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량에 의한 두 여중생 사망 사고가 불러일으킨 민족주의적 자각이 02년 말에 전국적인 촛불시위로 표출된 바 있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부쩍 고양된 한국인의 자존심과 분리되지 않는다. 02년 월드컵을 상징하는 붉은 악마 현상은 민족적 자부심과 자존 의식을 세계 축구 4강 진출이라는 극적 계기로 풀어내 전 세계에 과시한 집단적 살풀이 의식이었던 것이다. SOFA 개정 문제로 발생된 대미 비판 의식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도, 미국으로부터 대등하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국 국민들의 집합적 인정욕구다.
인정 욕구는 인간의 삶에 있어서 필수 요건이다. 거꾸로 얘기하면, 개인이나 집단적 정체성의 핵심에 자리하는 이 욕구가 우리를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승화시키는 주요한 동력이라는 것이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다른 사람에게 독자적 가치를 지닌 존재로 인정 받는다는 사실은 나의 정체성을 극단적으로 규정한다. 인정투쟁에서 이긴 자는 주인, 패배한 자는 노예로 전락한다. 만족한 주인이 노동하지 않고 게으르게 지내는 반면, 와신상담하는 노예는 굴욕적 위치에서 탈출하기 위해 부단히 일한다. 더 이상 애쓰지 않는 주인을 따라잡은 노예는 이윽고 스스로 주인의 위치에 오른다.
타인에게 인정을 받기 위한 부단한 노동, 그것이 역사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인정투쟁의 비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바로 근대 민주주의 출현에 있다. 민주주의는 언제나 객체로만 머물러오던 보통 사람들을 이념적으로나마 사상 최초로 자존적 주체로 상승시킨 혁명적 계기였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그 이후 민주주의의 이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운 당위로서 보편적 호소력을 갖게 되었다. 작금의 현실이 예외없이 민주주의의 이상과 거리가 있었지만, 그 거리 때문에라도 민주주의의 불꽃이 그만큼 아름답게 투영되어 온 것이다. 인정투쟁은 또한 민주주의의 확대를 통해 근대 이후 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근대 이후 국제 사회의 주요 단위가 민족국가였고, 세계화의 거센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오늘날에도 이 뼈대는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일반화는 가장 전형적인 집합적 주체인 민족을 매개로 하는 민족주의가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고 정당화되는 데도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민족의 이름은, 특히 억눌리고 당해온 약한 자들에게 엄청난 울림을 갖기 마련이다. 유사 이래 중국 대륙의 압도적 영향력으로부터 한번도 자유로운 적이 없었던 것이 한반도의 역사였지만 국권을 송두리째 상실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고, 동족상잔의 기억은 통일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었다. 피식민지로의 전락, 분단, 남북과 세계열강이 모두 개입한 전쟁, 그리고 분단의 재구조화 결과로 민족은 우리에게 강력한 아우라를 지닌 경배의 대상이 되었다. 유사 이래 천 번 가까이 외적의 침공에 시달리면서도 한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다는 평화를 사랑하는 백의민족의 신화는 이렇게 해서 완성된 것이다. 이는 이해할만한 일이다. 더불어 한국 민족주의가 주로 방어적으로 작동해 외침과 국난을 이겨낸 원동력이 된 사실(史實)도 소중한 사실이다.
문제는 한국 민족주의의 자화상이 자기 충족감에 빠지면서 서로를 마주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할 때 발생한다. 우리는 그 수많은 증거들을 일상의 삶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대 몇년 전 동계올림픽에서 반칙을 이유로 김동성의 금메달이 박탈되고 미국 오노 선수에게 금메달이 돌아갔을 때 폭발했던 스포츠 민족주의는 우리 팀의 항변 못지않게 강력한 주최측의 대항 논리가 있었다는 사실을 아예 무시한다. 더불어 재일동포나 재미동포가 겪었던 차별에는 분노하면서도 제3세계 출신 노동자들이 한국에서 겪는 야만적 인권 유린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에서는 좌우가 아무리 치열하게 대립해도 '신성한 국토'로서의 독도 문제가 터지기만 하면 독도 사수 의지의 경쟁에 열심히 뛰어든다. 일제침략이라는 아픈 외상의 후유증이라는 차원에서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국가의 각종 '국민화' 기제에 비판적이어야 할 사람들까지 신성한 국토라는 주술에 그대로 걸려드는 것은 어설프게 느껴진다.
이는 기본적으로 닫힌 자기중심적 논리일 수밖에 없는 민족주의의 한계를 반영한다. 한국 민족주의는 방어적이고 저항적인 형태로 주로 작동해 온 과거의 의미를 과대하게 부풀려 민족이 갖는 현재의 정당성과 미래적 가치를 강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적 연결고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적 파시즘론'이 보여주듯 <민족이란 이데올로기>와 함께 한국인의 일상에 널리 퍼져 구조화되어 있는 폭력성과 억압성이 이를 명실상부하게 말해준다.
