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에 소식..
병장 이건룡 03-12 07:49 | HIT : 360
그저께 축구로 몸이 성치않아 책이건 뭐건 전부 밀어 놓고 인터넷 검색장에 갔더니 기가 막힌 소식을 접했습니다. 슬라보예 지젝이 '인디고잉'이라는 올해 창간한 어린이 인문학잡지 A4로 10장 분량의 기고문을 전달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깜짝 놀라서 인디고잉이라는 홈피에 들었갔더니 자세한 기사의 진상은 접할 수가 없어서 학술지 신청도 할까 고민도 하고 몰래 그 기고문을 찾으러 수소문도 했는데 역시 없더군요.
계속 찾아보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이참 한부정도 사야하나..
상병 진규언
건룡님, 지젝이 누구인지 개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을까요.(웃음) 자꾸만 말씀하시길래.. 참 대단한 인문학적 지식인이구나.. 하는 막연한 감은 알 수 있으나, 당최 어떤 사람인지는 알 길이 막막해서요.. 03-12
상병 이주형
좁은 틀로 보면, 정신분석학자인데..
라캉과 헤겔, 마르크스를 접목시키는 놀라운 지성의 소유자라죠..
대통령 후보로도 나온 적이 있지만.. 근본이 지식인입니다.
자세히는 몰라서, 다른 분에게 패스- 03-12
상병 송지원
죄송하지만, 뜻밖에 가 아니라 뜻밖의 가 맞는 것 같습니다. 03-12
병장 이건룡
지원님이 지적한 바가 맞는 것 같네요 머리속에서 '뜻밖에 마주할 수 있었다.'가 너무 강렬하게 인상이 남았던 것 같아요.
지젝에 대한 소개는 토니 마이어스의 <누가 슬라보예지젝을 미워하는가?>와 사라케이의 <슬라보예 지젝>와 같은 소개서등을 읽어 보면 더 잘알거라 믿습니다. 전 전자는 친천이 안돌려준 상태라 못 읽고 있고 후자는 아직 구입하지 못했지요(이러니 소개는 멀리 멀리 ).
지젝에 대한 찬양조의 수사로 무엇이 적합할까? 생각해보니 예전에 접한 그에 대한 표현 중 읽고 쓰고 정리해주는 친절성에 인상이 깊었습니다. 그의 다양한 분야로의 활동성 등을 고려하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철학자란 표현이 제격이라 생각합니다. 뭐 저야 이 압도적인 나열에 무력하게 피동적으로 현재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처음 접할 때는 무한한 신의감이 느껴졌습니다(거의 숭배하다시피). 아무런 비판 없이 단지 일기 어려움만 토로한 체로요(철학적 이해 배경이 전무한 상태로 읽고 있어 괴롭지만 읽히기는 하더군요).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문제는 광범위한 영역에서 갈무리 된 문제들이고 슬라보예 지젝에 대한 비난 섞힌 글을 보니 역시 중복되어 나오는 문제나 표현들이 많더군요. 저야 읽기 편해서 별문제 없다 생각한는데...어떤 분들에게는 이 문제에 선입견이 많더군요.
아참 작년 12월 달에 다큐멘터리 <지젝!!>을 상영하였다고 하더군요. 더구나 강의 까지!!! 아쉬어 멀리서나마 이 지나친 소식에 애가 탔었습니다.
영화의 대략적인 아웃라인이 있어 옮깁니다. 스크롤 압박이 심하겠네요 .,
< 지젝!> 리허설
#1. 불균형(실수)의 산물로서의 우주와 사랑
#2. 부에노스 아이레스 강연: "지구의 종말을 상상하는 게 손쉬워진 만큼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변화는 점점 더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것이 우리시대의 패러독스이며, 우리는 유토피아를 다시 발명해내야 한다. 유토피아는 가장 긴급한 요구의 문제이다."(+파시즘과 스탈린이즘)
#3. "슬라보예 지젝은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에서 온 라캉주의-맑시스트 철학자이다. 그는 히치콕, 레닌, 오페라, 9.11 테러 등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서 많은 책들을 썼다. 그의 저작에서 지젝의 목표는 자본주의에 대한 맑스주의적 비판과, 자본주의가 대중의 상상력에 작용하는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한 정신분석적 폭로를 결합시키는 것이다.
#4. "난 인간이 아닙니다. 난 괴물입니다." - 지젝의 부엌과 서재.
#5. 슬로베니아 대선토론회에서의 지젝. "우리는 당신의 아이큐가 여기 모인 후보들의 두 배는 된다는 걸 압니다."
#6. 지젝의 이데올로기론: "이데올로기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의는 맑스의 <자본론>의 유명한 문구일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한다.'(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알지 못하나이다.) 하지만, 이데올로기의 근본적인 차원은 사태의 진상을 가려주는 환영(illusion)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적 현실을 구조화해주는 (무의식적) 환상(fantasy)이다."(<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 영미와 독일, 프랑스의 화장실 이야기.
