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칼럼-2006 독일월드컵 제대로 즐기기 
 
 
 
 
요즘, 월드컵과 관련한 숱한 이야기들에 파묻혀 험한 꼴이나 좋은 꼴들을 두루두루 보고 겪으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의도로 축구를 좋아하기에 난 이 월드컵을 즐긴다고 스스로 위안하는 날들이 계속 되고 있다. 즐긴다는 것은 너무도 훌륭하고 멋진 일이지만, 온전히 올바르게 즐기기 위해서는 고려해야 하는 것이 꽤나 많다. 열정적인 거리 응원 뒤에 남은 숱한 쓰레기들을 염두에 두어야 하며, 광기에 가까운 그 집단적 열정이 마구마구 거리에 퍼져가는 동안, 채 가누지 못한 여분의 열정들이 폭력의 형태로 응원의 거리 밖으로 퍼져나가는 것에도 온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이 불편한 염려들은 우리가 스스로 보다 잘 즐기기 위한 것이다. 무조건 완벽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실컷 거리 응원에서 열을 냈는데 돌아보니 그 응원 뒤에 남은 쓰레기가 몇 톤이고, 성추행이나 소매치기가 몇 건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잘 놀았던 그 날의 기억에 김이 팍 새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대부분은 나는 안 그랬는데 대체 누구냐-라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집단의 문화라는건 어느 누구를 꼭 집어 그 사람들이 주도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에, 뒷일을 생각 않고 즐겼던 모두에게 조금씩은 책임이 있는 것 아닐까. 

즐기는 행위에 이런저런 이유가 붙고, 어떠한 전제가 깔리면 즐긴다는 그 행위 본질에 때때로 심대한 타격이 생긴다. 예컨대 이번 거리 응원처럼 주류로서 노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주변부에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필연적으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일텐데, 이들을 위한 대안적인 월드컵 즐기는 방법은 별로 없다. 꼭지점 댄스는 비장애인들에게만 가능한 '국민'댄스다. 항상 고민하지 않으면 모두가 함께 즐겁기는 어렵다. 거리는 모두의 것이지만, 거리응원은 대개 비장애인들의 전유물이다. 그런데 소위 스스로를 쿨하다고 말하는 작자들은 ‘나는 그런거 잘 모른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피해주지 않을 만큼만 할 뿐이다’ 라고 쉽고 간편하게 말한다. 세상에선 세 번의 간단한 손동작만으로 훌륭한 간식이 되는 삼각김밥 껍질 벗기듯 간편한 이런 편의점식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 사람들은 대단하다. 자신의 어떤 행동이 남에게 얼마나 피해를 줄지 주지 않을지를 옆사람 손금 보듯 훤히 꿰뚫고 있단 말 아닌가. 자신의 행동을 컨트롤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래. 그러면 당신들은 충분히 하고 싶은 대로 즐길 권리가 있다. 

어쨌든 이런 사람들을 비롯해서 머리 아프게 하지 않는 탈정치가 대세고, 정치와 거리가 멀어 보여야 오히려 정치권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모습을 지방선거에서 우리는 이미 확인했다. 숱한 쿨함과 즐거움을 유발하는 행위들이 우리가 추구해야 마땅할 사회의 가치로 떠오르고, 꽤나 진지하고, 스스로를 고민하고 또 반성하는 가운데 타인과 공동체를 염두에 두는 줄줄 늘어놓기에만 좋은 이 행위들은 정말 시대착오적인 것 같고, 자기 앞가림이나 잘하지-라는 핀잔을 들어 마땅할 뜬금없는 소리가 된, 혹은 되어가는 것은 아닌가하는 혼돈에 빠지게 되는 것이 요즘의 일이다. 특히 세계인의 축제, 황홀한 첫날밤의 승리, 6월의 지구는 잠 못든다-이런 기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 축제의 마당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괜히 잔치집에 찬물 끼얹는 것처럼 뭔가 불경스러운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호모 루덴스를 말하는 시대에 왜 난 잘 놀지 못하고 삐딱한 생각만을 하게 되는 것일까, 나도 축구 무지 좋아하는데-라는 자괴감까지.

