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글 _정준엽 
 병장 김현동 04-09 11:29 | HIT :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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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링크 - 예)이영기님의 [위선적인 이야기 하나]




 보석글



 평범한 사람에게 글쓰기는 참 어렵습니다. 몇몇 전문 작가, 논평가들은 잠시 펜을 놀리기만 해도 훌륭한 글을 쓸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는 몇몇에 해당될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양한 주제의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해 보았으나 지식 부족, 논리력 부족, 필력 부족으로 도저히 글다운 글을 쓸 수 없기에 쓰다 말고 짱박아 둔 글이 많이 있습니다. 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쓰다 만 글은 목공소의 톱밥처럼 널려 있습니다. 이 외에도 결국 포기하고 지워버린 글은 더욱 많습니다. 반면, 나름대로 생각하기에 완성된 글 중 다른 사람에게 공개된 글은 한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공개된 글이라고 해서 어디다 대놓고 자랑할 수 있는 글은 없습니다.

 위의 공개되지 않은 글 중에는 어느정도 완성된 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는 '글'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rough draft(밑그림)수준의 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rough한, 거친 글은 분명 그 나름대로 가치를 가집니다. rough라는 뜻에는 원석(보석의)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a rough diamond라고 하면 다이아몬드 원석을 말합니다. 분명 원석은 나름대로 그 가치가 있지만 그 자체로는 아무 사용가치가 없습니다. 보석세공사가 깍고 다듬어야 보석으로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게 되는 것입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각은 참신한데, 주제도 좋은데, 문제인식도 예리한데, 논지와 문장을 정리하고 다듬지 않은 글이 얼마나 많습니까? 생각을 써 놓았다고 해서 그 글이 가치있고 훌륭한 글은 아닙니다. 이런 글은 단지 원석에 불과합니다. 자신의 생각과 주장 그리고 문장과 표현을 다듬는 과정을 거쳐야 보석 같은 글, 가치있고 훌륭한 글이 될 자격을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뼈를 깎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개인적인 차이가 있겠지만 문학장르(시, 소설, 수필 등..)보다는 설명, 논평을 쓰는 저의 경우 한 편의 글을 쓰기 위해서는 문제인식을 한 다음부터 최소한 3~5권의 책을 참고서적으로 보고 나서야 A4 두 장의 초고를 쓸 수 있습니다. 퇴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논지를 점검하고 쓸데없는 표현과 문장을 지우면 A4 한 장 분량이 남습니다. 저에게 A4 한 장은 문제의 핵심만을 다룰 수 있는 분량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 스스로 몇 가지 질문을 던져 보고 그 질문에 통과하지 못하면 그 글은 다시 쓰여지거나, 혹은 삭제됩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과한 글만이 진정 가치 있는 보석 같은 글이 됩니다.

 이는 자신의 생각을 키우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생각을 훌륭한 글로써 나눈다면 그 과정 자체가 각자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됩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해집니다. 또한 잘 정리된 글은 오해없이 분명한 생각을 전달하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글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글은 서로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십상입니다.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바 역시 분명한 전달이 어렵습니다. 물론 그렇게 한다면 당장은 속이 시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입니다.

 글의 종류에 따라 글쓰기의 방법론은 다릅니다. 하지만 글은 그 종류에 상관없이 글쓴이 자신에게 의미와 가치가 있어야 함은 분명합니다. 저는 제가 쓴 글이 의미가 있고, 가치를 가지기 위해 스스로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내가 쓴 글이 훗날 내가 다시 보고 싶은 글일 것인가?"


 검색창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고 자신이 올린 글 목록을 확인해 보기 바랍니다. 과연 그 글들이 이 질문에 부합합니까? 그 글을 다시 보고 싶습니까? 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글은 아직 원석에 불과합니다. 그저 하나의 돌멩이일 뿐입니다. 지금 자신만의 소중한 진열장에 보석 대신 돌멩이만 가득하지 않습니까? 원석은 보석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일 뿐 그 자체로 가치를 가지지 못합니다. 그 글들은 주인이 깎고 다듬어주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프로작가의 깔끔하고 아름다운 문장력은 아니지만, 비록 전문 논평가와 논리력과 근거는 갖추지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이 정한 엄격한 기준에 통과한 글, 보석글로 넘쳐나는 아름다운 대화의 장을 꾸며가기 바랍니다.





 상병 박수영 
 우오. 완전 공감합니다. 제 이름으로 검색하니 왠 석영덩어리들만 잔뜩 있군요. 어서 제련해서 크리스탈로 만들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