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장외인간을 반추하며  
병장 홍성기  [Homepage]  2008-11-21 08:07:07, 조회: 179, 추천:0 

  인터넷에서 소설가 이외수의 인터뷰를 봤다. 이런 사람은 도대체 어떤 소설을 쓰는지 궁금해서 '괴물'과 함께 그의 대표작이라고 일컬어지는 '장외인간'을 읽어봤다. 괴물이 아니라 장외인간의 독후감을 쓴 까닭은 글 말미에 밝히겠다.  
    
    소설을 읽을 때, 소설 그 자체보다 작가를 먼저 떠올리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이외수는 이미 얼굴로 소설을 팔아먹는 작가가 되었다. 어쨌든 그는 그의 소설이 서점에 깔리기 전에 인터넷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작가고, 대통령의 맞춤법을 감히 지적해 언론에 노출되기를 거리끼지 않는다. 최근 발간된 그의 에세이집 '하악하악'을 봐도 특정 계층을 겨냥해서 쓴 색채가 농후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에세이는 각종 매체에 오르내리며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외수는 자신의 정체성을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소설에서도 노골적이고 과격한 태도로 자신의 세계관을 피력한다.   
    
    책을 중반부쯤 읽었을 때, 누군가 ‘장외인간’의 의미를 물어온 적이 있다. 나는 길게 생각하지 않고 ‘아웃사이더’라고 대답했다. 공자가 죽고 유생이 니뽄필 간지로 멋 부리는 이 시대에, 장외에서 과거의 영광을 읊조리는 아웃사이더. 소설 ‘장외인간’은 주인공을 아웃사이더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런데 그가 장외인간이 되는 동기가 이채롭다. 달이 사라져 버린 세상에서, 주인공만이 유일하게 그것을 인지할 수 있다는 것.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소설은 현실을 말하는데, 이야기는 한없이 판타지를 달린다. 지문에서, 캐릭터가, 대화를 통해서, 말하고자하는 주제는 몹시 명확하다. 유교적 가치의 부활과 물질만능주의의 타파, 과거 낭만으로의 회귀. 소설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주로 보수적인 가치에 기반을 두고 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판타지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읽는 내내 독자를 혼란으로 몰아넣는다.  
    
    이외수는 소설을 쓸 때, 재미에 가장 큰 주안을 둔다. 본인의 말에 따르면, 이외수는 소설을 쓰면 아들에게 초안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아들에게, 그것을 읽다가 화장실이 마려우면 마저 읽고 볼일을 보러 갈 건지, 아니면 볼일을 보고 와서 다시 읽을 건지 묻는다고 한다. 그래서 아들이 볼일을 보고 와서 본다고 하면 소설을 다시 손보고, 마저 읽고 볼일을 보러 가면 그제야 퇴고를 한다고 한다. 소설은 물론 재미있어야 한다. 나 역시 재미없는 글은 읽고 싶지 않다. 무거운 주제일수록, 까다로운 내용일수록 재미있게-여기서 재미란 읽는 재미-읽혀야 좋은 소설이다. 하지만 이외수는 이 점을 지나치게 의식한 탓인지. 이야기는 한없이 말초적으로 치닫고 주제는 판타지의 힘을 빌려서야 겨우 겨우 비집고 나온다. 이 암울한 세상을, 타개할 방법은, 오직, 달에서 날아온 신선에게만 있는 것인지. 장외인간은, 무책임하다.  
    
    장외인간을 덮고 이외수의 ‘괴물’을 읽었다. 이럴 수가. 괴물의 주인공은 또 다른 장외인간이었다. 이번에는 전생에 상흔을 입고 한쪽 눈이 없는 채로 태어난 살인마가 주인공이었다. 나는 현실과 판타지의 간극에서 또 얼마나 헤매야 할지 자신이 없어 책장을 덮었다. ‘괴물’을 다시 읽게 될 날은 언제일까? 인터넷에 범람하는 값싼 판타지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가 지겨워질 때쯤, 그때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4:47:41 

 

병장 정병훈 
  공감하는 1人입니다. 
저도 성기님말씀처럼 장외 인간만 읽었네요. 글쎄요. 읽고난 뒤로는 재밌어서 괴물, 외뿔 뭐 기타 다른 책을 손에 들고 싶었지만, 좀처럼 들리지 않더군요. 

