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6월 결산  
상병 홍석기   2008-07-09 15:50:23, 조회: 373, 추천:0 

결산합니다.

사실 독서후기를 써 볼려다가 제 능력으로 책에 대한 비평을 하기는 좀 힘들더군요. 위로 힘차게 솟은 빨간 커서를 볼 수 있을 때, 다시 시도해 보렵니다.

그러게 독후감 숙제 좀 제때제때 할걸...


닉 혼비, <A Long Way Down>
<피버 피치>, <하이 피델리티: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어바웃 어 보이> 가 영화로도 제작이 되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영국 소설가 닉 혼비의 4번째 작품입니다. 이 책은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였으나 아동성관계 혐의로 사회적으로 매장되어버린 마틴, 식물인간 아들과 단둘이 살아오던 모린, 교육부 장관인 아버지의 위선과 언니의 느닷없는 가출로 불량의 길로 빠진 제스 이 세 사람이 크리스 마스 이브에 자살을 결심하고 런던의 한 빌딩 옥상에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그들이 서로 말리는 차에, 하필 그곳에 밴드가 해체된 뒤 피자 배달일을 하고 있던 미국인 JJ가 배달하러 잘못 찾아오면서 4명이 서로 엮어져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루고 있습니다. 또 전체적인 스토리는 직선으로 전개되지만, 계속 화자가 바뀌는 재미있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이런 면에선 요시다 슈이치의 <퍼레이드>와 흡사하죠.혼비 특유의 위트 넘치는 표현들은 건재하고요, 원어판으로 보시는 분들은 구수한 영국식 속어까지 덤으로 얻어 가실 수 있겠습니다. 

하루키,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한창 하루키 단편에 빠져서 그가 쓴 단편집을 찾다가 발견한 책입니다. 해설에는 고베 대지진과 옴 진리교 사건 이후에 달라진 하루키 스타일을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확실히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나 <회전 목마의 데드히트> 같은 작품과는 주인공들의 성격이라든지, 외부 사건이 언급이 된다든지 하는 차이점은 있지만, 하루키 특유의 쓸쓸한 분위기는 여전합니다. 특히 도쿄를 구하는 개구리의 이야기는 <빵 가게 재습격> 이후 오랜만에 하드보일드 한 감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하루키 단편을 좋아하시는 분들게 추천. (개인적으로 장편은 별 감흥이 없네요)

Don Oberdorfer, <두 개의 한국>
한동안 푹 빠져 헤어져 나오지 못하고 무한 반복으로 읽었던 가네시로 가즈키의 <GO>에서 “소설은 집회에 모인 십만 명에 필적하는 힘을 가지고 있어.” 란 구절을 발견한 이후 픽션에만 미친듯이 파고 들었던 이후 (이것은 “순수이성비판”을 읽다가 좌절한 후 논픽션을 굳이 열심히 볼 필요는 없다는 좋은 변명 거리가 되기도 했죠) 오랜만에 집어든 역사책입니다. 최근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때 그 사람들> 과 <100‘c> 를 연달아 접하게 되면서 한국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들어 집어들었죠. 이 책은 포병 장교로 한국 전쟁에 참전했었고, 워싱턴포스트지 기자로서 25년간 근무하였던 Don Oberdorfer가 쓴 책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한반도 역사(1961~2000)를 외교 분야의 관점에서, 특히 ‘미국’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국 민중들에 대한 이야기가 배제되었다는 것이 좀 아쉬운 점입니다만 (5.18 같은 경우도 간략하게만 언급됩니다) 정통 역사책으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저자는 남, 북한과 그 주변의 관계가 'Zero-Sum Game'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었다는 논지를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데요, 말이 좋아 Zero-sum game이지, 사실상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나의 행복은 남의 불행‘ 의 원칙에 입각한 ’기싸움‘ 의 성격이 큰 것 같네요. 여튼, 드라마틱한 한국 현대사를 접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박노자,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박노자 씨가 노르웨이에서 교수 생활을 하며 북유럽(특히 노르웨이의 관점에서) 실상을 설명해 준 책입니다. 인권, 복지, 인종주의 등 다양한 사회적 관점에서 한국 사회와 노르웨이 사회를 비교하며 한국 사회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에 대한 ‘천국’ 의 이미지를 과감히 깨뜨려주기도 했죠. 그러나 동네 슈퍼에도 30가지에 달하는 각기 다른 국가, 문화, 지역, 정치적 성향을 반영하는 신문들이 팔린다는 사실에는 ‘역시나’ 를 외칠 수 밖에 없었군요.

박노자, <나를 배반한 역사>
역시 현대사 관련 책을 찾다가 읽게 된 책입니다. 역사 책에 ‘독립투사’ 의 이미지 만으로 기억되어 있는 사람들의 실상을 철저하게 까발리고 있습니다. 그들 역시도 사대주의적 사고를 떨쳐 내지는 못하고 민족주의, 군국주의, 오리엔탈리즘에 입각한 개혁을 꿈꾸었다는 것은 이해는 할 수 있어도 씁쓸함을 감출 수는 없더군요. 이 책에서도 언급하지만, 염상섭의 <만세전>에 나오는 주인공의 모습이 이 사회 엘리트들의 현주소 인 걸까요.