민족주의가 국가주의와 결합할 때 무소불위의 거룩한 힘이 탄생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하고 다원주의를 제약하는 현상은 현대 한국의 구조적 모순인 동시에 우리가 주위에서 수시로 체험하는 현실이다. 이는 고유한 집단성과 감성 우위의 경향이 민족 신화에 강력히 집착하는 우리들의 심금을 울리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와 기득권층의 비주체적 관행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과 반성이 그 배경에 깔려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민족과 국가의 이름을 앞세워 공공연히 국제사회의 규범과 보편적 상식을 위반하는 것은 퇴행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고유의 민족적 감성이나 민족문화가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런 판단은 민족주의가 세계 시민적 개방성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민족'이라는 근대의 유사신앙을 벗어나지 않는 한 우리가 자유로워질 수는 없을 것이다.
병장 이주형
민족주의는 북의 존재로 인해 국가주의화되었죠. 국가주의에 대한 부정적 어감 때문에 민족주의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지금 현재 한국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국가주의에 가깝지 않나 싶네요. 그냥 파시즘. 이라고 해버리고 싶지만.
군인의 신분으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잘 구분하지 못하므로, 오늘도 여기서 그만.
참. 글 잘 읽었습니다.(웃음) 07-11
병장 배진호
그런데 민족주의가 한국에만 있는 것일까요? 사실 미녀들의 수다를 보면 알겠지만, 각각의 나라들은 고유한 특성이 자리하고 있고, 그들의 특성이 그렇게 나쁘게 보이지는 않습니다. 민족주의라는 거 자체가 맹목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지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지만, 민족성이라는 것을 결과적으로 버리게 될 때,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가치는 무엇인 것이죠? 모든 것을 평등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인 것인가요? 우리가 테두리를 치는 이유는 다른 테두리에 저항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저에게 민족성이 없다고 생각되었고, 민족성이 있다고도 생각되었지만, 차라리 정체성이 없다라는 생각이 맞는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앞의 제 질문에 대답하여 주실 수 있으신가요? 07-11
병장 조진
아무리 좌파라도 국가의 영토와 같은 문제 앞에선 그리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데요. 어쨋든 그들도 한국사회의 일원아닌가요. 박노자씨의 말대로 국민화기제에 대해서는 저항을 해야하겠지만, 영토와 같은 국가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그저 주술에 걸려든다라는 표현은..좀 어렵습니다. 07-11
상병 이재홍
'인정받기'란 참 힘든겁니다. 아무나 인정해준다고 해서 인정받는 욕구가 충족되는 건 아니거든요. 게다가 오랜기간 인정받지 못하고 설움을 입었다면, 욕구가 점점 처절해져 가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조금은 과도하지 않나 하고 생각할 때가 간혹 있습니다. 07-11
상병 박준연
주형 / 북한을 이념적으로 지탱한다는 주체 민족주의, 한국의 낭만적 민족주의에 대해서도 언급하려 했으나 신분의 제약을 핑계로 피해버렸네요.(웃음)
진 / 그 부분이 박노자씨가 언급하신 부분인지 딱 맞추시다니. 역시 진님 답습니다.(웃음) 제가 단편적인 글의 일부를 가져와 진님께 혼란을 드린 것 같군요. 박노자씨는 그와 더불어 독도를 지키는 것이 당연하다 해도, 독도 관련 망언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일본의 극우들에 대항해서 일본의 진보단체들과의 튼튼한 연대부터 만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독도 문제로 의견을 달리 한다 해도, 일단 일본 민중과의 연대와 친선은 자본주의 국가가 만들어놓은 영토의 복잡한 관계보다 더 일차적 문제라고 말씀하셨구요.
진호 / 진호님께서 하신 질문은 제 글에서 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이자면 민족주의가 우리가 하는 것은 정당하며 저들이 하는 것은 그르다는 기계적 분류법으로 이행될 때 한국 사회는 새로운 몽매주의로 퇴화할 위기를 맞게 될 것입니다. 그런 몽매주의의 절정은 글에서 언급드린 한국 사회의 일각의 태도일 것입니다. 우리와 저들의 도식적 구분 자체가 빠르게 무화되는 상황은 모든 것이 선명했던 과거에 연연해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편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더 이상 흑백만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적은 부분밖에 차지하고 있지 않은 흑과 백, 그 사이 사이에 넓게 점철되어 있는 흐려진 회색의 구도야말로 실천적 삶의 진실에 가까운 그림일지도 모릅니다.
