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론] '위기론' 에 부쳐- 책마을의 과거사 파헤치기  
병장 홍석기   2008-12-22 11:27:03, 조회: 220, 추천:1 

때아닌 위기론 파동에 적잖이 속이 쓰려오는 요즘입니다. 미지근한 싸구려 커피는 끊은 지 오래건만.
마침 동석님의 명문이 올라온 틈을 타 '보론'을 가장해 몇 마디 더 붙여보려 합니다.

덧. 병훈씨는 1부 읽고 모니터 던지지 마시고 2부까지 꼭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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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론] 우리의 책마을을 이야기하기 전에

0. 들어가기 전에
우리의 책마을에 대해서 논의하기 전에. 다음의 경우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의 태생적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서 말이죠. 

두 달 전 쯤의 일입니다. 서로 뜻이 통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미처 그렇게 친해지지 못했던 한 선임의 전역날이었죠. 문학적 소양도 상당했고, 사람과 그들이 살아가는 이 사회에 대한 관심의 끈을 항상 놓지 않았으며, 짬이 차면 찾아오는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솔선수범하여 앞장서서 궃은 일을 도맡아 했던 사람이었어요. (게다가 이승일씨의 동아리 후배이기도 했었죠). 그래서 부촌장이었던 준연씨가 책마을 스카우트 1순위에 올려두기도 했던 그럼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세 개의 별을 뒷받침하는 보직에 있었기에, 고대의 아틀라스마냥 항상 바쁜 매일매일을 보낼 수밖에 없었던지라 책마을과 부락에 가끔 눈팅을 하는 정도에 그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장기간 논의는 커녕 그렇게 친해질 수도 없었구요. 어찌 됐든 간에, 그도 책마을을 경험했던 사람이기에 저는 그에게 책마을에 대한 감상을 물었습니다. 정말, 대단한 커뮤니티 아니냐고 말이죠. 그 경이로운 글들을 보았냐고, 은근히 그에게 동조의 감탄사를 기대하며, 물었습니다. 그는 지긋이 웃으면서, 그래,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동의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이어서 말하더군요. 하지만, 그 경외감의 뒤에는- 심각한 상대적 박탈감이 느껴질 수 있다고. 아무리 자는 시간 쪼개고 자유시간 쪼개서 글 쓰고 답변 하고 한다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여유가 주어져야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많고 지식도 많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구경밖에 할 수 없는 이들에게 그 박탈감은 심하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말하더랍니다.

정말, 쥐구멍이 있다면 숨어 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잊을만 하면 찾아오는 우리의 케빈처럼, 책마을에 주기적으로 터지는 불만이 있습니다.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 글을 올려도 반응이 너무 없다. 마을이 공허하다. 여기에 이어지는 가장 큰 논지는 이런 거라고 생각합니다. 회원 수는 천 명이 넘는데 왜 이리도 참여도가 저조하냐.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서 다 뭐하고 있나. 심지어는 참여가 두려워서 그러냐고, 말합니다. 따지고 보면, 글이 올라오지 않은지는 하루나 이틀, 길어봐야 일주일 밖에 되지 않는데도 말이죠. 

글 올라오지 않아서 심심하다고, 여기다 섣불리 위기론을 들이대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의 신분상, 직분상, 시간상의 한계를 말입니다. 무플과 공허함에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타인의 입장을 돌아보고 이해해 주었으면 합니다. 보직도 뭐 같아서 일 좀 하다 보면 해가 뜨기도 전에 지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글 올리지 않는다고 타박하는 것이 정당한 일인지 말입니다. 이것은 안 그래도 재수가 없어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거니와, ‘나 땡보에요~’ 라는 자기자랑을 하는 행위는 아닌지,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굳이 시시콜콜한 선임과의 후일담을 글 첫머리에 올린 것은, 위기론을 이야기하기 전에 이러한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가볍게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 생각해 주었으면 하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사실을 주지하는 것 만으로도 대부분의 위기론은 의미가 없어지지 않을까요. 아, 하나 더 남았군요. ‘정체성’ 이야기. 사실 ‘정체성’ 이라는 이야기도, ‘지나치게 잡글이 많다’ 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요. 그럼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 잠깐 옛날 이야기를 더 해보려 합니다.

