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로 종교보기 
 병장 이승일 03-24 04:09 | HIT : 342 





 많은 사람들이 매트릭스를 철학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이 영화는 철학적이라기보다는 종교적인 면이 더 많다. 이 영화에는 기독교적인 요소가 등장할 뿐 아니라 이교도적인 요소들도 곳곳에 숨어있다. 떠오르는 것 몇 개만  써 보겠다. 

 기독교적 요소

1. 구원

 매트릭스는 거짓 세계이며, 그 너머에 진실된 세계가 있다. 이것은 플라톤의 이데아설, 나아가서는 기독교적 이원론과 합치되는 세계관이다. 매트릭스는 우리가 살고 있는 속세이며, 그 밖은 진리가 존재하는 곳이다. 그래서 트리니티가 네오에게 말하듯이, "매트릭스는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줄 수 없다."  
 한편 거짓된 세계, 허물 뿐인 세계인 메트릭스에서 자력으로 깨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어떤 천재, 어떤 위인이나 영웅이라 할지라도 스스로의 노력으로 매트릭스가 거짓 세계임을 알아차리고 그 밖으로 걸어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구원은 오직 외부로부터의 손길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의 본질적인 요소를 표상한다. 기독교에서의 구원은 자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 밖에서 오는 것이다. 


2 . 예언자, 그리고 The One

 예수는 요한에 의해 세상에 '소개된다'. 요한은 그 스스로도 이미 훌륭한 예언자로 칭송받고 있었지만, 자기 자신보다 뒤에오는, 그러나 실제로는 더 먼저인 어떤 자가 곧 올것이라고 예언한다. 그는 곧 예수로 드러난다. 모피어스는 요한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시온 저항군의 지도자로서 추종자를 거느리고 있었지만, 자신을 본질적으로 초월하는 '그' 의 등장을 믿고 있다. '그'는 네오이다. 네오는 명확히 예수의 표상이다. 물론 여기에는 많은 굴절이 있다. 이것은 조금 후에 이야기할 것이다. 어쨌건 그는 유일 무이한 구원자이며, 그를 통하지 않고서 시온은 구원될 수 없다. 또한 그는 애초에 매트릭스 바깥에서 탄생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트릭스 안에 같힌 자로 설정되어있다. (모피어스의 설명) 이것은 정확히 기독교의 '성육신' 사상과 일치하는 것이다. 예수는 그 자신 죄가 없는 영원한 세계에 속한 자이지만, 육신의 몸으로 지상에 내려온다. 그리고 그 육신을 희생함으로써 모든 인류를 구원한다. 네오 역시 자기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구원을 성취한다. 매트릭스 3 에서 네오가 팔을 벌리고 大자로 누워 죽어있는 장면은 십자가를 연상케 한다. 그리고 기계들이 그의 시신을 어디론가 데려가는 모습은 예수의 승천을 떠오르게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예수가 그러했듯, 일반인은 해낼 수없는 기적같은 일들을 해낸다. 

3. 바벨탑 
 매트릭스는 인류의 비참한 운명이 어디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 그것은 기술문명의 놀라운 성취로부터 시작되었다. 모피어스는 "20세기의 어느날, 인류는 모두 모여 AI의 탄생을 축하했다" 라고 '진실의 사막' 에서 네오에게 설명해준다. AI의 창조, 그것은 그것은 인간 이성의 힘으로 인간을 창조해낸 것이며, 이는 신이 창세기의 여섯번째 날 행한 바로 그 일에 해당한다.  인간 이성의 성과는 '아키텍', 즉 건축가 라는 캐릭터로 대표된다. 매트릭스를 움직이고 있는 운영체계의 중심에는 아키텍이 있다. 건축가야 말로 수학을 비롯한 온갖 이성적 작업의 최고봉을 이루는 사람들이며, 무엇보다도 바벨탑을 지은 바로 그들이다. 에덴동산에서 최초의 인류를 추방한 것도 이성이며, 루시퍼를 타락시킨 것 역시 그의 이성이었다. 성서와 매트릭스는 모두 인간의 오만한 이성이 빚어내는 죄악으로부터의 구원을 다루고 있다. 


