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후기]를 가장한 요설
상병 이우중 [Homepage] 2008-12-30 19:13:37, 조회: 182, 추천:0
'내 인생, 니가 알아?' - 오쿠다 히데오
원제는 ‘rarapipo' 라라피포다. a lot of people을 어찌 듣다 보니 그리 들렸다.는 본문 중의 내용에서 온 제목인 것 같은데 원제를 쓰려면 쓰지 굳이 ’니가‘라고 원작자의 의도와도 상관없는 잘못된 맞춤법을 책 제목으로 써야 했나 싶다.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다.
뭐 그런 사소한 것 가지고 시비냐.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런 사소한 것들이 결국 국어를 파괴하는 거다. 그래, 물론 누구나(나부터도) 완벽한 맞춤법을 구사할 수는 없다. 그래도 최소한의 노력은 기울이자는 거다. 인터넷 검색이다 뭐다 깔짝거리면서 그럴 듯한 문구를 미니홈피로 퍼다 나르는 데는 열심이지만 그 검색 기능으로 ‘안’과 ‘않’ 중 어떤 걸 어떤 상황에 써야 하는지 찾아볼 생각은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것들이 쌓이다 보면 “모든 것이 숲으로 돌아갔다.” 느니 하는 표현이 탄생하는 거다. 갑자기 무슨 자연회귀적 문장인가 싶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수포’다. 심지어 이런 것도 목격했다.
“내 마음이 갈아 안고 있다. 더는 않되.”
‘할부’를 ‘활부’로, ‘역할’을 ‘역활’로 쓰는 것 정도는 이제 애교다. 해석이 어려워지는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혹자는 맞춤법 그거 어차피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 아니냐. 대다수가 쓰는 말이면 어떻게 써도 뜻만 통하면 되지 않겠느냐. 일례로, 88년 이전까지는 ‘몇’이 관형사로 쓰일 때는 ‘몇 일’로, '몇 일'과 ‘며칠’을 구분해서 썼는데 맞춤법 개정안이 나오면서 ‘며칠’로 통일된 것 아니냐. 마찬가지로 ‘안’과 ‘않’, ‘되’와 ‘돼’도 언젠가 그렇게 뭉뚱그려질지도 모르고 결국 지금 맞춤법 오류라고 지적되는 것들이 새로운 맞춤법으로 인정받아 기존에 쓰이던 낱말과 지위가 역전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 고 다소 포스트모던한 반박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우선 위에서 언급했듯이 조금씩 체계가 무너지다 보면 정말로 의사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바벨탑이 무너질 때처럼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까지야 처해지겠냐만 같은 말을 사용하는 사회에서도 김연수 같은 작가들은 소통의 문제를 제기하고 독자들은 그에 공감하곤 하는데 조금 편한 대로, 혹은 바른 표기법을 찾는데 드는 조금의 수고로움을 감수하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저마다 ‘틀린’ 글을 쓰다가 우리의 커뮤니케이션이 선문답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단순한 기우일 수만은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 우리 국어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에 의해 체계화되어 있다. 바뀔 때는 바뀌더라도 그 전까지는 형식에 맞게 써야 할 것 아닌가. 축구장에서 축구를 한다고 생각해 보자. 유니폼의 착용 유무야 별 관계가 없겠지만 공을 손으로 들고 뛰어다니는 행위는 분명 잘못된 것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응당 이런 한글 파괴를 자행해서는 안 될 것이고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작가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귀여니-로 대표되는 소위 N세대 소설 작가군-을 좋아하지 않는다. 범람하는 이모티콘이야 여기서 다룰 문제가 아니니 넘어가고, 과도한 통신어체의 사용도 뭐, 일종의 트렌드라고 생각하여 맞춤법을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한글 파괴와는 연관시키고 싶지 않으나 문제는 오타 따위가 아닌, 무지의 소치임에 틀림없는 민망한 비문이나 표기상의 오류이다. 자기 사진까지 책 표지에 떡하니 걸어놓고 책을 내려면, 작가 소개에 활자중독이란 요상한 중독증세가 있어 오만 가지 책들을 다 섭렵했다고 적어 놓으려면, 적어도 최소 몇 번씩은 자기 글을 읽어 보고 교정을 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나저나 자기 말마따나 그렇게 책을 많이 읽었다면 대체 무슨 책을 읽었길래 맞춤법이 그 따윈지 심히 궁금하긴 하다.
