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후기 2/2
병장 임정우 03-13 15:30 | HIT : 422
11. 데미안 - 헤르만 헤세
<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여기서의 아프락사스의 정체는 선과 악을 동시에 내포한 신의 이름이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이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데미안이 카인의 징표를 언급하듯 '데미안' 이란 소설에서 악이란건 결코 악의 개념이 아니다. 데미안은 오히려 자신의 동생인 아벨을 죽인 카인의 우수성을 역설하고 있다. 카인의 징표를 가진 사람들은 니체가 언급한 초인처럼 세계를 극복되어야할 대상으로 인식하고 진리를 추구한다. 데미안과 헤어진 싱클레어는 길에서 본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이후 집에서 그 여인의 그림을 그린다. 그 그림은 자신이 본 여인과 영감이 결합되어 싱클레어가 무의식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신의 모습이 완성되어진다. 이후 데미안을 다시 만나고 그의 집에서 그의 어머니를 보자 싱클레어는 그 그림이 데미안의 어머니의 모습과 같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게 된다.
데미안은 일종의 의혹하는 자다. 그의 어머니는 의혹하기 이전에 의혹하도록 만드는 어떤 필연적인 힘이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하여 의혹 이전의 힘을 예감한다.
12. 변신 - 프란츠 카프카
난 세상에 두종류의 천재작가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 천재는 그 자신이 대하는 세상을 차분히 이해하여 단정하게 정리하는 재주로서 세상을 표현하는 사람이다. 두번째 천재는 자신의 솟구쳐 오르는 상념을 주체 하지 못하고 몸을 뒤틀고 꿈틀대며 집념을 쏟아내는 사람이다. 두번째 천재의 경우는 자신이 세상을 이해했는지 그렇지 못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은 자신을 거쳐 뼈마디가 앙상한 세상을 뱉어내곤하는데 나의 경우는 그런 글들을 읽을때 비로서 나의 존재를 확신할수가 있다. 이런 확신은 불투명한 어스름속에서만 존재하는 공허속의 충족감같은 것임으로 이를 비평조로 말할수는 없다.
난 카프카의 글을 세상에 대입하여 이해한다는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관심은 있었겠지만 결코 세상을 통과하며 미소짓는 사람은 아니다. 카프카는 단지 자신이 카프카인것을 말하려 하고 있음이고 그 사실로 인하여 우리는 우리가 우리임을 알수있음이 족할 뿐이다.
13. 어둠의 저편 - 무라카미 하루키
고작 하룻밤사이에 일어난 묘한 이야기. 밤중에 일어나는 인간의 뒤틀린 이면이 두 자매와 한 남자를 통해 이야기 되어진다. 어두우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는 좋았으나 애매하게 끝나버려서 약간 아쉬웠던.
14. 적의 화장법 - 아멜리 노통브
텍스토르 텍셀, 난 네덜란드 인이다. 이상.
15. 농담 - 밀란 쿤데라
입 잘못 놀리면 큰일 난다는 선조님의 말씀이 녹아들어있는 소설이다. 루드빅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에게 농담으로 반사상적인 편지를 보내게 되고, 중간에 편지가 걸리게 되면서 반사상자로 몰리게 된다. 작은 장난은 큰 불씨처럼 번지게 되고 루드빅의 몰락과 함께 주변인물들 역시 독자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입은 조심해야하고 복수는 허망한 것이며 역시 어릴적 고향이 제일이다 라는 교훈을 남겨주는 소설. 쿤데라의 소설은 철학적인 사유가 담백하게 녹아들어 있어 질리지 않는 깊은 맛을 내기에 더욱 좋다.
16. 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전 보안관이신 조주현씨가 강추하셔서 읽게된 책이다. 중단편 8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품 하나 하나가 잘 짜여진 영화같은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분위기에서 과학과 종교의 반목 비슷한 낌새를 느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떻게 느낄런지 모르겠다. 지옥은 신의 부재 란 작품에서 사람들은 천사와 기적을 연결시키지만 결국 천국과 지옥은 정의내리지 못한다. 진짜 지옥이란 우리가 선이라 믿는 신의 부재 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상이야말로 지옥이 아닐지.
17. 마담 보바리 - 플로베르
꽤나 두꺼운 양의 이야기 였지만 그야말로 숨막히게 읽어 내려갔다. 전체적으로는 3인칭 작가 시점이지만 그 시점에 특별한 흐름이 있다. 처음 샤를르(엠마=마담 보바리 의 남편) 어릴적 모습을 멀찌감치 관찰하듯 진행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샤를르에게로 넘어가고 또 어느 순간에는 엠마의 시점으로 넘어간다. 이 흐름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천재적이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넘어가 버리고 또한 빠져서 허우적 되게 만든다. 이 정교한 리얼리즘음 보바리즘이라고도 부르는가 보던데 이 부분은 잘 모르기에 자신있게 말할수 없다.
