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픽션입니다.



===================






어둠침침한 골목길에서, 언제부턴가는 모르겠지만 개 한마리가 따라오고 있었다. 딱 보아하니 병들어 있는 것이 틀림없는, 히메가리 없는 혓바닥을 물고 헥헥 거리면서 나의 발자취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다. 아직 속단할 수는 없다. 나의 발자취를 따라 움직이는 것이 확실하지는 않으니까. 그저 그는, 그 개는 제 갈 길을 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녀석의 눈초리를 보면, 나를 신경 쓰고 있음이 자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나를 두려워한다거나, 피하고 싶어한다거나 하는 눈초리가 아니기에, 그가 나를 추적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탐정이라도 되는 것일까. 암실처럼 어두운 골목 사이사이에서 회생하듯 내리쬐는 햇볕 줄기를 맞아보니, 녀석의 정체가 좀더 확연하게 드러나 보인다. 틀림없이 피부병이 걸린 개다. 털은 여기저기 떨어져 나갔고 흉물스러운 피부만이, 아니 거죽만이 드러나 있다. 마치 못생긴 땜빵 자욱 같다. 왠지 그녀석의 피부병이 꺼림칙해 훠이 훠이 하고 손짓을 했지만 녀석은 갈 시늉만 할 뿐 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왜 나를 따라오는걸까. 나는 단순한 여행객일 뿐인데. 동질감이라도 느끼는 것일까. 그 녀석이 나에게서?. 그게 아니라면 배고픔의 해갈을 위한 내음새가 여행객들에게서 풍겨 나오는 것일까. 나는 내 손이 고깃덩어리인양 훠이훠이 또 한번 손짓해 보았다. 별다른 반응은 없다. 그것은 아닌 모양이다. 다만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그 녀석을 무시하고 바라나시의 골목길을 걸었다. 숙소를 향하여.

“어디 갔다 오시나봐요?”
“아 예ㅡ 그냥 여기저기 산책 좀 하다 왔어요”

개의 추적을 피해 숙소로 돌아오자 103호실에 숙박하는 규철이라는 사람이 나를 맞아주었다. 그는 턱수염을 기르고 제법 인도에 익숙해진 티를 내는 마초적인 성향의 사내였다. 화통해보였지만 제법 야비해 보이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재치 있고 재밌어 보였다. 살짝 째진 눈은 그의 얌체스러운 면모를 돋보이게 했지만, 나름대로 진지하고도 깊은 미간으로 사람을 쉽게 보지 못하게 하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나를 이 호텔 엘레나에 묵게끔 소개해준 장본인이었다. 처음 바라나시에 도착해서 가트 근처를 서성이고 있을 때, 거지 꼬맹이들에게 둘러싸여 쩔쩔매고 있는 나를 구출해준 사람이기도 했다. 그는 인도아이들에게 한국말로 ‘저리 꺼져 이놈들아!’라고 외쳤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쯤 되면 한국말로 해도 다 통하거든요’라고 했다. 나는 그 ‘이쯤’이라는 것이 어느 즈음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내가 그와 대충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려는데, 그가 다시 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이따가 혹시 술 한 잔 안하시겠어요? 아까 점심에 여자 여행객 두 사람을 만났는데, 약속을 잡았거든요, 기왕 짝이 맞으면 좋겠다 싶어서”
“술이요?”

그는 사교성이 좋은 사람 같았다. 굳이 약속을 잡았다는 상황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그는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일종의 자신감을 내 보이며, 자신이 사람들과 잘 친해지는 멋진 스타일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그것은 태도에서 느낄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나는 조금 고민 하다가, 새로운 만남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에 그러자며 승락을 했다. 밤 8시에 샨티 게스트 하우스에서 만나기로 했단다. 그때까진 다시 내 시간이었다. 무얼할까. 하다가 나는 가트에 나가보기로 마음먹었다. 조그만 가방을 메고, 그 안에 CDP를 담아 이어폰을 꼽고 숙소를 나서니, 아니나 다를까 골목길에서 예의 그 피부병 걸린 개가 가만히 누워 눈을 치켜뜨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골목길 어두운 곳에 숨어 누운 그녀석의 눈은, 푸석푸석한 그의 털과 달리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역시 어두워 보이기는 마찬가지였다. 신기하지. 빛이 어두울 수 있다니. 나는 또다시 그녀석의 존재를 무시하고 가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이곳 바라나시는 가트 쪽으로 나가기 위해서도 얼마쯤의 좁고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야 했다.