정말 즐긴다는게 뭘까. 월드컵 보러 집나간 정치적 이성을 찾는다는 <아이를 찾습니다>를 연상케하는 문구를 읽으면서, 그리고 거기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서 정치적 이성이 가출했다고 말하는 것은 월드컵을 즐기는 선남선녀들을 훼방 놓는 행위인가. 괜히 남들 즐거우니 그걸 보면서 심술이나 부리고 싶은 괜한 심통일까. 아니면, 월드컵 보는 사람들을 하나같이 생각 없는 사람들로 싸잡아 매도하는 것일까. 축구를 즐기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월드컵은 축복이다. 숱한 축구 영웅들이 매일 밤마다 그라운드를 달구어대니 그 이상의 즐거움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어떤 통계 수치는 국가대표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면 몇 십억 달러의 이익창출 효과가 생긴다는 것을 발표해 월드컵에 열광하는 것이 당연하고, 국가대표팀을 응원해야만 하는 국가적 사명감을 주입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축구를 순수하게 즐기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팀으로서의 한국팀이 아니라, ‘한국’팀이니 응원을 해야하고, 대표팀 응원 안하면 매국노처럼 이상한 눈길로 쳐다보는 것은 이미 예사요, 또 축구본다고 퍼질러 앉아있으면 다른 한쪽에서는 집나간 정치적 이성 찾아내라고 아우성이니 대체 어쩌란 말인가. 어떻게 떳떳하게 이 붉은 6월을 즐길 것인가. 아, 놀고 싶다. 축구 좋아하는게 죄도 아닌데.

축구를 좋아하는 것과 정치적 이성을 내보내는 일은 꽤나 무관한 영역에 있다. 온 몸으로 축구를 사모해서 자기 할일이든 가족이든 뭐든 다 내팽겨치지 않는 한에야 축구가 삶을 대신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독일에서 대표팀을 열렬히 응원하는 붉은 악마들도 이 한달을 즐기기 위해서 오랜 시간 계획을 짜고 준비를 했을 것이다. 집나간 정치적 이성은 아마 쏟아지는 월드컵 마케팅이나 월드컵 관련광고들과 각종 정치적 사안을 쉬이 넘겨버리는 언론이나 미디어, 그리고 그를 별반 특이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향하는 말이리라. 게시판에서 뉴스앵커가 축구밖에 기댈 것이 없는 현실이라 그랬다는데, 그런 말처럼 모처럼의 즐거움을 만나 활기차게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성이 집나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김을 팍새게 하는 것도 꽤나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다 즐거워지기 위한 삶을 위해서는 생각하는 불편함, 배려하는 귀찮음, 의식하는 아픔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띄엄띄엄 2년마다 월드컵과 올림픽, 유럽축구선수권으로. 조금 더 자주로는 박지성 선수 경기 때만 즐겁게 살건 아니지 않는가. 축구는 즐거운 스포츠다.(물론, 축구가 하나도 안 즐거운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것은 스포츠다. 당신의 삶이 아니다. 축구는 어디까지나 당신의 삶을 스스로 즐겁게 만드는 수단이지 목적일 수는 없다.(축구 대신에 우리가 즐기는 숱한 소모적인 것들을 집어넣어보자.) 월드컵의 마법이 풀리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계의 종소리가 울리면 무도회의 그 화려함을 뿌리치고 돌아와야 하는 현실의 허름한 구석을 우리는 견딜 수 있을까. 그리고 월드컵에 쏠린 시선의 뒤편에서 여느 때보다 훨씬 더 어둡게 가리워진 사람들이 견뎌야 하는 6월은 선혈보다 붉고 눈물보다 짙은 달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현실을 즐기자. 형진씨 말처럼 재미없는 세상을 재미있게.