동시대의 사르트르는 플로베르를 무지 싫어했다는데 마담 보바리가 대단한 것만은 부정할수 없다고 그랬단다. 마담 보바리에 대한 평은 아니고 플로베르에 대한 사르트르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플로베르는 인간과 사물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글을 썼다. 그의 문장은 대상을 포위하고 사로 잡고 꼼짝 모하게 하고 그 허리를 꺽어 놓고 삼켜버리고 스스로 돌로 변하고 또 대상도 돌로 변화시켜 버린다. 문장마다 영원한 허무 속으로 빠져들고, 그것이 사로잡은 대상도 그 무한한 추락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그래서 어쩌라고. 재밌으면 그만인걸.
18. 문학이란 무엇인가 - 사르트르
일주일동안 붙들다가 때려쳤다. 당시 문학상을 이야기 하는 것 같은데 몰입이 너무 안되서. 전체적으론 별 감흥 없었고, 사르트르가 초현실주의에 대해 말한것이 맘에들어 메모해 놓았다.
" 그것은 '창조함' 으로써, 다시 말하면 이미 있는 그림에 그림을 첨가하고, 이미 나온 책에 책을 첨가함으로써 파괴하려고 한다. 바로 여기에 그 작품들의 양면성이 있다. 한편으로 각각의 작품들은 어떤 형식의, 미지의 존재의, 일찍이 못 본 문장의 발명, 야만적이면서도 희한한 발명이며 그런 점에서 문화에 대한 의식적인 공헌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각각의 작품은 그 자체를 무화 하면서 현실 전체를 무화화 하려는 기도이기 때문에, 허무가 그 표면에 아롱진다. 모순들이 한없이 하늘거리는 그런 허무 말이다"
뭔 소린지...
19. 철학과 굴뚝 청소부 - 이진경
철학에 입문하고자 개론서로 선택했다. 근대 이후 철학에 대해 설명되어있는데 내용보다 중간에 삽입되어있는 삽화들이 더 맘에 들었다. 철학은 아직 나에겐 어렵다.
20. 팡세 - 파스칼
파스칼은 상상력과 이성, 감각과 이성, 감각과 정신이 공존할수 없기때문에 인간자체를 오류 라고 규정한다. 파스칼은 인간의 한없는 부족함과 그에 대비되는 기적이나 표징같은 세계 도처에 흘러 넘치는
신의 위대함을 칭송한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팡세를 읽는 것은 나에게 역겨움 자체였다.
아마 파스칼은 신을 찾게 된 후에야 인간의 어리석음을 확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신을 버린 후에야 인간에게서 어리석음을 떼어낼 수가 있었다.
21. 그 후 - 나쓰메 소세키
급변하는 일본.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멀어진 다이스케와 히라오카. 그 가운데 비운의 여인 미치요. 그리고 그 후.
22. 빼드로 빠라모 - 후안 룰포
말도 안되는 소설. 정상적인 교육을 받은 정상인이라면 결코 쓸수 없는 소설이 아닐까 하는. 그 이상은 노코멘트.
23. 안개 - 미겔 데 우나모노
얼마전에 썼던 후기 복사.
우나모노의 <안개>를 읽었습니다. 주인공인 아우구스트는 자신이 존재하는지를 항상 고민합니다. 그는 엄청 큰 충격에 의해 자살하기로 결심하지요. 그 전에 자신을 만든 우나모노 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자살하겠다고 밝히지요. 우나모노는 말합니다. "자살하기 위하여 무엇이 필요할까? 아우구스트는 '의지' 라고 대답합니다. 우나모노는 다시 말합니다. "자살하기 위해서는 살아있어야 하네. 하지만 자네는 존재하지 않으니 자살할수 없어."
아우구스트는 절망에 빠집니다. 그도 우나모노에게 "당신 역시 허구의 관념이야" 라며 저주를 퍼붓습니다. 우나모노는 부정하지 못하지요. 왜냐면 그도 역시 죽으니깐요.
사람은 죽습니다. 저도 가끔 의심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죽던 설령 그 방식이 자살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우리의 의지로 죽는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의지로 자살한다는 것이란, 곧 우리의 의지로 자살하였다고 착각하는 것이 우리의 인식이 도달할수 없는 먼 곳쯤에서 강요되어지는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나모노는 우리에게 실존에 대해 의혹을 제기합니다.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라는 허구의 인물을 만든것이 아닌 돈키호테를 만들기 위해 세르반테스가 존재했다는 식으로 말이죠. 물론 소설속에 아우구스트와 우나모노도 같은 관계입니다.
마치 세상은 소셜 -소설처럼 정해놓은것이 아닌 등장인물의 내적성향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우나모노는 것을 소셜이라고 합니다, 물론 안개라는 책에서 임의로 정한 것입니다- 처럼 우리의 실존여부를 떠나 우리를 응시하는 어떤 시선속에 갇힌채 그 안에서 존재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언어의 한계에 묶여 있습니다. 언어로 생각하고 언어로 착각합니다. 때문에 진리는 안개처럼 모호해져 버립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저의 식견의 좁음을 탓하며 이상으로 후기를 마치도록 합니다.