바라나시는 갠지스 강이 흐르는 도시다. 인도의 동북부에 위치한 이 도시는, 델리와 꼴까따 중간 즈음에 위치했으며, 어둡고 좁은 골목, 골목에서 이어지는 가트, 가트에서 이어지는 갠지스 강으로 이루어진 도시였다. 이곳은 인도인들에게 죽음의 성지였으며,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였다. 내세로 향하는 강물. 힌두교를 믿는 인도인들은 이곳에서 화장을 하면, 내세로 갈 수 있다 믿었다. 약속된 행복의 영지. 그래서 갠지스강의 화장터는 24시간 연기를 태워 올렸다. 장작을 쌓고, 시체를 올리고, 시체를 태우고, 남은 잔재를 강물에 던지고. 그런 곳이었다. 내가 바라나시로 온 이유는 바로 그 죽음 때문이었다. 죽음. 내 생명의 죽음. 내가 죽인 생명에 대하여, 나는 바라나시로 갈 필요성을 느꼈다. 그 아이는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수의 생명은 죽어서 어디에 기거하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헤어지자
3개월 전, 류연이는 그렇게 말했다. 울면서. 어쩔 수 없다는 듯 이별을 통보했다. 나또한 그 말에 대해 별다른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이미 우리는 변해있었기 때문이었다. 서로가 만든 죽음의 이미지는, 사랑으로 극복하기에 너무나도 커다란 것이었다. 우리는 생명을 전제로 사랑하지 않았기에, 생명은 실수였을 뿐이었다. 그리고 생명의 실수는 죽음이라는 처벌을 내렸다. 우리가 만든 생명에 대한 처벌.
돌이켜보면 나는 참 무지하기 그지없었다. 질외 사정만으로도 피임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자가 흥분하면 나오는 쿠퍼액 따위에, 정자가 들어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맨 처음, 류연이가 임신이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그 무엇보다도 억울함이 먼저였다.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없어. 확실한거야? 내 다그침에 류연이는 하염없이 울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그녀의 감정을 추스르기에 바빴다.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류연이는, 아니, 나는, 아니, 우리는 그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둘 다 잠정적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지워야 한다’
한창 학생인 우리에게 이러한 결정은 어쩌면 타당한 것이었다. 생명의 고결함을 둘째로 치부할 수 있는 정당성의 획득이었다. 그 정당성이란, 육아 조건이 마땅치 않다는 것. 내가, 혹은 그녀가 가장노릇을 할 수 없다는 것 등이었다. 하지만 정당성은 정당성이 되지 못했다. 최소한 우리에게 있어서는 말이다. 오히려 정당성은 죄책감이 되었다. 나는 생애 최초로 무지가 죄악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임신 사실을 빨리 알았기에, 수술은 큰 부작용 없이 간단하게 마칠 수 있었다. 우리가 만들어낸 생명은 진공청소기 같은 수술도구에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출산의 설레임도, 새로 나올 생명의 성별에 대한 호기심도 간데없이, 다만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사랑도 아마 그 진공청소기 같은 수술도구에 빨려 들어간 모양이었다. 그 사건 이후로 우리는 서로를 무척이나 아끼고 위로했지만, 더 이상 사랑의 감정을 표출하기란 어려웠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나약함 때문이었으리라. 아니면, 생명을 전제하지 않았던 각자의 사랑에 대한 반성이었을지도 모르리라.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가 서로 무척이나 먼 사람처럼 느껴졌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녀가 헤어지자고 했던 것은 말이다. 어쩌면,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 준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러한 이별이, 서로 생각해 두었던 일이라고 해서 슬프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펑펑 울었다. 우리는 끌어안고 서로를 위해, 그리고 죽은 생명을 위해, 다른 사체들과 함께 버려진 아기의 육체를 위해 엉엉 울었다. 
그리고 나서 나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언제나 모든 이별과 결별이 그러하듯, 사람이 헤어지는 것은 무 자르는 것처럼 뚝딱 해치워 지는 일이 아니지마는, 내게 있어서는 오히려 류연이와의 이별보다도, 우리가 잉태했던 생명과의 이별이 좀 더 깊은 상처로 남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 자욱은 오히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아파왔고. 힘들었다. 아마도 내 스스로 그 생명을 위하여, 자책감의 못질을 했기 때문이리라. 나는 어떤 식으로든 그 죽음에 대하여 이겨보려 애를 썼지만, 그러려고 하면 할수록 상처만 깊이 패일뿐이었다. 한 마리 가마우지가 내 가슴께에 난 상처 위에서 날개를 펴고 서성이며 상처를 주억거리다 한입씩 베어 무는 것만 같았다. 마침내 나는 휴학을 하고, 어디론가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그렇게 결정한 여행지가, 죽음의 이미지가 충만한 바라나시였다. 

