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 시간을 달리는 소녀  
상병 박찬걸  [Homepage]  2008-08-08 14:25:29, 조회: 403, 추천:0 

한때 허무개그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당시 그 개그는 개그계의 새로운 파장을 몰고오며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ㅡ비록 개그가 아닐지라도ㅡ뭔가 웅장하고 길쭉한 스토리 형식을 좋아하는데 반면에 이 개그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듯한 허무함으로 우리에게 빅재미를 주곤 했었다.

허무함은 실망이란 단어와 연결될때가 많다. 사실 허무개그도 알고보면 실망이 웃음으로 승화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결국은 사람들의 실망감이 더 이상 승화되지 못하고 허무개그도 금방 사그라들고 말았는지도 모른다. 허나 허무함은 기대감이 자아낸 산물이 될 수도 있다. 즉, 어떠한 것에 심히 기대를 하고 바라보게 되면 기대감에 따른 만족감이 채워지지 않을 경우 특히나 그 만족감이 20~30%가량뿐일 경우에 허무감이란 트라우마 스위치가 눌려지며 '도대체 이게 뭐지'란 첫 마디와 함께 걷잡을 수 없는 실망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허무감에 한번 빠지게 되어버리거나 그대로 이미지가 굳어버리게 된다면 인간은 그것을 잘 찾지 않게 된다. 그것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뭐든지간에. 즉, 허무함은 일종의 무관심으로 돌변해 버릴 수도 있는 아주 무서운 감정인셈이다. 당신이 그 누구가 되었건 간에 허무함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방법으로든 찾아 올 수 있다.

마치 이 책은 '허무개그'의 연장선인듯한 아주 강렬한 인상만을 남긴채 나에게서 떠나갔다. 책을 구매하긴 하였지만 이 책을 부대 책꽂이 한 구석에 꽂아 넣어버리고 싶은 충동만을 남겼다. 과연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은 무엇일까라는 숙제와 내가 이책을 구지 뭐하러 샀을까라는 후회, 책이 어디로 사라지든 말든이라는 무관심만을 나에게 남기고만 이 책.

총 세개의 글로 구성된 이책은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기타의 글 2개로 구성되어 있다. 두개의 글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4차원'적인 글이나 그 두글 사이에 끼여있는 글 한개는 마치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연상케 하는 내용들로 채워져있다. 두번째글을 제외한 나머지글은 처음엔 좋았으나 순식간에 이뤄지는 급결말에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이 책은 나라는 일본책 매니아ㅡ좋게 말해서 매니아, 원래는 빠XXㅡ에게는 모든 일본소설이 재미있다는 편견을 버리게 해준 아주 훌륭한 책인것이다. 모든 책이 독특한 소재를 가지고 썼고, 인기가 있다고 알려진  소설은 재밌다는 편견을 버리게 해준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준 책인것이다. 아아, 어찌하여 나는 이런 책을 이제서야 접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책은 인생의 이정표가 맞는말이다. 난 이 책을 사랑하겠지만 소유하지는 않겠다. 언젠가 다시 한번 읽게 되어 그때 또 허무함을 느끼고 싶지는 않기에...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10
13:05:22 

 

병장 어영조 
  책도 읽어보고 애니메이션도 봤지만, 애니메이션이 훠얼씬 재밌답니다. 2008-08-08
14:47:21
  

 

병장 전승원 
  근래에 참 재밌게 본 애니메이션 중의 하나였죠. 2008-08-08
15:46:03
  

 

병장 윤영돈 
  허무함으로는 '조제와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도 한몫하죠. 

영화보고 표현력이 좋네 라고 생각하고 책은 어떨까 하면서 두근대면서 

펼쳤건만... 기대와 달라서 실망했죠. 

일상처럼 표현하고자 하려는 의도였다면 이해하지만 영화를 보고 기대하면서 
보면 참...(한숨) 2008-08-08
15:54:42
  

 

병장 정현진 
  휴가 나가 제목에 끌려 아니메보다가 <아니 이런 소재를 갖고 이런 식으로 끝맺는단 말야> 하며 한숨 내뱉었던 기억이 나네요. 2008-08-08
16:52:02
  

 

병장 김원택 
  안 봐야 하나. 안 봐야 하나. 모르겠다. 볼 시간이나 나려나 쩝. 2008-08-08
17:11:38
  

 

상병 이동열 
  츠츠이 야스타카라는 작가는 그다지... 
예전에 일본빼고 전부침몰(이름도 헷갈리네요...)이란 영화의 원작을 맡았다는... 
그의 작품세계는 마음에 안들더라구요(땀) 

허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아니메는 정말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신카이 마코도 감독의 힘이라고 생각하지요(웃음) 
극중 흐르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도 좋았구요 2008-08-08
17:12:47
  

 

상병 박찬걸 
  영조, 승원// 애니메이션은 꼭 봐야겠군요. 책의 실망감을 좀 덜기 위해서라도(웃음) 

영돈// 그 책은 아직 안봐서 모르겠지만 왠지 보기전에 주의를 좀 해야겠네요 

현진// 아 그런가요. 사실 소재는 굉장한데 결말이 좀 그렇죠? 

동열// 역시 애니메이션을 봐야겠네요. 2008-08-08
17:47:22
  

 

병장 이태형 
  이런 저런 덧글을 썼지만 다 부질없는 짓 같아 싹 지웠습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 중에 하나인데, 찬걸님은 이런 평가를 하셨군요. 
망설여지는데요(웃음) 2008-08-08
18:27:54
  

 

일병 김세현 
  저는 요즘 유행하는 일본식의 소설에는 왠지모를 거부감.이 들더군요. 고등학교 시절엔 그토록 좋아했건만..흐흐 

그런데 허무감이라는 것 말이죠. 이것도 중독성이라는 것이 있는 것 같습니다 히히 그리고 그 허무, 허탈이라는 것은 꼭 기대를 전제로 하는 것일까요? 실망과 허무는 어찌보면 전혀 다른 개념인 듯 하기도 하고...재미있는데요! 2008-08-08
21:00:09
  

 

병장 이현승 
  애니메이션만 볼만합니다. 

섬세한 여름날과 잘어울리는 음악, 그리고 풋풋함의 연출이 즐겁죠. 2008-08-09
14:54:32
  

 

상병 박찬걸 
  세현// 꼭 그런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기대가 컸을때 다가오는 허무함은 상당하지 않을까요. 뭐 아무래도 일종의 단계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기대 → 허무함 → 실망 → 무관심 순으로 가지 않나 싶네요. 물론 꼭 저런식은 아니지만 어떤 그런게 있잖아요. 사람들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