재홍 / 동의합니다.(웃음) 07-11 *
병장 강세희
예상했던 논조가 아니라서 실망했습니다. 웃음. 07-11
상병 장윤호
민족주의와 국가주의 개념이 다소 뭉뚱그려져서 이야기 되는 것 같아서 몇 줄 적어봅니다.
주형 / 한국의 민족주의는 국가주의적인 측면도 있겠지만, 혈연적 동질성을 바탕으로 하는 민족적 에토스 또한 분명 무시할 수 없는 한 요소로 포함하고 있다고 봅니다. 2000년에 남북정상회담 때만 해도 북한 센세이션이 엄청나게 일어났었구요. 이 글에서야 국가주의에 가까운 민족주의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사실명제로써 한국의 민족주의는 국가주의다. 라고 기술하는 건 위험할 것 같습니다.
조진 / 좌파라는 이름으로 민족주의와 거리가 있는 사람을 지칭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민주노동당만 봐도 한국의 주류 진보세력이지만, 민족에 대한 강조는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겁니다. 국가주의에 대해서야 비판적인 사람들이 많겠지만 말입니다. 07-11
병장 진규언
구한말 헤이그 특사 사건을 야기했던, 예전 미 대통령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또한 민족주의를 악용한 일에 불과하다지요. 공산권의 확대를 막기 위하여 혹은 타 제국주의의 발현을 막기 위하여 약한 민족들의 일들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라고 측근들에게는 이야기 했을 터입니다.(그가 아주 순수한 의도로 약소국의 독립을 바랐다면 취소하려구요)
지극히 '상식적인'(그렇지만 이 안에서야 이렇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준연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07-11
병장 이주형
윤호/ 한국의 지배 이데올로기는 국가주의에 가깝다. 고 했었어요. 민족적 에토스를 무시하는 것도, 민족주의적 사고가 전혀 없다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한국의 지배계급이 민족주의라는 이름으로 말하는 내용이 국가주의적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였어요. 구분하려고 했던 민족주의는 '반국가단체'들이 하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고, 보통의 한국인들이 알게 모르게 가지고 있는 생각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혼합에 가깝죠. 윤호님 말처럼 사실명제로써 한국의 민족주의는 국가주의다. 라고 기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네요.(그렇게 해석하셨다니 죄송합니다.)
준연/ 신분의 제약이 무섭지요. 오늘 교육 받은 것에서도 군인은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몸 성하게, 제 날짜에 집에 가고 싶어요오오-- 07-11
상병 서동영
준연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아직은 민족주의에 대한 생각이 말끔히 정립되지 않아 댓글을 달기가 무척이나 어렵네요. 하지만, 박노자님의 자취를 볼때면 역시나 가슴 한켠이 쓰려 오네요. 그리고 우리가 배웠던 국사(?)교과서에 대한 의구심은 배로 커지기만 하구요. 07-11
상병 신민
'일제침략이라는 아픈 외상의 후유증이라는 차원에서 이해 못할 일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국가의 각종 '국민화' 기제에 비판적이어야 할 사람들까지 신성한 국토라는 주술에 그대로 걸려드는 것은 어설프게 느껴진다. '
이 부분이 가장 강렬하네요(웃음). 민주주의의 미덕은 어떤 거지같고 독불장군적인 의견이라도 그것을 온건히 받아들이고 종합하고 덜어내고 깎아내어 '사회적 합의로 이르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설령 어떤 의견이라고 해도 민족이라는 이름에 억압되어 표출조차 되지못한다면 민주주의에서 옳은 현상은 아닐겁니다.
민족주의가 나쁘다는 말은 아니지만 민족주의가 흑백논리를 기반으로 '민족적 결의' 의외의 모든것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외톨이가 된다는것이고 좋고 나쁨의 여부에 관계없이 진행되는 '개인을 바탕으로한 집단화'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것일겁니다. 쉽게 말해 내가 이 길드에 있다고 다른 길드애들이랑 파티 맺을려고하는데 길드에서 못맺게하면 좋겠어요?(...)
저 자신의 생각으로는 좌익이 됐든 우익이 됐든 한국에서 민족주의는 양자 모두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고(아주 오래전부터 온갖 위기를 겪어왔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일본과 얽힌 독도문제에 관해서 만큼은 서로 같은 결론을 내린거 같습니다. 일본을 '흑이나 백'으로 보는거겠죠.
...쓰고싶은말은 많은데 쓰면 혼날거같다는게 참 아쉽네요..(...) 07-11
병장 박수영
우우. 좋은 글입니다. 다만 가슴이 조마조마. 07-12
상병 이기중
세희님처럼 저도 이 글을 클릭하기 직전에 예상했던 논조가 아니라 실망했습니다. 흣흣.