가트를 서성이고 있자니, 어느새 태양 빛이 주홍으로 강물위에서 반짝거리고 있었다. 버닝가트 옆에서 시체 태우는 것을 몇 분 동안이나 쳐다보고, 냄새 맡았지만, 아무런 감흥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의 죽음은 다만 타인의 죽음이며, 타인의 슬픔일 뿐, 내 것은 되지 못했다. 어쩌면, 죽음을 위한 순례라는 자체가 너무 숭고하고 거창한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허황된 생각에 빠졌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자꾸만, 빨려 들어간 생명이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곳의 시체들은 강물을 타고 흘러가는데, 류연이와 내가 이뤄놓은 생명은,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그것은 생명은 맞았을까. 나는 궁금했고, 자꾸 슬퍼졌다. 슬픔은 거짓이 아니었다.

시계를 보니 7시를 좀 넘어가고 있었다. 약속이 8시였으므로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슬슬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해는 거진 땅 밑으로 꺼져가고 있었다. 골목길이 더욱더 어둠으로 빠지는 시각이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준비해온 랜턴을 켜고 골목으로 들어갔다. 어쩌면, 
아까의 그 개가 나를 또 따라오는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아 예 안녕하세요”
규철이 말한대로, 여자 여행객 두 명이 샨티게스트 하우스에 나타났다. 한쪽은 살짝 매서운 눈초리에 도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였으며, 한쪽은 새침하고 귀여우며, 수줍음이 많은 스타일의 키 작은 여자였다. 규철은 안면을 익혔던 탓인지 반갑게 인사했다. 어쩐지 나는 모르는 사람과의 조우가 쑥스러워 태연하게 앉아있질 못했다. 약간 상기되어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우리는 먼저 음식과 술을 주문하고 이야기하기로 했다. 종업원을 불러 맥주와 탄두리 치킨 등을 시키고 나니,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풀려 나갔다.
“어디서 오셨어요?”
왼쪽에 앉은 도도한 표정의 여자가 나에게 질문했다
“아 저요? 저는 서울에서..”
“아니요 그거 말구요, 여기 인도에서 어느 도시에 있다가 오셨냐구요”
“아, 저는 델리에서 바로 이리로 왔어요. 그쪽은요?”
“저는 꼴까따에 있다가 왔어요. 여기 있는 유리랑 같이 봉사활동 했었거든요. 마더 테레사 하우스에서”
“아, 마더 테레사 하우스. 거기 테레사 수녀님이 세우신 나눔의 집 비슷한 거 그런 거 아닌가요? TV에서 봤어요.”
규철이 아는 척을 했다. 
“네 맞아요.”
“야, 얼굴만 이쁘신 줄 알았더니 마음씨도 고우시네”
“네? 아.. 무슨요”
왼쪽에 앉은 여자가 당황하는 기색을 역력히 보였다. 그러나 썩 유쾌한 표정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오른쪽에 앉은 유리라는 여자는 묵묵히 주변과 우리를 살펴볼 뿐이었다.
“근데, 유리.. 유리씨는 왜 말이 없으세요?”
“... 아..?.. 에.. 와따시와.....”
“아 유리씨는 일본사람이에요”
“아! 일본분이시구나!”
규철은 뭔가 신이난 듯 했다.
“하지메 마시떼, 와따시와 임규철 데스”
“하이, 하지메 마시떼”
유리는 수줍게 웃었다. 규철의 갑작스런 일본어에 놀란 듯 했다.
“어? 일본어 할 줄 알아요?”
나 역시 놀랐기 때문에, 그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뇨, 이거 밖에 몰라요. 하하하”
나와 규철과 왼쪽에 있는 여자가 웃음을 터뜨리고, 유리가 뒤늦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같이 웃어줄 때 즈음에 맥주와 탄두리 치킨이 서빙 되었다. 규철은 매너 있게 여자들의 술잔을 가져다가 기울여서 따라주었다.
“아 고마워요”
“아리가또”
