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서울,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하여 : 좀비들을 다시 사람으로  
병장 최도현   2008-09-01 13:32:35, 조회: 174, 추천:1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하여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 대한민국 헌법 제35조 3항 

이 글은 한국의 아파트 문제 2탄 격에 해당한다. <서울, 요새화 건물들의 도시 : 누가 그들을 좀비로 만들었나>를 우선 읽은 후, 이 글을 읽어 보는 것이 순서상 적합할 것 같다. 1탄에서 프랑스 지리학자인 발레리 줄레조 박사가 서울의 아파트를 보고 문제를 인식하였다면, 2탄에서는 우리나라 정부 부처 행정관의 프랑스 주거복지정책 소개를 통해, 한국의 아파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다.(프랑스 주거복지정책 100년의 교훈, 김영태, SERI, 2006) 김영태 박사의 글을 바탕으로 한국의 주거복지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들을 가늠해 봄으로써, 죽어가는 우리 이웃 좀비들이 다시 사람으로 회생하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대한민국 헌법 제35조에서도 나와 있듯이, 모든 국민은 정부의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해 쾌적한 주거생활을 보장받을 의무가 있다. 물론 제도적 개혁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고, 제도 이상의 그 무엇인가가 분명히 필요하다는 사실은 언제 어디서든 통용되는 진리이긴 하다. 특히나 정책입안에 밀접한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그 진리는 더욱 확고해진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이글의 마지막에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지만, 의식 있는 어느 일부는 벌써부터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층 아파트는 현대적 삶의 상징이면서, 때로는 재산 증식을 위한 투자처로 간주되어 왔지만, 프랑스에서 아파트는 일단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주택의 대표적 형태로 인식되어져 왔다. 그렇다면 왜 아파트가 사회주택의 대표적인 주거형태가 되었을까? 1950년대에 프랑스는 기능주의에 입각한 건축을 지향하는 독일의 바우하우스(Bauhaus) 운동의 영향권에 있었다. 그것은 기능주의에 입각한 건축을 지향하였고, 합리성과 표준화 등의 이념을 강조하였다. 이것은 후에 르 코르뷔지에(Le Corbusier)를 중심으로 하는 전위적(avant-gardiste) 건축가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기능적 측면을 감안한 도시의 재구성을 강조하였는데, 이러한 바탕에서 출현한 것이 프랑스의 공공임대 주택이다.

1958년엔 사회주택이 대량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이 구체적으로 조성되었고, 이러한 사회주택은 다양한 계층이 조화롭게 살면서 사회통합이 실현될 수 있는 기능적 공간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부터인지 건물이 노화되고, 실내 공간 이용 상의 불편함과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는 점을 들어 공공임대 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이를 위해 1975년 로베르 리옹 보고서에선 공공임대 주택이 질적으로 저하되고, 사회, 문화적으로도 퇴보하고 있음을 지적하였고, 시급히 개선할 것을 제안하였다.

공공임대 주택은 질적 수준이 저하되면서 중상층이 점차 떠나가고 그 자리에 저소득층이 입주함에 따라 사회, 공간적 분리현상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층 아파트 단지 건설을 통해 중상층이 기존 거주민을 외부로 밀어내어 사회, 공간적 분리현상을 만들어내는 구조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존 주택의 개량에 예산을 투입하였지만, 이는 입주자의 사회, 경제, 문화적 측면보다는 주택 내부의 물리적 편의성 증진에 치중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1990년에는 베송(Besson)법이 만들어졌다. 이는 저소득층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근거법으로서, 주택공급을 확대해도 저소득층이 입주할 수 없다면 그것은 큰 의미가 없으며, 주택을 개량해도 그로 인해 임대료가 대폭 상승한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을 토대로 하였다. 이것은 사회적 배제라는 현실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인 동시에, 사회적 혼합(mixite sociale)과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었다.

이렇게 사회주택의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등의 조치로, 1991년엔 도시기본법, 1995년 주거다양화법, 도시부흥법, 1998년 소외척결법, 2000년 사회연대 및 도시재개발법 등 사회적 배제현상을 극복하고 사회적 혼합을 촉진하는 법안이 꾸준히 수정되고 보안되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조치들은 도시 내 지역단위의 사회적 혼합보다는 도시 전체적 관점에서의 총량적 접근이라는 특징과 한계를 지니고 있다. 사회적 혼합 및 사회통합 등은 단순히 다양한 계층의 사회 구성원을 동일한 공간에 물리적으로 섞는 것만으로 쉽게 실현되는 것은 아니고, 그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존중하며 더불어 살 수 있도록 연대감을 불어 넣어주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제도적으로는 저소득층과 이민자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이들을 사회적으로 배제시키는 분위기 때문에 복지시스템의 제공자와 수혜자 간에 오해가 생기면서 사회통합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급기야는 2005년 말 이민자 소년의 죽음을 계기로 대도시 외곽의 공공임대주택의 거주민들이 폭동을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프랑스 사회의 분열이 밖으로 표출되었다. 이것은 사회구성원 간의 포용과 신뢰회복 없이 제도적 장치만으로 사회적 배제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증명해 주었다. 공공임대주택은 부의 재분배와 관련이 있는 비영리 분야이므로 공공부문의 개입이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영리라는 이유만으로 운영기관의 손실을 무한정 강요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저소득층에게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 자체로 양극화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입주 후에도 주민들이 자립의지를 가지도록 유도하고, 공동체 생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정책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프랑스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주거복지정책은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정부는 정책 결정에서 외국의 성공한 사례들을 단편적으로 받아들여 각 부처에서 적용하는 경향이 강하게 남아있다. 스웨덴의 복지정책이나 미국의 과학기술정책이 그러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외국 사례가 그 나라의 역사적 맥락에서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쳐 국민생활에 필요한 정책을 몇 가지만 추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주택, 도시 등과 관련된 교육과정에 건축, 지리,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전공한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여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분석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고 있다. 이제 주거복지정책은 보다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제도적 개혁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고, 제도 이상의 그 무엇인가가 분명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와 민주적 절차를 가능케 하는 그 무언가는 사회구성원 간의 신뢰 회복 및 진정한 공동체 의식인 것이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20:12:34 

 

병장 이동석 
  도현님, 쪽지 확인해주세요. (죄송) 
글이 길어서 짤린건 아니랍니다. 2008-09-01
13:36:15
 

 

병장 이동석 
  역시 근본적인 해결책은 어렵기 그지 없군요. 

그래서 오늘도 제도는 조변석개 하는 모양입니다. 
(세제를 신나게 바꾸셨더군요, 9월 위기론을 극복할수 있을것인지?) 2008-09-01
17:43:29
 

 

병장 송승관 
  이거 글이 중간에 중단된 거 같은데요... 뒤에 뭔가 껀수가 있을 거 같은데 
'그것'때문에 '그렇게'된 겁니까? 2008-09-02
09:44:22
  

 

병장 이동석 
  음, 그렇다면 참 절묘하게 안타깝군요. 
이어주세요. 도현님. 2008-09-02
12:5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