1. 책마을의 과거사 탐구- 책마을의 ‘르네상스’ 뒤에 감춰진 그림자
1-1 ‘지적인 책마을’의 이면
먼저, 지금은 ‘명예의 전당’에서 그 흔적만 남아있는 그 ‘책마을’ 을 돌아봅시다. 확실히 그 때의 책마을은 ‘인문, 사회(독서)’ 커뮤니티의 성격을 띄고 있었습니다. 허원영씨의 얼개에도 등장하죠. ‘인트라넷 유일의 인문, 독서 커뮤니티’ 라고. 그리고 우리들은 ‘정예 요원’ 들이며, 그 곳에서 글을 쓴다는 책무를 지닌 이상 어른 답게 과녁을 겨냥해 발사하라고 조언합니다. 그런 만큼, 허원영씨의 기록을 보면 수많은 논쟁의 흔적이 남아있고, 그 중 대부분은 일정 정도의 ‘수준’을 종용하는 이야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확실히 이 당시는, 쉽사리 짧은 글이나 연애담 같은 것을 올리기에는 따가운 눈총이 조금 두려웠을 겁니다. 심지어는 후일 이영기씨의 기록 중에 당시 촌장이었던 박수영씨에게 ‘글이 저급하다’는 비판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내려오구요 (!!!). 확실히 ‘지적인 책마을’을 지향한 시절이었습니다. 단순 비교로 명에의 전당과 현재의 게시판에서 ‘알튀세르’ 라는 단어가(‘바르트’ 도 좋고) 포함되어 있는 글 수를 비교해 보시죠. 

그러나. 그렇다고 책마을이 폐쇄주의 노선을 걸었던 시절은, 폭파 전후 정도를 제외하면 굉장히 드물었습니다. 옛날이면 ‘잡담’ 으로 취급될 것들에 ‘책 이야기’ 가 밀려났던 시절도  있습니다. 김지민씨의 ‘촌지 2호’ 에는 ‘게임에 빠진 책마을’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책마을이 게임 이야기나 하고 자빠졌냐, 라며 관리자의 제제가 가해지는 상황에 처하지만, 여기서 촌장이었던 청하씨가 취한 행동은 게임글을 ‘제제’하기 보다는 관리자에 항변하는 글을 택했죠.  또한, 명예의 전당 글을 참고하다 보면 드라군 놀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내용에 관계 없는 신변잡기적 코멘트(저영질기처럼 생겼습니다...같은) 가 적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황을 종합해 보면, 우리는 ‘책마을’이 ‘책’ 보다는 군인들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는 커뮤니티다, 라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고, 따라서 대문에 붙어있는 
ㅇ 가치있는 책, 가치로 매길 수 없는 사람들. 책을 사랑하는 이 시대 군인들의 만남과 사유의 장. 책마을입니다!ㅇ 인트라넷 책마을은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군인들의 모임으로 책을 읽고 나누며 배우고, 좋은 책을 감상하며 삶의 자세와 본질에 대하여 사유하고자 하는 곳입니다.

위와 같은 문구는, 윗선에서의 제제를 피하고 폭파를 방지하기 위한 ‘대외 선전용 문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을 해 볼 수가 있습니다. (즉, ‘책마을’이라 쓰고 ‘책마을’이라 읽지 않는 거죠. 소쉬르의 ‘랑그’ 와 ‘파롤’, 또는 바르트의 ‘시니피에’와 ‘시니피앵’의 개념과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군요. 여기서, 우리는 누군가가 이런 언어학적 함정을 파놓았다고 음모론을 제기할수도 있겠습니다. 민우씨일까요? 음모론 좋아하시는 분 손.)

