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정말, 정말 뜬금없지만 '07.12월~'08.1월 결산  
상병 이우중  [Homepage]  2008-09-01 14:26:04, 조회: 369, 추천:2 

연습장에 '독서 일람'이라고 읽은 날짜, 제목, 지은이만 써서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어제도 정성스레 8.30~8.31 쏘가리-성석제

라고 적고 있는데 한 miner(이게 제가 생각하는 그 뜻이 맞기를 바랍니다)분이 보시더니

"거 제목이랑 작가만 적으면 뭐하냐. 너'도' 실적만 추구하는 거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너 다음에 붙은 조사 '도'가 의미심장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제목과 지은이만 적어 놓으면 내용은 자연스레 떠오르기 마련인데. 뭘 모르시는군'이라고 애써 무시하고 첫 페이지로 넘겨서 지금까지 읽은 책의 내용들을 쭉 한 번 회상해 보려는데 이거 웬걸요. 기억이 나다 말다 하는게 태반이요. 중간중간의 대목까지 완전히 기억나는 건 극히 드물다는 걸 느끼고 좀 뜨끔했습니다.

그래서 뜬금없지만 여기다가 작년 12월부터 읽은 것들을 결산식으로 쭉 한 번 써 볼까 합니다.만 결산이라기보다는 책 제목과 지은이만 남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 널리 이해해 주시고 시간이 부족하신 분들은 과감히 백스페이스를 클릭하시어 저의 잡문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책마을의 주옥같은 글들을 읽기를 권장하는 바입니다.

아, 중간중간에 하도 심심해서 'N세대 이미지 소설'따위를 읽기도 했는데 그런 건 목록에서 지웠습니다.
귀여니로 대표되는 N세대 소설에 대한 이야기도 언젠가 한 번 해야겠어요.

1.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 김연수
저를 책마을로 인도해 주고 먼저 집에 간 선임이 빌려온 것을 제가 다시 빌려서 읽었습니다.
이전에 문학상 수상작품집에서 읽어 본 글도 있고, 확실히 김연수는 글을 잘 쓰는 작가다. 싶더군요. 여기서도 소통의 불완전함...에 관해서... 나왔던가... 아... 에... 그게... 기억이 잘... 나지 않기는 하는데... 뭐 저는 그렇게 느낀 것 같습니다.

2. 꿈꾸는 식물 - 이외수
역시나 1번과 같은 루트로 입수해서 읽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한창 이외수씨 글을 많이 읽었었는데 마침 못 읽어본 책이라서 냉큼 읽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느낌이 들었지요.

3. 조금씩 행복해지는 이야기 - 제임스 해리엇
대학 후배가 소포로 보내 준 책입니다. 그 전에 선물받았던 알랭 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를 슈가때 잃어버리는 바람에 미안하기도 하고 해서 그 날 단숨에 읽어 버렸습니다. 시골 수의사를 하면서 겪었던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요, 정말 조금씩 행복해지는 이야기입니다.(웃음)

4. 도쿄타워 - 릴리 프랭키
확실히 외국 문학은 번역할 때 오히려 맛이 떨어지는 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특히 사투리 같은 건 더욱 그렇더군요. 그렇다고 원문을 읽을 수는 없고... 번역도 창조의 일종이라는 게 맞는 말 같아요. 원문에 충실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러자니 또 의미가 제대로 전달이 안될테고, 뭐 문맥에 맞게 번역한다고는 해도 작가의 생각이 완전히 전달된다는 느낌은 받기 힘들고... 힘들군요. 이것도 어찌 생각해 보면 김연수가 여기저기서 말했던 소통의 불완전함일는지요.
아, 근데 에쿠니 가오리(맞나?)가 쓴 도쿄타워랑 이거랑 다른 건가요?

