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겔 데 우나모노 - 안개 
 병장 임정우 03-08 10:55 | HIT : 135 




 우나모노의 <안개>를 읽었습니다. 주인공인 아우구스트는 자신이 존재하는지를 항상 고민합니다. 그는 엄청 큰 충격에 의해 자살하기로 결심하지요. 그 전에 자신을 만든 우나모노 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자살하겠다고 밝히지요. 우나모노는 말합니다. "자살하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할까? 아우구스트는 '의지' 라고 대답합니다. 우나모노는 다시 말합니다. "자살하기 위해서는 살아있어야 하네. 하지만 자네는 존재하지 않으니 자살할수 없어."
 아우구스트는 절망에 빠집니다. 그도 우나모노에게 "당신 역시 허구의 관념이야" 라며 저주를 퍼붓습니다. 우나모노는 부정하지 못하지요. 왜냐면 그도 역시 죽으니깐요. 

 사람은 죽습니다. 저도 가끔 의심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죽던 설령 그 방식이 자살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우리의 의지로 죽는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의지로 자살한다는 것이란, 곧 우리의 의지로 자살하였다고 착각하는 것이 우리의 인식이 도달할수 없는 먼 곳쯤에서 강요되어지는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나모노는 우리에게 실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합니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라는 허구의 인물을 만든것이 아닌 돈키호테를 만들기 위해 세르반테스가 존재했다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소설속에 아우구스트와 우나모노도 같은 관계입니다. 
 마치 세상은 소셜 -소설처럼 정해塚별痼?아닌 등장인물의 내적성향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우나모노는 것을 소셜이라고 합니다, 물론 안개라는 책에서 임의로 정한 것입니다- 처럼 우리의 실존여부를 떠나 우리를 응시하는 어떤 시선속에 갇힌채 그 안에서 존재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언어의 한계에 묶여 있습니다. 언어로 생각하고 언어로 착각합니다. 때문에 진리는 안개처럼 모호해져 버립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저의 식견의 좁음을 탓하며 이상으로 후기를 마치도록 합니다. 




 병장 임정우 
 원래 잡담형식으로 독서후기 인용정도 할랬는데, 어쩌다보니 독서후기가 되버렸군요. 지금 제가 쓴 내용은 후반 20% 정도 입니다. 앞부분은 그냥 패스~ 03-08   

 일병 김대윤 
 잘 읽었습니다. 저는 제가 저의 의지로 살아가고 선택하고 책임을 지고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 믿고 싶은 것 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건 저의 생각입니다만 정우씨 글은 긴글보다 짧은 글이 훨씬 잘 읽혀져서 좋습니다.(뭐라는 거냐 땀) 03-08   

 병장 임정우 
 짧게 쓰길 잘했군요.. 
 사실 저도 길게 잘쓰는 날이 올겁니다. 
 그 때까지 대윤님 오래오래 사세요. 03-08   

 상병 박상호 
 짧지만 그 안에 많은 생각의 흔적과 깊이가 있어서 좋아요 
 저도 오래오래 살게요(웃음) 03-08   

 병장 배진호 
 흥미로운 책인듯 싶군요! 여백의 미는 항상 생각의 여지를 추가시키죠 

 실존의 안개스러움이라.. 재미있을꺼 같아요~ 03-08   

 병장 이승일 
 잘 읽었습니다.. 전 어렸을 때 자주 자살을 결심했었는데, 저 역시 그것에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마치 아편을 끊기 위해 의지가 필요하듯, 삶(이라는 마약)을 끊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아편이 주는 쾌락을 포기 하지 못해서 그것을 끊지 못하듯, 삶이 주는 즐거움과 희망을 포기하지 못해서 그것을 중단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했죠. - 지금은 그러한 생각이 단순히 오만함의 결과였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한편 제가 여행할 때 느꼈던 감정도 다시 생각나는군요. 저는 유럽 여행중에 친구들과 헤어진 후 홀로 외롭게 알프스산의 일부를 걸어서 올라갔습니다. 그러다가 지쳐서 누웠는데 눈 앞에 어떤 풀 한포기가 보이더군요.. 그 순간 갑자기 인과관계가 뒤집어져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내가 이 풀 한포기를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올라왔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냥 이 글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군요. 의지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중요하거나 본질적인 것이 아닌지도 모르지요. 심지어 자기 자신에게조차 말이에요. 03-08 * 

 일병 김대윤 
 정우씨//이거..덕분에 오래 살아야 겠어요. 

 승일씨//전 자살에는 정말 큰 의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은 삶의 의지가 없어 자살을 했다라고 표현하곤 하지만 
 전 사실 무섭거든요.(정말로요) 03-08   

 병장 임정우 
 승일 / 때론 의지같은건 외로움에 한방거리도 안될거란 생각이 문득 듭니다. 우리의 존재는 어쩌면 기억속에만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스스로를 증명하기 위해 내적근육량을 잔뜩 부풀려 놓지만, 그 근력이야말로 허구적인것이 아닐까요? 진정한 존재는 허구적이라 할만한 누군가의 기억속에 살아가는 나 일테고 그것이 다시 나에게로 되돌아 오는 것 일련의 과정을 통해서만 존재에 확신을 심어주는 겁니다. 때문에 타자,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공유를 얻을 수 있는 어떤 타자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마치 승일님이 눈밭에 홀로 핀 풀 한포기를 통하여 어떤 인과를 찾아냈던 것처럼요. 그 인과는 아마 우리의 존재 의의와 관계가 있을거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03-08   

 병장 이승현 
 정우님의 후기를 읽고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꿈꾸어진 존재" 라는 
 보르헤스의 테제가 생각나서 보르헤스의 단편<원형의 폐허들>을 
 다시 읽어 보았는데 글 마지막에 달린 각주에 
 우나모노의 안개가 언급되더군요. 흥미로웠습니다. 03-08   

 병장 임정우 
 보르헤스, 요새들어 이름이 자꾸 눈에 밟힙니다. 이왕 이렇게 된거 제대로 지려 밟고 싶은데 그런 의미에서 보르헤스씨의 서적 추천 부탁드립니다. 승현씨. 03-08   

 병장 이승현 
 우선 <알렙>이나 <픽션들> 같은 보르헤스의 단편집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후에 애정이 생기시면 민음사에서 번역되어 나온 
<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열기>라는 보르헤스 시집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보르헤스의 미로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좀처럼 빠져나올 수가 
 없습니다. 03-08   

 병장 임정우 
 헤헤 감사합니다 승현님. 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