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미녀, 바람에 스치우는 Venezuela. 
 
 
 
 
돈과 미녀, 치맛바람에 스치는 Venezuela. 그리고..

H.D.소로우는 돈에 대한 짧은 토론을 Walden의 한쪽에 적었다. 돈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을까
- 그는 뜻밖에 화폐 제도의 기원에 관한 가장 철학적인 해석과, 라틴어로 '금전ㆍ재산'을 의미하는 Pecunia라는 말의 어원인 'Pecus(소)'까지 암시하는, 그것도 이들 내용과 완전히 일치하는 방법으로 금전의 편리성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즉 그가 소 한 마리를 사야 한다고 한다면, 그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 매번 소의 일부를 저당 잡히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며, 또 곧 불가능해져 버릴 것이 아닌가 하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소로우는 그런 대답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자본주의에 대한 회의는 그치지 않는다. 돈이 사람을 먹고, 사회를 먹고, 모두를 먹는다. 차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며 횡단보도를 거침없이 횡단하던 이는 차에 치여 말을 잃었다. 그렇게 빠르고 강하게 돈은 우리를 치고 나간다. 어린 아이들도 이젠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500만원이 생기면 뭘 할꺼냐는 물음에 초등학교 5학년생은 절반은 봐두었던 회사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주식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하는지 아냐고 물을 필요는 없다. 현실적인 그런 문제는 의지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으니까. 그렇게 우리 인식 속의 생태계 먹이사슬의 계보는 다시 짜여졌다. 

- 태양 → 식물 → 1차 소비자 → 2차 소비자 → 3차소비자 → … → 인간 → 돈

그리고, 중간단계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들은 오존을 걷어내고, 다시금 지구에 내리쬐는 태양은 한층 더 강해진다. 결국 돈은 지구가 활활 타오를 때까지 먹이사슬 최종단계에서 모든 것을 먹는 포식자로 군림할 것이다. 새로운 먹이사슬에 따르자면, 돈을 지배하는 자가 모두를 지배할 테다. 하지만 돈의 지배자라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지배자도 돈에 묶여있는 지배자인데 당초에 말도 안된다. 가장 돈에 가까운 곳에 위치한 포식자라고 하는게 옳을 것이다. 죽지 않는 포식자다. 돈 밑에 위치한 인간이 스스로 포식자를 지키고 있는데, 더 위에 무엇이 돈을 먹는 다는 걸까 낡고 늙어 병든 돈은 수거되어 다시 리뉴얼될 뿐이다. 이 사슬을 걷어낼 의지조차 돈이 먹어버렸다. 


전세계 미녀대회를 휩쓸고, 미녀하면 떠오르는 남미의 작은 나라, 베네주엘라. 세계 미를 선도하는 이곳에서 미녀는 철저하게 만들어지는 상품이다. 최고의 미녀생산국 베네주엘라에서는 매년 열리는 세계 미녀대회에 그해 잘 만들어진 미녀들을 출품하는데, 이 상품이 매우 질이 좋아, 평이 좋다. 이 상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이렇다. 베네주엘라의 가정은 90%가 빈민으로 이루어져있어 Daughter 가내수공업을 많이 하곤 한다. 가끔씩 터지는 Lucky와 Huge Lucky Daughter들을 잘 키워서 인첸도 한다. ‘Sexy’, ‘Pure', 'Glamour'은 잘 붙은 인첸이지만, 너무 많고 대중적이다. 'Cuty’인첸은 이젠 잘 팔리지 않는다. 좀 팔리는게 'Gorgeous', 가장 좋은게 ’Fresh', ‘Unbelievable', 'Angelic', ’Demonic' 같은 인첸이 가장 잘 팔린다. 가내수공업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모두들, 대박을 터트릴걸 바라고 가내수공업에 매달리고 있다. 14~18세에 이르면 대충 결과물이 나온다. A급에서 X급을 만들어낸 가정에서는 모델학교 오디션에 딸을 출품한다. 얼굴, 키, 가슴, 허리, 엉덩이, 다리로 내려오는 작품의 완성도에 따라 감정가가 매겨지고, 전문가가 가져가서 다듬어보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단계는 통과. 여기서부터는 가내수공업을 벗어나 산업시대의 향기가 Daughter의 몸에 짙게 배기 시작한다. 기본 공정은 동일하다. 매주 체중유지 및 감량, 똑같은 시간에 식사 및 운동과 워킹연습. 그리고, 서비스시대에 걸맞는 각 상품별로 분류 및 상담을 통한 식단과 체조, 그리고 감량 목표와 성형.

