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경제학의 이야기_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 
 병장 강세희 03-17 19:00 | HIT : 225 



 경계를 뛰어넘는
 두 경제학의 이야기_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1

 기존에 주어진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사유를 만들어내는 작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는 집 근처의 어느 헌책방에서 그 단초를 제공해주는 책을 운 좋게 발견했다. 물론 경제학이라는 한 분야에서의 두 가지 학설을 다루고 있는 책이긴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듯 두 경제학의 밑바탕을 흐르고 있는 기본 사고방식은 정치학·사회학·지리학·언론학 등 주요 사회과학 분야에 걸쳐 날카롭게 대립하는 두 가지 큰 흐름이며 많은 사람들의 의식세계를 은연중에 지배하는 주된 사고방식이다. 그러나 저자는 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 모두에 귀를 귀기울임으로써 시장과 오늘날 우리 자본주의사회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 위해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은 똑같이 시장과 그와 관련된 현상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지만*2 그 중 무엇이 중요한 경제문제인가에 대해서는 크게 의견을 달리한다. 따라서 서로를 돈벌이만을 위한 경제학이라거나 사회주의에 대한 경제학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두 이론의 문제의식을 고려하지 못한 오해이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인간의 욕망이 무한함에 비해 이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수단(재화)은 한정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희소성의 문제를 가장 근본적인 경제문제라고 생각한다. 자주 인용되는 로빈슨의 정의대로 주류경제학은 '목적과 한정된 수단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의 인간의 행태를 연구하는 과학'이다. 따라서 주류경제학은 희소성의 문제로 표출되는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물 사이의 관계를 주된 분석대상으로 삼는다. 결국 주류경제학의 최대 관심사는 주어진 수단의 범위 내에서 최대의 효과를 달성하는 '효율'의 문제가 된다. 그리고 이러한 효율은 아담스미스의 그 유명한 문구가 말하듯 각 경제주체가 오직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할 때 달성되는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주류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개체론적 접근으로 모든 사회현상을 파악하려 하기 때문에 미시적 분석에 있어서 강점을 나타내는 반면 경제성장이나 인플레이션, 실업 등과 같은 거시적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과 기업과 같은 미시적 근거를 통해 설명하려 하는 문제점을 가진다. 더욱이 그들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주어진 수단의 범위 내에서 최대의 효용을 달성하려 하는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존재라고 보기 때문에 하버마스의 의사소통 행위와 같은 상호 이해와 합의를 지향하는 인간적 관계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또한 주류경제학은 현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비주류경제학과 달리 경제학은 가치중립적이어야 하며 분배의 형평성 문제 등은 윤리적 가치판단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를 배제한다. 따라서 현실의 문제에 점진적 개선을 추구하며 실증주의를 통해 연구대상이 되는 경제현상의 원인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규명하려 한다. 그러나 여기에 대해서도 주류경제학이 기본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시장매커니즘에는 이미 기여의 원칙이 내포되어 있으며 애초에 소득분배가 불공평한 상태에서의 소득분배는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가해지기도 한다.*3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주류경제학의 가장 큰 강점은 일반이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희소성이라는 기본 문제설정을 통해 이기적이고 효용을 추구하는 인간으로 구성된 어느 사회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일반이론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주류경제학이 얼마나 체계적이고 논리적인지를 반증하는 것이다.

 주류경제학이 효용을 달성하기 위한 개인과 기업의 활동을 주로 연구한 반면 비주류경제학자들은 계급갈등으로 표출되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아 사회변화의 추진력을 밝히는데 힘써왔다. 이들은 모든 사회에 통용될 수 있는 이론을 도출해 내려는 대신 구조주의적 분석방법에 입각해 자본주의 사회를 철저히 파헤치고 그 배후에 가려진 역학관계와 모순을 드러낸다. 기본적으로 현 체제는 인간을 경쟁의 대상, 이용의 대상으로만 서로를 바라보게 만들고*4 주기적 불황으로 많은 이들을 궁핍화 시키는 등 좋은 사회형태라고 볼 수 없으며 과거의 역사에서 그러했듯 자본주의 또한 절대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속의 모순들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사회는 보다 완전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 비주류경제학자들의 주된 주장이다.
 현실문제의 처방에 대해서도 이들은 점진적 개선의 방법을 취하기에는 현실의 문제가 너무나도 심각하고 뿌리가 깊으며 가장 본질적인 문제들은 대부분 체제 자체에 내재된 것이기 때문에 이론의 현실적용에 따른 효과나 예측하고 앉아 있을 것이 아니라 하부구조의 변화를 통해 새로운 사회적 관계를 창출해 낼 것을 요구한다.
 물론 주류경제학의 입장에서 봤을 때 이러한 비주류경제학의 주장은 무척 조잡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잘 살고 못 사는 건 타고난 팔자'라는 트로트 가사나 '있는 놈들끼리 다 해먹는다'는 술자리의 흔한 푸념만 봐도 비주류경제학이 얼마나 탁월한 현실감과 통찰력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명쾌하게 분석한 이론인지를 알 수 있다.