이거 서론이 너무 길어지는 것 아니냐고 저주를 퍼붓는 분이 있을까 하여 말씀드리자면 이게 본론이다. 독서후기가 아니라 죄송하다.
결론은, 오쿠다 히데오는 단순히 소소한 이야기를 유쾌하게 이어나가는 ‘닥터 이라부’ 시리즈라든가 ‘걸’ ‘마돈나’ 류의 소설만 잘 쓰는 게 아니었다는 거다. 무거운 문제의식 역시 유쾌하게 제기하고 풀어낼 줄 아는 작가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다. 12월 들어 읽은 ‘스무살, 도쿄’ ‘남쪽으로 튀어!’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의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다.
라고 쓰면 돌 맞을라나요? 허허.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5:48:25
병장 김민규
빙고. 내 마음이 갈아 안고 이써요. 더는 않되 으하하하하하하하
어렸을적부터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드랬죠. 맞춤법 틀리면 사람 격이 달라 보인다고. 물론 어쩌다 틀릴 수야 있겠죠. 문제는 당연히 이렇게 쓰는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맨날 그렇게 썼는데 어느 날 뒤통수 맞는 경우. 않/안, 낳다/낫다, 되/돼.
그래서 저는 불안하다 싶으면 차라리 한글97켜고 한번 쳐 봐요. 빨간줄 뜨나 안 뜨나. 괜히 엄한 한두글자 문제로 글 전체를 망가트릴 수는 없으니까요. 2008-12-30
20:51:51
병장 정병훈
뭐, 예전 얘기지만, 맞춤법에 관한 소고는 안올라 오는건가요. 2008-12-30
20:57:14
상병 이우중
민규님/ 한글 빨간줄도 그렇게 믿을만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전 긴가민가하는 단어가 나오면 맘 편하게 사전을 찾아본답니다. 물론 그거 찾다가 처음 보는 단어 나오면 그것도 뒤적뒤적 그러다가 다른 것도 뒤적뒤적하는 바람에 시간은 좀 걸리는 경우가 많지만 아무래도 확실하거든요. 허허.
병훈님/ 아직 기억하고 계실 줄이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허허. 2008-12-30
21:10:37
병장 정병훈
저는 맞춤법이 절실하게 필요 합니다. 칼럼으로 올려주세요.
신년 선물 해 주세요. 맞춤법이나, 띄어 쓰기 강좌 그런거 필요합니다.(울음) 2008-12-30
22:41:54
상병 김요셉
마침 옆에 학교문법론이 있군요. 맞춤법, 띄어쓰기 부분을 통째로 발췌해 올려드릴까요. 흐흐흐 2008-12-31
09:14:21
병장 정병훈
아, 그 딱딱하게 적힌 건 좀 싫어서. 그럼 요셉씨가 그거 좀 읽고 재밌게 설명좀 해주세요. 저 1월 1일 부터 5일 까지니까, 이름 검색해서 올라왔는지 확인 해 보겠습니다. 풉- 2008-12-31
16:06:07
상병 김용준
제가 봤을 때는 독서후기 맞는거 같은데요? 여러 책들을 보고 말씀하시는거니까요. 후후.
저에게도 우중씨나 요셉씨가 신년선물 주셨으면 하네요. 저의 맞춤법이 엉망이라고 생각되서요...크헉-
모두 신경 써서 맞춤법, 띄어쓰기 등...합시다! 하하하. 2009-01-02
10:48:28
병장 이동석
푸하하, 우중님 답군요. 낄낄. 2009-01-03
23:56:07