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가 된 엘레나-양유정 창작집 
 상병 신학수 05-26 22:24 | HIT : 97 





 책꽂이에 꽂혀 있는 이 책을 뽑아들었을 때의 첫느낌은 까만 바탕에 몽환적인 그림으로 채워진 표지와, 그리고 양유정이라는 여성스러운 이름-혹시나 이 글을 읽으실 '유정'님들이 있다면 죄송스럽다. 그것은 김유정이라는 소설가의 경우를 제외하고라도, 내 개인적인 친분관계에서 '유정'이는 모두 여성임에 기인한다-과 그리고 '마녀가 된 엘레나'라는 다소 환타지스럽고 소녀 느낌이 나는 제목 때문에 발랄한 여성 취향의 책이겠거니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책을 펴는 순간 작가는 6.25 전쟁의 한 장면을 써내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위의 선입견을 뒤집을 '어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실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사실, 책을 다 읽고 호기심에 사지방에서 찾아본 바이지만, 양유정은 여성스러운 예명이었고, 본명이 따?있는 남성 작가였다...물론 아직 신예작가라고 부르는 편이 맞을 아직은 유명하지 않은 작가이지만, 보통 신예작가들이 구사하는 어떤 다양한 형식이나 내용적으로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통한 주목 끌기보다는 탄탄한 지식과 그것에 대한 일관된 주제를 피력하는 단단한 느낌이었다 


 이 창작집은 여러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단편 소설의 제목들은 다음과 같다. 


 지평리 
9 월, 시에라리온 
 팔미도 등대 
Djibouti 
 발굴 
1 월 1일 
 지평리 가는 길 
 희생양


 지평리, 팔미도 등대, 지평리 가는 길은 6.25 전쟁에 대한 다양한 주인공들의 모습-지평리는 중공군 첸을, 팔미도 등대는 등대지기 백씨와 종민을, 지평리 가는 길은 미군 '베렛'대위를 등장시킨다-을 조명함으로써 '대'를 위한 개인이나 소규모 집단의 희생의 정당성과 평범한 개개인의 삶이 어떻게 이념적인 선택으로 보여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위의 세 단편은 비슷한 주제의 다양한 관점으로부터의 접근이라는 측면을 생각해본다면 상당히 읽는데 재미있을 듯 싶다. 


< 발굴>과 <희생양>은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작품들이었는데, <발굴>은 건설 공사 현장에서 나온 유골에 대해 관련 당사자들, 특히 김차장의 상황을 통해 지나간 개개인의 사건들에 대한 태도들을 비추어 자신과 관련 없어 보이는 것들에 대한 의도적인 외면과 일상을 이야기하고, <희생양>은 세 개의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마녀가 된 엘레나'는 그 중 한 에피소드의 제목이다-사회나 조직을 지속시키기 위한 개인의 희생을 그려봄으로써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치부해버리는 개개인들의 희생에 대해,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정당화와 그것의 미화에 대해 더 생각해볼 계기를 제공해준다. 


 물론 뒤의 작품해설의 말대로 '불온한 사회'와 '희생당한 개인'이라는 이항대립적 인식이 내포한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이러한 인식은 개인을 피박해자나 선으로, 사회를 박해자나 악으로 무조건적으로 치환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류에 대해 늘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전체의 평화를 내세워 폭력을 정당화하는 아이러니가, 한 사람의 인간 제물을 제단에서 잔인하게 살해하며 부족의 평화를 지키곤 했던 원시부족의 믿음-<희생양의 내용中>보다 얼마나 더 도덕적이고 인간적인가를 우리는 깊이 고민하며 살아야한다고 '믿는다'.


 ※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했더니만, 흥미를 끌만한 소설의 줄거리 소개는 빈약해져버리는 군요. 참 아이러니 합니다.  


 병장 김지민 
 소설 전체의 제목과 단편들의 제목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군요. 
 책 표지를 저도 본 적이 있는데, 기회가 닿는다면 읽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