이들이 많아서... 아니, 내가 그들을 '나의 주변화'시켜버린것은 아닌지 고민도 되지만... 그들을 통해 나를 비추어 보는 속물근성이 자리잡아서... 

 힘들지언정, '그릇이 큰 사람'이고자... 
 그리하여 도저히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이것을 다 못채워, 주변의 좋은사람들로부터 배우고 또 익혀 그것을 가까스로 채우고... 그러길 바라는데 
 왜! 당신을 보니, 그게 또 아닌것 같고... 그게 지극히 오만한것 같고... 01-15   

 상병 김지민 
 사실 그릇이라는 건, 사람의 능력이라기 보다, 꿈의 크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꿈의 크기가 갈릴지언정 그 퀄리티가 갈린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어쨌거나 자기 라이프 스타일이 있는거니까)... 
 그러니 어차피 퀄리티는 같되 크기만 같은 꿈의 차이로 오만을 이야기 할 것은 없겠지요. 
 어쨌든, 자기 삶을 자기 나름대로 풍족하게 꾸미겠다는 신념만 명확하면, 조낸 멋진거 아니겠어요? 01-15   

 상병 진규언 
 빙고 !!!!!!!!!!!!!!!!!!!! 01-15   

 상병 김지민 
 크기만 같은 -> 크기만 다른.. 

 오타가 (..킁) 01-15   

 병장 이승일 
 제가 생각하는 빨간약, 파란약의 구분은 조금 다릅니다. 
 빨간약의 결과는 결코 "샹트페테르부르크(맞나?)에서 벌어졌던 G8의 정상회담 
 결과에 민감하게 반응하며...구글+글로벌라이제이션의 합성어) 에 열 
 렬한 지지를 보내거나.. " 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빨간약은 진실에 눈을 뜨게 해주는 약이지, 정의롭게 해주는 약은 아니잖아요. 
 정의와 진실은 비슷한 말이 아닐 뿐 아니라 거의 정 반대의 말일지도 모릅니다. 
 세계화에 대한 저항, 이 역시 어떤 의미에서 우리 모두를 진실로부터 유리시키는 
 메트릭스인지도 모르겠군요. 01-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