'진보'와 '좌파'는 다르지요. C신문에서 쓰는 '좌파'와 비교해서 범위가 1/100쯤 좁은 진보진영 내의 좌파('좌익'이 아닌)중에서도 '일부'(아, 진짜 한줌도 안된다)는 독도문제에 대한 오바질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독도 따위 어찌되든 상관 없다!'고 했다간 살아남기 쉽지 않기 때문에 '독도는 우리땅이 맞지만...'이라고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지요.
사실 국가의 굉장히 중요한 영토문제가 왜 나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되어야 하나...는 생각입니다만.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려면 국가의 틀에 동의해야 해요. 임지현씨처럼 자유롭게 살지 못할거라면야.. 07-12
병장 이건룡
그렇다 해도 걱정할 필요 없을 독법도 존재하죠. 위에서 오고가고 있는 대화들이 그러하듯 민족주의의 허상/실상등의 진위 여부는 모두 건강한 민족주의를 위한 거름이라는. 따라 긍정적 논의를 애써 막을 필요가 없죠. 07-12
병장 강세희
독도는 갈매기들의 땅입니다. (응?) 07-12
병장 배진호
건룡/ 건강한 민족주의란 뭔가요? 07-12
병장 이기창
세희 / 맞습니다. 갈매기들의 땅이죠(웃음) 그 칼럼 다시 보고 싶네요. 07-12
병장 배진호
갈매기의 꿈이라는 책이 생각나네요(먼산) 07-12
병장 이건룡
진호/앞에는 수영님에게 한 말인데. 제가 깜박 했네요. 진호님에게 수신 될 줄은.
몇 마디 붙이자면 마치 몸에 혈액순환이 잘됨을 ‘건강이 좋다’ 치듯이 활발한 논의가 민족주의 등등의 논의에 긍정적이라는 소리입니다. 특히나 병리적 현상에 대한 진단 등을 첨부했을 시 더욱 반성적 논의로 나아갈 수 있으니 이를 체제비판적이라는 둥으로 이야기 하는 건 チ 않죠. 그리고 더러 이 마당에선 건강한 민족주의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적당치 않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한 민주주의’가 세계역사에 스탈린 등의 이름으로 깊숙이 할퀴었듯. 예전엔 맹목적 목적만 달성하기 위함을 충성이라고 하였을지 몰라도 요즘은 맹목적 눈멀음을 충성이라고 하지 않죠.
그리고 위의 글은 민족주의의 부정을 언급하는 부분이고 민족주의에 대한 금지적 요청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부정은 지양으로 나아가야 하는 바를 말한 것 같음을 보면. 07-13
상병 박준연
진호 / 한국인의 말과 행위와 삶과 사유 그리고 사회는 모두 민족주의로 인하여 '오염'되었습니다. 한국인의 말 속에 이러한 민족주의적, 제국주의적으로 벗어나는 것이 없을 정도니까요. 민족, 국수, 국가, 독립, 역사, 주체, 경제, 사회, 문화, 통일 등. 한국의 모든 제도와 일상 속에 이런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있을까요? 오염된 모든 것은 저항의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이었고, 또한 적극적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아니 애당초 '무기'는 다만 주어진 것이었죠. 모든 저항이 근대의 이름으로 수행되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것 같습니다. 이리하여 강력한 응집력과 모방성을 바탕으로 동일성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저항적 민족주의'가 등장하는 것이죠.
이 저항적 민족주의는 동일성 이데올로기로서의 동화 정책에 대한 적극적 대응의 산물이었어요. 저항적 민족주의는 근대적 제도로 무장하고서 근대적 국민국가의 수립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오염'의 산물이기도 하였구요. 하지만 이런 '오염'은 필연적으로 '성찰'을 요구하게 마련이죠. 그리고 이처럼 자신에 대해 성찰하는 행위를 비로소 '탈식민' 건룡씨가 말씀하신 '건강한 민족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07-13 *
병장 이건룡
준연/ ‘탈식민’, 건룡씨가.... 옳습니다. 탈식민 = 건룡은 아니니 (웃음). ‘탈식민’ 등의 저항적 사유에서 갈채를 보내지만 민족주의 자체 안에서는 ‘필연’이라는 기분이 들지 않아 어찌할지 대답을 미루는 중입니다. 그러니 연관은 별로(웃음). 대신 한반도내의 선사고고학에 대한 이해를 더 반겨하는 편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다들 주말 잘 보내세요. 07-13
병장 이상원
어디 낄수가 없군요. 현재의 신분 때문이기도 하고 제가 가진 병약한 논리 때문이기도 하고..
그저 혀만 내두르다 갑니다. 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