“아! 아리가또도 안다. 아리가또”
유리가 또 수줍게 웃었다. 나 역시 언어가 잘 통하지 않는 가운데 조금씩 소통이 풀려가는 이 상황이 꽤나 재미있었다. 매듭은 풀수록 마음이 시원해지고, 오해역시 풀수록 마음이 시원해지는 법이었다. 언어가 낳은 소통의 부재가 오해라면 오해일 터였다.
맥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왼쪽에 앉은 여자의 이름은 다인이라고 했다. 다인은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았고, 대학 3학년까지 다니다가 휴학중이라고 했다. 규철이 그녀의 신상을 꼬치꼬치 캐묻는 데에 비해서 다인은 우리에게 개인 신상을 전혀 묻지 않았는데, 오로지 묻는 말이라고는 이곳 인도에 온 이후에 대한 질문뿐이었다. 어디어디 갔다 왔냐. 뭐 뭐 봤냐. 무슨 생각 들었냐. 모든 질문들은 그렇게 우리가 떠나오기 전의 모습에서 휙휙 벗어났고, 오로지 여행자의 모습으로만 접근하고 있었다. 다인은 끝까지 나의 이름과 규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뭔가 간격을 두려는 노력 같아 보였다. 
유리는 왁자지껄한 규철에게 휘둘려서 즐겁게 놀고 있었는데, 꽤나 규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다인이 우리에게 벽을 두고 있음이 확연해 지자 규철은 거의 유리에게만 말을 거는 등, 아예 짝을 짓고 놀려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러한 모습이 나에게도 조금 불쾌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유리만큼은 규철에게 그런 기분을 느끼지 않는 듯 보였다. 둘은 잠시 나갔다 오겠다면서 술집을 나섰다. 그 바람에 나는 다인과 단 둘이 술집에 남게 되었다.
“어때요 인도?”
느닷없이 다인이 나에게 물었다. 인도에 온지 겨우 나흘 밖에 되지 않는 나에게는 너무도 뜬구름 같은 질문이었다. 때문에 나는 대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음, 글쎄요, 뭐랄까, 특별하다고 해야 할까. 뭔가, 좀더 진리들이 움직이는 것 같기도 하고..”
“진리요?”
되묻는 그녀의 말투가 짐짓 우습다는 말투였기 때문에 나는 황급히 말을 돌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아, 그러니까. 진리라는 게, 그렇게 깊은... 뭐 그런게 아니구요. 뭐랄까. 사두도 많고, 불교의 원산지이기도 하고”
“음”
그녀는 나를 바라보면서 맥주를 홀짝였다. 보통 맥주에 비해 조금 도수가 높은 인도맥주를 마시고 좀 취한 듯 보였다.
“그럼 진리를 찾아오셨다 이건가요?”
진리라. 나는 그녀의 질문을 받고 갑자기 죽음을 떠올렸다. 류연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산부인과에서 다리를 벌리고 앉았던 류연이와, 이상하게 생겼던 수술도구가 떠올랐다. 
“그렇다고 .. 봐야할까요”
“... 푸”
잘못들은 걸까. 아니다 그녀가 웃고 있었다. 비아냥거리는 듯한 조소였다.
“류시화가 정말 인도를 버려놓긴 했나 봐요.”
“네?”
“보면, 꼭 거창하게 어떤 깨달음이라도 얻겠다고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많다니까요. 참내.”
“네?”
“지구별 여행자고,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이고, 저는 정말 싫어요. 저는 인도에 3번째 오거든요? 하지만 저는 류시화가 말하는 인도를 한번도 본적이 없어요. 또 보고 싶지도 않고요”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다인은 정말 흥분한 듯 보였다.
“여기도 다를 바 없이 사람 사는 구석인데, 무슨 진리가 어떠니, 깨달음이 어떠니. 마치 깨달음의 공간으로서의 여행 상품화를 시키는 것 같다니까요. 그래서 겉멋만 왕창 든 어중이 떠중이들이 인도에 다녀가는 바람에 인도 꼬마들도 누나 사랑해요 라는 말을 지껄이며 돈을 달라고 달려들게 되었죠.”
나는 조금 벙 쪄 있다가, 덩달아 흥분해서 물었다.
“그러는 다인씨는 왜 하필 인도에 3번씩이나 와서 봉사활동을 하나요?”
“외국사람들이 많잖아요.”