성형의 부분은 마치 감기약받으러 병원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이루어진다. 몸매보정을 위한 지방흡입, 콧대를 좀 더 품위있게 올리고, 어, 그래. 가슴은 풍만한 느낌으로 드레스를 입어도 당당할 수 있도록. 전신 피부관리는 당연한거 모르셨나요

미녀공정이 90%이상 완료되면 출품할 시간이다. 라이센스하고 팔면된다. 그렇게 오늘도 몇몇 가정들이 가내수공업을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브라질에서 소년들이 죽자사자 축구에 매달리는 것이, 성공에 더 빨리 가까워지는 길이라고 믿듯이, 베네주엘라에서는 소녀들이 죽자사자 미녀에 매달린다. 로또에 당첨되는 것 보단 더 확률이 높다. 적어도 노력이란 면이 추가되니까.

미녀는 값비싸게 팔리고 있다. 들인 돈이 얼만데, 그정도 값은 해야 장사다. 그리고, 팔린다는 말은 소비된다는 말이다. 미녀는 값비싸지만, 더 엄청난 소비창출이 미녀에서부터 이루어지기에 기업은 아낌없이 돈을 붇는다. 소비하는 주체는 바로 우리다. 우리는 최소한 인터넷에서 한번 보는거에 지나지 않을테지만, 그것역시 하나의 조회수이고 배너광고로 이어지는 작은 단위의 소비행위다. 소비에서 우린 자유로울 수 없고, 소비는 우릴 놓아줄 생각도 없다. 마찬가지로 우린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돈은 우릴 놓아줄 생각도 없다. 인식 저변에까지 미친 돈의 위력은 망상 속 판타지소설에서도 나오고, 과학의 저편 SF영화에서도 나온다. 돈은 인간을 지배하고 생각을 지배하였으니, 이제 물릴 길이 없다.


그리하여 난, 강렬한 계기가 있었으면 한다. 화폐의 가치에 대해 무감각해질 미래를 그려본다. 누구도 돈을 신경쓰지 않고, 카페에서는 커피를 베풀고, 음식점에서는 음식을 베푼다. 회사원은 서비스를 베풀고, 꽃집에서는 꽃을 베푼다. 그 행위간에는 어떤 거절도, 요구도 없이 순수한 베풂. 그런 꿈같은 미래를 그리면서, 넘치고 넘치는 더 좋은 것들에 대한 욕심도 사라지고, 취향과 문화만이 사람간에 존재하는 그날을 베푼다. 배가 부르면 더 먹지 않을 것이고 배가 아프도록 웃었다면 더 재미를 찾지 않는 사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만족을 아는 사람이, 욕심이 없다면 인간은 발전하지 못하겠지만, 만족이 없다면 인간은 끝내 욕심에 먹힐 것을 알아야 한다.


Copyleft는 그렇게 생겨나는 탈자본주의적인 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자본사회속에서 유지되는 인터넷에서 나왔지만, 무궁무진한 정보 속에서 Copyleft는 소비의 한계와 만족의 한계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우린 필요한 것만 적절히 취하고, 내가 가진 것도 베푸는 형태의 거대한 Copyleft가 위에서 아래로 넓게 퍼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병 김동호 (20060720 145021)

아. 시선집중.    
 
 
병장 고계영 (20060720 165515)

소로우. 돈. 미녀. 공감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돈이 우리를 먹을 수 있었던 이유중 하나는-표현이 무섭긴 하지만- 
돈이 모든 것을 해 줄것이라는 것이라는 '맹신'에서 출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수단의 목적화라...    
 