5. 달콤한 인생 - 최인호
다 보고 나서 제목 옆에 별이 네 개하고도 반이나 붙어 있네요. 분명 재밌었다는 건 기억이 나는데... 내용도 어느 정도는 기억이 나는데 듬성듬성이네요. 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깊고 푸른 밤'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6. 제 2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한 자유주의자의 실종 外)- 유순하 外
당시에는 소설가, 이창동씨의 '운명에 관하여'도 여기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읽고 나니까 영화로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조성기의 ‘우리 시대의 법정’도 괜찮았구요. 그러고 보니 이거 시리즈물인거 같군요. ‘우리 시대의 소설가’ ‘우리 시대의 무당’ 같이 말이죠.

7. 중국읽기 - 김정현
그냥 아, 요즘 중국은, 아니 한 달이 다르게 급변하는 중국 정세로 봤을 때 요즘이라기보다는 이 글이 쓰여질 당시의 중국은 이렇구나. 하는 정도였습니다.

8. 천 개의 거울 - 김용희의 영화읽기
김용희씨가 읽은 영화와 제가 읽은 영화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책에 별로 집중을 하지 않아서 잘 기억이 나지 않네요.

9. 왕과 개 - 조성기
여기 와서 조성기라는 작가를 접한 것이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자 행운입니다. 고향도 바로 옆 동네고(사실 이건 별 관계가 없습니다만) 저와 글 속에서나마 공감대 형성이 잘 되더군요. 고등학교 때의 유학 생활도 그렇고. 아, 물론 해외유학이 아니고 도시로 떠난 유학입니다. 狂이라고 하는 자는 개狗에 임금王이 붙은 자라는 설명으로 시작되는 ‘위대한 미치광이’가 인상적이었던 단편집입니다.

10. ’92.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시인과 도둑 外) - 이문열 外
여기서도 소설가 이창동씨의 작품이 나오더군요. 시인과 도둑 보면서 어디선가 읽어 봤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소설의 장편 버전이 ‘시인’이라고 합니다. 어, 근데 뭐가 먼저 나왔었죠?

11. 어느 저널리스트의 죽음 - 손석춘
부제에 맞게 한국 공론장의 위기는 잘 표현한 것 같았는데 그 전망은 글쎄요...

12.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 파울로 코엘료
개인적으로 아픈 기억이 있지만 11분을 재밌게 읽어서(학교 후배가 들고 있는 걸 빼앗아서 본 것까지는 좋았는데 대성리 근처 호숫가에 버리고 왔더랬습니다. 도서관 장서라서 물어줬습니다. 아 아까워) 코엘료 소설은 눈에 띄는 대로 읽고 있는데 뭐랄까요. 글들이 다 비슷비슷하다고 해야 하나. 마치 코요태나 쿨의 노래처럼 말이죠. 분명 다른 소설인데 뭔가 미묘한 그게 있어요. 근데 그게 뭔지 모르겠네요.

13. 검은 집 - 기시 유스케
동명의 영화로도 나왔죠 아마? 황정민 주연으로. 이런 류의 일본 소설은 그냥 읽고, 재밌고, 거기서 끝인 것 같아요. 가끔씩 소재의 참신함과 추리소설 같은 경우는 플롯이 잘 짜여졌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죠. 그러잖아도 커뮤니케이션의 불완전함에 대해 여기저기서 주워들었던지라 중간에 번역이라는 과정이 끼어들면 유통과정에 중간마진이 한 번 더 붙어서 더 비싸게 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비싸게 사도 제대로 된 물건이면 좋겠으나 그렇지도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이 괜히 들기도 하고 말이죠. 중역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되기도 하니까요.

14. 마시멜로 이야기 - 호아킴 데 포사다⦁엘런 싱어
네. 제가 자기소개에서 썼듯이 싫어하는 자기계발서(중에서도 대표적인)이군요. 하도 마시멜로 마시멜로 거리길래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읽어 봤습니다. 뭐 이 책에 대한 감상도 자기소개에 나온 감상이랑 크게 다를 것이 없습니다. 마시멜로면 어떻고 찹쌀떡이면 어떻습니까. 배고프면 먹는 거죠 뭐.