이사카 코타로, <마왕>
평범한 날들을 보내던 안도와 준야 두 형제에게 어느 날 초능력이 부여됩니다. 다른 사람의 입을 이용해 하고싶은 말을 시킬 수 있는 일명 <복화술>  이라든가, 10 이내의 경우의 수를 항상 맞힐 수 있다는 것 같은 허접한(?) 초능력. 그런데 때마침 일본에서 한 정치인이 혜성처럼 떠오르고, 그는 파시즘의 부활을 기도합니다. 이에 맞서는 두 형제의 스토리. <칠드런>, <중력 삐에로>, <사신 치바> 등 에서도 시원시원한 문체와 특유의 개그 센스로 민감한 사회적 문제들을 하나씩 건드려 주었던 이사카 코타로. 그는 건재합니다. 


한비야,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명예의 전당에 쓰여진 글을 보고 읽게 된 것입니다. 책에 대한 감상은 <명예의 전당> 에 너무나 잘 나타나 있어서 생략하겠습니다. 하지만 이 문장은, 언급하고 넘어가야 하겠군요.

[.......]평생 새장 속에 살면서 안전과 먹이를 담보로 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포기할 것인지, 새장 밖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의 최대치를 발휘하며 창공으로 비상할 것인지.
나는 지금 두 번째 삶에 온통 마음이 끌려있다. 누군가는 말할 것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도 현실은 다르지 않느냐고. 물론 다르다. 그러니 선택이랄 수밖에. 난 적어도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새장 밖은 불확실하여 위험하고 비현실적이며 백전백패의 무모함뿐이라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새장 밖의 삶을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새장 밖의 충만한 행복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 제발 단 한번만이라도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도 나에게 묻고 또 묻는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37:59 

 

병장 김준호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를 재밌게 봐서 원작자의 이름을 듣기만(땀) 했었는데, 
위에 언급하신 책도 영화로 나오면 재밌을 것 같네요. 감독은 <매그놀리아>의 감독 이름이... 어쨌든 그 분이 하면 화자가 바뀌는 부분에서 각자의 감정과 이야기를 잘 잡아낼듯. 

한비야씨의 문장은 그 분의 의지와 솔직함이 뚝뚝 묻어 나오네요. 

잘 읽었습니다.(웃음) 2008-07-09
16:10:25
  

 

병장 이동석 
  이게 상병결산이 아니라 6월 결산이라는게 대단합니다. (흐흐) 
6월이라 함은 부대찌개 최고의 다사다난의 시기 아니던가요. (나만 그런가?) 

그건 그렇고 원어판이라니요? 헉 (히히) 2008-07-09
16:51:18
 

 

상병 홍석기 
  준호//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영화 정말 잘 만들었죠. 원작과 달리 영국에서 미국으로 무대가 옮겨지긴 했지만 (이건 대부분 혼비의 작품이 이렇게 되었죠) 원작의 생동감도 느낄 수 있고, 존 쿠삭과 잭 블랙의 콤비 개그, 무엇보다 책에서 언급되었던 주옥같은 명반들이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다는 것...마지막에 잭 블랙이 라이브로 부른 마빈 게이의 'Let's Get It On'은 네이버 블로그들 사이에 한때 열성적으로 퍼지기도 했고요. (아무래도 디씨의 잭 블랙 팬들의 소행인 것 같지만) 

<매그놀리아> 를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A Long Way Down>역시 영화로 만들어 졌을때 성공할 만한 요소들이 많아요. (폭력, 섹스, 연예계에 대한 이야가 좀 있죠. 마약은 없지만....)개인적으로는 <오션스 11> 비슷하게 만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더군요. 물론 조금 찌질한 버전이긴 하겠지만...(웃음) 

영화화에 관대한 혼비의 특성상 이미 만들어졌거나, 진행중일지도 모릅니다. 가뜩이나 베스트 셀러의 영화화가 실패한 것은 <호밀밭의 파수꾼> 외에는 드문 일이니까요. (샐린저가 '홀든이 싫어할 것 같다' 는 정당하면서 황당한 변명을 했죠) 

동석// 저에게도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설탕도 없는데, 날은 덥고, 여자친구는 연락 끊기고...다시 떠올리니 끔찍하군요. 그런 만큼 더 책에 파고들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책 읽고, 기타 치고, 운동 하는거 (+ 책마을) 부대찌개집에서 할 게 없네요. 저는 개인 사정상 공부하기도 좀 애매한 시기이기 때문에... 이거 어쩌면 변명인가요? (하하) 2008-07-10
10:51:41
  

 

병장 이동석 
  샐린저 사후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긴 하던데 
과연 영화가 잘 될지? 

음, 전 뭐하고 유월 보냈는지 다시 돌아봐야겠습니다. 
그냥 살만 찐거 같은데, 허허. 2008-07-10
20:58:59
 

 

병장 유동민 
  A Long Way Down 한국어판이 60일만 더 살아보면 어쩌구 였는데, 읽었는데도 기억이 안나네요. 
머리가 안 좋은건가.. 2008-07-11
11:27: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