 
병장 조용준 (20060720 171112)

와우. 오랜만에 보는듯한 주현씨 글. 맘에 들어욧! 

베네주엘라. 참으로 미녀들의 원산지()라는 말이 걸맞는 곳이죠. 뭐 가내수공업이라는 주현씨의 비유가 더 신랄하지만. 사실 이렇게 신랄한게 맘에 들어요. 훗.    
 
 
상병 최태욱 (20060720 173247)

정말 오랜만이에요. 
기다린 보람이 있네요.    
 
 
상병 박종민 (20060720 224150)

그리하여, 저도. 강렬한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의 글. 잘 읽었어요-    
 
 
상병 조주현 (20060721 094244)

모두가 책마을에 글을 쓴다는 행위는 어떠한 이익을 위해서일까요 
네, 저는 만족을 위해,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이런 졸필에 달리는 댓글이 보고싶어서, 그렇게 난 이야기하고싶어서 쓰기에 이익을 추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폐와 금전과 물질적 가치가 종말해버린 세계를 상상해보았습니다. 내 주변부터 떠오르겠죠. 당장 변한 변화에 사람들은 적응을 못합니다. 배고픈 돼지처럼 고깃집에 둘러앉아 '공짜'로 나오는 고기를 굽고, 술을 따르고, 카페에서 커피를 물처럼 마시고, 서점에서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나가고, 
마치, 내일이라도 없어질것 처럼 말이죠. 그러다가 질립니다. 
질려버린다는게 중요합니다. 신이 주신 최고의 감정입니다. 카푸치노를 물처럼 마시던 나는 어느순간 굳이 이렇게 내일 모든것이 사라질 것 처럼 마시지 않아도, 언제든지 마실 수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책이 모두 불타버려 내가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이 느껴졌던 내 서재도, 언제든지 가서 보면 됩니다. 정말 가지고 싶다면 몇권쯤 정말 좋은 책만 꼽아놓고 봐고 좋겠죠. 넓은 집을 차지한 자는 자신에게 알맞는 크기의 집으로, 그렇게 '공짜'가 당연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짐으로 그러한 만족과 질림에 따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저 밑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죠 하고싶어하는 사람은 없지만, 누군가는 해야만하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만족과 보람 거기서 이어지는 댓글과도 같은 찬사와 존경이 그런이들을 반대로 우리의 더 높은 곳에서 존경받겠죠. 
네, 지나치게 이상적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합니다. 돈은 아직 우릴 충분히 먹고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전 강렬한 계기가 있었으면 합니다. 

아, 그냥 썰입니다.    
 
 
일병 김지민 (20060721 110959)

우옷. 박수.    
 
 
병장 주영준 (20060721 123157)

박수 하나 추가.    
 
 
병장 김형진 (20060721 123844)

나도 하나 추가.    
 
 
병장 권기범 (20060721 164642)

이야. 멋져요.    
 
 
 병장 노지훈 (20060721 190539)

멋진 칼럼!    
 
 
병장 송희석 (20060721 194043)

요즘 폐관수련이 유행입니까 다들 내공이 2갑자씩 늘어서 오니 이거 원. 나도 폐관수련해야되나 잘 읽었습니다. 내용도 괜찮고, 충분히 무슨뜻인지 알았습니다. 허나 쉽게 동의하긴 어렵네요. 그 copyleft가 그렇게 만만한게 아니라서 말이죠. 잘 읽고 갑니다.    
 
 
병장 엄보운 (20060721 204745)

일련의 방송 프로와 특집 기사를 놓친 저에게 주현씨가 구원의 밧줄을 내려주시는군요. 주현씨 최고!    
 
 
병장 박형주 (20060722 211319)

박수!    
 
 
병장 손동철 (20060724 122803)

오,가내수공업. 감탄.    
 
 
 병장 박진우 (20060730 130043)

늦게나마 읽고. 늦게나마 감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