 이교적 요소 

1. 성배 

 예전부터 막달라 마리아와 예수와의 관계는 의심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 내용은 <다빈치 코드> 에 의해 잘 알려져있다. 예수는 막달라마리아와 결혼까지 했으며, 그에게 교권을 물려주려고 했으나 다른 제자들이 그것을 가로챘고, 자신들의 음모를 은폐하기 위해 기독교에서 여성을 철저하게 배제하는 정책을 썼다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유럽인들의 관심을 끌었던 '성배'란 바로 그 예수의 연인을 의미한다는 것이 다빈치코드의 핵심 내용이다. 
 매트릭스에서 '성배' 의 역할을 맡은 인물은 당연히 트리니티다. 그녀는 이름부터 성스럽다.(Trinity 는 삼위일체를 뜻한다.) 그녀는 네오를 사랑하고, 네오가 자신의 본 모습을 찾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는 네오와 성관계를 맺는다. 예수가 금욕적인 생활을 했다는 것을 부인함으로써 성욕이 악의 근원이 아님을 주장하는 것이 다빈치 코드의 중요한 내용임을 감안할 때, 네오와 트리니티와의 성적 관계는 명백히 다빈치 코드의 일종이다. 특히 지하도시 시온 안에서의 네오와 트린의 베드신은 시온의 육감적인 파티장면과 더불어 성(性)과 성(聖)이 대립관계에 있는 것이 아님을 암시한다. 


2. 메로비지언

 오라클의 눈깔을 달라던 그 악동 프랑스인의 이름이 메로비지언이다. 그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메트릭스의 본질을 이미 꿰뚫고 있으며, 여러 '슈퍼맨' 들을 부하로 두었다. 그는 네오가 총알을 막는 장면을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고 단지 "Ok, you have some skills." 라고 응답한다. 그에게 있어서 네오의 능력은 단지 하나의 스킬로 보이는 것이다. 
 메로비지언은 다빈치 코드를 구성하고 있는 또 한가지 이야기인 메로빙거 왕조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메로비지언이라는 이름 자체가 사실 메로빙거의 영어식 표기이다. 전설에 따르면 메로빙거왕조의 시조는 예수의 후손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그 엄청난 비밀을 성스러운 목적을 위해 사용한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힘을 얻기 위해 팔아치운다. 그는 교황과 계약을 맺는다. 자신은 영원히 비밀을 은폐할테니 대신 프랑스의 나라를 하나 달라는 것이었다. 계약은 성사되고, 비밀은 뭍혔으며, 이 타락한 예수의 후손은 지상의 권력을 얻었다. 
 매트릭스의 매로비지언도 같은 상황에 있다. 그는 아마도 과거 매트릭스에서의 'the one' 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음 항목에서 말하겠지만, 매트릭스는 여러번 리셋되었고 그 때마다 새로운 the one이 존재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는 확실히 예수의 후손 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메트릭스라는 거짓된 세계의 비밀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앎과 힘을 인류 구원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매트릭스 안에서의 권세를 위해 사용한다. 아마도 그는 아키텍과 모종의 협상을 벌였을지도 모른다. 그는 인류의 구원 대신 막대한 재산과 권력,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를 선택했다. 

3. 윤회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네오의 매트릭스는 최초의 매트릭스가 아니다. 뿐만 아니라 아마도 마지막 매트릭스도 아닐텐데, 그것은 아키텍이 오라클한테 한 마지막 대사에서 알 수 있다. "이 평화가 얼마나 오래 지속되리라고 생각하지?" 네오가 얻어낸 평화는 잠정적인 것이며, 시온과 매트릭스,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은 이 모든 과정을 다시금 반복할 운명에 놓여있는 것이다. 인류는 이미 구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버림받으며, 또다시 구원받고, 또 버림받고 ... 이것의 영원한 반복. 영원 회귀. 이것은 기독교의 직선적 역사관을 반복하여 원형으로 만들어놓은 형태이다. 이는 영원성을 천상이 아닌 지상의 속성으로 간주한 종교들 - 힌두교, 불교, 조로아스터 교 등 - 의 사상을 반영하고 있다. 


 찾아보면 더 많은 요소들이 있다. 뭐 이를테면 1편의 마지막 부분에서 네오가 스미스에게 총을 맞기 전 전화를 받기 위해 달려간 방의 방번호가 333 이었다는 사실은 또 다시 Trinity 를 떠올리게 한다. 등등. 그 외에도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있지만, 이미 오래전에 나온 영화이고 나의 기억은 그 때와 같지 않기 때문에 그만 줄이기로 하겠다. 