#7. 컬럼비아대학 강연. 냉소주의 시대의 믿음. "아무것도 믿지는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는 어느 시대보다도 더 많이 믿는다."
#8. 파란 잉크, 빨간 잉크 이야기. 편지 검열에 대한 약속: 파란 잉크로 쓰면 진실이고, 빨간 잉크로 쓰면 거짓말이다. 파란 잉크로 씌어진 편지: "모든 게 만족스러워. 빨간 잉크가 없다는 것만 빼면." ->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모든 자유를 갖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거기에 이것만 덧붙이면 된다. 유일하게 없는 것이 '빨간 잉크'라는 사실. 우리는 우리의 부자유를 말할 수 있는 언어를 갖고 있지 못하기에 '자유롭다고 느낀다.'
#9. 지젝의 학창시절(영어와 러시아어를 제2외국어로 선택한 까닭)과 백수시절(반체제 관리대상자).
#10.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1901-1980)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자료화면(1974년 국영TV). "나는 언제나 진리를 말합니다. 하지만 진리의 전체는 아닙니다. 전체를 말한다는 것은 물질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전체를 말할 수 있는 충분한 말이 없습니다. 이 불가능성은 진리를 '실재'에 가까운 것으로 만듭니다."(라캉) -> "라캉의 텅빈 제스처는 사기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라 주장/논리이다. 나는 철저한 계몽주의자이다. 나의 작업은 라캉을 명료한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지젝)
#11. CN8 방송의 '나이트비트' 초대석. 전제적 아버지와 관용적 아버지.
#12. 아버지 지젝. "나는 걔를 사랑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죠. 이거 아주 절박합니다."
#13. 철학. "철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재정의하는 것이다 철학은 아주 겸손한 학문이다. 철학은 단지 '네가 이것이 참이라고 할 때 의미하는 게 뭐냐?'라는 식으로 질문할 따름이다. 그런 겸손함이 역설적이지만 철학의 위대성이다."
#14. 오늘날의 쾌락주의는 절제의 쾌락주의와 결합돼 있다. 카페인 없는 커피나 섹스 없는 섹스(사이버섹스) 같은. "만약에 신이 없으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생각과는 반대로 법의 부재는 금지를 일반화한다. "만약에 신이 없으면 모든 것이 금지된다."(라캉) 오늘날의 문제는 금지들을 금지시키는 게 아니라 '즐기라는 명령'(외설적 초자아의 명령)을 제거하는 것이다.
#15. 지젝의 신경증. 정신분석 비난에 대하여. <문명 속의 불안>이 의미하는 것. 왜 라캉과 맑스를 결합시키느냐? (나보다) 라캉이 먼저 그랬다.
#16. 맑스의 잉여가치, 라캉의 잉여향락으로서의 대상a, 초자아의 패러독스: "더 많이 먹고 마실수록 더 많은 갈증을 느끼게 될 것이다. 초자아에 더 많이 복종할 수록 더 많은 죄의식을 갖게 될 것이다."
#17. 지젝의 식사. "그들은 채식주의자이던데요." "타락(퇴행)이야. 다시 원숭이가 될 거요."(지젝) "나는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처럼 겸손하게 아무말도 안하는 책을 좋아합니다."
#18. 지젝의 집에 걸려 있는 스탈린 초상화. "사람들에게 겁주려고 걸어놓았죠." 파시즘/스탈린이즘에 대한 지젝의 생각.
#19. 비행기 이동과 뉴욕에서의 강연. 새로운 대답을 찾는 좌파의 함정. "우리는 혁명 없는 혁명을 원한다."
#20. 지젝의 쇼핑. 지젝의 베스트무비 3.
#21. 버소출판사에서의 지젝. 대표작 네 권과 신작 <시차적 관점>의 내용.
#22. 지젝의 '글쓰기 없는 글쓰기.' "나는 아이디어를 적어놓는다. 그리고 편집한다."
#23. 보스턴에서의 강연. "나는 교조주의적 라캉주의자인가? 나는 머리에 써붙이고 다니는 라캉주의자이다. 나는 코미디언인가? 나를 유명하게 만든 건 나를 진지하게 간주하는 것에 대한 저항이었다. 그래서 일종의 공개적인 자살을 감행하는 것이 나의 의무이다."
#24. 지젝의 자살?..
#25.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세요.
최근 아이팝에 만원 정도 충전 해 놓았으니 아이팝에서 만약 상영한다면 전 볼수 있겠네요.(웃음)
여담이지만 요새 부쩍이나 너무 잦은 활동을 하려니 일과에 상당한 지장이.. 03-12
상병 진규언
건룡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지젝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 감 정도는 오네요..(웃음) 대단한 사람이네요..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