그 이유를 여기서 찾습니다. 하하하 독서후기가 좋아요. 2008-11-21
08:18:03
  

 

병장 이동석 
  이외수는 그야말로 '장외'의 인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확히는 '논외'의 인간이겠지요. 

주로 보수적인 가치를 이야기 하지만, 그 보수는 거의 6억살 먹은 할배답게, 조중동이 이야기 하는 보수와는 또 거리감이 있더군요. 하기사 그들이 이야기하는 보수가 어디 그 보수던가요. 

그런데 또 6억살 먹은 할배답지 않게 트렌디-하다는 느낌도 들어요. 물론 이외수갤러들은 벌써부터 질려하는 트렌드지만. 2008-11-21
08:50:28
 

 

병장 조현식 
  그러고보니 홍성기병장님은 필진이신데 빨리 컬럼을 작성해서 좋은 내용 보여주시길 바래요~ 값싼 판타지 소설은 말구요. 2008-11-21
10:19:14
  

 

병장 고동기 
  그런 장내에서 논의를 펼치는 사람들을 보며 똥파리라고 비꼬았지요. 흠. 2008-11-21
11:11:50
  

 

병장 홍성기 
  네. 논외인간인 만큼 조금 더, 조금 더 원하는 것이지요. 츄렌드도 그저 담아내기에 급급한 것만 같고. 현식님의 기대에는 조금 더 이야기 글을 싼 뒤에 부응하겠습니다.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2008-11-21
11:12:04
  

 

상병 이우중 
  성기님 / 
오우. 연재라, 기대되는데요? 

그러고 보면 이외수씨 소설은 거의 대부분 장외의 인간들을 다루고 있지 않나 싶어요. 
자의건 타의건 아웃사이더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것 같더라구요. 
'꿈꾸는 식물'에서부터 '칼', '벽오금학도', '황금비늘', '괴물' 같이 말이죠. 오래 전에 읽어서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의 글에서는 '조폭'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을지언정 종종 등장한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나만 그런가.. 

'장외인간'은 아직 못 읽어 봤어요. 개인적으로는 이외수씨 소설을 산문집보다 더 좋아한답니다.(어쩌라고) 2008-11-21
14:26:24
  

 

병장 장승목 
  이외수씨 소설을 읽어 보고 저는 그저 좋은 책이라고만 생각했네요 

장외인간이라는 책을 저도 읽어 보았는데... 홍성기님 처럼 책에 대한 판단이 안섭니다 

아직 책을 많이 읽지 않아서 인가요?? 

저한테 이외수씨 소설이 잘맞아서일까요?? 

저는 이외수씨 소설이 마냥 좋습니다!! 2008-11-22
01:20:03
  

 

병장 정병훈 
  마냥 좋다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건 나중에 큰 문제가 될수도 있죠. 
그럼 이렇게 물어볼수 있습니다. 
승목님은 외수씨의 글이 어떤 이유에서 좋습니까? 
이 대답에 답을 못하시면, 조금은 더 비판적 글 읽기를 해보시는게 어떤가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냥 재밌게 보셔도 크게 상관은 없지만, 나중에 한발 더 나아가고 싶다면 말이죠. 흐흐흐 2008-11-22
10:17:55
  

 

상병 이우중 
  초성체다!!! 2008-11-27
08:16:59
  

 

병장 정병훈 
  와. 이거 추천글 종합하다가 이런것도 보는군요. 나원참. 퉤- 2008-12-10
16:04:53
  

 

책마을 
  병장 장승목 
머라고 해야 되죠..(초성체) 아직 책읽기를 즐겨한지 얼마되지 않아 
말이 잘 안나오네요..(초성체) 
이외수님의 소설을 다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그냥 이외수님의 소설을 읽어보면 
현대 사회의 비판이라고 할까요?? 그런게 느껴집니다..(초성체) 
그냥 단지 제생각이고요..(초성체) 
이번에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를 읽고 더 이렇게 생각하게 된것 같습니다..(초성체) 

(초성체) 그리고 재밌게 보신 책들 뭐가 있으신가요?(초성체) 
이책저책 가릴 처지는 아니지만 처음부터 좋은 책 읽어서 
책읽는 습관 기르고 싶습니다!! 2008-11-24 
22: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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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간만에 욕했습니다. 2008-12-10
17: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