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아다츠 미츠루와 델리스파이스  
병장 주해성   2008-08-14 10:30:06, 조회: 423, 추천:1 

중학교 때까지 늘 첫째 줄에 160cm가 됐을 무렵 다른 녀석들이 한참이나 첫사랑을 진행 중일 때야 알았다. 자신도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아다츠 미츠루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새로운 세계관과 엉뚱한 캐릭터, 치밀한 스토리 전개, 라스콜로니코프의 심적 고뇌를 옮겨놓은 것 같은 face 묘사등 이 시대의 유명한 만화작가들이 가지고 있는 강력한 어필요소는 하등 찾아볼 수가 없다. 더군다나 가진 거 하나 없어 보이는 이 작가는 굉장히 불친절하기 까지 하다. 갑작스레 병원에 입원한 어머니는 멀쩡하고 병문안 오신 친구 부모님의 영정사진이 등장한다던가, 9회말 2아웃부터라는 야구의 묘미를 끝났다 라는 말 한마디로 끝내버린다던가, 좋아한다고 좋아했었다고 하는 감정 표현까지도 아무 말 없는 주인공의 모습으로 대변한다. 또 (자신의 말을 빌리면) 한 가지 그림과 똑같은 패턴으로 3~4페이지는 먹고 들어가는 것은 기본이고, 눈동자 위치만 바꿔서 표현하는 것 또한 허다하다. 그리고 이런 그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캐릭터가 바로 히로(Hero)이다. 

주인공 히로(Hero)와 히까루(H......)는 절친한 소꿉친구다. 발육이 느려 키가 작았던 히로는 남성미 넘치는 여주인공 히까루와 캐치볼을 하며 서슴없이 지냈고, 서슴없이 키가 크고 남자다운 히데오(Hedeo)를 히까루에게 소개시켜준다. 히데오와 히까루는 연애를 시작했고 셋이면 더 즐거울 줄 알았던 히로는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묘한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의 불친절 작가는 아무런 말도 안해준다- 어깨를 다쳐 야구부가 없는 고등학교에 진학한 히로는 자신을 진찰한 의사가 돌팔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야구부를 창설하여 감자원에 출전하게 된다. 야구부 매니져이자 친구인 하루끼(H.......)는 히로의 마음속에 히까루가 있다는 걸 알지만 히로와 연애를 하고, 히데오 또한 히로와 히까루의 마음속을 뒤늦게 알게된다. 친구인 채로 남아있던게 더 좋을 법 했다는 하루끼, 히로에 대한 마음이 더 커 히데오에게 미안한 감정을 갖는 히까루. 오랜 친구이자 한 여자를 두고 다투는 남자들이자 승리를 앞둔 투수와 타자로써의 두명의 H는, 그렇게 감자원에 서 있다.


이런 그들의 말없는 이야기를 노래로 부른 그룹이 있으니, 바로 델리스파이스다. 이 시니컬하면서도 우울한 느낌의 밴드가 만화책을 주제로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은 조금 놀랍기도 한데, 1집과 더불어 그들 최고의 앨범이라 일컫는 5집[Espresso]의 타이틀 곡 고백이 바로 그것이다. 그들의 음악적 특성이 잘 배겨있는 환상특급과 치키쵸지의 검은고양이를 제치고 이 말랑말랑한 곡을 타이틀곡으로 썼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배신감(?)과 아쉬움을 느꼈지만 어째든 이곡은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 곡의 재미있는 특징은 저 H2라는 만화 속 세 주인공들(히데오는 빼고)의 대사를 그대로 읊어놓았지만-이 경우에 작사가 맞는지 모르겠다- 김민규는 일관된 톤으로 노래를 불러 화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전혀 언급하지도 않고, 제목과는 다르게 가사의 내용들은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독백이라는 점이다. 차마하지 못한 고백의 가슴아픈 독백.

절제된 감정을 표현하는 만화와 우울한 독백을 즐기는 델리스파이스. 그 둘의 만남에 나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씨익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10
10:02:14 

 

병장 송승관 
  H2 좋아요 
고백도 좋구요 2008-08-14
10:41:11
  

 

병장 이동석 
  <H2> 내용이었군요. 그 노래 가사가. 허허. 
그 작가 만화들은 뭔가 비슷해보이는데, 동어 반복으로는 안 보이는게 신기해요. 2008-08-14
10:43:44
  

 

병장 이태형 
  델리스파이스라는 그룹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 글입니다. 