 일반론적이고 탄탄한 이론적 기반을 갖추고 있는 주류경제학과 역사적 관점에서 현 체제를 논리적이고 통찰력있게 분석한 비주류경제학. 두 이론의 이러한 강점과 특징들은 서로가 결코 완전히 대립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있는 현 사회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상호보완적일 필요가 있음을 더욱 분명히 한다.*5 사실 주류경제학은 고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비주류경제학은 사회변혁을 꿈꾸는 이들이 공부하는 학문으로 여겨져 온 것이 사실이다. 부디 이러한 주어진 분류에 얽매이지 말고 서로가 열린 마음으로 귀기울이고 서로를 받아들인다면 이것이 곧 우리에게 주어진 두 경제학이라는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경제학, 새로운 사회를 향해 나가아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알튀세르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선험적 원리에 얽매이지 않고 구체적 상황에 대한 구체적 분석을 수행하는 것이다.


 註----------------------------------------------------------------------
*1) 이런 방식의 구분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는다. 특히 비주류경제학이라는 단어가 더욱 그러한데 공간의 특수성이라는 점 때문임을 감안하여 읽어주었으면 한다.

*2) '주류경제학에서 많이 다루는 가격결정의 문제나 국민소득 결정의 문제 등은 비주류경제학에서도 집중적으로 다루는 문제이다. 비주류경제학에서 빈번히 나오는 착취의 문제나 잉여의 문제, 독점의 문제 역시 상당히 오랫동안 주류경제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루던 주제였다.'(p22) 다만 서로가 그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중요도가 달랐기 때문에 서로 전혀 경제 현상을 다룬다는 오해가 빚어진 듯 하다.

*3) 주류경제학에 의하면 시장의 수요곡선은 각 개인의 수요곡선을 수평으로 합친 것이다. 이때 각 개인은 각자의 소득수준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만 수요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가난한 사람의 사치품에 대한 욕망은 수요곡선에 반영되지 못한다. 결국 수요곡선과 공급곡선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은 사회 구성원의 소득분배 양태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빈부격차가 거의 없는 상태라면 사치품에 대한 수요가 거의 없을 것이며 골프장도 생기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애초의 소득분배 양태가 불공정하다면 이에 상응해서 결정되는 한계생산가치와 시장가격도 공정하지 못할 것이므로 시장을 통한 소득분배 역시 불공정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4) 인간이 이기적이고 효율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파악하는 주류경제학과 달리 비주류경제학에서는 인간의 항구적인 성격은 존재하지 않으며 오히려 사회적 구조가 인간의 특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인간이 이기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은 현 사회의 특수한 구조 때문이며 새로운 사회적 관계 속에서는 이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5) 예를 들어 경기순환이론에서 주류경제학의 케인즈 학파는 승수-가속도 원리를 통해 경기가 회복되어 호황으로 가거나 경기가 후퇴하여 불황에 빠지는 상황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그러나 이 이론으로는 경기가 반등되는 과정을 설명하기가 무척 까다로운데 여기에 비주류경제학의 경기변동론을 적용하면 무척 깔끔한 경기순환이론이 완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접합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병장 배진호 
 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에 관련된 이야기를 잘 들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해 볼 꺼리가 많은 이야기이네요.. 
 두 주류와 비주류가 상대적이라는 것부터.. 서로가 손을 잡지 않고 
 있다는 것 까지.. 흐음.. 책 보고 싶군요! 
 그런데 왠지 여기에 쓰여진 내용이 전부일 꺼라는 불안감은 뭐죠?.. 03-17   