외국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녀의 논리는 단순하고도 명쾌했다. 
“더 재밌거든요. 저는 봉사활동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기왕 봉사자들이 외국인이라면 그래서 더 다양한 만남을 가질 수 있다면 좋잖아요. 그리고 그 무대가 내가 살던 일상과 가까운 한국이 아니라 어느 다른 곳이라면 더 좋잖아요. 마더 테레사라는 간판도 좋구요”
“그래서, 진리를 찾으러 왔다는 저를 비웃는 거에요?”
“아뇨, 그 쪽을 비웃는다기 보다는, 그냥, 재밌어서요. 다들 자기가 성현씩이나 되는 줄 아나 하고”
“뭐요? 이 분 말 막하시네?”
“사실이에요. 좀 웃기거든요. 옆에 앉았던 분, 규철인가 뭔가 하시는 분하고 다를 바 없어 보여요. 진리를 찾으러 왔다고 하면 좀 간지나 보이는 줄 아시나 봐요. 아까 그분도 무지 적극적으로 작업 거시던데. 뻔하거든요 솔직히”
나는 기가 막혔다. 아무리 심사가 배배 꼬인 여자라 한들 이런 막말을 초면인 사람에게 이렇듯 할 수 있을까.
“왜요. 삶에 대한 어려움이라도 느끼셨나요? 삶이 막 힘들어서 진리를 찾아야 할 것 같았어요? 아주 수도승이 되시죠 왜요. 다 자기만족이에요. 제가 보기엔 그냥 겉 멋 부리는 것 같이 밖에는 안보여요. 제 말이 틀렸나요? 한국은 진리가 없는 공간인가 보죠? 여기까지 오셔서 진리를 찾으시게?”
점점 열이 올랐고, 참을 수 없는 지경이었지만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화를 진정시키기로 했다.
“저기요 다인씨,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그만 하시고”
“취한 거 아니거든요”
그녀는 눈을 매섭게 뜨고 말했다. 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얼 만큼의 돈을 탁자위에 올려놓은 뒤에 술집을 나섰다. 정말 불쾌했다. 불쾌하고 불쾌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화가 났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자니 내가 무엇이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 그 여자의 못된 주정에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옳은 말에 대하여 나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이 겉멋만 든 이 여행을 통해 나 자신을 속죄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용서 할 수 없는 일을, 대단한 일로 말미암아 해결하는 척 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물론 다인이라는 여자는 나의 사정을 알 턱이 없었다. 하지만 원래 오늘의 운세라는 신문의 한 코너가 그렇듯이, 찔리는 사람은 무슨 점괘가 나와도 찔리는 법이다. 특히 나 같은 죄인에게는 더욱더 그러할 터였다. 그리고 이 죄책감은 역시 거짓이 아니었다. 어느 정도 나에게는 그런 욕심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것이 용서의 방법일까. 이것이 용서의 방법일까. 겉멋만 든 용서의 방법일까.

