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월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좀 봤다 싶은 사람들은 '라이온 킹'을 빼먹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심바'보다도 '티몬과 품바'로 유명한 이 애니메이션은 잘 짜여진 스토리와 함께 웅장한 OST, 빠지지 않는 그래픽을 겸비하여, 월트 디즈니의 작품들 중 또 하나의 명작으로 자리잡았다. 
라이온킹은, 철부지 아기사자 심바가, 사자왕 무파사의 왕자로 태어나 안정된 생활을 보장 받다가, 삼촌 스카와 하이에나들의 반란으로 인해 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결국은 고향땅에서 i겨나게 되는 고난을 거친 후, 성장하여 다시 어떤 계기를 통해 고향땅과 왕위를 되찾는다는 감동적인 드라마이다. 이런 간단한 스토리 가운데에는 여러가지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들의 성격 또한 잘 갖춰져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살아있는 애니메이션'을 느끼게 하는데에 한 몫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글은 이 라이온킹의 작품의 질을 따지자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 녹아든 세계관에 대한 이야기이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던 세계, 사자들의 암묵적인 투표를 통해 왕위에 올라선 무파사가 군림하던 '자유'의 세계가, 어떤 식으로 깨어지는 가 이것이 무엇을 상징하는 것은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때 당시 우리는 너무 어렸기 때문에 이것을 쉽게 간과하고 넘어가 버렸지만, 머리가 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이것이 상징하는 의미가 그렇게 작지만은 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답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자유롭게' 생태계가 잡아먹히고 잡히는 '평화로운'세계가 의미하는 것은 자유 경제에 입각한 자유주의를 뜻하는 것이다. 사자왕 무파사가 많은 사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민주주의'의 그 특성을 발견할 수 있다. 놀랍게도, 라이온킹은 사상 에니메이션이었던 것이다. 이토록 천진난만한 그림체와 스토리 안에 자연스럽게 사상이 녹아 들어가 있다는 것은 자칫 '세뇌적'이라고 쉽게 느낄 수 있는 일반적인 사상물과 비교해 볼 때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월트 디즈니는 표면적으로는 아프리카 사자왕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한편으로는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며, 그 가치를 '평화'로 이끌어 내는데에 성공했던 것이다. 스카가 군림하는 세계가 무엇을 상징하는 지는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 믿는다.

말하자면,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은, '자유 민주주의'를 평화와 행복의 가치로 내걸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자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담고 있는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을 본 아이들은 이것을 보며 '아 자유민주주의란 행복하구나' 하며 느끼지는 못할 지라도, 오히려 어렴풋하기 때문에 강력한 교훈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알게 모르게 가치관이 정립될 수 있다.


또 하나 선택되고 있는 것은 '쟁취적' 가치관이다.

라이온 킹에서 심바가 아버지와 함께 조우하게 되는 역경은 '고향땅'의 상실이다. 풍족했던 고향땅을 떠나 심바가 정신을 차린 곳은 사자가 사는 '초원'이 아니고 '정글'이었다. 도마뱀과 곤충들로 가득한 땅. 사자보다는 음습한 뱀이 포식자로서 어울리는 곳. 그래서 심바는 갑작스레 풍족하지 못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혼란을 겪게 된다.
여기서 그의 구원자가 되는 것이 '티몬과 품바'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심바를 구원하는 힘은 무엇일까? 바로 그 유명한 '하쿠나 마타타'이다. 애석하게도 아프리카 언어에 정말 이런말이 있는지는 확인 할 수 없으나, 극 중에서 '하쿠나 마타타'는 '근심걱정일랑 털어버리고 있는대로 행복하게 살자. 즐기며 살자!' 정도의 의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한 마디로 'Don't worry, Be happy'라는 것이다. 티몬과 품바의 사상에 녹아든 심바는, 예전 그 진취적이고 욕망이 꿈틀거리던 사자왕의 마인드를 버려버리고, 현실에 만족하는 '안분지족'적 삶을 구가하게 된다. 사자라는 녀석이 곤충이나 씹어먹으며 살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인생은 즐겁단다. '하쿠나 마타타!' 
이것은 실로 놀라운 철학이 아닐 수 없다. 머리가 큰 우리들에게는 그럴 수 있는 가치관이라 쳐도, 한창 꿈이 쑥쑥 커가는 아이들에게 '하쿠나 마타타'라니!. 이렇게든 저렇게든 적당히 배부르고 적당히 등따시면 그만이라는 '하쿠나 마타타'라니! 사자가 곤충을 씹어먹어도 되는 가치라니!
만약 이 애니메이션이 '하쿠나 마타타'에서 그쳐버렸다면, 부모님들께서는 우리를 극장에 데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라이온 킹은 절대로 '하쿠나 마타타'에서 끝나지 않는다. 오히려 심바의 소꿉친구 '날라'가 날라와 이 '하쿠나 마타타'로 부터 구해주는 에피소드를 통해 '하쿠나 마타타'는 잠깐의 악세사리 같은 가치관으로 자리를 굳히게 될 뿐이다. 말하자면, 실패 했을 때, 실의에 빠지지 않고,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일회용의 여신 카드라는 느낌이다.
해서, 결국 라이온킹 애니메이션이 끝장을 보고자 하는 가치관은 '쟁취'이다. 왕위의 쟁취. 권력의 쟁취. 자기 아들을 절벽위에서 주술사 원숭이의 문양을 받아 햇살을 쬐게 할 수 있는 권력의 쟁취가 그 가치관이다.