 병장 강세희 
 진호 / 책의 핵심적 문제의식에 대해서라면 몰라도 내용에 관해서라면 이 글에서 다루는 영역은 대부분 책의 서론 부분에 불과합니다. 두 경제학에 대해 원론 수준은 충분히 커버할 정도로 내용이 알찹니다. 물론 그만큼 경제학적 배경지식이 없으면 독해하기 힘들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이 책의 경우 93년도에 나온 책이라 아마 구하기가 힘들 겁니다. 혹시나 관심이 가신다면 개인적으로 읽어보진 못했지만 유시민씨가 쓴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을거라 생각되어 조심히 추천해 봅니다. 03-17   

 병장 이승일 
 명쾌하고도 심도 있는 요약 감사드립니다. 유명한 역사가 에릭 홉스봄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면서, "자본주의가 순전히 자본주의적이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성실한 노동을 고귀한 것으로 인정하고, 현재의 욕구를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 절제 등의 전통적인 가치가 없었다면 자본주의는 현재와 같이 발전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지요. 우리나라나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에 대해서도 비슷한 말을 할 수 있습니다. 민족주의적인 집착,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열망, 그리고 전체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유교적 윤리관 등 .. 이 없었다면 자본주의는 지금처럼 성공적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신자유주의를 비롯한 경제학자들이 자주 간과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효율성은 결코 유일하거나 최고의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공할 보장이 없는 미개척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 도전정신 .. 등의 비자본주의적 요소가 없다면, 자본주의는 거의 제자리걸음 밖에 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한 사회적 가치들이 경제학 내에서 적절하게 고려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주류건 비주류건 분명히 관심을 기울여야할 문제로 생각합니다. 

 한편 마지막 주석에 대해서 한가지 말씀드리자면, 케인즈주의가 정말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부분입니다. 
 케인즈는 정부의 재정지출이 민간 경제에 파급효과 (승수효과)를 미치면서 전체적인 부가 증대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대의 여러 경제학자들 -주로 통화론자들 - 은 다음과 같은 반론을 펼쳤습니다. 정부가 대체 어떤 방식으로 재정지출을 늘일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자는 것이죠. 방법은 두 개 밖에 없습니다. 세금을 올리던가, 공채를 발행하던가. 그런데 세금을 올리면 민간 소비가 감소하며, 공채를 발행하면 이자율이 올라가서 투자가 감소합니다. 결국 정부의 재정지출이 가져오는 승수효과는 민간소비 감소와 투자 감소에 의해 상쇄된다는 것이지요. 03-17 * 

 일병 구본성 
 주류경제학이 미시와 거시로 나뉘는 것 아니었나요? 묘사가 미시에 관한듯한데, 케인즈는 거시쪽 아닌가요? -경제학의 문외한- 03-17   

 병장 강세희 
 승일 / 자본주의가 순수한 자본주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다는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성실한 노동을 고귀한 것이라 여기는 것과 같은 종교적 신조가 자본주의 생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베버의 분석이나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다른 차원의 것이라는 브로델의 등의 주장은 자본주의가 절대적으로 주어진 것이라거나 자본주의가 곧 시장경제라는 생각을 벗어날 수 있게 해 주기도 합니다. 

 정부지출 증가가 민간부문의 투자지출을 위축시킨다는 통화주의자들의 반박에 대해 케인지안은 그것이 재정정책을 필요 없게 만들만큼 크지가 않다고 주장합니다. 구축효과와 더불어 공급곡선은 장기적으로 수직에 가깝기 때문에(어떤 이들은 단기적으로도 수직이 된다고 주장합니다.) 재정정책은 결국 물가만 높일 뿐이라는 반박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케인즈학파는 높은 실업률 상태에서의 자동안정화는 그 상태를 고착화시킬 수 있고 자동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너무 큰 사회적 희생이 따르므로 정부가 개입해서 가급적 조속히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얘기하지요. 그나저나 승일님 저같은 놈은 뭐먹고 살라고 이제 경제학까지 넘보시는군요. 웃음. 03-18   

 병장 강세희 
 본성 / 케인즈에 의해 거시경제학이 발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미시경제학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새고전학파나 통화주의자들이라고 거시경제학에 관심을 두지 않는것도 아니고요. 그저 학파에 따라 강점이나 관심이 조금씩 다른거라 생각하시면 될 듯. 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