뭔가에 온전한 자신의 전부를 미쳐 쏟아부어보는 체험,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실현하고 뜻을 펼쳐보는 크나큰 포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여유의 마련까지. 이 모든 것은 경제적인 여건이 갖추어져야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고 있는가, 자기가 단순히 어딘가의 일부가 아니라 세상에 유일한 존재로서의 자신으로 행동하는 그 벅찬 느낌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가, 자신의 유희와 즐거움이 다른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고, 권리를 훼손하며 그들의 즐거움을 앗아간 그 빈공간에서 행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온전히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것들을 신경 쓰지 않는 무관심을 탑재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유대감을 장착하는 일이다. 

직업을 얻고, 직장을 다니고, 무언가 생계를 꾸려가는 일을 하게 될 목전에 이르러 생각하기를 나는 과연 그 일이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하는 의문을 던진다. 입사한 내 친구들은 과연 그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입사할 때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간 것일까 아닌 것일까. 고시를 보는 숱한 공무원 지망생들은 공무원이 되면 뭘하는지 알기는 아는가. 남는 시간에 자신의 인생을 즐기겠다고 말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는 당신의 삶에서 남는 시간에 즐긴다고 당신의 삶은 즐겁다고 말할 수 있는건지 정말 물어보고 싶다. 아니면, 나만 삶의 그 심원한 진리를 아직 모르는 철없는 키덜트일 뿐인가. 그러면서 정말 당신들은 즐거울 수 있나. 당신 혼자만의 그 빈 공간을 채우면서.

월드컵을 보면서 정말 많은 사안들이 수면 아래로 잠수를 타버렸다. 아니, 사회의 창에서 강퇴되었다. 축구를 통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모처럼의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혹자의 말대로 사회 통합 효과를 보이는 것도 정말 반가운 일이지만, 7월 초면 4년을 기약해야 하는 한 순간의 행사에 많은 장기적인 일들이 미뤄지고 간과되는 것은 언젠가 뼈 아프게 후회할만한 비수가 되어 날아올지도 모른다. 잊혀질 뻔 했었던 과거의 어떤 일들을 우리는 가슴 한켠에 기억하고 있다. 즐기자, 그렇지만 가슴 한 구석에는 많은 생각을 담아두고, 다른 사람을 느끼고, 공감하는 마음을 준비해두자.



p.s 
뭐 하나 손에 잡히지 않는 박형주의 법칙 가장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켁. 그래서 글도 엉망이고. 더 이상 보여드릴만한 글을 쓸수가 없습니다. 

나름대로 마지막의 전역인사를 남겨둘게요.
 

  
 
 
 
병장 김태경 (2006/06/16 11:44:49)

상원씨도 이제 때가 되었군요. 그동안 글 정말 잘 읽었어요. 바이바이.    
 
 
병장 김동석 (2006/06/16 11:46:20)

밖에서 다시 만나요. 친절한 상원씨.    
 
 
병장 한상원 (2006/06/16 11:49:10)

앗, 전역인사는 따로 할거예요- 벌써 서운하게. 아직 3주나 남았단 말요-    
 
 
병장 김형진 (2006/06/16 12:00:16)

아직 100일도 넘게 남았다는 그 박형주의 법칙이라니. 이건 어쩐지, 쳇. 
말년이 다가올 수록 짬밥이 점점 맛있어지는 김형진의 법칙을 추가로 제시하도록 하죠.    
 
 
병장 박형주 (2006/06/16 12:19:19)

아니 이 사람들이    
 
 
병장 엄보운 (2006/06/16 12:43:00)

누구보다도 '친절한' 상원씨가 마지막 칼럼을 멋지게 장식하셨군요. 3주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흔들리지 않는 당신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잘 읽었어요~    
 
 
일병 이건룡 (2006/06/16 13:02:44)

그동안 군생활 수고하셨습니다. 매번 간혹 올라는 한상원 분의 차분한 글에 감탄 한적이 많았는데 아쉬움 은 어쩔 수 없네요.    
 