나는 술에 그다지 많이 취하지도 않았으면서 비틀비틀 골목길을 걸었다. 맥이 탁 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게다가 아까 낮부터 보았던 그 개가 나를 또 따라다니고 있었다. 이번에는 한 층 더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피부병은 좀 더 도드라져 보였다. 밤이라서 그렇게 선명하게 보일 리도 없는데, 가뜩이나 어두운 골목길 안에서 그녀석의 벌건 가죽은 아까보다도 더 벌겋게 보였다. 그 녀석은 나처럼 비틀비틀 걸었다. 나는 소리쳤다
“가! 이 개새끼야! 가! 왜 자꾸 따라와!!”
그러나 개는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 녀석에게 발길질이라도 해주려다가 그만두었다. 그 녀석이 비틀비틀 걷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녀석이 피부병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대신 나는 그 녀석을 무시하고 숙소로 계속 걸어갔다. 숙소에 들어가자 그 녀석은 더 이상 따라오지 못했다.

피곤한 심신으로 숙소 방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여자의 신음소리 비슷한 단말마가 들려왔다. 가까운 곳에서였다. 그러니까, 옆방. 규철의 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나는 술집에서 나가던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대충 사태를 짐작하고, 못들은 체 넘기려다가, 요란한 쿵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왠지 아까 들었던 신음소리가 애무의 신음소리라기 보다는 비명에 가까운 것처럼 생각 되었다. 나는 황급히 달려 나가 103호의 문을 두드렸다.
“뭐예요! 무슨 일이에요? 예?”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문고리를 돌려보니 문은 쉽게 열렸다. 잠그지 않은 모양이었다.

안에는 유리가 반쯤 벗겨진 채로 침대 위에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침대 밑으로 규철이 떨어진 모양인지 머리가 아픈 듯 머리를 움켜쥐고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 이 개 같은 년이!”
나는 그의 욕지거리를 듣는 순간 모든 상황을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었다. 틀림없이 강제로 벗겨진 것이 틀림없는 유리의 옷. 겁에 질린 듯한 그녀의 눈. 아마도 침대에서 유리가 밀어 떨어뜨렸을 것이 분명한 규철의 자세.
“뭐하는 거예요?!”
내가 소리치자 규철은 그제야 내가 들어온 것을 알아챈 모양이었다. 유리는 얼마간 정신을 못 차리고 부들부들 떨다가 내 등 뒤쪽으로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나도 어안이 벙벙해서 유리가 빠져나간 문과 규철을 번갈아 보고 있으려니까, 규철이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듯 또 한번 욕을 내뱉았다. 마치 가래뱉듯이
“아 니미 씨파. 진짜 재수가 없으려니까”
그는 아마도 유리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욕을 하는 듯 했다.
“나가. 뭔데 참견질이야? 안 나가?”
이젠 아예 대놓고 반말이었다. 그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것은 둘째치고라도, 이런 식으로 갑자기 반말을 하는 것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상대는 강간미수의 쓰레기였기에, 나는 그런 쓰레기로부터 막 대우를 받는 것이 영 불쾌했다. 안 그래도 다인에게서 막말을 듣고 온 참이라 신경이 날카로웠던 나는, 그의 말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그리고 이 상황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머리가 혼잡스러웠고 가슴은 쿵쾅거렸으며 뜨거웠다. 나는 순식간에 달려가 누워있는 그의 얼굴을 축구공 걷어차듯이 걷어 차버렸다.
퍼억 소리가 나면서 그의 비명이 쏟아졌다.
“으아아아!..”
그에게선 빨간 점액질의 액체가 줄줄 흘러나왔다. 입에서, 코에서, 얼굴이 영 엉망이었다. 거의 쓰러져 있다 시피 한 상태로 그는 한참동안이나 괴성을 질렀다.
“사과해 이 새끼야. 빨리 가서 그 여자한테 사과 하란 말이야! 이 씨발 놈아! 사과하라고! 니가 잘 못한 일을 사과 하라고! 용서를 구하란 말이야 이 새끼야!!!”
나는 그를 걷어차고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소리소리를 지르며 엎드린 그의 몸을 밟고 걷어찼다. 그는 신음소리를 내며 몸을 비틀었다. 나는 점점 흥분했다. 세상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사과해! 사과하라고! 사과해!!!!”
나의 외침은 점점 더 추상적으로 변해가다가, 마침내는 나를 향한 외침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류연아 미안해. 류연아 미안해. 미안해. 우리가 잉태한 생명아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내 사과를 받아줘. 미안해. 그렇게 소리를 지르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엉엉 울고 있었다. 울기위해 힘을 쏟느라 자연스레 그를 때리는 힘은 약해져 갔다. 그는 더 이상 신음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은 듯 했다. 