하.지.만, 그런 ‘잡글’들에 대한 지나친 용인은 서로의 관심사가 (역시나 시간적, 신분적 한계에 따라 모든 글에 참여할 수가 없어지면서) 갈라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책마을의 ‘분파’ (동석씨가 얘기하신 귀족- 또는 원로- 이야기와 맥을 같이하는) 논쟁이 벌어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과거에는 ‘잡글주의자’ 쪽에서 필진들의 비판이 먼저 이루어졌지요. 왜 글을 굳이 이렇게 어렵게 써야 하냐, 는 토로에 허원영을 필두로한 필진들과 정면으로 부딪히는 사건이 있었죠. 이것은 원영씨의 ‘필진론- 나는 왜 논쟁하는가’라는 기록에서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1-2 근지단 책마을 시대
자, 먼 과거를 돌아보았으니 가까운 과거인, 근지단 책마을 초창기 시절을 돌아봅시다. 사실 조금 암울했던 시기이기에 언급하기는 싫지만, 종종 이 시절이 ‘따스했던 시절’ 또는 ‘지적인 책마을’의 예시로서 언급되는 경우가 있었기에 이야기를 좀 하고 지나가도록 하죠. 마침 저는 이 시절을 경험했기에, 과거 사료에 기대거나 할 필요없이 자연스레 제 이야기를 해도 되겠군요.

2007년 4월 부터의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뭐 게시판에서 이 당시의 글을 찾아보셔도 알 만한 일입니다만, 이때는 일상이야기도 드물었습니다. 하루에 한 두 개 올라오면 다행이었고, 가입인사만 수두룩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집들이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람이 없었던 탓도 있었겠지요. 위기론에 따르면 이때의 책마을은 위기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이미 망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거든요. 내글내생각, 한 페이지 간신히 채울 정도였습니다. ‘깊이 있는 글’ 을 쓰시는 분이라고 해봤자, 민경석 씨, 홍성기 씨 두 분 정도. ‘위기론’에서 자주 언급되는 참여도를 보자면, 단 두 표 만으로 베스트글 가는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이런 조용한 시기를 틈타, 부촌장 낙하산으로 책마을에 진출한 홍석기란 놈은 글 몇 개 싸질러 놓고 부촌장과 모종의 합의를 하면서 등단을 할 수 있었을 정도로, 50년대의 남한처럼 피폐한 시절이었죠.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동석님의 말대로 ‘볼만했던 글들이 더 볼만한 다른 글들에 묻혀 조용히 사그러들던 때’ 도 있었습니다만, 그때조차 잠깐 몇 분의 글이 운좋게 겹쳤을 뿐이고, 글 안올라와서 너무나 심심하던 시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 심심함 속에서 ‘매크로 동석’ 이 탄생할 수 있었구요. 하지만, 이 시절 조차도 첫 서버중단 직후였던 9월을 제외하고는 위기론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이때는 진짜 위기였죠. 필진들 연락 다 끊기고. 전역자도 소리없이 사라지고) 지금의 위기론이 얼마나 허황된 것일지는,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 논지에 보탬이 되고자 언급했는데 쓰고 보니 괜히 짬자랑만 늘어논 것 같군요.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현재 책마을의 펀더멘탈을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2부 예고

2. 현재의 책마을은 정말 위기인가?- '이동석 체제'의 정책 평가

3. 우리의 병훈씨는 뻘짓을 했던 것일까- '위기론' 속에 감추어진 첨언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12-23 12:35)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06:32 

 

병장 양 현 
  실지로 제가 책마을에 오게 된 이유는, 옆마을 시간 속의 눈이었나요. 거기가 사라짐에 있어 오게 된 것이었으니까요. 그곳보다는 더 제한적이고, 더 이야기거리가 많은 그런것들. 그런것이 있었기에 책마을에 오게 된 것이었다지요. 2008-12-22
11:40:07
  

 

병장 이동석 
  오오- 멋져요. 석기님- 


그리고, 저따위 곧있으면 사라질 인간이니, 이것 저것 가리지 말고, 신랄하건 과격하건 상관없으니 석기님의 의도를 마음껏 펼쳐주세요. 2008-12-22
12:29:10
 

 

상병 이동열 
  석기님의 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분명 여기에 관련해서 글을 쓰시리라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죠- 

저 또한 후발주자이고 유령에 가까운 존재이지만 
책마을에 대한 어느정도의 기준이 있었는데 왠지 석기님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다음글 기대하겠습니다(웃음) 2008-12-22
12:34:24
  

 

병장 이동석 
  그리고 이 글의 0번이야 말로 뼈아프군요. 