그나저나 무슨 캐릭터 이름이... 아 헷갈리겠다. 
게다가 Hero라니 작명 센스하고는(...) 
죄다 H로 시작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허허, 몹시 흥미로운데요. 2008-08-14
10:44:20
  

 

병장 홍성기 
  잘 읽었습니다.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에는 작가 자신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특징이죠 2008-08-14
10:45:57
  

 

병장 주해성 
  히로 영어로 영웅, 히데오는 일본어로 영웅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걸로 알고있습니다. 
둘의 이름을 따서 H2라고 붙힌거구요. 
히까루와 하루끼는 잘 모르겠네요(웃음) 2008-08-14
10:46:48
  

 

상병 이동열 
  친구집에 놀러가서 한번에 전권을 봐버린 아다치 미츠루의 H2...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만화랍니다. 
델리 스파이스의 곡 들어봐야겠네요 (웃음) 

蛇足. 도중에 오타하나 발견했습니다(머쓱) 감자원→갑자원 2008-08-14
10:48:23
  

 

병장 황인준 
  H2 한 2~3번 정도 봤던 만화입니다. 
이거 보고 아다치 미츠루의 다른 작품도 다 찾아 봤었죠. 
그리고 델리스파이스 5집 시디를 사서 가장 열심히 들었던 노래가 고백인데, 
전혀 상관관계를 눈치채지 못했군요(웃음). 
아무튼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네요. 
이거, H2를 다시 보고 싶고, 고백도 듣고 싶은데요 2008-08-14
10:54:17
  

 

병장 전승원 
  델리스파이스, 차우차우의 중독성은 멍ㅡ때리게 만드는데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2008-08-14
10:58:52
  

 

병장 문수민 
  아다치 미츠루 한때 빠져있었죠.. 

지금도 물론 좋은기억으로 남아있구요.. 

정신 몽롱하게 만드는 그 분위기란.. 캬.. 그분 작품이 다 그렇지만 

보고나면 꿈꾼듯한 기분이라고나할까.. 

묘하죠.. 

델리스파이스 역시 최고 2008-08-14
11:03:28
  

 

병장 조현식 
  중간에 히까리와 하루까 에피소드에서 이름에 관련된 내용이 나오죠... 

8월에 태어난 히까리는 더울때 태어나서 光의 일본음 따서 히까리.. 
하루까는 3월에 태어나서 春의 일본음 하루를 따서 하루까.. 

히로와 히데오는 11월 6일, 1월 16일 생인데 일본어로 하면 이치 이치 로쿠.. 앞만 따서 히이류.. 억지로 바꿔서 히이로.. Hero의 일본발음 히로를 그대로 써서 히로... 
히데오네 집은 머리를 한번 더써서 영웅의 일본발음 히데오. 

히까리와 하루까가 매니저로 갑자원에 갔을때, 둘의 가방이 뒤바뀌는데 둘다 116번 비밀번호로 열려버리죠.. 그래서 하루까가 혹시 히까리도 히로를..? 하는 마음을 가지구요. 


H2 100번은 본것 같아요. 집에도 전권을 가지고 있구요.. 만화책을 그렇게 많이 산건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였죠..(웃음) 2008-08-14
11:04:45
  

 

병장 전승원 
  엌, 전 가지고 있는 만화책이라곤 "얌생이 전3권"하고 불가사의한 소년 6권 정도로 10권도 체 안되는데. 놀랍군요ㅡ 2008-08-14
11:06:22
  

 

병장 조현식 
  벌써 여기 온지 꽤 시간이 지나서 몇권인지 기억도 안나는데... 40권인가 됐던것 같아요. 

권수는 많은데 종류는 H2 뿐이구요.. 아, H2를 이렇게 한방에 사니까 아다치 미츠루의 수영만화 러프도 서비스로 줬었네요.. 