24. 현의 노래 - 김훈
쓸때마다 김현님과 해깔리는 김훈님. 독서를 시작하고 외국 소설만 줄기차게 읽다가 이대로 더이상은 안되겠다 싶어 -굳이 안될건 없겠지만- 고른 한국 소설. 가야금의 창시자로 알려진 우륵을 중심으로 대장장이인 야로와 신라의 장수인 이사부의 삶을 거칠고 현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우륵이 말하는 소리와 야로가 말하는 무기는 서로 다르지 않다. 무기의 날은 없음을 목표로 하지만 결코 없지 않다. 없다는 관념속에 날이 잔뜩 들어서 있어야 한다. 소리는 어떠한가. 소리는 살아있는 동안의 소리이다. 소리는 사라진 곳에서 영원하다. 소리와 날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작가의 고도의 성찰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지나치게 마초적인 부분에 욕 좀 먹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내가 읽기엔 무리가 없었다. 사람이 고름과 소변으로 이루어 졌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단지 부정하는데 익숙해져 있을 뿐이다. 단지 처절한 적나라함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소리의 도이자 검의 도이고 세상의 법칙이다.
25. 기형도 - 입 속의 검은잎
김지민씨 덕에 시에 빠져들면서 알게된 시인중 너무 마음에 들어 구입했다. 기형도씨는 위 시집을 내고 돌아가신걸로 알고 있는데 사인은 잘 모르겠다. 도시의 처절성과 죽음을 찬미하는 그의 시는 너무나 어두컴컴하기에 너무나 현실적이다.
26.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류시화
그냥 적당한 베스트 시 모음집.
27. 안티 크리스트 - 프리드리히 니체
노 코멘트
28. 문장론 - 쇼펜하우어
독서보다 사색이 짱이다. 그래 니가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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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편과 다르게 갑자기 반말이군요. 미리 써놓은 것 없이 갑자기 뽑아서 쓰려니 머리가 아프지만 그간 읽었던 책들을 정리하는 계기가 된것 같습니다. 중간 중간에 읽은 책들이 더 있을텐데 별 기억이 안나거나 독서후기를 쓸 여력이 없거나 가치가 없기에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뒤로 갈수록 성의가 없군요. 뭐, 우선 이정도.
병장 박상호
읽어봐야겠다고 꼽고있는중인 책들이 많이 겹치는군요.
알찬 결산 잘 봤습니다.笑 03-13
상병 서동영
역시 쇼펜하우어... 03-13
상병 이지훈
인내심을 요하는 책들도 많군요. 학교 수업시간에 읽었던 책들도 간간히 보이구요. 흐음~ 03-13
병장 임정우
저는 오직 재미를 위해 독서를 합니다.
중간에 사르트르나 파스칼은 무지 빡셌지만.. 03-13
병장 강세희
저 역시 겹치는 책이 많군요. 독서후기가 곧 추천도서들이 되는 양질의 글인 듯...
저는 후안 롤포의 후기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하핫. 03-13
상병 김지민
빡센 책들이 많네요. 우어우어 03-13
병장 김정환
와우~ 굉장히 많이 읽으셨네요.
부럽습니다. 독서력이. 03-13
병장 심승보
귀여운 정우님, 요즘 부지런히, 책 열심히, 읽으시나봐요. 보기 좋습니다. 제 생각에도, 정우님은 확실히 카프카의 코드와 잘 맞으실 것 같아요. 향후에는 틈틈이 김용옥, 조동일의 책도 후기 목록에 끼워 주세요. 물론 이것은 저의 매우 개인적인 바람일 뿐이지만요. 하나 더, 앞으로 정우님만의 그 독특한 에너지와 색깔이, 결코 평범해 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각별히 잘 유지해 주시길요. (웃음) 03-13
병장 배진호
음 좋은 책과 흥미로운 책들이 많이 있는것 같네요..
문장론이라 저번에도 누군가 후기에 올려주셔서 흥미롭게 생각했는데..
어쩌면 전 그 책을 읽진 않았지만.. 사색을 더 즐겨하길 좋아하는 지도 모르겠군요..
변신과 데미안은.. 그냥 내용만 잠깐 보여주신것이지만.. 충분히 재미있을것 같다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는 사실 제가 잘 모르는 작가지만..
으음 역시 무지의 소산이라는.. 원래 평소에도 작가는 알필요가 없다라는
음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뭐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은 은연중에
읽지도 않고서 신봉했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뭐
중요한 이야기는 헤르만 헤세라는 작가가 눈에 들어오는 군요..
관련된 책들도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빨리 읽힐것 같군요..
흥미로운 책은 몰입도가 높으니까요...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03-13
병장 김준성
결산은 언제나 저에겐 재미와 자극을 주는군요.
카프카의 변신 꼭 읽어봐야겠네요. 03-14
병장 안수빈
결산을 해보고 싶어도, 최근 읽은 책의 대부분이 로마인 이야기 1-13권이니..하핫..
나머지 책들도, 요즘은 쉽게 읽히는 것들만 건드렸더니.. 영.. 03-14
병장 임정우
로마인 이야기 압박... 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