 
상병 조주현 (2006/06/16 14:39:50)

글, 잘읽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꼭 으면 해요.    
 
 
 병장 박진우 (2006/06/16 16:32:33)

형주// 그 말투는 병장 김강록...?!    
 
 
상병 이영준 (2006/06/16 16:45:23)

잘 읽었습니다. 이번 칼럼도 좋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상원씨의 'Time to say goodbye' 칼럼이 가장 인상에 남는군요. 
다시 그런 칼럼을 못본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쉬운 감이 있네요. 
멋진 전역인사 기대하고 있을께요.    
 
 
병장 박형주 (2006/06/16 19:07:23)

진우/실은 우리 강록씨와는 소울메이트처럼 옷깃을 스치며 지나친 적이 몇번이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사이입니다. 

월드컵으로 사회의 창에서 강퇴된 것중 제일은 스타리그 결승전이 스위스전 전날 밤11시로 잡힌 것입니다. 농담처럼 오가던 말이었는데 현실이 될 줄이야. 구단 유니폼 대신 빨간티를 입고 경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까지 드는데-    
 
 
 병장 노지훈 (2006/06/16 21:30:03)

13일 MBC서바이버리그가 대박이었죠. 토고전 전반 시작하는데 박정길과 최연성 3경기가 끝나지를 않으니... 무한 할루시네이션 아비터+캐리어와 무한 골리앗의 대결, 경기시간이 1시간을 넘었다죠.    
 
 
병장 박형주 (2006/06/16 23:36:02)

지훈/저는 3경기 끝까지 다 봤습니다-    
 
 
병장 한상원 (2006/06/17 01:39:09)

형주/ 당신과 저와 강록군이 한 공간에 머물렀을 확률도 꽤 되는거 아녜요? 큭큭. 
지훈/ 경기 결과가 완전 궁금한데요. 쪽지로 살짝-    
 
 
병장 권기범 (2006/06/17 09:41:39)

고등학교때 어머니께서 제가 컴퓨터 게임하고 있으면 게임 끝낸 다음엔 열심히 공부하도록 해라~고 하셨는데 그 생각이 나네요.    
 
 
병장 김강록 (2006/06/17 12:38:50)

형주 / 앗. 저와 옷깃을 스치며 지나친 적이 몇번이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사이라는 얘기는, 형주씨가 상원씨와도 옷깃을 스치며 지나친 적이 몇번이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사이라는 얘기와도 일맥상통한다고 해석해도 되는 것입니까?    
 
 
병장 김석윤 (2006/06/17 12:52:32)

3주 남으셨다면 저와 거의 같은 시기에 집에 가는군요. 이거 굉장히 반가운 일인데요(웃음) 아무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월드컵 열기를 보며 재미있고 흥분이 되면서도 가슴 한 구석에는 뭔가 찜짐해서 개운치 않았는데 상원님 글을 보니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것 같네요. 그러고 보니 4년 전에도 이런 비슷한 증상이 있었군요..    
 
 
병장 한상원 (2006/06/17 20:01:40)