아다치 미츠루의 그림으로 말하는 실력은 정말 최고였죠... 2008-08-14
11:12:16
  

 

병장 주해성 
  아. 괴수들 등장. 히까루가 아닌 히까리인가요 (웃음) 

저것들은 오탈자가 아닙니다. 제 기억속에 히까루와 감자원으로 기억하고 있으니까요. 한 번 잘못 입력된 것은 이상하게 고쳐지지 않더군요. 얼마전 까지도 밀란 쿤데라를 쿠데라라알고 있었으니까요. 야구 얘기가 나오던 중 감자원이 맞는거 아니냐는 제 물음에 주병장님은 주병장님 농담은 어렵다는 후임에 얘기는 갑자원이 맞다는 거였군요. 2008-08-14
11:14:18
  

 

병장 강문석 
  오.. 그 노래가 그 만화에 대한 노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작사까지 도움받았을 줄은 몰랐네요. 
...설마 가사 전부 다 만화에서 따 온 건가요? 2008-08-14
11:39:08
  

 

병장 이동석 
  감자원, 전 일부러 언어유희를 하신건줄... 

H2와 델리스파이스 이런 아찔한 조합 즐겁군요. 2008-08-14
12:52:12
  

 

일병 김예찬 
  저도 한 서른 번은 읽었던 H2.. 

델리스파이스 김민규씨가 만화 좋아하기로 이름이 높죠. 언젠가 신해철하고 델리스파이스하고 문희준(땀).. 이었나 아무튼 세네팀인가 모여서 만화/애니메이션을 주제로 콘서트를 열었던게 기억나네요.. 

저 같은 경우 델리스파이스는 4집부터 정이 떨어져서 잘 안듣고 있었는데 '고백'은 참 좋았습니다. 일단 가사를 들으면 H2의 '그 장면 '이 머릿 속에 떠올라요. 아.. 히까리.. 나의 이상형.. 2008-08-14
12:59:53
  

 

상병 문두환 
  오오...이건 전혀 몰랐던 내용들이네요. 

만화나 음악세계에 입문하고 싶은데 친절하게 리딩해주실 분 있으신가요?(웃음) 
제가 이쪽에는 원체 문외한인데다가... 
감명깊게 본 만화는 몬스터, 좋아하는 가수는 이상은씨 
뭐 이런 식입니다(쿨럭). 2008-08-14
13:13:19
  

 

병장 홍성기 
  몬스터를 감명깊게 읽으셨다면 같은 작가의 20세기 소년과 플루토를 추천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싸는 감이 있지만 이야기를 쥐락펴락하는 힘이 있습니다. 2008-08-14
13:36:16
  

 

병장 이동석 
  형민우의 <프리스트> 

지독한 과작인지라 기다리다 미치는것 빼곤 그림이나 연출, 구성, 스토리 텔링까지 어디 빠지는게 없습니다. 태왕북벌기처럼 중간에 접고 후딱 마무리 하지만 않았으면 좋겠어요. 헐리우드에서 300의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를 주인공으로 영화화한다고 합니다. 형민우씨는 미국 건너가서 일러스트 작업하고 있다고 하구요. 

더불어 

원작자가 중간에 사망하는 바람에 결말이 김빠지지만, 꽤 괜찮은 삼국지 재해석 
<창천항로> 

우라사와 나오키 좋아하신다면, <마스터 키튼>도 추천. 
우라사와 나오키 만화는 모든 영화 감독의 영화화 욕망을 자극한다더군요. 크크. 2008-08-14
13:44:07
  

 

병장 임정훈 
  아디치 미츠루는 일본에서 만화를 위해 태어난 사나이라죠. 
모든 만화가 다 정말 좋습니다. 

개인적으론 터치가 정말 최고 펑펑 울었어요 2008-08-14
14:02:58
  

 

일병 강지구 
  아타치 미스루가 말하길 

"H2는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주인공들의 이니셜이 모두 H인 것은 우연이 아니라는 것 

Hero, Hideo, Hikari, Haruka 

뭐 여러 설명들과 이들 중 2을 섞어서 해석한 블로그가 있었더랬죠 네이놈에... 

