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시냅스적 자아  
병장 주해성   2008-08-29 16:49:56, 조회: 113, 추천:0 

이 글을 너무 오랫동안 붙자고 있는것 같아 놓아 주려합니다.
애초에 제손에 클놈이 아닌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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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냅스는 신경세포(뉴런)들 사이의 아주 작은 틈을 얘기합니다. 아시다시피 뉴런들은 전기적 자극에 의해 움직이는데 활성화된 뉴런들은 여러 화학물질들을 분비하고 이 화학물질들이 시냅스를 가로질러 건너편 뉴런에 전달되어 활성화 됩니다. 우리 뇌의 모든 일은 이런 뉴런->시냅스->뉴런의 형태로 연결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모든 일”에는 우리의 자아 도 포함됩니다. 사실 자아라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거나 조명해보는 것은 왠지 꺼림칙한 일입니다. 우리가 항상 몸과 마음을 나누듯 우리의 정신세계는 항상 철학적인 측면으로 간주해왔었고, (저런 과학적 추론은) 마치 기계화된 알고리즘에 의해 돌아가듯 우리를 단정 짓고 정의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네 꿈과 현실처럼 모든 형이상학은 형이하학을 기초로 하고 있고, 철학과 과학은 대립하면서도 공존되어야 할 것은 자명합니다. 자아를 구성하는 것들 중 우리의 정신적인 측면-인지, 감정, 동기-들이 어떻게, 왜 뇌 속에서 발생하는지를 구조와 원리를 살펴봄으로써 우리의 자아를 조금 정확히 알아 가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아란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인가? 내 생각에 자아는 한 생명체가 물리적 생물학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될 수 있는 모든 것들의 총합이다. 그것은 하나의 단위이지만 단일하지 않다. 그것은 우리가 아는 것들과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 우리가 깨닫지 못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아는 것들을 모두 포함한다. 그것은 우리가 표현하거나 숨기는 특징들과 우리가 활용하지 않는 특징들을 모두 포함한다. 그것은 우리가 되기 싫은 것과 되고 싶어 하는 것들을 모두 포함한다.” - 본문 중

이것은 예전 정영목님이 <이중개념주의자 이해하기>에서 언급했던 내용보다 조금 더 확장 된 것입니다. 즉 우리의 두뇌는 여러 개의 세계관이 나란히 존재하고, 각기 다른 세계관(뇌 시스템)들이 서로 교차하고 분리되면서 항상 일정치 않게 우리의 자아가 표출 되며 그러하기에 우리의 자아-나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의 총합-는 단일하지 않고, 분명치 않으며 항상 충실하지는 않다는 겁니다. 저 스스로 나를 모르는 것은 이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압니다. 내가 모른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저의 기억 속에 저에게 영향을 준 책마을의 글들은 정말 너무나도 많지만 신학수, 박수영님의 우월성논쟁만큼 저를 넉다운 시킨 글은 없는 것 같습니다. 논쟁이 오고 갈 때마다 어느 한쪽으로 반박을 행할 수 없었고 어느 하나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여 저의 짧은 사고와 이해력을 한탄케 하였습니다. 폭풍이 몰아치듯 저를 뒤흔들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두 사람의 주장만큼, 저의 머릿속에 정리되지 못하게 나란히 두 개의 주장들이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한 때 유행했었던 뇌 구조를 살펴보면 ‘책마을 속 논쟁’ 이란 정의 속에는 언제나 저것들이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죠.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이야 꽤나 많겠지만 자연 과학책을 읽음으로 얻는 가장 큰 얻음 중 하나는 지식과 지평의 확장일 것입니다. 새로운 세계를 여행함으로써 얻는 “새로운” 즐거움은 이루 말 할 수도 없는 수확이기도 하고요. 이 책을 읽고서야 저 나름의 정리를 해낼 수 있었습니다. 찾지 못하던 코드 속 버그를 창살 넘어 햇살이 비쳐주어 찾아내듯, 잃어버린 탄피 하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애꿎은 돌멩이를 차다 걸린 탄피처럼 구원과 환희 속에 성스러운 의식의 종결을 지었습니다. 정말 고마운 책이지요.

책은 쉽지 않습니다. 뇌라는, 인식하지만 알지 못하는 영역을 살펴보고 정의하기 힘든 마음과 정신을 설명하는 것도 그렇지만 사실들의 설명이 아닌 현재 진행 중인 서로 다른 주장들을 나열하며 이어가는 형식 또한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나를, 우리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10
10:02:23 

 

병장 이동석 
  '뇌' 

자아와 인지에 대해 사고를 전개해나가면서 뇌의 메커니즘에는 무심했던걸 깨닫게 해주시는군요. 책제목이 <시냅스적 자아>인가요? 

<뇌를 단련하다>보면서 자연과학에 대한 열망을 키우기도 잠깐, 곧 낯선 용어와 딱딱한 문체에 포기해버렸었지요. 다시 한번 집어들어야겠군요. 

그건 그렇고, 요새 자연과학 서적을 읽다보면, 수와식도 모르고 미분 적분 책을 집어든 느낌처럼 막막한데, 최근의 자연과학 추이를 좇기는 더 무리인듯. 

그런 의미에서 자연과학분야의 '과학사 개론서'나 '최신 과학 소개서'랄만한 것은 뭐가 있을까요? 2008-08-29
22:41:42
  

 

상병 김동욱 
  언제나 '뇌'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우와, 신기하다라는 탄성이 나오는 한편으로 
과학에 이리도 무지한 저를 자책하게 되네요 흑흑 2008-08-29
22:48:30
  

 

병장 이태형 
  본문글만 봐도 딱 제 취향은 절대로 아니군요(웃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