내가 잘못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실수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 세계에 속한 존재들이란 아무도 자신의 일을 돌이킬 수 없지. 그랬다. 그래서 사람들은 용서를 만들어 냈는지도 몰라. 돌이키지 못하는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 사과와 용서를 만들어 냈는지도 몰라. 돌이키는 것은 불가능 하지만. 마음의 응어리라도 제거하고자 그렇게 만들어 냈는지도 몰라. 하지만, 죽어버린 생명에게는, 어떻게 사과한담? 류연이에게는 사과할 수 있다지만. 우리가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인 그 생명에게는 무슨 수로 사과한담?

한참 울다 기분이 이상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열린 문을 통해 게스트 하우스의 마스터가 두려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발 밑에서는 시뻘건 액체를 입으로 연방 힘없이 뱉어내는 육신이 엎드려 있었다. 순간 겁이 덜컥 났다. 나는 마스터를 밀치고 어두운 골목으로 황급히 달아났다. 저 어둡고 좁은 골목에 숨으면 아무도 나를 모르리라. 아무도 나를 찾지 못하리라. 소동이 잠잠해 지면, 숙소에서 짐을 들고 다른 도시로 도망가야지. 외국인들끼리 있었던 충동이기에 인도 당국에선 별 다른 조치를 하지 않을 거야. 진정시키려 했지만 전혀 그렇게 되지 못했다. 가슴은 오히려 나 같은 도망자처럼 안절부절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골목길에 쭈그려 앉았다. 또 울음이 나왔다. 그랬다. 겉멋이 들어 이 곳 바라나시에서 나의 실수를 사죄 받으려 했지만, 아니 사죄 받는 척을 하고 마음을 편히 먹으려 했지만, 그것은 다만 겉멋이었을 뿐, 전혀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처음서부터 끝까지 가식을 떨고 있었다. 마치 류연이가 내게 임신 소식을 알려 왔을 때, 그것이 확실하냐고 화부터 냈던 것처럼. 바로 그것처럼. 내 이기를 떨며, 나의 존심을 챙기며, 나하나 살자고 모든 생명을, 모든 상처를 짓밟아냈다. 나는 죄인이었다. 죄인이기에 울음이 나왔다. 엉엉 울었다.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좁고 어두운 골목이기에 나는 편했다. 차가운 담벼락에 기대앉아 울고 있으니 세상에서 지워진 채로 울고 있는 것 같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다. 한참을 울다 눈을 들었을 때, 나는 나를 쳐다보는 눈빛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라나시에 온 이후 계속 봐 오던 개의 눈빛이었다. 나를 응시하며 그 녀석은 가만히 있었다. 개의 눈빛은 아무런 말도 하고 있지 않았고, 전혀 위협적이지도 않았으나, 나는 꼼짝 할 수가 없었다.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만 눈빛을 피할 수는 없었다. 오로지 긴 응시만이 지속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그 녀석을 거부하지 않고, 말을 걸었다.

너도 시체 먹는 개지? 피부병 걸린 거 보면 뻔해. 강에다 던진 시체를 먹고 산다지. 이곳에서는 임산부와 어린아이들은 화장하지 않는다면서? 강물에 그냥 던져버린다던데. 그래서 갓난애를 통째로 물고 다니는 개들도 있다지. 너도 혹시 그런 녀석이니? 네 녀석의 욕심과 생을 위하여 다른 사람들의 희망을 물고 다니다, 피부병이 걸리는. 그런 녀석이지?

아직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나는 괜한 개에게 화풀이를 했다. 비열한 놈. 너는 네 필요에 의해 다른 사람들의 꿈을 짓밟지. 네가 먹어치운 아기의 시체를 버린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 아기가 내세로 갔을 것이라고 믿겠지. 네놈 더러운 이빨에 갈기갈기 긴 줄도 모르고
나는 코웃음을 쳤다.