마지막 권에서 나이먹고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은하철도 999(국내tv판) 보고 울었던 이후로 처음으로... 2008-08-14
14:07:53
  

 

상병 홍석기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소소한 일상생활 (스토리는 전혀 일상 같지 않지만) 을 너무나 잘 표현하고 있는 점이 좋습니다. 간간히 등장하는 주택가, 학교 클럽 활동, 항상 나오는 축제...잔잔한(그러면서 잔잔하지 않은) 감동과 개그 센스는 물론 일품이고요. (비슷한-생김새나 성격이나- 캐릭터를 써먹는다는 것에 대해선 작가 자신도 알고 있고, 때때로 개그 소재로 써먹기도 하죠.) 

단, 항상 150-160의 빠른 직구를 남발하는 주인공만 등장한다는게 좀 아쉬웠어요. <H2>의 히로 같은 경우도 '맞춰 잡는 야구' 를 좋아한다면서 삼진 10개는 기본으로 남발하질 않나...<One Outs>의 토아 만큼은 아니더라도, 성격 만큼이나 좀 널널한 피칭을 하는 캐릭터가 한번쯤 등장했으면 싶네요. (신작 <크로스게임> 의 코우는 좀 다른 피칭 스타일을 구사하지 않으려나...란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 강속구 투수로 급변신하더군요) 

그리고, 항상 투수-타자 라이벌 구도만 나오고, 라이벌 투수는 등장하지 않는 것도 좀 아쉽네요. 하긴 대부분의 야구 만화가 주인공-투수, 라이벌- 타자 구도이긴 합니다만...클라이막스인 라이벌간의 투-타 대결이 성사될 수 없기에 이런 걸까요. 

어쩌면, 이런 변화하지 않는 우직함(?) 이 아다치 미츠루의 매력일지도 모르겠네요. 

p.s: 요즘 신작 <크로스게임> 보고 있는데, 스토리는 H2에 미치지 못하지만 라이벌-이면서 동지- 로 나오는 까칠해진 히데오(?) 같은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버렸네요. 앞으로 재밌어 질듯. 그리고 질문 하나. 왜 히로인은 항상 단발머리일까요오.... 2008-08-14
16:18:22
  

 

병장 조현식 
  154km의 최고구속과 140km의 포크(???), 135km 이상의 고속슬라이더.. 

9회까지 완투할수 있는 능력.. 
포수가 원하는대로 꽃아넣어주는 놀라운 제구력.. 
A급의 수비반응도.. 
훤칠한 외모... 


이런선수가 있다면 계약금 20억이 아깝지 않군요..(웃음) 2008-08-14
16:40:45
  

 

병장 이동석 
  음, 스펙으로 옮겨놓고 보니 메이저로 가야겠군요. 크크. 2008-08-14
18:23:11
  

 

상병 임호 
  이분 <H2>를 아주 심취해서 보신 분이군요. 물론 저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아다치 미츠루는 알게 모르게 우리나라에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작가입니다. 
사춘기의 풋풋한 감정과 미묘한 사람의 심리를 잘 표현하기로 유명하지요.(하지만 캐릭터 얼굴이 모두 비슷하기로도 유명) 

터치, 슬로우스텝, 미유키, 일곱색깔 무지개, H2, 미소라, 카츠, 크로스게임 등의 대표작이 있습니다.(전부 재미있습니다.) 2008-08-14
19:48:33
  

 

상병 김지훈 
  형민우의 프리스트가 영화화 되는 건가요?? 이야. 기대되는 군요 2008-08-14
20:37:20
  

 

병장 박상욱 
  와우 둘 다 엄청 좋아하는데 이건 생각도 못했네요 
왠지 고백 가사가 화자를 한명만 두고 생각하면 앞뒤가 좀 안맞는다 싶었는데 이거였군요. 

만화 추천하는 분위기라면 
저는 '천재 유교수의 생활' 을 추천하겠습니다. 
일상의 디테일한 부분에서부터 거대한 존재론적 물음에 이르기까지 
계속 질문을 던지는 만화랄까요. 답은 대부분 천재 유교수가 찾는 편입니다 2008-08-18
07:08:49
  

 

상병 장형순 
  천재 유교수의 생활 재밌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