아이들은 멋있게 표현되는 이 장면을 보며 알게 모르게 '쟁취' 가치관의 '선'을 주입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애니메이션의 감동은 자연스레, 교훈과 이어지면서, '쟁취적이고 훌륭한 자유 민주주의 시민이 되어야 겠다'는 가치관을 알게모르게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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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병장 장윤호  
 심바가 다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주위 사자들의 지지를 얻는지는 모호한 채로) 다시 권력자의 자리에 오르는 걸 보면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부적절한 것 같아요. 무파사가 물에비친 자신의 모습에서 아버지를 보고 난 후 각성하게 되던데, (난 왕의 아들이야!) 이건 전제정치의 왕위세습에 가깝다고 봐야겠죠.

2008-02-18 15:40:36 | ipaddress : 48.1.2.232  
04|상병 이태형  
 정말 하쿠나 마타타에서 끝났다면 어땠을까 싶네요.
비난 엄청 먹지 않았을까 싶은데
2008-02-19 08:38:18 | ipaddress : 18.33.9.102  
02|상병 이현승  
 '고향땅의 상실' 과 그것을 '쟁취한다' 는 점을 이제와 곰곰히 생각해보니 

왠지 과거 유태인들의 이야기라는 생각도 드는군요..

그냥 단지 음모론일수도 있지만요.
2008-02-20 08:43:21 | ipaddress : 56.7.1.52  
  
 현승// 오호. 그거 그럴듯 합니다? 기독교적 문법으로 읽을 수가 있군요.

2008-02-20 11:58:16 | ipaddress : 52.2.6.64  
02|상병 이현승  
 기독교적 문법 뿐만 아니라 제가 말하고자 했던건.

이 애니메이션의 내용이 팔레스타인 민족을 몰아내고 이스라엘을 되찾은(?) 유태인들의 행동을,
 
마치 선이 악에 맞서서 "정의를 되찾았다!"고 대변하는것 같아서 씁쓸하다는 겁니다.

일종의 음모론인데, 디즈니(뿐만아니라 미국 문화 사회 전반에 걸쳐)요직의 중심중심에는 유태인들이
 
꽤 많고, 성공한 유태인들은 언제나 한목소리로 패권주의라든지, 유태족의 위대성이라든지 등을 

알게모르게 미국 문화 전반에 심어 놓는다라는 주장입니다. 저도 어느정도는 동조하는 입장이고요..
2008-02-22 17:42:04 | ipaddress : 56.7.1.52  
04|병장 허글  
 음모론을 떠나서
유대인들, 미국인들, 정서가 이런, 민주주의, 쟁취, 고향땅으로 귀환, 이런것들에 맞춰져 있다 보니까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그리로 흐를수도 있죠
달걀/닭
2008-02-27 04:57:20 | ipaddress : 22.21.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