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쏘가리-성석제
상병 이우중 [Homepage] 2008-08-31 23:06:48, 조회: 159, 추천:0
편의상 후기는 반말로 작성하지만 저는 '반말족'이 아님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책은 소설집은 분명히 아니고, 산문집.이라기에도 좀 무리가 있는 것 같고... 대체 장르가 뭔가 하는 의문이 드는데 작가의 표현에 따르자면
"이른바 '짧은 소설'이라고 일컬어지는 이야기와, 곧 바퀴가 빠져나갈 듯 삐거덕거리면서도 어찌어찌 대충 돌아가는 세상에 대한 이런저런 투덜거림을 글로 쓴 것(이런 걸 칼럼이라고 하던가), 추억거리나 신세 타령을 글로 쓴 것(이런 건 또 수필이라고 하나, 에세이라고 하나, 수기라고 하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쓴 책 이야기를 한데 묶어" 책으로 내었다고 한다.
음.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일례로 '나 돈 없어서 이 짓 하는 거 아냐'족에 대한 목격담과 태어나면서부터 반말을 하도록 스파르타식의 엄격한 훈련을 받게 되는 '반말족'에 대한 이야기를 침도 바르지 않고(뭐, 발랐는지도 모르지만) 태연하게 풀어 나가는 대목에서는 참 속절없이 웃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 웃음은 분명 우리 사회에는 이런 족속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데서 기인할 것이다.
소설가 성석제는, 그러니까 가끔씩 주인공의 친구 혹은 시인 성'억'제로 불쑥불쑥 책에서 발견되기도 하는 그는 분명 뛰어난 스토리텔러이다. 게다가 그 골계미 넘치는 어휘와 문장은 또 어떠한가. 정말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임에 틀림이 없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것을 제외하고도 아직 그의 글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부디 그가 오래오래 건강히 요즘처럼(사실 최근에는 좀 뜸한 듯하지만) 꾸준하게 글을 써 주면 좋겠다. 나의 글이 다른 이들에게 그 정도의 재미를 선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다시 말하자면 아주아주 먼 훗날까지. 어쩌면 백 살이고 이백 살이고 계속.
덧.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이어 이 책에서도 박상륭이 나왔다. '열명길,유리장' 구해봐야겠다. '잠의 열매를 매단 나무는 뿌리로 꿈을 꾼다'와 '죽음의 한 연구' 읽다가 넉아웃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한 번 제대로 도전해 봐야지.
덧2.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이름을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어쨌든 반가웠다.
덧3. 작가는 친절하게도 우리 주변에 많이 서식하고 있는 '반말족'을 만났을 때의 대응법을 소개하고 있다.
1) 본인이 반말족인 경우 함께 반말을 함으로써 한핏줄임을 확인시킨다.
2) 본인이 반말족이 아닐 경우에는 무조건 큰소리로 상대한다. 반말족의 라이벌 부족으로는 '목청 큰 놈이 이긴다'족이 있다.
덧4. 죽 쓰고 나니까 이건 뭐 딱히 내용도 없는데 한 줄 요약은 가능하군요. '나는 성석제가 좋다'
네.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성석제가 좋으니 강력히 추천한다는 겁니다. 말머리를 바꿔야 하나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5:43:53
병장 이태형
말머리 바꿀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독서후기잖아요(웃음)
목청 큰 놈이 이긴다... 과연 우리나라답군요.
흥미로운데요, 리스트에 추가하겠습니다. 2008-09-01
06:45:52
상병 양순호
이야기책이로군요.
근데 오래오래 꾸준히 글을 써달라는 바람은 얼핏 가혹하기도 한 듯 싶더랍니다. 2008-09-01
08:15:56
병장 이동석
음, 책마을 분들 취향과 성석제는 안맞는것 같아 은근 아쉬웠었는데
이렇게 성석제를 좋아하는분을 만나다니,
이거이거 우중님 저랑 너무 통하시는데요? 2008-09-01
10:02:35
상병 김동민
얼마 전, 성아저씨와 친분이 있는 아는 형의 결혼식에서 성석제 아저씨를 보았었죠. 재밌는 글 써줘서 고맙다고 했었는데.
재미나는 인생은 저도 정말 재밌게 읽었었죠. 2008-09-01
13:24:49
상병 이우중
태형님/
개인적으로는 정말 추천해 드리고 싶은 책이랍니다
순호님/
하지만 계속 글을 보고 싶은데 어쩌죠?(웃음)
동석님/
정말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저도 야동을 매우 좋아하거든요.
다음에 자료 공유(라기보다는 제 쪽에서 일방적으로 얻어갈 것 같지만) 기회가 오면 좋겠네요(웃음)
동민님/
와 정말 부럽습니다.
여기를 벗어나면 무턱대고 성아저씨께 술 한잔 사달라고 연락하고 싶어요(웃음) 2008-09-01
14:4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