15. 국화꽃 향기1,2(完) - 김하인
꽤 유명한 책이 아닌가 해서 읽어 봤는데 그다지 좋은 기억으로는 남지 않네요. 두 번째 이야기, 마지막 이야기처럼 속편도 몇 권 더 있더군요. 그건 더 보기 싫었어요. 오페라의 유령 2처럼 말이죠.

16. 어른이 되기 전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 나카타니 아키히로
14번과 똑같습니다. 10,20,30대에 하지 않으면 안 될 50가지, 대학생이 하지 않으면... 등등 ‘50가지 시리즈’를 많이도 썼습니다. 글자도 크고 여백의 미도 참 상하좌우로 잘 살려 놨고... 월간잡지 부록으로 나오면 딱 알맞을 글이 버젓이 단행본으로 출간되고 있더군요.

17. 리버보이 - 팀 보울러
어디선가 해리포터를 눌렀다는 소리를 들었던 터라 보이자마자 집어들었습니다. 생각보다는 약간 못 미치는 것 같던데요. 잔잔한 성장소설 정도입니다. 물론 제 느낌을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18. 즐거운 나의 집 - 공지영
작가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진 소설이라고 들었는데 맞나 모르겠네요.

19. 냉정과 열정 사이 Blu - 츠지 히토나리
영화랑 다른 게 하나도 없더군요. 에쿠니 가오리 버전 Rosso(맞나?)를 읽어봐야겠어요.

20.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와 비슷한 감상입니다(물론 베로니카... 에도 자세한 감상은 없습니다만) 마크툽.

21. 검은 이야기 사슬 - 정영문
책은 작은데 어렵군요. 얼핏 해설에는 불구적 요소를 존재에 대한 부조리의 알레고리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카프카와 비슷하다-고도 말했던 것 같은데. 내용 면에서는 관계없겠지만 고등학교 땐가 권지예씨의 단편집 ‘꿈꾸는 마리오네트’를 읽은 적이 있는데 그 때 느꼈던 기분이랑 이 글을 읽고 느낀 거랑 비슷한 것 같아요.

이거 쓰다 보니 소설이 압도적으로 많군요(땀)
언젠가 철학 전공 수업을 한 번 들은 후로 철학과 관계된 책에서는 잠시 손을 뗀 상태입니다. 무서워서요.
자연과학은 원래 문외한이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구요.
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서는 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 전공 시간에 발표할 때나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막상 발표할 때는 저도 잘 모르는 말로 대충 권위 있는 인물들의 어려운 말을 어렵게 번역한 뒤(그나마도 직접 번역한 건 거의 없고 어렵게 번역되어 있는 걸 찾은 뒤) 가장 어려워질 만한 부분에서 어렵게 설명해서 다수 학생들의 오... 하는 반응을 도출해 내었지만 몇몇 학우들이 내뿜는 의혹의 눈길을 감당하기 힘들더군요. 누군가가 68년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얼굴이 빨개지는 걸 참느라 힘들었어요.

이제 이런 사기는 그만 쳐야죠 나가면.
설마 여기까지 읽으셨다는 건.. 다 읽어 보신 건가요?
부끄럽고, 감사합니다.

그럼 또 뜬금없는 때에 2월 결산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5:44:17 

 

병장 이태형 
  뭘 이리 많이 읽었나요. 
후.... 2008-09-01
15:00:55
  

 

상병 이우중 
  태형님/ 
하지만 거의 다 쉽게쉽게 읽히는 소설들인걸요. 별 볼일 없어요(웃음) 
그리고 제가 여기서 하는 일이 앉아서 책 보는 거라 시간은 많답니다(땀) 2008-09-01
15:06:46
  

 

상병 고동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결산글> 대환영입니다! 
제 독서목록에도 '책이름-지은이' 만 써있네요. 
이제부터 먹지만 말고, 소화하고 뱉어내려고 하고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니까 책읽는 속도가 너무 떨어지네요. 2008-09-01
15:35:41
  

 

병장 이동석 
  오오 이런 결산글들이 나와야 책마을이 책마을이지요. 