그 선배의 일화-같은 이야기가 제 주위에도 몇개 있는데, 그런 사실을 빼놓고 이야길 꺼내다니, 아차-싶습니다. 2008-12-22
12:42:16
 

 

병장 이동석 
  그런데 그 선배분은 누구신가요? 궁금해요. 허허. 2008-12-22
12:42:39
 

 

병장 이동석 
  그건 그렇고 동열님, 오랜만이로군요. 허허. 2008-12-22
12:43:56
 

 

병장 홍석기 
  동석// 흐흐. 신랄하고 과격하고를 떠나서, '이동석 체제'는 책마을 역사를 통틀어 상당히 재미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한번 파 보고 싶을 뿐입니다. 아직 남아있는 역사학도의 구미를 당기게 하는 그런 시절이죠. 링컨이나 FDR 재임 시절만큼이나 다양한 이론이 나올 수 있을 만한. 그러고 보니, 본의아니게 책마을에서 동석님이랑 가장 많이 부딪히는 것 같군요. 유로 때도 그렇고, 시즌 2도 그렇고. 뭐 따지고 보면 저만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기도 하지만. 

그 선배에 대해서는, 워낙 그 분이 유령생활밖에 하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딱히 이야기하기가 좀 그렇군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만날 수도 있겠지만. 이승일씨의 후배라는 점에서 예측은 하셨겠지만, Y대에 적을 두고 있다는 사실만 알려 드리겠습니다. 

동열// 동열님 오랫만이에요!! 동열님의 댓글을 저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흐흐). 2008-12-22
13:29:35
  

 

병장 고동기 
  제가 여태까지 경험했던 커뮤니티 관리자 중에 가장 독특한 분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2부, '현재의 책마을은 정말 위기인가?- '이동석 체제'의 정책 평가' 
기대하겠습니다. 2008-12-22
13:52:44
  

 

병장 이동석 
  석기/ 음, 전 당구공이 당구공을 밀어내는 그런 부딪힘이 아니라, 각기 갈고 닦은 오의를 펼치는 대련-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제가 좀 비매너-였죠? 죄송합니다. 껄껄.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기/ 전 요새 동기님 이름만 보면 두근두근합니다. 낄낄. 그리고 아마 제가 커뮤니티 관리자-같은걸 처음 해봐서 그런것 같습니다. 2008-12-22
16:25:10
 

 

상병 이동열 
  동석// 유령이 된것 같습니다. 그래도 기억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죠 
한동안- 아니면 계속 댓글러로 남을지도 모르겠어요(울음) 

석기// 저번에 오랜만이라고 글을 올렸는데도- 또다시 글을 올려야 할판이네요(땀)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말이죠(웃음) 아무튼 2부 기대하겠습니다- 
석기님의 2부가 올라오고 나서야 저도 뭔가 말할 수 있을것같아요(웃음) 2008-12-22
17:00:39
  

 

병장 안재현 
  대부분의 참여를 그냥 눈팅으로 만족해야만 했었지만, 몇일전이지만 어느순간 저도 답글을 달고 또 글을쓰고 있더군요. 

but!!!! 동석님께서 언급하신 밀어내기보다는 변해가고 어우러져 가고 있다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조금은 위기라는 생각보다 조화라는 단어도 생각해 볼만하지 않을까요? 

짧은 저의 생각과 더불어 뭔말인지도 모를법한 이야기...를 찌끄려 봤습니다. 2008-12-22
17:5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