 상병 우석제 
 멋있다. 
 그리고 모니카 벨루치를 선택했다. 03-24   

 일병 구본성 
 단지 가로등을 뽑아서 돌리는 네오가 신기했을 뿐일진데, 잘 봤습니다. 03-24   

 병장 홍연택 
 덧붙여서// 
 네오가 타고 다니던 우주선(?) 이름은 '느부갓네살'호인데 이것은 구약의 느부갓네살 왕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느부갓네살 왕은 (예수의 표상인) 다니엘을 지켜주는 방패막이 같은 역할을 하는데 그래서 우주선 이름을 느부갓네살로 했답니다. 

 빨간약 먹을래, 파란약 먹을래?는 불교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글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03-24   

 병장 이희웅 
 참 재미있는 해석입니다....이야~~ 
 그럼 스미스 요원은 어디에 속하는거죠? 
 예수를 타박하는 로마인??? 
 아님 악마??? 03-24   

 병장 김청하 
 엘프족에 속합니다. 03-24   

 병장 이희웅 
 아~~엘프족.....으쓱 03-24   

 병장 이윤창 
 이 영화는 2편이 그 마지막 5분동안의 대화만을위해 
 존재했다는 것부터 맥빠지게 만든 영화였죠... 

 솔직히 1편 빼곤 개인적으론 다 싫던... 
2 편 초반의 네오의 슈퍼맨놀이는 보기 민망할 정도였고... 
3 편 또한 그동안 벌려논거 수습하기에도 벅차보이고... 

 목에 달린 콘선트는 공각기동대에서 따오고 여러가지 복합물적인 요소가 많이 보이던... 03-24   

 병장 김현동 
 청하// 피식. 03-24   

 병장 이승일 
 연택 / 저도 느부갓네자르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정확히 누구 이름인지 생각이 안나서 포기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마와용. 빨간약, 파란약은 불교 어디에 나오는 것인가요? 그게 참 궁금햇어요. 
 희웅 / 스미스는 뭐 말 그대로 적 그리스도이겠지요. 영화에서도 네오에 정 반대되는 '극점' 이라고 오라클이 이야기하죠. 네오는 결국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반면, 스미스는 오직 확장하려고만 하지요. 버러지처럼. 스미스가 중간에 자기의 복제자들을 보면서 "me..me..me.." 라고 말하는 씬이 있는데, 그것은 mimic 과 meme 이라는 단어를 연상시킵니다. mimic 은 모사하다, 닮다..라는 뜻이고... meme 은 신조어인데 <이기적 유전자> 에서 리처드 도킨스가 처음 사용한 말이지요. 일종의 '정신적 유전자'인데, 말하자면 인간의 지식이나 독트린 등이 마치 유전자와 같은 방식으로 복제되고 자연도태되고, 그래서 진화하며 스스로를 확장해나간다는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입니다. 
 스미스는 또한 완전히 이성적으로 구축된 아키텍도 예상치 못한, 일종의 버그입니다. (네오 역시 예상 밖의 요소였죠.) 그것은 건축가는 결코 완전한 건물(바벨탑)을 지을 수 없다는 암시일지도 모르지요. 
 청하 / 확실히 그런 듯.. 그는 리븐델에 속한 사람이지요. 03-24 * 

 병장 안수빈 
 이 진지함의 와중에, 순간 번뜩이는 개그제일주의에 경의를 표합니다.(웃음) 03-24   

 상병 김하늘 
333 호가 아니라 303호네요.. 03-25   

 병장 이희웅 
 친절한 승일씨~~~답변 감사드립니다...!!! 03-25   

 상병 임정준 
 예전에 본 글인데 대학교 철학 수업에서인가? 
 교수가 강의하는데 한 학생이 
" 어~이거 매트릭스에서 나오던 애기인데?" 라고 했다는 기억이 나네요. 03-25   

 병장 오기환 
 또 생각나는거.. 마지막에 네오와 트리니티가 매트릭스의 기계도시로 향할 때, 
 타고가는 함선의 이름이 '로고스' 호입니다. 

' 인간' 이 '로고스'를 통하여 '매트릭스'에 이른다. 참 의미심장하지요. 03-26   

 상병 이지훈 
 와 승일님. 
 잘읽었습니다. 
 메트릭스를 가지고 이런 깊은 사유를 하고 계셨다는게 놀라울 뿐이에요. 03-26   

 병장 김지민 
 왜 난 이 글을 인제 봤지.. 
 덜덜덜이다 진짜 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