'소설가 이창동'을 꼭 접해봐야겠군요. 

그건 그렇고 저도 결산을 해보려는데 
이 분들은 한달 결산할껄 전 입궁부터 지금까지 결산으로 끝낼것 같군요. 
이런. 눈물이... 2008-09-01
15:41:20
 

 

병장 어영조 
  4. 네,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랑은 전혀 다르답니다.(릴리 프랭키의 도쿄타워는 읽어보지 않았습니다만) 

18. 즐거운 나의 집에서 화자가 공지영의 딸로 나오죠. 3번 이혼의 경험이 있는 공지영씨 이야기 맞습니다. 

저도 결산이란 걸 한번 해볼까봐요. 
나름 독서노트라는 걸 쓰지만 두 번 보기는 영 부끄러워서.. 2008-09-01
15:49:07
  

 

병장 윤영돈 
  파울로 코엘료 소설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나 세계관이 
모든 소설에 뚜렷하게 들어있어서 비슷한 느낌이 들거라고 생각하네요. 

마크툽. 제가 좋아하는 단어죠.(흐믓) 2008-09-01
15:55:17
  

 

병장 황인준 
  딱! 한 개 겹치네요(눈물). 연금술사. 
그나마 내용이 기억이 안 난다는 슬픈 현실이죠. 

저도 결산글을 쓸까 말까 고민 중입니다만, 
내공이 얕은지라, 나가기 직전에 질러놓고 도망갈까 생각중입니다(웃음). 
2월 결산도 기대할 게요. 2008-09-01
16:44:24
  

 

상병 이우중 
  여러분들의 결산도 읽어 보고 싶습니다. 

왼쪽에 Comment 클릭하니까 부담스럽게 늘어나는지라 다시 줄이려고 여차저차하는 과정에서 저도 모르게 '추천'을 눌러버렸습니다. 

아. 부끄럽습니다 제 글에 제가 추천이라니요. 

그런데 그것보다 다시 나갔다가 들어왔는데 밑에 '추천'이 또 있는 겁니다. 

전 당연히 옛날에 검둥개가 주인공이었던 광고를 만들었던 회사를 인수해서 몸집을 불린 한 회사에서 운영하는 포털인 네X트X컴의 토크토크처럼 '이미 추천하였습니다'라는 멘트가 나올 줄 알고 또 추천을 눌렀는데 세상에. 또 추천이 올라가는 겁니다. 

'추천'의 반대 개념으로 '신고'가 있다면 두 번 누르고 싶군요. 2008-09-01
17:40:19
  

 

병장 이동석 
  사회 환원 개념으로 다른 분글의 글에 추천을 날려주시지요. 허허 

전 차마 제거에선 실험 못하고 다른분 글에서 실험해봤었는데, 크크. 2008-09-01
17:46:59
 

 

상병 이우중 
  동석님/ 
눈치채셨겠지만, 사회환원개념을 적용시켜 봤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글에다가 다 추천을 하다니 미X놈 아니냐는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은 없습니다. 
'이 글은 너무 짧지 않나?' '이 글은 그냥 일상 이야기 같은데 해도 되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내 글에도 추천을 했는데...'하는 생각에 그냥 이번 페이지는 쭉 밀어 봤습니다. 

혹시라도 베스트 선정하실 일이 있으면 감안해 주십사 하고... 2008-09-01
17:55:18
  

 

병장 이동석 
  하하하하 
전 이제 모르는 일입니다. 크크. 2008-09-01
18:00:48
 

 

병장 이재민 
  한 miner분이 보시더니 "거 제목이랑 작가만 적으면 뭐하냐. 너'도' 실적만 추구하는 거냐?"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라고 얘기해주는 miner가 있다는게 아주 조금은 부럽군요 2008-09-03
14:00:53
  

 

상병 정민우 
  저도 파울로코엘료 소설을 읽다보면 
비슷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그 뒤로 흥미가 확 떨어져버렸던게 기억나네요 2008-09-05
06:4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