희석/ 답변이 늦었습니다. 언급하신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저의 입장을 말씀드리면(어쩌면 만나거든 또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냥 생각만 해라-'라는 이런 의식의 작용이 실천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기로, 많은 사람들의 삶 속에서 공통점을 이끌어내어 연대를 통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 되겠지만, 저의 전제는 그 연대가 어떠한 부자연스런 '강요'에 의해 형성된다면 그것은 연대로서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의식을 갖는다는 것이 대학 신입생들에게 주입되곤 하는 일련의 '의식화'가 아니라 자신들의 개별적인 삶에서 느끼는 부조리에 대한 극복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 부조리는 사람들이 각기 어떤 환경에 처해있고 어떤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20대의 경우 20여년간 형성된 하나의 세계를 깨고 다른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을 가지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벅차다고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가지기 이전에 세계의 논리에 자기 몸 하나 가누지 못한채 휩쓸려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개인이 선택할 자유를 배제한 채-예전에 원영씨의 고백과도 같이 그런 정황에 처한 숱한 사람들에게 개인과 가족을 넘어 익명의 사회와 지금부터 꼭 연대하는 것이 정의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는 회의처럼- 어떤 것을 정의인 양 제시하고 실천을 말하는 것은 그 사람들이 사회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지니고 있을 어떤 방향성에 대한 또 하나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월드컵을 말하는 것도 앞의 맥락처럼 어떤 시선과 생각을 품느냐에 따라 충분히 월드컵을 순수하게 즐길 수도 있으며, 월드컵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극복하는 것은 월드컵의 자본성과 민족주의, 국가주의에 대해 무조건적인 안티를 표방한다해서 그것이 바로 극복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월드컵을 즐긴다고 해서 그들을 죄다 정치적 이성을 상실한 사람들로 보는 것이 아니고, 강남에 산다고 부동산 투기의 혐의를 둬야 하는 것이 아니며, 연고전을 만끽한다 해서 그들이 학연에 물든 사람들로 치부해 극복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듯 말이죠. 

어쨌든 저는 숱한 사람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해서 그것이 곧 연대요 실천이었다라고 말하는데 언제나 회의적이었으며, 앞으로도 그럴거라는 생각입니다. 예전 칼럼을 통해 고백했던 제게는 가슴 아픈 말입니다만. 저의 '소극성'은 충분히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제 손에 닿는 사람들에게 제가 할 수 있는 방법론을 들고 찾아가고 싶습니다. 뒤집지는 못해도 꾸준히 긁어줄 수 있고 그 작은 손가락의 움직임들이 언젠가 사회의 각 부분에서 작지만 큰 나비효과를 이룰 수 있는 그 지점에서 의미있는 몸짓이 되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설령, 다른 방식의 실천을 말할 수 있다해도 여기서는 절대 안 할겁니다.    
 
 
 병장 박진우 (2006/06/18 15:19:34)

글의 주장이 한곳에 응집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상원님의 댓글로 어느정도 보론이 완성되는군요. 흐흐. 칼럼도, 보론도. 참 좋네요.    
 
 
병장 엄보운 (2006/06/19 09:18:03)

상원씨가 '건실한 개인주의'에 승부수를 던졌다는 사실을 알고 읽었지만서도, 바로 위의 답글을 다시 읽게 되니 좀 더 명쾌해지고, 그 생각을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그려. 문득, 저와 책마을에서 가장 비슷한 사람은 상원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장 한상원 (2006/06/19 22:16:07)

진우/ 끝에서 두번째 문단을 빼고 싶었는데, 그래도 넣고 싶어서요.(땀) 그때매 글이 개판이란 생각이 드는군요. 어쨌든 희석씨 덕분에 글이 완결이 되네요. 휴. 

경기 질은 엉망인데도(지성씨가 인터뷰에서 말한 것 처럼-이래서 지성씨가 좋다니까요) 비겼다고 너무너무 좋아하는 분위기에서 이런 글을 공개된 게시판에 썼으면 개욕을 먹지 않을까 그런 무서운 생각도 해요. 아, 따스한 책마을- 

보운/ 감사합니다. 보운씨랑 비슷하다니, 이런 영광이 있을까요. 제발 좀 닮고 싶은데 말이죠. '믿음직한 개인주의'에 대한 것은 담에 강록군이나 준응씨랑 삼자대면으로 한번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해요. 떳떳할 자신은 없지만. 어쨌든 셋 다 입장이 다른 거 같아서요.    
 
 
병장 강승민 (2006/06/20 10:01:12)

아니 벌써 제대하시는건가요?(버럭) 
책마을의 멋진 계몽주의자 상원님의 글을 이제 볼 수 없다니 아쉬워요    
 
 
상병 이두한 (2006/06/27 23:55:47)

월드컵이..말이죠..... 한국떨어지니 잼없어서 계속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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