뭐가 다르지?

나는 개의 눈을 바라보았다. 개가 말하고 있었다. 입을 벌려 소리 내는 것은 아니지만 틀림없이 그렇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아마도, 목소리는 나의 목소리였을 것이다.

네놈의 성욕을 채우고자, 무지하고 대책 없고, 심지어는 생명 없는 섹스를 해서, 원래는 희망이어야 하는 아이를 세상의 빛도 보지 못하게 한 채, 니 멋대로 잉태시키고 지워버리는 꼴과, 뭐가 다르다는 거지?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까 규철을 짓밟으며 느꼈던 자책감과 모멸감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만 같았다. 그를 때리면서 대체 내가 누구를 때리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던 이유가 조금씩 명확해 지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욕할 자격이 없었다. 내게 주어진 것은 오로지 반성일 뿐. 겉멋이 아닌 진심의 반성일 뿐이었다. 돌이킬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 
나는 피부병 걸린 개였다. 
갑자기 내가 해야 할 일이 명확히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진심어린 사과였다. 겉멋이 든 사과가 아니며, 도망치는 것은 더더욱 아닌,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사과가 필요했다. 사과는 항상 반성을 수반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멋대로 만들어내고 죽여버린 생명에 대하여 죽을만치 아픈 사과를 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았다. 돌이킬 수 없는 일이지. 너는 이 사과를 들을 수 없겠지. 그래도. 너무나. 너무나 미안해. 미안해. 나는 모든 나의 죄를 아프도록 곱씹고 반성하며, 진심으로 진심으로, 실제로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상대에게 보다 더욱 절실하게 용서를 구걸했다.

미안해. 진심으로 미안해. 정말 미안해.

눈물이 주륵주륵 흘러 나왔다. 모든 것을 위한, 모두를 향한 사과였다. 그리고,
내가 그 말을 하자 피부병 걸린 개는 나에게 조심스레 다가왔다. 그리고 담벼락에 나와 나란히 앉아있었다. 이따금 푹 쳐진 나의 손을 가만히 핥기도 했다. 
사과를 해야 했다. 나는 내가 죄를 진 사람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내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주어야 했다. 그것이 이 바라나시라는 겉멋 든 사죄의 장소보다도 훨씬 더 중요했다. 

잠시 잠이 들었다 일어났을 때, 개는 내 곁에 없었다. 골목길을 떠난 것일까. 가트로 나가 갠지스강 위로 떠오르는 햇살이라도 맞이하러 나간 것일까. 흉물스러운 자신의 피부병을 내 보이며, 다시 한 번 삶을 반성하며 살아가려는 것일까. 아니다. 그것은 개에게는 너무나도 거창한 추측이었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도 아니겠지.

아직 한창 밤이었다. 아마도 숙소는 규철의 부상 때문에 난리가 났을 게 틀림없었다. 나는, 더 이상 어두운 골목에 숨지 않기로 했다. 이 좁고 어두운 골목을 벗어나, 양지의 어둠에서, 더 크나큰 양지를 찾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나야 했다. 어두운 골목길을 헤매다 가트로 들어섰을 때, 반짝이던 갠지스 강의 강물을 보듯이.
나는 규철을 찾아가야 했다. 그리고. 서울로 돌아가 류연이와 더 할 말을 생각해냈다. 아직 못 다한 말이 있었다. 이미 돌이킬 수는 없지만, 해갈 할 수 있는 일을 위하여. 죽은 생명의 상처는 안고 살아야 할 테지만, 아직 약동하는 생명들의 상처를 그나마 아물게 하기 위하여. 나 뿐만 아니라 모두의.




=-=-=-=-=-=-=-=-=-=-=-=-=-=-=-=-=-=-=-=-=-=-=-=-=-=-=-=-=-=-=-=-=-=-

* 가트 : 강이나 호수로 연결된 계단의 인도식 표현





아마 이곳 영내 책마을에 쓰는 마지막 픽션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거칠고 형편없지만, 저 스스로는 마음에 듭니다. 한동안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는 법을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씨잘데기 없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